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공동체>

家庭共同體

[라]Familiaris Consor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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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11월 22일 그리스도 왕 대축일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반포한 회칙.
[간행 배경과 의의] 이 회칙은 현대 세계의 가정이 지닌 잘못된 개념, 부모와 자식 간의 권위 문제에 대한 심각한 오해, 가치 전수에 있어서 가정이 체험하는 구체적 난관, 이혼 증가, 인공 유산의 폐해, 불임 수술의 증가, 잘못된 피임의 경향 등 기본 가치의 붕괴가 가속화되는 과정에서 반포되었다(6항). 회칙이 반포된 당시 세계는 대가족이 핵가족으로 변하는 과정이 가속화되고 있었고, 가정과 혼인에 관한 이해도 급격히 변하고 있었다. 교회는 혼인과 가정이 개인적 · 사회적 · 종교적 측면에서 인간을 완성하고 성숙케 하는 결정적인 제도라고 보아왔다. 가정이란 혼인으로 맺어진 부부와 그 사이에서 출생하는 자녀로 구성되는 자연적 생활 공동체이며, 인간 사회를 이루는 기본 세포이다. 그래서 가정의 기초인 혼인은 사랑의 결정(結晶)으로서 특별한 성사적 의미가 있다. 그러나 교회에서는 사회적 의미뿐 아니라 신앙의 의미도 부여한다. 왜냐하면 공동 생활을 통하여 가치관이나 신앙심에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 가정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정은 하느님께서 세우신 특별한 존엄성과 중요성을 지닌 인간에게 필수적인 공동체이다. 또한 인간적 생활의 향상 및 교육의 장소이며, 그 성원들이 보살핌을 받고, 정신적 · 도덕적 · 종교적 가치를 전수하는 장소이다. 그런데 이 기본 가치들이 일반 사회 생활 중에 도전을 받고 있음을 교황은 주시했던 것이다.
〔구성과 내용] 교황은 혼인과 가정의 문제에 있어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바오로 6세의 회칙 <인간 생명>, 그리고 1980년 세계 주교 대의원 회의 정신과 기본 태도를 고수한다. 이 회칙은 크게 4부로 나뉘고, 86항의 소제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 교황은 현대 가정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다루면서, 현대 세계의 가정이 직면한 위기와 이를 헤쳐나갈 예지를 제시한다. 2부는 결혼과 가정에 대한 하느님의 계획으로 신학적인 원리를 다룬다. 3부는 그리스도인 가정의 역할을 설명하는데 ① 인간 공동체의 형성, ② 생명에 대한 봉사, ③ 사회 발전에 참여, ④ '교회의 삶과 사명에 참여' 라는 부제목으로 가정 공동체의 책임을 강조한다. 4부는 가정에 대한 사목적 배려로 가정 사목의 단계, 구조, 실천 주체, 상황을 다룬다.
교황은 현대 세계의 가정 상황을 염두에 두면서, 정의로운 사회 건설을 위한 가정의 긍정적 역할과 책임을 요청하면서 앞의 배경이 된 부정적인 사례를 예로 들었다. 부부간의 사랑은 강조하되 자녀 출산은 떼어놓을 수 없으며, 인간의 생명은 그만큼 존귀하고 편의에 따라 함부로 다룰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부모와 자녀 사이의 권위 문제뿐만 아니라 부부 사이의 권위도 역사적으 로 큰 변화를 겪어 왔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도덕적 가치의 우위성에 대한 인식과 생명의 궁극적 의미와 기본 가치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다. 교황은 인간이 사랑의 소명을 실현하는 데에는 결혼과 동정, 혹은 독신의 방법이 가능함을 인정하였다. 선임 교황들처럼 그도 결혼의 성사성과 불가해소성을 강조하였다. 결혼은 가정이라는 더욱 넓은 공동체의 기초이며, 결혼 제
도와 부부애는 그 절정인 자녀의 출생과 교육을 지향한다. 그러나 여기서 출산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부부 생활이 가치를 상실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 중요하다.
그리스도인의 결혼과 가정은 교회의 건설과 유지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결혼과 가정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다. 이 회칙은 남편과 아내의 똑같은 존엄성과 책임을 강조한다. 다만 가정 안에서 역할을 나누는 데 대하여 신중하게 생각할 것을 권고한다. 가정에서 여성의 노동이 고유한 가치를 지닌다는 점을 인정하였다. 아내와 어머니들이 집 밖의 노동에 강요되지 않고 전적으 로 가정 일에 전념함으로써 가정이 품위있게 살고 번영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또한 가정 내에서의 노동보다 가정 밖의 노동 때문에 여성이 더 인정받는 풍조가 극복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염세주의와 이기주의로 인해 만연하는 생명 경시의 시대에 직면하여 교회는 생명을 지지하고 수호할 책임이 있다. "교회는 인간 생명이 나약하고 고통을 당할지라도 언제나 선하신 하느님의 선물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교회는, 인간 생명이 어떠한 조건과 발전 단계에 놓여 있든지, 명백하고 굳은 신념을 가지고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인간 생명을 촉진하고, 모든 공격으로부터 인간 생명을 보호할 의지를 모든 이에게 보여 주는 사명을 받았다." 따라서 정부나 기타의 공권력이 임의로 산아 제한과 낙태를 유도하기 위해 제도적으로 강제력을 동원하는 것을 배격한다 (32항).
도덕 분야에서 부부들의 스승이고 어머니인 교회는 출산의 조절에 있어 의사, 결혼 상담자, 교사, 부부 자신들, 기타 전문가들의 책임 있는 협력을 요청한다. 여기에서 강조하는 것이 '자연적 출산 주기법' 의 교육과 실시이다. 최고의 교육자인 부모는 사랑과 신뢰와 용기로써 자녀들에게 인간 생명의 본질적 가치에 관하여 교육하고 훈련시켜야 한다. 또한 물질적 재산에 얽매이지 않는 검소한 생활 양식을 익히게 하고, 남의 인격을 존중하도록 교육해야 한다. 특히 가난하고 곤궁한 이들에 대해 염려하고 봉사할 수 있는 사랑의 마음을 심어 주어야 한다. 성의 이해에서도 이기적인 쾌락에만 연결시키는 잘못된 이해 방식을 교정하여 진정한 사랑을 가능하게 하는 선물임을 주지시킨다(37항).
또 교회뿐만 아니라 국가도 가정에 모든 도움을 제공함으로써 가정이 맡은 바 교육적인 역할을 적절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신앙의 보호이다. 가정은 단체적인 연대로 젊은이가 신앙을 상실하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 그밖에 가정이 맡아야 할 과제는 여러 사회 문제들, 예를 들면 알콜 중독자, 배고픈 자, 가정이 없는 자, 출감자들에 대한 관심과 도움이다(41항, 47항). '소규모의 교회' 인 가정은 '대규모의 교회' 와 마찬가지로 관심 영역을 국제적으로 넓혀 국제적 원조 기구를 도움으로써 같은 역할을 이행할 수 있다.가정은 그리스도교의 사랑을 실천하면서 스스로 복음화 되어야 하므로 신앙 교육에 관한 가정의 의무는 끝이 없다(50항). 이를 위해서는 가족 구성원의 끊임없는 기도가 요청된다(59항).
가정에 대한 사목적 배려에 관해 언급하고 있는 4부는 부부와 가정 생활의 참된 의미를 일깨우기 위해 결혼 준비를 위한 교육이 젊은이들에게 다양한 형태로 실시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런데 이러한 교육 프로그램은 교리적 · 교육학적 · 법률적 · 의학적 측면이 골고루 고려되는 내용을 포함하는 것이어야 한다(66항).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서는 홍보 매체의 무분별한 프로그램을 통제해야 하고, 양심 형성 교육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76항).
'가정 공동체' 는 인간의 존엄성에 위배되는 실험 결혼, 자유 결혼 등은 거부한다. 나아가 별거자나 이혼자, 이혼한 후 재혼한 사람들에게도 각별한 관심을 표명한다.
※ 참고문헌  Karl H. Peschke, S.V.D., Christian Ethics-Moral Theology in the Light ofVatican II, vol. 2, C. Goodliffe Neale, Alcester and Dublin, 1986(김 창훈 역, 《그리스도교 윤리학》 제2권, 분도출판사, 1992)/ Kardinal Joseph Hoffner, Christlche Gesellchaftslehre, Verlag Butzon & Becker, 1975(박영도 역, 《그리스도교 사회론》, 분도출판사, 1979)/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사목 헌장》,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1988. 〔朴文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