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호 印號 [라]character indelebilis Sacramenti [영]indelible character of Sacra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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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하게 세례 · 견진 · 성품성사를 받은 신자들에게 새겨지는 소멸되지 않는 영적인 표지.
인호 교리의 근원은 성사의 사효성에 관한 교리와 마찬가지로 3세기 중엽의 이단 세례 논쟁에 있다. 아프리카와 소아시아의 교회와는 달리 로마와 알렉산드리아의 교회는 이단 종파에서 수여한 세례도 유효한 세례라고 간주하였고, 이 견해가 관철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단 종파에서 받은 세례에 대해서 숙고하게 되었는데, 4세기경부터 고린토 후서 1장 21-22절에 근거해서 세례받은 이들이 성령으로 봉인(날인)되었다는 생각이 차차 자리잡게 되었다. 그리고 결국은 성사적 인호(character sacramentalis)라는 형태로 굳어졌다.
[교리의 형성과 역사] 인호 교리 형성에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교황 멜키아데(310~314) 시대에 있었던 도나투스파와의 논쟁이다. 논쟁의 초점은 배교자들에 의해 주어진 세례와 성품성사의 유효성 문제에 관한 것이었다. 393년부터 도나투스파와 논쟁을 시작한 아우구스티노(Augustinus Hipponensis, 354~430)는 인호 교리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아우구스티노는 이단 종파에 의해 주어진 세례가 유효하다는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과 정통 교회 밖에서 세례를 받은 자들이 성령을 받지 못한다는 대립되는 두 명제를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하려고 시도하였다. 그는 이 문제를 인호와 은총의 구분으로 해결하였다. 즉 이단자 교회에서 전례적 예식을 통해 행해진 세례는 유효한(valius) 세례이지만, 정통 교회 밖에서 행해질 때에는 결실을 맺지 못한다(non efficax). 그들이 정통 교회로 돌아오면 세례가 항존하는 성사(sacramen-tum manens)이기 때문에 성령이 주어진다. 교회 밖에서 집전된 세례는 성령이 주어지지 않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권한과 능력 내에 놓이게 되는데, 그 표시로 '주님의 인호' (character dominicus)를 받게 된다.
7세기부터 12세기까지 아우구스티노 이후 인호설은 망각되었으나, 교황 인노천시오 3세(1198~1216)가 발도파(Valdesii)를 단죄하면서 이 문제가 다시 대두되었다. 그 후 인호에 대해서 수많은 이론이 생겨나서 혼란 상태가 되었으나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 1224/1225~1274)에 의해 정리되었다. 그는 인호를 철저히 예수 그리스도 중심적으로 해석하였다. 즉 세례 · 견진 · 성품성사 를 통해서 인호를 받음으로써 예수 그리스도의 사제직에 참여한다. 그럼으로써 예수 그리스도를 닮게 되어 비신자들과 구분되고 교회의 성찬례에 참여할 자격, 또는 성품성사를 통해서 그것을 집전할 자격을 얻는다.
토마스 아퀴나스 이후 스콜라 신학에서는 인호에 네가지 작용이 있다고 가르쳤다. 즉 구별적 표지(signum dis-tincivum)로써, 세례성사의 인호로 그리스도교 신자와 비그리스도교인들과의 구별이 생기고, 성품성사의 인호로 교회 내에서 성직자와 평신도와의 구별이 이루어진다. 설비적 표지(signum dispositivum)로써 이 인호로 말미암아 성사의 고유한 작용인 은총이 주어질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된다. 의무적 표지(signum obligatimm)로써 하느님께 대한 봉사를 마땅히 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동형적(同形約) 표지(signum configuratium)로써 예수 그리스도의 과업에 같이 참여하여 예수 그리스도와 같아져야 할 당위성이 주어진다.
이렇게 형성된 인호 교리는 피렌체 공의회(1439)에서 수용되었다(DS 1313). 종교 개혁자들은 성서에 근거하지 않는다고 인호 교리를 거부하였는데, 이에 트리엔트 공의회(1545~1563)는 인호 교리를 재확인하였다(DS 1609).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 헌장>(Lumen Gen-tium)에서도 인호에 대해 언급하였는데, 내용적으로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인호론을 따르고 있다. "신자들은 세례를 통하여 교회에 합체되어 그리스도교의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인호를 받고, 또 하느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나 교회를 통하여 하느님께 받은 신앙을 사람들 앞에서 고백하려고 힘쓴다" (11항). 1992년에 발간된 《가톨릭 교회 교리서》도 전통적인 인호 교리를 수용하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세례성사, 견진성사와 성품성사는 성사의 은총뿐 아니라 성사의 인장(印章), 즉 '인호' 를 새겨 준다.
이 인호를 통해서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의 사제직에 참여하며, 각기 다른 신분과 역할에 따라 교회의 지체를 이룬다. 성령으로 말미암아 이루어지는 이러한 예수그리스도와 교회에 대한 통합은 결코 소멸될 수 없는 것이다. 그리스도인 안에서 영원히 지속되는 이 통합은 은총을 받기 위한 여건이고, 하느님의 보호에 대한 약속과 보증이며, 하느님 예배와 교회 봉사의 소명이다. 그러므로 이 성사들은 결코 반복해서 받을 수 없다”(1121항).
〔의미와 중요성] 세례, 견진 그리고 성품성사를 통해서 받게 되는 인호는 취소될 수 없는 하느님의 선택과 부르심의 표지이다. 성서는 하느님이 인간의 불성실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성실하신 분으로서, 인간에 대한 당신의 선택과 부르심을 결코 취소하지 않는 분임을 선포한다. 구약성서에서 하느님은 이스라엘 백성과 맺으신 계약을 그들의 죄와 잘못에도 불구하고 결코 취소하지 않았다는 점, 신약에서는 인간이 예수 그리스도를 거부함에도 불구하고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서 다시 그들에게 자비를 베푸셨다는 것을 주목한다면, 인호 교리는 성서에 내용적으로 그 근거를 둔다고 하겠다. 성사를 통해서 소멸되지 않는 표지를 남긴다는 인호 교리는 하느님의 선택과 부르심은 결코 취소될 수 없다는 것을 표현한다. 그러나 취소되지 않는 하느님의 선택과 부르심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인간의 응답과 순종의 자세가 필요함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성사 ; 성사 신학)
※ 참고문헌  조정헌, <성사의 인호>, <신학 전망》 36, 1977, pp. 24~281 손희송,<가톨릭 교회 교리서에 나타난 성사 이해>, <신학 전망》 114, 1996, pp. 15~16/G. Koch, A. Ganoczy, Einfichrung in die katholische Sakramentenlehre, Darmstadt, Wissenschaftliche Buchgesellschaft, 1984. [孫熙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