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전례 시기에 따라 그날의 전례 예식과 관련된 핵심 주제를 연출한 연극. 후대 오라토리오나 오페라 혹은 근대극의 시초가 되었다.
〔유래 및 개념〕 전례극은 교회의 전례라는 개념이 형성되기 훨씬 전부터 유래되었다. 인류의 역사 시초부터 모든 문명들 안에는 신앙 행위들이 존재하였고, 그 의식에는 어떤 극적(劇的)인 요소들이 담겨 있었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특정한 동물의 탈이나 깃털 장식을 쓰고하는 전통 신앙 예식에 담긴 연극적인 요소, 혹은 아직도 한국에서 명맥이 유지되는 무당의 굿 속에는 접신 상태에서의 춤과 대화 등이 보이는데, 이런 모든 것들을 통칭하여 신비극(神秘劇, Mystery play)이라고 부를 수 있다. 선사 시대부터 있었던 이런 신비극 혹은 종교극(宗敎劇,Drama Religiosum)은 풍요를 빌고 사냥을 통해 많은 짐승을 잡기 위하여 혹은 의술을 펴기 위하여 이루어졌다. "원시 연극은 종교적 의식에서 비롯되었다. 종교 의식은 종교 축제 안에서 존재한다. 그러므로 원시 연극은 축제 연극이다" 라고 정의할 수도 있다. 이와는 조금 차이가 있는 신화극(神話劇)이 있다. 신화극들은 대부분 민족형성 전설을 담고 있고, 대부분의 등장 인물들이 짐승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런 신비극이나 신화극들은 아프리카나 이집트, 그리스, 로마 등 모든 문화권에서 흔하게 발견되며, 대사는 낭송되거나 노래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그리스도교에도 신비극이 있는데, 이를 '전례극' 이라 부른다. 이 용어는 1848년에 클레망(F. Clement)이 처음 사용하기 시작하였고, 1860년에 출판된 《전례극 모음》(Drames liturgiques)이란 책에서 학술적으로 정착되었다. 그 당시는 전례와 연결된 극만을 뜻하지는 않고, 중세의 라틴어 가사로 노래되는 모든 교회극을 의미했다. 따라서 각 나라의 모국어로 부르는 교회극과는 엄격하게 구별되었다. 그 후 개념이 차츰 넓어진 것이다.
〔종 류〕 동방 교회에는 4세기에 비잔틴 교회와 동(東)시리아 전례에서 성탄극이, 8세기 말에는 예수 탄생 예고에 관한 극이, 10세기 초에는 파스카 금요일을 위한 성모 통고극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이 전례극들이 서방 교회의 라틴어 전례극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밝혀낼 수는 없다. 아마도 서방 교회는 독자적인 기원을 갖는 듯하다.
부활극 : 서방 교회 라틴어 전례극의 바탕은 부활 대축일 낮미사 직전에 행해졌던 부활극(Esater Play)이다. 부활 대축일의 입당송은 '내 부활하여 지금도 당신과 함께 있도다' (Resurrexi)로 시작되는데 바로 이 앞에 <누구를 찾고 있소?>(Quem queritis?)라는 극이 있었고, 그 10세기의 수사본이 스위스, 북동부에 있는 장크트갈렌(Sankt Gallen) 수도원의 도서관에서 발견되었다. 실제로이 극을 16세기 바로크 시대에 베네치아 성당에서 실현했다는 기록도 있다.
부활 대축일 낮미사를 위하여 성직자들의 행렬이 시작되면 합창단이 서곡을 노래한다. 행렬이 성당 밖의 중앙 출입문 앞에 당도하면 문고리로 세 번씩, 세 번 성당 문을 두드린다. 그러면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성가대가 "무덤에 와서 누구를 찾고 있소, 그리스도인들이여?"라고 노래하고, 밖에서는 "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 그리스도를 찾소, 천사들이여"라고 노래한다. 이어 안의 합창단이 "그분은 미리 말씀하신 대로 부활하시어 여기 계시지 않습니다"라는 노래를 부른다. 노래가 끝나면 성당문이 열리고 팡파레를 울리며 행렬이 안으로 들어가서는 제단 왼쪽에 만들어 놓은 나무로 된 모형 무덤 앞으로 간다. 거기서 성직자 한 사람이 무덤의 문을 열어 보고는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습니다"라고 노래한다. 그러면 다같이 "하느님 감사합니다"라고 답하는데, 세 번을 하고는 앞의 고위 성직자에게 똑같이 말하며 입맞춤을 하면 역시 "하느님 감사합니다"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다음 성직자에게 그 입맞춤을 전하고, 계속 전달한다. 이렇게 간단한 극을 연출하고 나서 입당송인 내 부활하여 지금도 당신과 함께 있도다' 를 노래한다.
이를 본따서 성탄 대축일, 주님 공현 대축일, 예수 승천 대축일, 성모 승천 대축일 등에도 역시 그날 입당송과 연결된 비슷한 대화식의 부가 가사(附加歌詞, Tropus)들이 만들어졌다. 11세기의 이런 부가 가사들은 대화체였지만 연극적인 면은 미흡하였다. 그러나 시간전례 중에 바치는 <성 암브로시오의 사은 찬미가>(Te Deum)앞으로 이동되어 실시되면서<무덤 방문>(Visitatio sepulchri)이라는 극으로 펼쳐졌다. 11세기에 비포(Wipo von Burgund, 1023~1050?)가 부활 대축일의 부속가인 '파스카 희생께 찬미를 드려라, 그리스도인들아' (Victimae paschali laudes)를 썼는데, 그 내용으로 "말하라 마리아여, 길에서 무엇을 보았는가? 살아 계신 그리스도의 무덤과 부활하신 분의 영광을, 증인인 천사들과 수건과 염포를 내 보았노라" (Dicnobis Maria)라는 대화가 들어 있다. 이 대화는 많은 부활극들의 바탕이 되었다.
부활극 중 노르망디 지방의 <막달레나극>(Magdale-nenspiel)은 부활 새벽에 세 여인이 예수의 무덤을 방문한 내용과 막달레나가 부활한 예수를 동산지기로 착각하고 만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같은 시기에 아퀴타니아(Aquitania)나 스페인 북동부의 카탈로니아(Caltalonia) 지방에는 <향유 장사극>(Salbenkramerspiel)이 있었다. 그내용은 아마도 막달레나극과 같았던 것 같다. 또 토마스사도에게 부활한 예수가 나타난 성서의 내용을 소재로한 <토마스극>(Thomasszene)도 있고, 1120년경 팔레르모(Palermo) 지방에서 수사본이 발견된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 이야기>는 여러 지방에서 유행한 듯하다.
수난극 : 부활극에 이어 후대에 음악적으로 큰 발전을 이룬 전례극은 무엇보다도 수난극(Pasion play)이다. 성지 주일부터 시작되는 성주간에는 주님의 수난기를 특별히 성대하게 봉독하였다. 성주간 첫날인 성지 주일에는 마태오 수난기(26-27장), 성 화요일에는 마르코 수난기(14-15장), 성 수요일에는 루가 수난기(22-23장) 그리고 파스카 금요일에는 요한 수난기(18-19장)를 봉독하였다. 아우구스티노(354~430)의 기록을 보면, 수난기는 특별히 '장엄하게 읽을 것' (Solemniter legere, <강론>218, 1)이라고 표현되어 있다. 이 '장엄하게 읽는다' 라는 표현은 400년 후 악보상으로 나타나는 수난기 봉독방법에서 확실하게 설명되었다.
9세기부터의 기록에 따르면 수난기를 낭송할 때 복음사가, 예수, 그 밖의 사람들 등 각각의 배역에 따라서 다른 음높이의 낭송률을 배정했다. 그리고 그 배역들을 각각 c,t,a 등으로 표현했다. 이를 장크트갈렌 수도원의 발불로(N. Balbulus, 840~912)가 최초로 설명한 바에 따르면, 'c' 는 유창하게 혹은 빠르게(celeriter)라는 뜻으로 복음사가 역을 뜻한다. 또한, 't' 는 붙잡다(tenere) 혹은 끌고 가다(trahere)라는 뜻으로 상대적으로 점잖은 속도로 노래하는 예수 역을 뜻하며, 'a' 는 더 높게(altius)라는 뜻으로 기타 인물들의 역을 뜻한다 했다. 'a' 대신에 종종 's'가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는 높은 곳에(sursum)라는 뜻으로 역시 기타 배역들의 낭송률을 뜻했다. 이 기타배역에는 유대인들, 예수의 제자들, 군인들, 빌라도 총독, 백성의 무리들이 속한다. 이 수난극은 17세기에 오라토리오라는 형태로 거창하게 발전하고 또 오스트리아의 빈 지방에서는 무덤극(Sepolcro)이라는 악극의 형태로 발전하였다. 특히 오라토리오로의 발전으로 가톨릭에서는 전례와 거리가 생겼지만, 프로테스탄트에서는 예배안에 수용되어 전례극의 극치를 이루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난극 가운데 특이한 것으로는 예수 수난을 곁에서 지켜본 성모 마리아의 고통을 묘사한 <스타밧 마테르>(Stabat Mater, 통고의 성모)이다. 프란치스코회의 수도자 야코포네(Jacopone da Todi, 1230?~1306)가 썼다고 전해지는 삼행시 20절의 이 노래는 성서적 근거를 갖지 않은 몇 개의 창작시들과 함께 전해지고 있다.
그 외의 전례극 : '성탄극' (Chrismas play)도 풍부하게 발달하였다. 목동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한 '구유에서 누구를 찾고 있느냐?' (Quem queritis in presepio)라는 <목동극>(Hitenspiel)은 그 첫 구절을 보아도 위에서 언급한 부활극을 모방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외에도 성탄극으로는 <공현극>(Epiphanienspiel), <헤로데극>(Herodessipiel) 등이 있고 '종말론적 연극 (Eschatologische Spiel)은 열 처녀들의 비유를 주제로 하였으며, 라틴어가 아닌 지방어로 성마르살(St. Martial) 수도원에서 시작되었다. 그 밖에도 <다니엘극>이나 12세기의 <반그리스도극>(Ludus deAntichristo) 등이 이에 속한다. 마지막으로는 <성인극>(聖人劇, Heiligenspiel)을 꼽을 수 있다. 프랑스 오르레앙의 수사본 201호에서 확인되는 성인극에는 <나자로의 부활>(Versus de Resuscitacione Lazari)과 <바오로의 회개>(Conversio Sancti Pauli) 등이 있다.
이런 전례극들은 차차 각 지방 언어로 발전하였고, 후대에 오라토리오나 오페라 혹은 근대극들의 시조가 되었다. (⇦ 종교극 ; → 부속가 ; 수난곡)
※ 참고문헌 Die Musik in Geschichte und Gegenwart, Deutscher Taschenbuch Verlag, Barenreiter-VIg, 1989/ E.C. Dunn, drama, medieval,《NCE》 4, 2003, pp.892~902/ 一, passion plays, 《NCE》 10, 2003, pp.926~929. 〔白南容〕
전례극
典禮劇
〔영〕liturgical drama · 〔프〕drame liturgique
글자 크기
10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