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종교 自然宗敎 [라]Religio naturalis [영]Natural Relig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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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의 종교학자들은 자연물에 대한 숭배에서 종교의 기원을 찾으려 하였다.

초기의 종교학자들은 자연물에 대한 숭배에서 종교의 기원을 찾으려 하였다.


인간의 이성에 근거하여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종교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개념. 초기 인류학자들이나 종교학자들은 자연물 숭배를 하는 원시적 미개 종교, 즉 원시 종교(原始宗敎)를 일컫는 용어로 사용하기도 하였으나, 현재는 이런 의미로 '자연 종교 란 개념을 사용하지 않는다.
[의 미] 자연 종교는 계시 종교(啓示宗敎)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등장했다. 계시 종교는 그리스도교의 가장 큰 특징을 설명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교는 하느님의 계시에 기초하여 성립된 종교이기 때문이다. 이때 하느님의 계시는 인간의 노력에 의해서 성취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직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 속에서만 인간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계시 종교의 주된 성격은 인간의 역할이 아니라 계시를 드러내는 하느님의 의지를 더 중요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점이다.그리스도교에서는 이러한 계시 종교의 특징을 다른 종교와의 차이점으로 여기고 있다.
자연 종교는 이와 같은 계시 종교의 개념에 반대하여 나타났다. 사람들은 그리스도교 신학의 토대를 벗어나서 종교란 무엇이며, 어떻게 생겨났는가를 설명하고자 노력하였다. 그리하여 하느님으로부터 주어지는 계시와 은총이 아닌 인간의 자연적 이성이나 통찰에 바탕을 두고 인류의 종교를 설명하는 논리를 구상해 냈다. 이렇게 하여 성립된 것이 바로 자연 종교이다. 즉 자연 종교란 인간의 이성에 근거하여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종교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개념이다.
자연 종교의 개념이 등장한 시기는 계몽주의적 합리주의가 유행할 때였다. 비합리적이고 비논리적인 것을 배척하고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것을 추구하던 합리주의적 경향은 모든 사물의 질서가 인간의 이성으로 설명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계몽주의자들은 신적인 존재와 초자연적인 경험을 토대로 성립하는 종교 현상도 다른 현상들과 마찬가지로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자연 종교를 주창하는 사람들은 계시 종교의 개념으로는 인류의 종교 경험을 설명하지 못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진정한 의미에서 종교란 무엇인가라는 고민을 하였다. 그들은 계시 종교가 제도화되면서 본래 종교가 지녔던 참된 모습을 상실해 가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그리고 자연 종교야말로 종교가 가져야 할 순수한 종교성을 담고 있다고 여겼다. 자연 종교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모든 종교가 제도화의 옷을 벗고 자연 종교의 본질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어느 종교를 막론하고 제도화된 부분을 벗겨나가다 보면 결국 진정한 종교의 본질인 자연 종교가 나타난다는 생각을 바탕에 깔고있다.
자연 종교라는 용어는 크게 두 가지 용례를 갖고 있다. 첫 번째는 인간의 합리적 이성에 토대를 두고 종교 현상을 설명하는 경우이다. 18세기 계몽주의와 그 소산인 이신론(理神論)이 그 대표적인 모습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자연물 숭배를 담고 있는 원시적 미개 종교를 일컫는 용어로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주로 초기 인류학자들이나 종교학자들이 사용하던 용례이다. 그러나 종교현상을 논하면서 원시적인 미개 종교와 발전된 고등 종교를 구분하기란 매우 어렵다. 그로 인해 두 번째 용례는 현대에 와서 거의 폐기되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계몽주의와 자연 종교론] 계몽주의 시대의 학자들은 자연 종교의 필요성과 계시 종교에 대한 비판적 시각, 자연 종교를 발견하게 된 이성적인 방법 등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자연 종교와 계시 종교를 체계적으로 구분한 것은 칸트(I. Kant, 1724~1804)였다. 하지만 그가 최초로 이런 구분을 제시한 것은 아니었다. 칸트 이전의 사람들에 의해서 제기된 것들을 그가 체계적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칸트의 자연 종교론에 가장 영향을 끼친 사람은 데카르트(R. Descartes, 1596~1650)였다. 그는 인간의 의심할 줄 아는 성향을 발견하고, 모든 것을 의심해 나가는 방식으로 더 이상 의심할 수 없는 것에 도달함으로써 근본적인 제1 원리를 찾고자 했다. 이러한 데카르트의 방법을 종교에 관한 이론적 논의에 가장 잘 적용한 사람이 칸트였다. 그는 종교의 필수 불가결한 요소(sinequa non), 축소 불가능한 기본적인 핵심 요소를 찾으려고 노력한 결과, 자연 종교론을 체계적으로 발전시켰던 것이다.
자연 종교의 필요성을 주장하던 18세기 학자들은 공통적으로 계시 종교가 인간의 정신을 예속 상태로 전락 시킨다고 보았다. 그래서 계시 종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계시 종교를 이성적인 합리성으로 이해할 수 있는형태로 재변용시키는 것에 관심을 가졌다. 계시 종교를재변용시키는 문제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이루어졌다. 첫째, 종교의 제1 원리에 도달하려는 노력들이 이어졌다.둘째, 종교의 내적 준거점을 인간에 대한 탐구에 두고자하였다. 이 두 가지 노력들은 인간 본성을 정의하고 묘사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졌고, 계몽주의자들의 인간에 대한관심은 종교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장을 열었다. 이들의관심은 인간의 경험이나 능력이 종교와 어떻게 관련을맺는가에 있었다. 이것은 종교의 본질을 찾으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계몽주의자들은 종교가 인간의 세 가지측면, 즉 관념적 측면과 윤리적 측면, 심미적인 측면에서증명될 수 있다고 보았다.
칸트는 자연 종교와 계시 종교의 구분을 위해 세 가지측면의 종교적 본질을 밝히려고 하면서 계시 종교를 이성적으로 증명하려는 노력을 계속했다. 칸트의 대표적저작인 《순수 이성 비판》(Kritik der reinen Vernunft, 1781)《실천 이성 비판》(Kritik der praktischen Vernunft, 1788), 《판단력 비판》(Kritik der Urteilskraft, 1790)은 각각 이성과 도덕, 미학의 범주를 나타낸다. 칸트가 이 세 가지 중에서종교의 내재적 준거점으로 삼은 것은 윤리적 측면이었다. 칸트는 인간의 이성적인 도덕이 종교의 기반이 된다고 보았으며, 계시 종교의 미신적 요소와 비도덕적 요소를 비판하였다. 그래서 칸트의 종교론은 이성의 한계 내에서의 종교, 또는 이성 종교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에게자연 종교란 어느 종교든 상관없이 인간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종교적 감수성을 의미하였다. 자연 종교는 계시 종교와 달리 교리, 예식, 전통, 제도, 권위가 없으며,자연 종교를 믿기 위해서는 인간이라는 것 외에 어느 것도 요구되지 않기 때문이다.
칸트가 종교를 도덕의 범주와 일치시킨 데 비해, 독일의 프로테스탄트 신학자인 슐라이어마허(FED. Schleier-macher, 1768~1834)는 종교를 미학적 범주와 일치시켰다.그는 칸트가 제창한 자연 종교와 계시 종교의 구분을 전적으로 지지했다. 그는 종교가 자연적, 공적, 경험적인것에 기초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러므로 계시 종교의 우연적인 기원이나 특권 등은 거부되었다. 그는 칸트적 도식을 따라 이성, 도덕, 미학의 세 가지 측면을 그대로 인정하였다. 하지만 칸트와는 달리 인간 본성의 세 번째 범주인 미학적 감수성을 종교의 가장 적절하고 근본적인영역이라고 주장했다.칸트나 슐라이어마허와 같이 자연 종교를 주장한 학자들이 계시 종교의 특권적인 위치에 대해서 비판적이었던것은 사실이지만, 그들도 역시 그리스도교 자체에 대해서는 호교론적(護敎論的))인 입장을 여전히 지니고 있었다. 즉 종교의 본질을 자연 종교에서 찾고자 했던 근대서구의 신학자와 종교학자들도 그리스도교가 가장 이상적이고 완벽한 형태로 발전한 종교라는 점에 대해서는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것이다.
〔종교학과 자연 종교론) 초기의 종교학자들은 자연물에 대한 숭배에서 종교의 기원을 찾고자 했다. 그중에서물러(F.M. Miiller, 1823~1900)의 종교학적 작업은 그를 근대 종교학의 아버지라 불리게 하였다. 물러의 업적은 종교학을 새로운 과학으로 재탄생시켰다는 점과 신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점이다. 그를 중심으로 하는 자연신화학파는 신화에 대한 연구를 통해 종교의 기원을 탐구하였다. 이들은 자연현상이 의인화되어 숭배되는 과정을 종교의 형성 과정으로 보았다.
물러는 인간이 가시적인 자연 현상을 목격하면서 그이면에 무한한 힘이나 존재가 있다는 것을 인식한다고주장하였다. 그래서 인간은 자연 현상을 의인화하고 숭배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자연 종교는 자연 현상 자체에 대한 숭배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유한한 자연 현상을 통해서 그 너머에 존재하는 무한한 것을 인식하고자 하는 인간의 사고에서 종교의 기원을 찾으려는 것이었다. 즉 인간은 유한한 것을 통해서 무한한것을 인식할 수 있으며, 또 이 무한에 대한 인식이 도덕의식과 결합될 때 종교로 탄생하게 된다고 하였다. "인간이 폭풍이나 하늘 또는 해와 달 뒤에서 발견한 어떤 미지의 힘을 위해서라면 하기 싫은 일이라도 해야 한다거나,또는 하고 싶은 일이라도 해서는 안 되겠다고 느낄 때에비로소 우리는 종교를 발판으로 삼게 되는 것이다."물러는 자연 현상이 의인화되는 과정이 신화에 잘 나타나 있다고 지적하였다. 신화의 역할은 이러한 자연 현
상을 의인화시키고 때로는 성(性)을 부여하기도 한다.물러는 이러한 신화의 기능을 '언어의 질병' 이라고 불렀다. 즉 자연 현상은 신화에 의해 옷을 입게 되었고, 신화가 자연 현상을 의인화하고 성을 부여함으로써 종교의 핵심을 가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우리가종교의 핵심을 알기 위해서는 신화를 관통해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물러가 말하는 자연 종교의 종교성은 인류 전체가 소유하고 있으며, 온갖 발전된 형태의 종교들도 모두 이것을 저변에 깔고 있다고 하였다. 이런 점에서 그를 계몽주의와 칸트의 후계자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어느 종교든지제도화된다는 것은 쇠퇴와 죽음을 의미한다고 보았으며,어느 종교든지 근원을 파헤쳐 가면 자연 종교라는 이상적인 모습에 도달하게 된다고 주장하였다. 그가 볼 때,종교의 본질로서 자연 종교를 가장 잘 실현하고 있는 것은 인도 베다 시대의 종교였다. 베다 종교를 잘 살펴보면, 자연 현상에서 무한을 찾아내는 인간의 모습을 찾을수 있고, 신화가 다듬어지면서 쇠퇴의 과정이 시작되기이전에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무엇을 도출해 내었는지 볼수 있다는 것이다.
〔신학과 자연 종교론) 19세기에 자연 종교론은 독일관념론의 영향으로 주관적 · 개성적 · 교조적 · 초자연적종교에 대하여 객관적 자연 종교를 아래에 두는 호교론의 경향을 띠게 되었다. 초기의 종교학이 등장할 무렵, 서구 사회는 그리스도교적 세계관이 당연한 것이었다.그러므로 자연은 하느님에 의해 창조된 이차적 소산이었으며, 따라서 인간이 지배하고 통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기에 자연과 같은 감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을 신성시(神聖視)한다는 것은 낮은 차원의 종교로본 것이다.
문화 신학자 틸리히(P. Tillich, 1886~1965)는 자연 종교와 계시 종교의 관계를 긴장 관계라고 정의하였다. 그는종교를 '협의의 종교 (계시 종교)와 '광의의 종교 (인간 정신의 종교)로 구분하였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각 종교전통 속에는 그 종교의 독특한 특징과 자연 종교적 충동이 긴장 관계를 이루고 있다. 각 종교 전통들은 자연 종교적 충동을 긍정하기도 하고, 부정하기도 하는 역할을동시에 한다. 그러므로 자연 종교와 계시 종교가 확연히구분된다기보다는 동일한 종교 내에서 서로 연관되어 있는 두 가지 성향이라고 보는 것이다. 또한 그는 자연 종교의 정제된 형태가 바로 계시 종교라는 주장을 하였다.그러므로 정제된 자연 종교를 통해 계시 종교가 유지되는 것이다. 틸리히의 도식 속에서는 자연 종교가 계시 종교의 생명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상호 존중의 관계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20세기 프로테스탄트 신학계의 대표적인 인물인 바르트(K. Barth, 1886~1968)는 자연 종교에 대해서 비판적인 입장을 가지고 자신의 신학적 논의를 전개하였다. 그는 종교의 의심할 수 없는 요소로서 '하느님의 말씀' , 즉 계시를 강조하였다. 그러므로 그의 눈으로 볼 때자연 종교는 종교의 진정한 본질인 하느님의 계시를 희석시킬 위험을 담고 있는 인간적인 어떤 것이기 때문에배제되어야 할 대상이다. 그리스도교의 본질을 이루는계시 종교의 핵심은 계시 그 자체에 있는 것이며, 계시의독특성을 벗어나서 그리스도교의 본질을 논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이처럼 자연 종교의 개념을 비판하면서 계시의 절대성을 강조하는 바르트는 신학에 대해서도 인간학적인 방식이 아니라 전적으로 하느님의 말씀 그 자체인 그리스도론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였다.(V 원시 종교 ; → 바르트, 카를 ; 슐라이어마허 ; 이신론 ; 칸트, 임마누엘 ; 틸리히, 폴)
※ 참고문헌  John R. Hinnells, 장영길 역, 《세계종교사전》, 까치,1999/ 《世界哲學大事典》, 教育出版公社, 1980/ Walter H. Capps, 김종서 역,《현대종교학담론), 까치, 1999/ 류성민,《종교와 인간》, 한신대학교 출판부, 1997/ F. Max Miiller, 金龜山 역, 《宗敎學入門》, 동문선,1995/ Eric J. Sharpe, 윤이흠 · 윤원철 역,《종교학-그 연구의 역사》,한울, 1999. 〔李相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