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원론 一元論 (라〕monismus [영]monism

글자 크기
9
종교학에서 궁극적 실재의 단일성과 절대성을 강조하 는 종교 전통들의 특징을 설명하면서 사용하는 개념. 현 상 세계의 모든 존재들을 단일하고 통일적인 것으로 파 악하려는 이론. 일원론은 모든 종교에서 강조하는 궁극 적 실재에 대한 이해와 연결된 개념이고, 종교학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개념이다.
〔의미와 기본 내용] 종교학에서 일원론이라는 개념이 정확히 어떤 의미로 사용되고 있고, 또 그 개념의 사용이 어떤 의의를 지니는가를 이해하는 문제는 쉽고 간단하지 않다. 우선 종교학에서 일원론이라는 개념이 항상 명확 하고 고정적인 의미로 일정한 맥락 안에서 사용되는 것 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똑같이 '일원론' 혹은 '일원론 적' 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의 미에서의 일원론인지, 그 개념이 적용되고 있는 맥락이 나 그 개념을 사용하는 의도가 어떤 것인지 등에 있어 몇 가지 다른 측면이 있다. 아울러 실제 그 세부 내용에 있 어서도 어느 정도 다른 면을 발견하게 된다.
일원론적 인식은 모든 존재들의 근원이 '하나' 라든지 . 다양한 현상 세계의 배후에 '하나' 의 궁극적이고 통일적 인 실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데에서 출발한 다. 현상 세계의 여러 존재들 모두가 하나의 절대 근원에 근거하여 성립했음을 강조하는 것이 일원론적 인식의 공 통적인 시작인 것이다. 유일 절대의 신이 모든 세상 존재 들을 만들었다는 인식, 하나의 근원적 실재로부터 이 세 상 존재들이 성립되어 나왔다는 인식, 그리고 하나의 궁 극적인 원리에 의해 모든 존재들이 생성되었고 계속 유 지되고 있다는 인식 등이 일원론의 가장 기본적인 내용
이다.
[문제점] 모든 존재의 근원인 하나의 궁극 실재와 그 에 근거하여 성립한 다양한 현상 세계와의 관계를 어떻 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몇 가지 다른 이해가 있다. 모든 존재들의 근원이 '하나' 라는 의미에서의 일원론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모든 존재들 자체가 근본적으로 '하나' 라는 의미에서의 일원론에서는 몇 가지 견해 차이가 존 재하는 것이다.
첫 번째는 하나의 궁극적인 실재와 함께 다양한 현상 세계의 존재들도 인정하는 경우이다. 하나의 궁극적인 실재에 근거해 성립한 존재들이라는 의미에서, 어느 정 도 궁극적인 실재의 본성을 공유하고 있는 면도 있다. 하 지만, 기본적으로는 현상 세계 존재들 하나하나가 독립 성과 개체성을 지니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우이다. 궁극 적인 실재가 단일성과 통일성을 지니는 것과 별도로, 현 상 세계의 존재들은 개체성과 다양성을 지니는 실체들로 인정하는 것이다. 물론 하나의 궁극적인 실재가 현상 세 계의 존재들을 초월하는 입장에서 그에게 근본적인 의미 를 주고 모든 것을 주관하는 관계인 것으로 인식하지만, 일단 여러 존재들 자체는 그들 각자의 개체성을 유지하 며 그들 사이의 상호 작용으로 세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근원은 하나이지만 그로부터 성립한 모든 존 재들 자체가 근본적으로 하나인 것은 아니라는 인식이 다. 세계의 근원이 하나이고 그 하나가 모든 존재들의 궁 극적인 의미라는 점에서의 일원론일 뿐, 현상 세계 전체 까지 단일하고 통일적인 것으로 인식하지는 않는다. 창 조주의 유일성과 절대성을 강조하고 창조주 '하나' 로부 터 모든 것이 이루어졌음을 강조하면서도, 창조주와 피 조물 사이를 분명하게 구분하는 유일신 종교 전통들이 이 경우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하나의 궁극적인 실 재만이 존재할 뿐, 다양한 현상 세계의 개체성은 인정하 지 않는 경우이다. 세상의 모든 존재들이 개체성과 다양 성을 지니고 있는 것 같지만, 그러한 개체성과 다양성은 단지 현상적으로 보일 뿐 본질적으로는 모든 것이 궁극 적인 실재 '하나' 라는 인식이다. 이러한 인식에서는 현 상적인 개체성과 다양성의 차원은 거짓 혹은 비본질적인 것이고, '하나' 인 궁극적 실재의 차원이 바로 참이며 본 질이라고 설명한다. 다양성의 세계는 궁극적인 실재를 가리고 있는 베일과 같은 가상(假象)에 지나지 않는 것 으로, 이것을 거두어 버리면 유일한 참 존재인 궁극 실재 만이 처음부터 끝까지 존재하는 것임을 강조하는 것이 다. 비록 개체성과 다양성의 차원이 현실로서의 잠정적 인 의미를 인정받을 수는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하나' 로서의 인식을 갖추는 것을 지향한다. 근원이 하나인 것 은 물론이고, 현상 세계 전체까지도 단일하고 통일적으 로 인식한다는 의미에서의 일원론이다. 힌두교의 불이론 (不二論)적 베단타가 가장 대표적인 예이고, 공관(空觀) 에 기반하는 불교적 인식 역시 이러한 의미에서의 일원 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종교학에서의 일원론 개념이 몇 가지의 서로
다른 의미로 이해될 수 있다는 문제와 더불어 종교학에 서의 일원론 개념 사용과 관련하여 검토해야 할 또 한 가 지 문제점이 있다. 그것은 종교가 지니는 근본적인 특성 을 고려한다면, 종교에서 일원론이란 개념의 사용이 그 다지 특별한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는 문제이다. 종교가 인간에게 근본적인 의미를 지니는 것은 인간 존재를 비 롯해 그를 포함하고 있는 우주 전체에 대한 근원적인 사 색을 제공한다는 점에서이다. 이러한 인간과 우주에 대 한 깊이 있는 사색은 종교 이외의 여러 분야에서도 전개 하고 있지만, 종교적 사색이 지니는 근본 특성은 그 근거 와 지향이 단지 현상 세계의 차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는 데에 있다. 종교적 사색은 인간 존재와 우주에 관한 문제를 단순히 현상 세계 차원의 문제로써만 인식하지 않는다. 또한 그 문제를 초극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현상 세계를 넘어서는 보다 근원적인 궁극성의 차원을 지향하 고 있다. 결국 근본적인 의미에서 볼 때 모든 종교는 현 상 세계를 넘어서는 궁극 실재 혹은 원리를 추구한다. 그 리고 그 같은 궁극성은 현상 세계의 모든 다양성을 넘어 서고 또한 그 다양성들의 근원이라는 의미에서 단일성과 절대성을 특징으로 삼는다. 종교의 근본 특성을 이렇게 이해했을 때, 특별히 어느 종교는 일원론적이고 어느 종 교는 일원론적 특성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식의 특성 구 분은 사실 무의미하다. 일원론이란 개념이 실재의 근원 적인 단일성과 일체성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정의했을 때, 근본적으로 거의 모든 종교는 일원론적 특성을 지니 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거의 모든 종교가 근본적으로 일원론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이해는 특히 신비주의 내지 신비체험의 영역과 연결시켜 생각하면 더욱 그 의미가 뚜렷해진다. 신비주의는 모든 종교 전통에서 발견할 수 있는 흐름으 로써, 가장 내면적이고 심층적인 차원에서 종교의 근본 차원을 직접적으로 체험하는 것이다. 이러한 신비주의적 종교 체험에서는 흔히 모든 현상적인 개체성과 다양성을 넘어서서 유일하고 절대적인 궁극성의 차원으로 몰입되 는 경지를 보여 준다. 즉, 종교 체험이 가장 깊고 근본적 인 경지로까지 들어가면 일상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여러 현상 세계들이 하나의 궁극 존재 혹은 원리에로 함몰되 어 버리는 차원과 만나게 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처럼 신비주의 경지에서 드러나는 종교의 근본 차원에서 일원 론적 특성을 더욱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고, 이런 의미에 서 일원론은 신비주의와 매우 깊은 연관성을 지니는 개 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일원론과 이원론] 거의 모든 종교가 근본적으로는 일 원론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시각에서 보면 종교학에서 의 일원론과 이원론의 구분은 무의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종교는 근본적으로 일원론적 인식을 기본으로 하는 것이고, 따라서 엄격한 의미에서 이원론적 인식을 갖춘 종교는 없다고 할 수 있다. 본래 이원론은 근원적인 의미를 지니는 대립적인 두 원리에 의해 세계를 설명하려는 인식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선 (善)과 악(惡), 정신과 물질, 성(聖)과 속(俗) 등 대립적
인 두 가치나 원리의 상호 작용이 세계의 여러 현상들을 진행시킨다는 이해이다. 이러한 이원론적 인식은 궁극적 으로 하나의 실재에 대한 인식을 기본으로 하는 종교에 서는 절대적인 의미를 지닐 수 없다. 현실 세계에 대한 현상적인 분석이나 중간 단계의 논리에서는 이원론적 구 조에 의한 설명을 발견할 수 있으나, 최종적으로는 이러 한 이원적인 대립 구조를 초극하여 하나의 궁극성을 추 구하는 것이 모든 종교의 기본 인식이기 때문이다.
흔히 이원론적인 종교의 대표적인 예로 제시하는 조로 아스터교 역시 선과 악의 기원 문제에 초점을 맞춘 것일 뿐, 최종적으로는 악신(惡神)에 대한 선신(善神)의 승리 에 궁극적인 의미를 두고 있다. 즉, 선(善)이라는 하나의 궁극 원리를 추구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조로아스터교 역시 근본적으로는 일원론적 특성을 지니는 것으로 평가 할 수 있다. 종교에 있어서 이원론적 인식의 또 하나 예 로 중국 종교 전통에서의 음(陰) · 양(陽)과 이(理) · 기 (氣) 개념을 들 수 있다. 이들 개념을 통해 세계의 여러 존재와 현상들이 생성 · 유지 · 소멸되는 이치를 설명하 는데, 주목해야 할 점은 중국 종교 전통에서도 이러한 이 원적인 개념을 넘어서는 보다 궁극적인 하나의 원리에 대한 인식이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 종교 전통 내에서 시 대별 사조에 따라 천(天) · 상제(上帝) · 태극(太極) · 도 (道) 등의 다른 이름으로 불리곤 했지만, 어쨌든 중국 종 교 전통 역시 모든 현상 세계를 초월하여 가장 궁극적인 의미를 지니는 하나의 실재 혹은 원리에 대한 분명한 인 식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종교에서의 일원론에 대한 이해는 어떤 종교 전 통이 유독 일원론적이고 어떤 종교는 일원론적이지 않다 는 식의 이해는 무의미하다. 일원론의 구체적인 내용에 있어서는 몇 가지 유형을 구분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종교는 넓은 의미에서의 일원론적 특성을 지닌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종교에서 이원론이 란 개념은 절대적인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모든 종교는 넓은 의미에서 일원론적 지향을 지니고 있고, 이원론은 그러한 지향의 과정에서 초극해야 하는 것으로써의 의미 를 지니는 것이다. (⇨ 이원론 ; → 범신론 ; 유물론 ; 유 심론)
※ 참고문헌  Frederick Copleston, Religion and the One : Philosophies East and West, New York, 1982/ Eliot Deutsch, Advaita Vedanta : A Philosophical Reconstruction, Honolulu, 1969/ Frederick J. Streng, Emptiness A Study in Religious Meaming, New York, 1967/ Ugo Bianchi, (ER)4, pp. 506~512. 〔吳智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