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욕

情欲

〔라〕concupiscentia · 〔영〕concupisc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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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을 지향하지 않고 악으로 기울어지는 인간의 내재적 성향. 일반적으로 무질서한 성적인 욕구나 세속적 쾌락에 대한 욕망을 의미하는데, 특히 성적 쾌락에 대한 과도하고 부질서한 집착과 문란하게 탐닉하는 것을 뜻한다. '음욕' (淫慾, luxuria)이라고도 한다.
〔성서의 입장〕 구약성서는 정욕에 의한 부정한 행위인 간음, 근친 상간, 강간, 수간, 매춘 등을 단죄하였다. 그리고 십계명 중 제6 계명과 제9 계명을 통하여 부정한 성적 행위와 욕망을 금지하였다. 육체적 욕정이 사람의 마음을 현혹시키고 빗나가게 하기에 정욕을 다스리는 덕목으로 성서는 절제의 덕을 가르친다. 정욕을 따라가지말고 욕망을 억제하고 피하라는 것이다(집회 18, 30 : 23,17 ; 지혜 4, 12)
신약성서는 정욕을, 결혼을 통한 부부 상호 간의 사랑을 모독하는 것으로 간주하였다. 결혼을 통한 부부 간의 일치는 그리스도와 교회의 일치를 상징하는 것으로 간주되고 그리스도 친히 원초적으로 갈릴 수 없는 결혼의 거룩함을 선언하였다(마태 19, 3-9 ; 에페 5, 25-33). 또한 "(남의) 아내를 탐내어 바라보는 사람은 누구나 이미 제 마음으로 그와 간음했습니다"(마태 5, 28)라는 예수의 엄격한 가르침은 성적 욕망의 무질서가 인간의 마음에서 비롯됨을 상기시켜 준다. 음행과 탐욕, 정욕에 따른 부끄러운 일들은 하느님의 단죄와 벌을 받게 되므로(로마 1,24-28 ; 갈라 5, 19-21 ; 2베드 2, 9-10. 17-18 ; 골로 3, 5-6) 신앙인들은 육체적 욕정을 따라 살지 말고 하느님의 뜻을 따라 살아야 한다(2디모 2, 22 ; 1베드 2, 11 ; 4, 2).정욕에서 세상의 부패가 나오기 때문에(2베드 1, 4), 신앙인은 자기 아내를 대하더라도 이교적 음란함이 아니라 거룩함과 존경심으로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1데살 4, 4-5). 그리스도인은 하느님께서 값을 치르고 산 성령의 궁전이므로 그리스도로 온몸을 무장하여 성령의 이끄심에따라 살며 새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친다(1고린 6,12-20 ; 로마 13, 14 ; 갈라 5, 16-17 ; 에페 4, 21-24).
〔교회의 가르침〕 성욕은 인간의 기본적이고도 강력한 욕구 중 하나이다. 성이나 결혼에 대한 관습은 민족이나 사회에 따라 다양하지만 육체적 쾌락 추구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금지 사항을 부과하고 성 본능의 이성적 조절을 꾀하는 것은 자연법의 요구이다. 그리스도교는 전통적으로 정욕을 칠죄종(七罪宗)의 하나로 분류한다. 정욕은 정결에 반대되는 악으로 간주되고 성적 즐거움의 무절제한 향유와 탐닉을 의미한다. 따라서 올바른 이성적 가치를 벗어나 성적 즐거움을 찾고 즐김으로써 정욕에 빠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성과 결혼의 성스러운 중요성마저 상실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즉 정욕은 성적 행위를 그 고유한 목적인 자녀 출산이나 배우자와의 사랑 증진을 위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신체적 쾌락을 추구하는데 종속시킴으로써 인간성을 파괴시킨다. 성의 생물학적 · 사회적 · 도덕적 목적을 파괴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아울러 인간의 영성적 영역마저 물질적 차원으로 환원시킨다. 이와 같이 정욕은 이성적 질서에 반항하여 일어난다.
그래서 토마스 아퀴나스(1224/1225~1274)와 대부분의 윤리 신학자들은 정욕이 올바른 이성에 따르는 대신 성애적 즐거움을 추구한다고 가르친다(S.Th. 2a2ae, 153. 1,154). 그런데 정결은 올바르게 질서 잡힌 성생활을 가능하게 하고 성적 즐거움에 대한 욕구를 조절해 준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자제력의 훈련이 필요한데, 이런 점에서 정결의 덕은 절제의 덕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전통적으로 신학자들은 성의 본질적 품위와 자녀 출산과 교육의 목적을 강조하였다. 하지만 최근에 와서 성에 대한 인격적 가치를 많이 강조하고 성적 결합을 서로에 대한 인격적 수여와 일치로 간주한다. 성적 결합은 결혼 당사자들의 배타적 권리이고 깨질 수 없는 일치에서만 서로 간의 인격적 수여가 이루어진다. 따라서 부부 간에라도 서로 간의 완전한 인격적 수여를 가로막는 것은 물론이고, 혼인 외의 간음을 비롯한 온갖 성적 행위는 불법이고 도덕적 문란이며 심각한 죄가 된다. 성행위는 오직 부부 사이에서만 허락되는데, 그 밖의 성행위는 항상 중죄이며 성체를 모시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교회는 가르친다.
세례 받은 그리스도인은 세례로써 모든 죄의 사함을 받지만 그후에는 다시 죄에 떨어지지 않도록 자신의 탐욕과 계속 싸워야 한다. 따라서 그리스도인들은 정욕을 멀리하여 "그리스도 예수께 속하는 이들"(갈라 5, 24)답게 하느님 은총에 힘입어 경건하고 바른 생활을 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적당한 운동과 건전한 취미 생활을 통해 심신의 건강과 정서적 균형을 도모하는 것은 정욕을 피하고 정결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 음식이나 잠을 조절하고 인체에 대한 변태적인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광고물이나 대중 매체의 유혹을 피하는 것도 이에 속한다. 성과 결혼의 고귀함을 인식하고 정결의 덕을 닦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직접적으로 은총에 나아가기 위한 규칙적인 기도 생활과 성사 참여가 중요하다. 정욕의 유혹에 대항하여 싸움에서 승리하려면 마음의 정화와 절제의 실천을 필요로 하는데, 이것은 기도와 정결의 실천, 의향과 시선의 순수함을 필요로 하고 또한 하느님의 은총에 의한 도우심을 필요로 한다. 정욕을 멀리하는 그리스도인의 생활은 자연적인 노력과 초자연적인 노력을 동시에 병행하는 것이다. (→ 절제 ; 정결 ; 죄종)
※ 참고문헌  H. Vorgrimler, Neues Theologisches Wörterbuch, 2000, pp. 387~388/ B. Häring, Frei in Christus, Bd. 2, Herder, Freiburg, 1989, pp. 521~535/ Katholischer Erwachsenen-Katechismus, Bd. 2, Hg.v.der Deutschen Bischofskonferenz, 1995, pp. 340~389/ A. Regan, lust, 《NCE》 8, pp. 871~8771 주교 회의 교리교육위원회, 《가톨릭 교회 교리서》, 2003. 〔柳京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