인공 수정 人工受精 〔라〕inseminatio artificialis 〔영〕artificial insemin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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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형태와 방법이든지 관계없이 자연적인 성교(性交) 행위가 아닌 인위적인 조작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수정. 보다 넓은 의미에서 자연적인 성교를 도와 주는 보조 수단 역시 이에 포함되며, 보다 진보한 의학 기술인 체외 수정(體外受精, in virto fertilization) 즉 시험관 아기도 인공 수정의 한 방법이다.
〔종류와 구분〕 가축의 우량 품종을 얻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되던 인공 수정이 인간에게 처음으로 적용된 것은 18세기 말부터이다. 인공 수정은 수정되는 장소에 따라 체내 수정(體內受精, in vivo fertilization)과 체외 수정으로 구분되며, 체내 수정은 성교 행위의 유무에 따라 성교 행위 안에서의 보조 수정과 성교 행위 밖에서의 인공 수정으로 구분된다. 그리고 성교 행위 밖에서의 인공 수정은 정액의 출처에 따라 비배우자 간 인공 수정(artificial in-semination by donor, A.I.D.)과 배우자 간 인공 수정(artificialinsemination by homologous, A.I.H.)으로 나누어진다. 체외 수정은 체내 수정과는 달리 체외에서 보다 적극적인 인위적 조작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특히 부인의 자궁 이상으로 수정란의 자궁 내 착상이 불가능한 경우 다른 여인의 자궁에 착상시키는 대리모 수정 형태가 이미 등장했다. 또한 체외에서 수정된 수정란의 상실을 최소화시키고 인공 수정의 확실성을 기하기 위해 개발된, 소위 인간 복제의 문제를 야기시킨 수정란 증식 형태를 사용하는 인공 수정 방법도 있다.
인공 수정은 처음에는 배우자 간의 인공 수정 형태로 시작되다가 1884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비배우자 간의 인공 수정으로 발전하였다. 이렇게 시작된 인공 수정은 사실상 오늘날에는 아기를 갖기 원하는 부부나 미혼 여성에게 거의 보편화된 방법이 되었고, 이에 따르는 여러 가지 법적 및 윤리적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응용의 원인〕 인공 수정이 응용되는 원인은 크게 의학적 원인과 심리적 원인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심리적 원인은 결혼이나 부부 생활은 원하지 않으면서 아이만을 갖기 원하는 여성들이 선택하는 '기증자에 의한 인공 수정' 방법이다. 사회가 극도로 이기주의화되면서 가정의 참된 의미는 상실되고 있으며, 따라서 남녀가 결혼하여 함께 산다는 것을 거추장스럽게 여기지만 여성으로서 아이를 갖고 싶어하는 이기적 욕심이 구체화된 모습이다. 의학적 원인으로는 무엇보다도 부부 중 한 편이 불임의 원인을 가지고 있는 경우이다. 남성측의 원인으로는 무정자증, 정자 감소증, 정액 과소증, 정자 무력증, 정자 수송로가 막혀 있는 경우, 그리고 성 기능 이상 등이 있다. 여성측에서는 무배란, 희발 배란, 이상 난자 배란, 과잉 비만증, 질 협착, 자궁 내막 유착, 기형 자궁 등의 원인이 있다. 이러한 원인들 중에서 남성측의 무정자증이나 극단적인 정자 감소증과 같이 절대적 남성 불임인 경우에는 배우자 간 인공 수정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임신을 원한다면 기증자에 의한 비배우자 간 인공 수정 방법만이 가능하다.
〔인위적 조작〕 체내 수정을 위해 사용되는 방법으로는 남편의 정액을 얻기 위해서 성교 중단이나 자위 행위 등과 같은 질외 사정(射精)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그것이 기증자에 의한 수정이라면 정자 은행을 통해서 구매된 정자가 사용된다.
체외 수정을 위해서는 여성의 몸에서 난자를 체취하는데, 난자의 체취를 더욱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과배란 유도 등의 방법이 사용되기도 한다. 이렇게 추출된 정자와 난자는 유리 접시 위에서 의사의 손에 의해 수정란으로 만들어지고, 수정란 세포의 배양과 세포의 발달은 어머니의 자궁 밖에서 일어난다. 이렇게 발달된 수정란은 의료적인 기술에 의해 어머니의 자궁에로 옮겨지며, 이 과정에서 수정란의 손실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또한, 착상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개의 수정란을 배양하여 복수 다수 이식을 시도하는데, 다태 임신이 되었을 경우 선택적 흡출에 의한 감수 유산이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수정란 손실의 윤리성 문제가 제기되자 수정란 손실을 최소화시키기 위한 의학 및 기술 연구가 활발해졌다. 결국 의학계 일부에서 불임 부부에게 커다란 희망을 가져다주었다고 평가하는 수정란 증식의 방법이 성공하였다. 뿐만 아니라 체세포 핵 이식에 의한 인간개체 복제의 방법을 통해 인간 복제(人間複製, human clo-ning)의 양산까지도 가능한 일이 되었다.
〔교회의 입장 및 가르침〕 인공 수정 과정에서 보여지는 조작의 형태는 무엇보다도 인간의 배아에 대한 기술 조작이다. 1987년 교황청 신앙 교리성이 반포한 훈령〈생명의 선물〉(Donum vitae, 1987. 2. 22)은 인간 배아가 온전한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가진 인간이라는 점을 재확인하면서, 인간 배아에 가해지는 기술적 조작에 대한 윤리적 평가를 내렸다. 즉 인간 배아의 생명과 그 온전성에 대한 존엄성을 유지한다는 확신과 그 기술적 개입에 대해 부모의 자유로운 동의가 전제되는 경우에만 인간 배아에 대한 치료 목적의 개입이 지지될 뿐 그 외에는 비윤리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이는 체외에서 얻은 인간 배아도 어디까지나 온전한 인간이며, 따라서 그들의 생명권과 존엄성은 그 존재의 시작부터 존중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생명의 선물〉이 상기시키는 인간 생명의 시작의 입장은 단호하다. 이 훈령은 〈인공 유산 반대 선언문〉(Quaes-tio da abortu, 1974. 11. 18)의 가르침을 재확인하면서 "난자가 수정되는 순간부터, 아버지의 것도 어머니의 것도 아닌, 한 새로운 사람의 생명이 시작된다" 고 못박고 있다. 곧 수정란 자체가 "그 자신의 성장을 가지는 한 새로운 사람의 생명" 으로서의 인간 개체이고, "이 가르침은 결코 변화되지도 않았고 또 변화될 수도 없다" 고 하였다. 이러한 가르침을 통해 인간 배아에 대한 연구나 실험에서 야기될 수 있는 배아의 생명이나 형태에 해악(害惡)이 가해지는 일이나, 체외 수정으로 얻은 배아가 파괴되는 경우에 대해서 옳지 않다고 하였다. 훈령은 또한 인간 출산 기술과 관련된 배아를 다루는 다른 기술적 조작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예를 들면 사람과 동물 생식 세포 사이의 수정이나 인간 배아를 동물 자궁에 착상시키는 일에 대한 시도나 계획, 그리고 인간 배아를 위해서 인공 자궁을 만들어 내는 일이나 더 나아가서 인간을 성(性)과 무관하게 분체 생식이나 복제, 처녀 생식 과정 등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러한 모든 조작들이 배아에 대한 인간 존엄성이나 인간적 출산과 부부 일치의 존엄성에 반대되는 일들이기에 비윤리적이라는 입장을 명백히 하였다. 〔기술적 조작에 대한 윤리성 문제〕 인공 수정 과정에서 보다 직접적으로 사용되는 여러 가지 형태의 기술적 조작이 있다. 체외 수정 방법에서 보여지는 정자와 난자라는 생식 세포의 추출, 이렇게 추출된 세포들의 결합인 수정란의 체외 수정과 시험관 배양, 그리고 배아의 자궁내 이전 등의 복잡한 과정도 역시 인위적 조작 형태이다. 이러한 여러 형태마다 각각 윤리성 문제가 거론된다. 배우자 간 인공 수정에서 정자 추출을 위한 자위 행위의 윤리성 문제 : 교황 비오 12세(1939~1958)는 부부 행위 동안의 질내 사정을 보조하는 방법들, 예컨대 경부(頸部) 스푼(cervical spoon)과 주사기 사용과 같은 방법은 정당하게 평가하였다. 그러나 비록 배우자 간의 인공 수정을 위해서 사용될 정자를 얻기 위한 자위 행위라 하더라도, 그 방법은 배제되어야 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출산과 부부 일치의 의미에서 체외 수정의 윤리성에 관한 문제 :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출산력은 부부애의 결실이고 징표이며, 아울러 부부 상호 간의 완전한 자기 봉헌의 산 증거"(가정 공동체〉 28항)라고 하였다. 교황은 교황 권고 〈가정 공동체〉(Familiaris consortio, 1981. 11.22)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부부애는 한 몸이 되게 하는 상호 인식에로 부부를 이끌어 가지만 부부에게서 끝나지는 않는다. 부부애는 그들에게 가장 위대한 선물을 갖게 하며, 부부는 새로운 인간에게 생명을 전달하기 때문에 하느님의 협력자가 된다. 이렇게 해서 부부는 서로에게 자신을 주면서도 자신들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자녀도 주는 것이다. 자녀들은 부부애의 살아 있는 표상이고 부부 일치의 영원한 징표이며, 아버지와 어머니라는 그들 존재의 생생하고도 불가분한 종합이다"(16항). 부부애가 지니고 있는 이렇듯이 고유한 내적 역동성은 인격적 관계의 역동성이며, 이는 부부 상호 간의 자기 증여를 통해 더욱 구체화되어 나타난다. 부부는 서로 간의 온전한 자기 증여를 통해 상호 간의 내적 친밀감을 지니게 되며, 이러한 내적 친밀감의 결과가 '자녀' 로 주어진다는 것이다. 곧 자녀란 부부에게 있어서 부부 상호 간의 전적인 자기 증여, 전적인 헌신 그리고 내적 친밀감의 결과로써 주어지는 하나의 선물이며, 독립된 생명이다. 이런 의미에서 '자녀' 란 부모의 사랑의 관계로부터 이 세상에 태어날 당연한 권리를 가진다.
그런데 체외 수정에 의한 출산에 대해 〈생명의 선물〉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배우자 간 체외 수정이나 배아의 자궁 내 이전은 이 기술을 사용하는 제3자의 기술적 확신과 의사나 생물학자로 하여금 배아의 생명과 주체성을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게 함으로써 기술이 인격적 인간의 기원과 운명을 지배하는 것이다. 생명에 대한 이런 기술의 지배야말로 부모나 자녀에게 있어서 공통적이어야 할 존엄성과 평등의 원칙을 위배하는 일이다." 실제로 체외 수정을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종류의 인위적 조작 과정들이 요구된다. 즉, 정자와 난자라는 생식 세포의 추출, 추출된 난자를 인공 배양기에서 5~12시
간 동안 배양하는 일, 그 세포들의 유리 접시 위에서 이루어지는 결합과 세포들의 융합, 시험관 내에서의 배양 그리고 수정된 수정란의 자궁으로의 이전 등 복잡하고도 순수한 기술적인 과정들이다. 또 한 가지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진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되기까지의 성공률이 20% 내외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비록 새로운 기술들이 발달하여 수정란의 손실을 최소화되고, 단 1개의 수정란으로도 착상이 보다 쉽게 가능하게 되었다지만, 수정란부터 인간 생명의 시작으로 보는 교회의 입장에서 볼 때 온전한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가지는 배아에게 가해지는 살인적 폭력은 너무나 심각하다. 〈생명의 선물〉은 이 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한 번 쓰고 버리는 생물학적 물질로 인간의 배아를 만들어 내는 일은 부도덕하다. 여기에는 두 가지 도덕적인 문제들이 관여한다. 첫째는 인간을 하나의 수단으로 격하시키는 것에 대한 금지이며, 둘째는 체외 수정으로 얻어진 배아에 대한 의도적인 유기의 문제이다. 연구를 위하여 의도적으로 만들어졌거나 체외 수정 시술 과정에서 남은 잉여 배아들은 당연히 생존을 위한 안전한 수단에 제공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상태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체외 수정에서의 이러한 과정들이 개별적이든 전체적이든 부부 상호 간의 전적인 자기 증여, 내적 친밀감을 주는 인격적 관계를 드러낸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러한 행위에서 대부분의 과정은 부부의 뜻과 전혀 관계가 없으며, 더 나아가서는 출산의 목적을 위한 결정적인 행위가 생식 세포의 융합을 위하여 시험관안에 넣는 일은 일종의 기술자인 의료진들의 행위라고 할 수밖에 없다.
체외 수정에서의 출산 과정과 결과를 볼 때, 체외 수정에 의한 잉태가 부부에게 인격적 품위를 제공해 줄 수 없다는 점과 출산 과정에서 요구되는 자녀로서의 권리가 전혀 무시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일정한 결과에 도달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이 물건 생산을 위한 한 과정에 불과하게 되었다는 점은 분명히 주체에서 주체에 이르기까지 부부가 서로에게 서로를 내어 주면서 지향하는 인간적 출산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정자 기증자에 의한 체외 수정의 경우 : 이 경우 사람의 정자가 시장에서 판매되는 물건이 되는 경우이며, 행위의 의도에서 선익을 찾아볼 수 없다. 정자 기증에 의한 인공 수정의 과정은 철저한 익명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생물학적 아버지와 아기를 낳은 어머니와는 전혀 무관한 관계가 된다. 결국 이러한 방법을 통하여 나타나는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는 전혀 바람직한 관계는 아니다. 〈생명의 선물〉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이러한 비배우자 간인공 수정은 결혼의 일치와 부부의 권위, 그리고 부모에게 합당한 올바른 사려에 위배됨은 물론, 결혼 안에서 임신되고 그 결혼 속에서 자라나 세상에 나오도록 부여받은 아이들의 권리에도 위배되는 것이다. 결혼의 일치와 부부 간의 정절에 대한 존엄성은 모든 아이가 결혼 생활안에서 임신되는 것을 요구한다." 〈생명의 선물〉은 이러한 비윤리성의 지적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그로 인해 가정 안에 미치는 부정적 결과까지도 예상하고 있다. "가정 안에서 이런 인격적 관계가 입는 상처는 사회에도 그 반작용의 영향이 미치게 된다. 그것은 가정의 일치감과 안정감을 위협하는 것이 곧 사회 생활 전체에서의 불화와 혼란 그리고 불공평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대리모 문제 : 체외 수정과 수정란 이식에 의한 대리모 수정에서 보여지는 조작의 형태는 실상 극히 비인간적이다. 대리모로서 동의를 했거나 혹은 돈으로 고용된 대리모 스스로가 생각할 때 자신을 단순히 인큐베이터(incu-bator)로 비하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대리모 수정을 용이하게 하는 방법으로 등장한 것이 수정란 은행이다. 이미 만들어진 인간 생명을 냉동 보관하고, 원하는 사람에게 판매할 수도 있는 인위적 조작의 한 형태이다. 대리모 수정의 형태를 가능하게 하는 난자 은행 혹은 수정란 은행과 연결된 수정란 이식은 다양한 상황에서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건강한 난소를 가지고 있으나 아기를 임신할 수 없는 여성의 경우, 그 여성에게서 난자를 체취하여 체외에서 수정을 시킨 후 다른 여성의 자궁에 이식하게 된다. 계약이나 혹은 친지 관계에 의해서 자궁을 빌려 주는 대리모는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게 되고 출산 후에는 유전적인 부모에게 넘겨지게 된다. 또 이와는 다른 경우로 건강한 자궁을 가지고 있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자신의 난자를 수정시킬 수 없는 여성은 난자 은행등 익명의 제공자에 의해 주어진 난자에 남편의 정자를 수정시켜 자기 자신의 자궁에 이식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이 경우는 익명의 정자 제공자에 의한 인공 수정과 매우 비슷하다.
가계(家系)의 고유한 혈통을 간절히 원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정당화시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돈으로 고용된 임산부와 모성애의 관계를 어떻게 설명할 수가 있겠는가? 대리모와 출산된 아기와의 관계가 사랑 없이 돈으로 고용된 단순한 관계라면 그 사태의 심각성은 크다. 태어나게 될 아기에게는 어머니의 자궁 안에서 생겨나게 될 내적 친밀감의 연대가 전혀 없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만일 고용된 대리모가 참된 모성애를 지니고 있는 여인이라면 아기와의 내적 친밀감은 난자를 제공한 어머니보다는 오히려 그 대리모와 더 깊이 연결될 것이다. 그보다 더 근본적인 점은 대리모가 자궁을 대신 빌려 준다는 결정을 한다는 것 자체부터 이미 그와 같은 내적 친밀감이 생길 가능성은 매우 높다. 결국 아기는 두 가지 상황 사이에서 무척 방황할 것이다.
또 한 가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대리모가 원래의 부부에게 유전병이나 연약한 염색체를 지니고 태어나는 아기를 낳아 준다면 어떤 일이 생겨나겠는가 하는 점이다. 더 나아가 대리모가 난자를 제공한 여인의 어머니이거나 여동생과 같은 가족 관계 안에서 선택될 경우 야기되는 법적 · 윤리적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건전하지 못하고, 또 많은 상처를 주는 수많은 문제들이 야기될 것이고 그에 따라 자연적이지 못한 여러 과정들이 생겨날 것은 명백하다.
수정란 증식의 윤리성 문제 : 이는 인간 복제가 가능하게 한 문제이다. 교황청 신앙 교리성에서도 이미 인공 수정 기술의 발달과 관련된 다른 형태의 생물학적 및 유전 조작적 기술들이 가능하게 된 것을 심각하게 우려하면서 인간 복제의 가능성까지도 예견하였다. 사실상 1993년 10월 미국의 조지 워싱턴 대학교의 메디컬 센터 연구 팀은 인류 사상 최초로 인간의 수정란을 인위적으로 증식시키는 데 성공하였다. 동일한 유전 인자를 가진 복제 인간을 계속 출산해 낼 수 있는 의학 기술이 개발된 것이다. 의학계 일부에서는 이를 시험관 수정 연구의 개가로 평가하면서, 지금까지 성공률이 극히 저조했던 시험관 수정의 방법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고하였다. 연구 팀은 2~8개의 세포로 구성된 수정란에서 세포를 분리시킨 뒤 여기에 난세포의 투명대와 비슷한 물질을 입혀 영양을 공급하는 방법으로 세포 분열을 유도하여 48개의 세포로 이루어진 새로운 수정란을 복제하는 데 성공하였다. 결국 이 방법을 응용하면 부부가 체외 수정을 통해 수정란을 복제했다가 그중 하나를 자궁에 착상시켜 나머지 수정란으로 첫 아기와 똑같은 아기를 나중에도 출산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상 인간 복제인 셈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연구 결과는 엄청난 윤리적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교황청에서 발간하는 신문 〈옷세르바토레로마노〉(L'Osservatore Romano)에서는, 이는 모든 인류에 대한 모독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하였다. 그 이유는 같은 모습의 사람이 여럿 출현함으로써 예기치 못한 사회적 부작용이나, 극단적으로는 인간 질서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복제 인간이나 일란성 쌍생아의 대량 생산이라는 무서운 사태를 몰고 올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오늘날의 시대가 지니는 부정적 특징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정신적 혼란과 함께 인간 삶에 있어서의 윤리 문제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특히 인간의 생명과 관련되는 영역에서 인간은 철저하게 소외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아기를 갖고자 하는 단순한 욕심이 인간 스스로를 절대자의 위치에까지 올려 놓게 되었으며, 결국 인간은 자신이 만들어 놓은 산물 때문에 위협당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인간의 생명과 관련된 분야에서, 특히 인간 출산의 영역인 인공 수정에서 보여지는 인위적 조작은 결국에는 복제 인간의 양산(量産)이라는 문제와 함께 인간 삶의 개인적 · 사회적 질서에 엄청난 위협으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수정란 증식의 성공으로 이제 대량 생산에 의한 소모품 인간이 전혀 불가능하지 않게 되었다. 전쟁의 소모품 로서의 인간, 우주인이라든가 핵무기 취급자와도 같이 생명을 내어 걸어야만 하는 직종에 쓰여질 인간의 양산, 의학 실험의 재료 공급을 위한 인간 배아의 증식뿐만 아니라, 수정란 증식을 통해 양산된 수정란을 장기 이식을 위한 장기 제공자들을 만들어 내어 인간의 존엄성은 철저히 외면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실상 지난 20여 년 동안 생물학적 혁명은 감추어진 인간 생명의 신비를 밝혀 내는 가공할 만한 업적을 이룩하였지만, 동시에 인간 본연의 문제에 대한 분명하고도 총체적인 답변을 회피함으로써 혼란만을 가중시켜 왔다. 수정란 증식의 가능성이 불임 부부들의 염원을 보다 확실하게 채워 줄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는 하더라도, 이 방법이 인간과 인류 사회 전체를 해칠 수도 있는 심각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기에 이러한 기술 자체가 인류 전체에 대한 모독이라고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
〔비판 및 사목적 권고) 인공 수정의 개념과 형태, 그 과정에 대한 분석과 더불어 비인간적인 인위적 조작이 드러내는 비윤리성을 평가하기 위한 기초는, 무엇보다도 인간 생명은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무상의 선물이며, 생명의 선물을 부여받은 인간은 그 생명의 관리자일 뿐이라는 점이다. 인간 본성을 이해하기 위해 요구되는 것은 인간은 육체와 정신이 통합된 존재라는 사실이다. 인간의 전체성 안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가치가 평가되어야지, 인간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에 손상을 가하면서 단순히 생물학적 필요성만을 절대화시켜서는 안될 것이다.
정자 은행 · 수정란 은행 · 정자 체취 · 유리 접시 위에서의 수정 · 수정란 이식 · 대리모 · 정자 판매자 · 냉동배아 · 체외 부화(孵化) · 인간 복제 등 인공 수정에서의 인위적 조작에 관련되는 용어들이 우리에게 주는 느낌은 너무나 부정적이다. 이러한 용어들을 통해서 볼 때 이제 부부의 성 관계를 거치지 않고서도 실험실에서 인간의 생식 세포가 조작되고, 그로 인해 인간이 기술의 산물로 전락된다는 사실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이렇듯이 인간 생명의 시작에 대한 인위적 조작을 인간적 혹은 윤리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정당성을 과연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 교도권이 가르치는 대로 인간적 출산은 하느님의 풍부한 사랑으로 무장한 부부의 책임 있는 협동을 요구한다. 그리하여 인간 생명의 선물은 그들 인격과 결합에 부여된 법에 따라 아내와 남편의 특별하고도 독점적인 행위를 통한 결혼 안에서 구체화되어 나타나야만 할 것이다. (⇦ 체외 수정 ; → 생명 ; 생명 윤리학 ; 인간복제)
※ 참고문헌  신앙 교리성 훈령 〈생명의 선물〉, 《사목》 112호(1987. 7)/ Bernhard Häring, Ethics of Manipulation : Issue in Medicine,Behavior Control and Genetics, New York, 1975, pp. 1~41/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사도적 권고, 〈가정 공동체〉,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1986(재판)/ 이동익,《생명의 관리자 : 의학 윤리를 위한 몇 가지 주제들》, 가톨릭대학교 출판부, 1995(개정판), pp. 94~152. 〔李東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