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미술

典禮美術

〔라〕ars liturgica · 〔영〕liturgical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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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게 장식된 행렬용 복음서(피어폰트 모건 도서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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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게 장식된 행렬용 복음서(피어폰트 모건 도서관 소장).

전례에 사용할 목적으로 표현된 기능적인 작품. 세례대와 감실, 제의나 달마티카 등의 전례복, 성화상, 성작과 성반 등을 포함한 전례 용구, 주교가 사용하는 주교관, 목장, 반지 등이 전례 미술이 활용되는 소재들이다.
〔종교와 미술〕 종교와 미술은 서로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왜냐하면 '종교 미술' (religious art) 또는 '성미술' (sacred art) 작품은 예술가의 신앙을 비롯하여 그 작품을 제작하도록 의뢰한 이들의 신앙과 그 시대와 지역 백성의 신앙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교는 언제나 하느님 또는 신적인 존재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어떻게든 표현하려고 하였다. 또한 인간은 내면에 가지고 있는 자기 자신의 종교심을 그림이나 조각 등으로 표현하여 왔다. 인간 내면의 보이지 않는 종교심을 가능한 대로 미술 작품을 통하여 눈으로 볼 수 있게 하려고 한 것이다. 그 미술 작품은 추상적인 것일 수도 있고 구상적인 것일 수도 있다. 물론 종교와 미술은 다른 것일 수도 있다. 미술 작품을 종교적이거나 윤리적인 기준을 가지고 판단할 수 없을 수도 있고, 종교를 미술 작품이 가지고 있는 미의 기준만을 가지고 판단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종교와 미술을 방수 처리가 잘 된 두 방처럼 서로 스며들 수 없는 두 세계로 볼 수는 더욱 없다. 미술 작품이 한 종교를 다 표현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여러 다른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통하여 그 종교의 풍요로움을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술 작품은 종교를 '볼 수 있는 종교' (visible religion)로 드러낸다. 엄격한 신상 제작 및 숭배 금지 명령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안에서 신상을 만들려는 시도들이 계속 있었듯이, 그리스도교 안에서도 하느님과 예수님 그리고 성인들을 형상화하려는 노력들이 초기부터 있었다. 말씀을 통하여 하느님을 체험한다고 하지만 감성적인 인간은 시각적인 형상을 통하여 그분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지각하려 했던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은 형상을 교육적인 차원에서 활용하였다. 성서는 문자로 된 상징을 강조했고, 미술 작품은 말씀을 시각적으로 보여 주는 효과를 냈다. 시각적인 묘사는 문자 묘사보다 훨씬 더 상세하고 직관적이다. 언어를 통하여 얻어지는 의미들은 하나하나 이어져 개념이 되지만, 시각적인 형태를 통하여 주어지는 의미는 한 번에 전체를 지각함으로써 이해된다. 이렇게 해서 그리스도교는 예술 표현들을 활용하여 자신을 볼 수 있는 종교 로 드러냈던 것이다. 하느님은 여러 가지 표상들을 통하여 당신을 드러내고 또 당신의 완전한 표상인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당신을 드러냈듯이, 예술가들의 물질적인 작품을 통해서도 당신을 드러내고 당신의 뜻을 깨닫게 한다. 그래서 '예술의 죽음' , 은 곧 '하느님의 죽음' 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이 사실은 그리스도교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종교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분 류〕 미술 작품은 그 특성이나 기능에 따라 몇 가지 다른 이름으로 분류할 수 있다. 토론의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전례 미술' 은 일반적으로 일컫는 '종교 미술' 또는 '성미술' 과 구별된다. 이를 구분하여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종교 미술' 은 한 인간이 지역과 시대를 초월하여 그 종교에 대한 이해와 느낌에 따라 표현한 작품이다. 그 표현은 그 종교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것이거나 역사적인 사실일 수 있다. 그 작품의 표현은 주관적인 것이어서 모든 이가 다 쉽게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없을 수도 있다. 반면, '성미술' 은 하나의 종교가 지닌 본질적이거나 역사적인 진리를 묵상한 데서 나온 작품이다. 그 표현은 객관적인 것이어서 그 종교를 이해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쉽게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여기에서 대중 신심을 위한 많은 작품들이 나타난다. 물론 그 표현은 개인의 해석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전례 미술' 은 전례에 사용할 목적으로 표현된 기능적인 작품으로서,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 작품 자체가 전례의 한 부분이 되기도 한다. 이때 그 작품은 두려움과 존경, 경외심의 대상이 되기도한다. 여기에는 작가의 작품 활동, 표현의 한계가 따르기도 한다.
이러한 구분을 무익한 것으로 여기는 이들도 있다. 왜냐하면 모든 예술가는 자기 자신의 예술적 재능을 전례에 봉사하게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언제든지 전례 미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전례 미술 작품은 하느님께 봉헌되고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를 알려 준다는 뜻에서 달리 성미술이나 종교 미술 작품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례와 미술〕 전례 미술의 상징적 의미 : 전례 미술은 하느님과 인간, 신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을 이어주는 성사(聖事)와 같은 기능을 한다. 눈으로 볼 수 있는 형상인 미술 작품은 육화(Incamation)의 또 다른 역사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작품을 신학적인 시각으로 보지 않으면 해괴 망측한 우상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여기에 예술가의 고민이 있다. 이것을 그리스도교적으로 말하면, 하느님의 '말씀' 으로 사람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가 유대인들로부터 신성 모독이라는 모욕의 비난을 들으셨던 것과 같다. 그리스도의 고민이 예술가에게도 있는 것이다. 이 고민이 예술가에게 전례 미술에 관한 작품 활동을 중단하게 한다. 그러나 예술가는 신앙의 비추임을 받은 영감과 창조적인 힘으로 이 고민을 덜어낸다.
교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언급한 것처럼 사람들이 계시 진리와 하느님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예술의 봉사를 요구해 왔다. 미술 작품은 특별한 방식으로 진리를 깨닫도록 이끌기 때문이다. 실제로 믿는 이들의 공동체는 미술 작품을 통하여 자기 자신의 신앙을 표현하기도 하고, 또 다양하고 구체적인 표현을 통하여 신앙을 더 실감나게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그 작품들 가운데 많은 작품들이 직접 전례 거행에 쓰여 준성사적인 역할을 하기에, 예술가들은 전례를 잘 이해하고 또 하느님 백성이 전례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의식을 늘 잊지 말아야 한다. 물론 교회는 위에서 이미 말한 예술가들의 고민을 잘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교회는 예술가들과 고민을 함께하며 예술가들의 활동을 촉진하고 또한 그 활동의 올바른 방향을 잡아나가도록 해야 한다.
전례와 미술은 밀접한 관련을 맺어왔다. 교황 바오로 6세(1963~1978)는 1964년 5월 7일 예술가들에게 한 담화에서 이 관계를 잘 설명하셨다. "우리의 직무는 여러분의 협력을 필요로 합니다. 여러분이 알고 있듯이 우리의 직무는 영적이고 눈으로 볼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세계, 하느님의 세계를 선포하고 감지하고 이해하게 하는 것입니다. 눈으로 볼 수 없는 세계를 감지하게 하고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이러한 작업에서 여러분은 전문가입니다. 여러분의 예술은 참으로 영적인 천상 세계로부터 그 천상의 보화를 이해하게 하고, 그 보화들에 말씀과 색조와 형태를 입혀 감각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합니다"(《AAS》 56, 1964, p. 438). 모든 전례 거행은 하나의 기능성을 지니고 있고, 예술은 그러한 기능을 잘 수행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하나가 실천적이라면 다른 하나는 상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기능성과 상징성이 하나로 만날때 전례의 뜻이 잘 드러나고, 또 예술은 제 빛을 발산하게 된다.
전례 미술의 가치와 방향 :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오랜 역사를 통하여 논의된 그리스도교 예술 작품들이 지녀야 할 가치와 방향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첫째, 하느님을 찬양하고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것이어야 한다. "성미술은 그 본질상 인간 작품으로 어느정도 표현해 보려는, 하느님의 무한한 아름다움을 지향하며, 그 목적은 다름이 아니라 자기 작품으로 인간 정신을 경건하게 하느님께 돌리는 데에 크게 이바지하는 것인 만큼 더욱더 하느님께, 하느님 찬미와 현양에 바쳐진다" (전례 122항). "자기 재능에 이끌려 거룩한 교회 안에서 하느님의 영광에 봉사하려는 모든 미술가는 자기들이 어떤 의미에서 창조주 하느님을 거룩하게 모방하고, 가톨릭 경신례와 신자들의 교화와 신심과 종교 교육에 이바지하는 거룩한 일을 한다는 것을 언제나 명심하여야 한다"(127항).
둘째, 신자들에게 주님의 메시지를 가르쳐야 한다. 공의회는 1965년 12월 8일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한 메시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여러분은 주님의 성전을 건설하고 아름답게 꾸몄으며 그분의 가르침을 거행하고 전례를 풍요롭게 하였습니다. 여러분은 주님의 메시지를 형상과 표상으로 표현하여 눈으로 볼 수 없는 세상을 볼 수 있게 하였습니다." 사실 성미술의 역사는 신학을 표현해 왔고, 신학은 여러 구체적인 역사적 상황 안에서 예술가들의 창조적인 힘의 도움을 받아 미술사 안에서 표현되어 왔다. 성미술 작품은 영원의 모습을 현재에 담아 영원에 충실하면서 현재에 충실할 것을 가르쳐 왔다. 셋째, 신자들이 전례를 이해하도록 도와 주어야 한다. "기도의 집은 ··· 아름다워야 하고 기도와 장엄한 성사에 알맞아야 한다, ··· 사제는 전례 지식을 바르게 익히고 전례 미술에 대한 교양을 쌓아, 자신의 전례 집전으로 자기에게 맡겨진 그리스도인 공동체가 날로 더욱 완전하게 성부와 성자와 성령이신 하느님을 찬미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사제 5항). "성당 건축에서는 전례 행위의 실행과 신자들의 능동적 참여에 적합하도록 힘써 배려하여야 한다"(전례 124항).
넷째, 전례에 사용되는 미술 작품들은 품위와 아름다움을 지닌 것이어야 한다. "거룩한 어머니인 교회는 언제나 미술의 애호가였고, 특히 거룩한 예배와 관련된 사물들이 참으로 품위 있고 어울리고 아름답도록, 또 초월적인 사물의 표지와 상징이 되도록 미술의 고귀한 봉사를 계속 요청하며 또 미술가들을 양성하여 왔다. 더욱이 교회는 마땅히 언제나 그 미술에 대하여 이를테면 평가를 하고, 미술가들의 작품들 가운데에서 무엇이 신앙과 신심에 또 소중하게 전수된 법규에 부합하는지 판단하며, 거룩한 용도에 알맞은 특성들을 분별하여 왔다. 교회는 성당 기물이 품위 있고 아름다운 장식으로 하느님 예배에 도움을 주도록 특별한 열성으로 보살펴 왔다. 그리고 시대의 흐름을 통하여 미술의 발전이 가져온 재료와 형식, 장식의 변화를 받아들인다"(122항). "교회는 어떠한 미술 양식도 자기 고유의 것으로 여기지 않으며, 오로지 민족들의 특성과 환경 그리고 각종 예식의 필요에 따라 각기 그 시대의 양식들을 받아들였으며, 여러 세기의 흐름을 통하여 이루어진 미술의 보화를 온갖 배려로 보존하게 하였다. 또한 우리 시대와 모든 민족과 지역의 미술이 거룩한 성전과 거룩한 예식에 마땅한 존경과 마땅한 경외로 봉사한다면, 교회 안에서 표현의 자유를 가져야 한다. 이렇게하여 미술은 지난 여러 세기에 위대한 사람들이 가톨릭 신앙을 노래한 저 놀라운 영광의 합창에 자기 목소리를 맞출 수 있을 것이다"(123항).
다섯째, 인간의 마음을 즐겁게 해야 한다. 예술가들에 게 대한 공의회의 메시지는 "아름다움은 진리처럼 인간의 마음에 기쁨을 준다. 그 아름다움은 시대의 흐름에도 세대를 이어주고 그 세대를 경탄하게 하는 변하지 않는 귀중한 열매이다" 라고 하였다. 성미술은 다양한 방식으로 인간의 정신을 움직여 진리에 도달할 때까지 그 진리를 관조하게 한다.
여섯째, 예술가들은 자유롭게 표현해야 한다. "문화는 인간의 이성적 사회적 성격에서 직접 흘러 나오는 것이므로 자기 발전을 위한 정당한 자유를 끊임없이 요구하며, 고유 원리에 따른 정당한 자율 행동의 권리를 요구한다. 그러므로 문화는 마땅히 존중을 받아야 하며, 공동선의 한계 안에서 특수 집단이든 일반 사회든 공동체와 개인의 권리가 보장되는 한, 어떤 불가침성을 누리는 것이다" (사목 59항). "예술인들은 자신의 활동이 교회에서 인정을 받는다는 것을 깨닫고 정연한 자유를 누리며 그리스도인 공동체와 더욱 원활한 관계를 맺도록 노력하여 한다. 또한 여러 민족과 지역의 특성에 다라 우리 동시대인들에게 적합한 새로운 예술 형태를 교회는 인정하여야 한다. 또 그 표현 방법이 적절하고 전례의 요구에 부합하여 인간의 마음을 하느님께 드높여 주는 것이라면 지성소에 받아들여야 한다" (62항).
공의회에서 정리한 이상의 내용들은 '전례 미술' 을 포함하여 성미술 전반에 관한 것들이지만, 좁은 의미의 '전례 미술' 에 그대로 적용해도 무방할 것이다. 미술가들과 교회의 사목자들이 이러한 기본 인식 위에서 작품 활동을 펼치고 또 장려할 때에 우리는 전례적으로 또 신학적으로 뛰어난 작품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 가톨릭 미술 ; 감실 ; 고딕 예술 ; 성화상 ; 세례대 ; 전례복 ;전례 용구 ; 주교 복장)
※ 참고문헌  E. Cattaneo, Arte e Liturgia dalle orgini al Vaticano II, Milano, 1982/ E. Carr (a cura di), Architetuura e Arti per la Liturgia, Studia Anselmiane 131(Analecta Liturgica 23), Roma, 2001/ Autori Vari, Arte e Liturgia-L'arte sacra a trent' anni dal concilio, Milano, 1993/ V. Gatti, Arte, D. Sartore · A.M. Triacca (a cura di), Nuovo Dizionario di Liturgia, Roma, 1984, pp. 110~118. 〔金宗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