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주의 自然主義 〔라)naturalismus [영〕natural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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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복제나 유전자 조작은 자연주의에 의존하는 현대 의학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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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복제나 유전자 조작은 자연주의에 의존하는 현대 의학의 산물이다.


계몽 사상 이후 물질에 불과한 자연만이 존재한다는 가정 아래 자연 이외의 실재를 인정하지 않고, 오로지 현상계의 자연만이 모든 존재와 가치의 기준이 되며 원리가 된다는 주장.
〔의미와 주창자] 자연주의라는 말은 여러 분야에서 상이한 뜻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하나의 보편적 개념으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자연주의에 따르면 자연은 상호 관련된 체계를 갖고 스스로 존재하기 때문에, 초자연적인 것을 가지고 설명될 필요가 없으며 창조주나 신을 부정한다. 19세기에 들어와서 이러한 사고 방식은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었다. 즉 생물학에서는 다원(C. Dar- win, 1809~1882)의 진화론, 사회학에서는 다원이 주장한 생물 진화론의 가설을 기반으로 사회의 진화를 주장한 스펜서(H. Spencer, 1820~1903) 등의 사회 진화론, 그리고 심리학 및 교육학에서는 스키너(B.F. Skinner, 1904~1990)와 윗슨(D. Watson) 등에 의한 행동 과학(behaviorism) 정신의학(psychiaty)에서는 프로이트(S. Freud, 1856~1939)의 심리 분석(정신 분석)에 의해서 널리 퍼졌다.
[내 용] 서양의 자연주의는 자연에 대한 외경(畏敬)을 담고 있는 동양의 자연 귀의(自然歸依) 사상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일종의 유물론적 환원론이다. 이 자연주의는 20세기에 들어와서 자연 과학의 분야 뿐만 아니라 의학 · 심리학 · 교육학 · 사회학 심지어 철학과 문학 및 예술의 영역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위세를 떨쳤다.
철학 : 이 분야에서 자연주의는 자연을 보는 입장에 따라 다르다. 18세기의 기계적 유물론자들은 자연을 시공간(視空間)적으로 무한한 기계론적 인과율(因果律)에의해 지배되는 체계라고 보았다. 특히 마르크스주의의 변증법적 유물론에 이르면 자연을 상하(上下)의 계층으로 되어 상호 연관된 물질의 운동 형태라고 간주하고 중요한 무신론의 논거로 삼았다.
윤리학 : 이 분야에서 자연주의는 "쾌락을 가져오는 것이 선"이고, "개인과 집단의 자기 보존에 유익한 것이 선이자 올바른 것" 이며, "적자 생존과 유용성의 극대화가 선"이라는 상대적 가치관을 자연적 사실에 따라 정의하는 윤리학설을 주장했다. 대표적인 학설로는 쾌락주의 · 공리주의 · 진화론적 윤리설 등이 있다. 이러한 윤리 학설은 오늘날에도 현실의 실재에서 가치와 당위를 추출하려고 한다. 자연주의는 인간의 생물학적인 측면과 기계적인 물리 화학적 측면만을 문제삼고 마침내 인간을 사물화(事物化, Verdinglichung)해 버렸다. 그래서 자연주의는 인간의 고귀한 정신 세계를 인정하지 아니했다. 따라서 인간의 정신적 산물인 도덕적 세계와 종교적 세계는 유물론적인 자연주의자들에게는 부인된다. 또한, 동물과는 다른 사람다움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자기 반성과 자기 억제도 부인된다. 그 결과 인간도 약육강식하는 야수가 되어 버리고, "인간은 인간에게 늑대"에 불과하다든가 "만인은만인에게 적"이라는 말까지 생기게 되었다.
의학 : 자연주의는 기능주의와 결합하여 현대 의학계에서 풍미하고 있다. 오늘날 인구 조절이라는 미명 아래 영아 살인(낙태)이 도처에서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다. '시험관 아기 출산' (체외 수정) · '대리모 임신' · '인간 복제' · '인간의 유전자 조작' 도 자연주의에 의거하고 있는 현대 의학 기술의 산물이다. 따라서 인간은 존엄성과권위를 잃게 되었고, 사람다운 행동의 기준이자 중심인 도덕을 잃게 되었다. 절대적 가치를 부정하는 사회적 진화론은 윤리학적 회의주의를 낳은 중요한 원인이기도 하다. 자연주의의 가장 전형적인 모습이 프로이트의 사상에서 나타나고 있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자연적 측면(즉 물리 화학적 측면)만을 보고 인간을 물리 화학적 요소들의 지배를 받는 충동의 다발로 여겼다. 그에 의하면 정신적인 것도 자연적 충동적인 것과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고, 단지 자연적 충동적인 것의 산물에 불과하다. 정신은 저급한 충동(Id)의 영역에서부터 승화(Sublimicang)해서 발달된 상부 구조(上部構造)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의 인간의 발달에는 동물의 설명 이외의 설명이 필요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소수의 개인에게서 그 이상의 완전화로 향한 끊임없는 노력으로 고찰되는 것은, 실상은 충동으로 이해된다. 인간의 문화에 있어서 가장 가치가 있다는 것도 이 동물적인 충동 위에서 정립된 것이다." 이 글에서 프로이트의 심리 분석은 인간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음을 찾아 볼 수 있다. 그래서 알레르스(K. Allers)는 "프로이트의 심리 분석은 가치 상대주의적 결정론이거나, 그것이 아니라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혹평했다. 셀러(M. Scheler, 1874~1928)도 프로이트의 이론에 대해서 반론(反論)을 폈다. "인간에게서 부정 (Nein)의 작용을 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더군다나 삶의 의지를 부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또 충동을 배제하려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배제된 충동의 에너지가 어떤 때는 신경증(神經症)이 되고 어떤 때는 문화 형성의 활동으로 승화된다고 하지만, 이 차이는 어떤 모종의 궁극적 근거에 정초하는 것이 아닌가? 프로이트의 이론은 그것을 설명해야 하는 것, 즉 이성 내지 정신의 독자적인 자립 법칙을 실제로는 언제나 전제하고 있다. 정신이야말로 충동의 배제를 인도하는 것이며 충동을 감시하는 것이다."
심리학 : 실험(동물) 심리학에서는 스키너 등이 인간과 동물은 본질적으로 하등의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며, 전통적인 심리학에서 인정했던 인간의 내면 세계를 부정했다. 그들은 인간의 정신 세계조차도 물리적인 심리 현상으로 환원될 수 있다고 보고, 더 나아가서 인간의 선천적인 도덕성이라던가 고유한 정신 세계를 부인했다. 이들의 주장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윤리학적 회의주의를 초래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스키너는 비윤리에 자극을 주고 나서 그 반응에서 얻어진 결과를 인간의 심리와 교육에까지 원용하였다.
문학과 미술 : 이 분야에서는 실증주의와 진화론 및 특히 프로이트 사상의 영향을 받아 자연주의는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말엽에 이르기까지 맹위를 떨치면서 고전주의와 낭만주의를 분쇄시켰다. 졸라(E. Zola, 1840~ 1902)를 비롯한 자연주의의 영향을 받은 예술가들은 현실을 이상화하여 관념에 빠지는 것을 철저히 배척하고 인간의 생활을 현실에 나타난 그대로 묘사하는 것이 예술가의 바람직한 자세라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자연주의적 문학은 인간의 동물적 측면과 인간의 환경 예속성을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인간이 적극적으로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무시하였다. 그리고 예술 본연의 이상과 낭만을 추구하는 노력을 경시함으로써 사람들로부터 예술을 외면하게 만드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신학과 종교학 : 이 측면에서 보면 자연주의는 창조설과 인격신을 부인할 수밖에 없고, 인간의 내면적인 정신적 세계도 부인한다. 따라서 자연주의는 일종의 일원론적 유물론이며, 무신론이다. 그러나 이러한 무신론과는 다르게 일종의 자연주의라고도 불리는 '정신주의적(spiritualistic) 자연주의' 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이신론' (理神論, deism) 또는 자연신론이라고도 불리운다. 이것은 신의 존재가 이 세상에서부터 기원한다고 보며, 신의 개념을 '세계의 영' (soul of the world)이라고 한다. 초기 스토아 학파에서는 세계의 영을 세계에 내재하고 있는 생동하는 원리이며, 원리적으로는 일원론적 유물론과 구별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일원론적 실재론이기도 하며, 인간과 신 사이에서 개별적 차이를 강조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인간의 영은 마지막에는 절대적 영 속에 흡수되고 만다. 인간은 죽은 후 신에게로 돌아가지만, 그것은 자연적인 것이다. 모든 실재와 영적 삶도 궁극적으로 '절대적 영' 의 내적 진화로 환원된다.따라서 이 정신주의적 자연주의는 일종의 범신론이기도 하며 이러한 자연신론을 펼친 대표적인 인물로는 스피노자(B.de Spinoza, 1632~1677)가 있다.
[평 가] 이와 같은 자연주의는 인격주의적 윤리학과 그리스도교 사상에 회의주의를 불러일으킨 중대한 계기를 제공해 주었다. (-) 이신론 ; 자연 ; 진화론)
※ 참고문헌  S. Freud, Jeneits des Lustprinzips, Wien, 1920/ K. Allers, Die Weltanschaulichen Voraussetzungen der Psychoanalyse, Suideutsche Monatshrif, 26 J8., 1931/ M. Scheler, Die Stellung des Menschen im Kosmos, Darmstadt, 1929/ C.F. von Weizsacker, The History ofNature, 1949/ H. Blumenbereg, Naturalismus und Supermaturalismus, (RGG》4, pp. 1132~1136/ J.B. Metz, Natur, Naturalismus, 《LThK) 7, pp. 805~809/ J. Alfaro, Gregoriamm 39, 1958, pp.765~7691 (SMI) , pp.175~176/ 진교훈, <21세기를 여 는 한국인의 가치관》, 한림과학원총서, 1997, pp.18~19. 〔秦教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