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찬례의 요소 중 하나로 동전과 같은 형태의 얇은 누룩 없는 빵.
〔의미와 유래〕 '제병' 은 제사를 지내는 데 사용하는 떡(또는 빵)을 지칭하는 말로서, 제의적 의미보다 재질적인 의미에서 생겨난 말이다. 반면 제병을 가리키는 라틴어 '호스티아' (hostia)는 '희생 제물' , '어린 양' 이란 말과 관련이 있다. 이 말은 라틴어 동사 '호스티레'(hostire)에서 유래하였는데, '타격을 받다' 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따라서 '호스티아' 는 제사에 봉헌된 희생 제물을 의미한다. 이 희생 제물은 하느님께 봉헌되기 전에 먼저 타격을 받고, 즉 죽임을 당하고 희생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제사 때에 사용하는 제물을 '희생물' 이라고 하는 것이다. 교회의 가르침에 따르면, 그리스도만이 유일한 희생 제물이다. 하느님은 다른 희생 제물로 기뻐하지 않는다(히브 10, 5. 8). 그래서 육화하신 당신 아드님이 우리를 위해 '희생 제물' 이 되신 것이다(에페 5, 2). 그리스도의 희생은 유일하고 최상의 가치를 지닌다. 성부를 위해 그리고 우리를 위해 내어 놓은 무한한 사랑의 동기로 인해 최고의 '제물' 이 된다(요한 13, 1 : 14, 31).이러한 의미로 인해 '호스티아' 라는 말은 '빵과 포도주' 의 모양으로 제대 위에서 나타나고, 성찬례의 희생제물을 묘사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더욱이 성찬례의 빵은 성작에 담긴 포도주보다 직접적으로 더 잘 보이는 형태로 나타난다. '호스티아' 는 그리스도의 몸이 된 누룩 없는 둥근 모양의 빵이며, 따라서 성찬례 제사의 희생제물이다. 그래서 포괄적인 의미에서 축성되지 않은 누룩 없는 빵도 '호스티아' 라고 부른다.
〔역 사〕 빵은 우리의 밥과 같이 인간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양식이다. 구약 시대나 예수 시대의 이스라엘 사람들은 빵을 비롯하여 모든 음식을 하느님이 내려 준 선물로 여겼다. 그뿐 아니라 축제 행사 때의 빵은 과거에 하느님이 그들 조상들에게 베풀어 준 구원의 표지로 기억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축제의 빵을 먹으면서 이집트를 탈출할 때에 먹은 누룩 안 들어간 빵, 사막에서 먹은 만나, 가나안 땅에 정착하여 안정된 생활을 할 때에 먹던 양식 등을 회상하였다. 더 나아가 그들은 빵이 그들의 노동과 땀의 결실이며 땅의 열매임을 잊지 않았다.
교회는 오랫동안 동서양을 막론하고 일반 가정에서 먹던 식용 빵을 성찬례 때의 빵으로 사용하였다. 그후 8~9세기경부터 미사 때마다 많은 신자들을 위하여 식용 빵을 사용하기에 불편함이 많아 차츰 현재의 제병과 같은 작은 빵을 성찬 전용 빵으로 대체하기 시작하였다. 이와 함께 서방 교회는 9~11세기 무렵부터 미사의 파스카 특성을 살리기 위해 유대인들이 파스카 만찬 때에 사용하던 '누룩 안 들어간 빵' 을 도입하여 오늘에까지 이르고있다. 반면 동방 교회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계속 일반적인 식용 빵을 사용하고 있다. 12세기에 와서 제병은 동전 크기로 일반화되었으며, '빵 나눔' 이란 의미는 상실되었다. 오직 사제만이 사제용 큰 제병을 세 조각으로 나누었으며, 가장 작은 조각을 성작에 넣었다. 다른 큰 두 조각은 영성체 때 사제 자신이 모두 영했다. '빵 나눔 의 깊은 상징성은 이렇게 사라지게 되었다.
교황 바오로 6세(1963~1978)는 미사 개혁을 통해 사제가 하나 또는 여러 개의 큰 제병을 작은 조각으로 나누고, 적어도 그 조각들을 신자들에게 건네 줌으로써(《로마미사 전례 총지침》 321항) 빵 나눔의 의미 상실을 극복하고자 하였다. 이 시도는 특히 공동 집전 때와 모임 미사나 혼인 미사 때 그리고 적어도 새 견진자들이 큰 제병에서 쪼개진 성체를 받아 모셔야 하는 견진 미사 때 권고되었다. 하지만 《로마 미사 전례 총지침》에서 "영성체자가 많거나 다른 사목적 이유가 있어서 작은 제병을 써야 한다면 그래도 좋다"(321항)라는 예외 규정에 따라 현재는 편하고 쉬우며 빠르고 단순한 길을 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큰 공동체 안에서도 일반적인 빵 나눔과 분배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 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에 사목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제병의 모양과 형태는 성찬례의 중심 사상인'나눔' 과 '일치' 를 나타내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주게된다. 성찬례의 빵은 그리스도와 그리스도인들 서로 간의 일치를 나타내고 강화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사도바오로가 "우리가 떼는 빵은 그리스도의 몸과 맺는 친교가 아닙니까? 빵이 하나이니, 우리는 여럿이지만 한 몸입니다. 우리는 모두 하나의 빵을 나누기 때문입니다" (1고린 10, 16-17)라고 말한 의미는 이 점을 분명하게 말해주는 것이다.
〔규정과 의미〕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교회는 미사를 거행할 때 항상 빵과 포도주와 물을 사용해 왔다. 미사 거행을 위한 빵은 밀가루로 만든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 전체 교회의 전통이고, 누룩 없는 빵이어야 한다는 것이 교회의 전통이다.
《로마 미사 전례 총지침》은 성체를 이루는 제병에 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표지의 본성 때문에 성찬례거행에 사용되는 재료는 '실제로 음식' 으로 보여야 한다. 그러므로 성찬례에 쓰이는 빵은 비록 누룩이 안 들고 전통적인 모양으로 만들더라도 백성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는 사제가 미사 중에 실제로 제병을 여러 조각으로 떼어 나눌 수 있고, 나눈 조각들을 적어도 몇 신자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을 만큼의 크기로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빵을 나누는 동작은 사도 시대에 성찬례의 단순한 이름이었으며, 일치와 사랑의 표지로서 그 힘과 중요성을 더욱 밝히 드러낼 것이다. 곧 형제 자매들은 하나의 빵을 서로 나누어 먹으며 하나의 빵 안에서 한 가족을 이룬다" (321항, 83항). 이 규정에서 성체를 이루는 빵은 참 음식의 모양으로 나타나야 하고, 일치를 표현하기 위해 빵을 나누는 행위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사도들 시대에는 '빵을 떼어 나누는 행위'그 자체로 미사를 지칭하였다. 오늘날에는 다른 첨가물을 보태지 않은 순수한 소맥분(밀가루)을 재료로 하는 것만을 규정하고 있으며, 형태에 관해서 전례상의 다른 규정은 없다.
하지만 중세 때부터 실용적인 이유에서 오늘날과 같은 소제병이 사용됨으로써, '하나의 빵, 하나의 몸' 이라는 상징이 많이 퇴색하였고, 제병은 이제 빵의 상징으로 남아 그리스도의 몸을 상징하는, 빵을 상징하는 것이 되었다. 이로써 신자들이 상징을 이해하는 데 자연스러운 과정을 거치기보다는 교육을 통한 이해에 의존하게 되었고, 이 때문에 교회 내의 다른 많은 상징들과 마찬가지로 '이해할 수 없는 상징' 또는 '매우 축약된 상징' 에 가깝게 되었다. 현대 교회는 각 지역 특성에 맞춰 새로운 상징을 발굴하고 이용함으로써, 그리스도의 제사가 갖고 있는 의미를 잘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교회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누룩 안 든 보통 빵을 사용할 수 있으며, 이로써 하나의 빵, 하나의 몸이라는 성찬 신학을 더 뚜렷이 보여 줄 수 있다. 신자의 수가 많은 경우에는 단 하나의 빵을 사용하기 힘들지만, 적어도 작은 모임 미사에서는 가능할 것이다.
제병의 모양도 가능한 대로 보통 빵의 형태를 유지하도록 만들어, 제병이 '빵의 상징' 이 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 빵 자체로도 그리스도의 몸을 드러내는 상징으로 충분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너무 얇은 제병을 사용하지 않고, 여러 상징 문자나 그림이 새겨진 제병을 사용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또 빵을 크게 만들고 잘려지는 선을 미리 새겨 놓은 큰 원형 빵을 만들어 냄으로써 빵의 성질을 간직한 채 잘게 쪼갤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또한 교회는 모든 영성체자들이 자신이 참석한 미사에서 그때마다 축성한 성체를 영하는 것을 크게 중요시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사제 자신이 하는 것처럼신자들이 그 미사에서 축성된 성체로 주님의 몸을 모시고 미리 허용된 경우에 성작 영성체에 참여하는 것이 크게 바람직하다. 이렇게 표지들을 통하여 영성체가 현재 거행되는 제사에 참여하는 것이 더욱 분명한 것" (《로마미사 전례 총지침》 85항 : 전례 55항)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르침은 교황 비오 12세(1939~1958)의 회칙 <메디아토르 데이>(Mediator Dei, 1947. 11. 20) 117항과 119항에서 이미 언급되었다. 축성된 성체를 감실 안에 보관하는 것은 본래 병자 봉성체와 노자 성체를 위해 그리고 더 나아가 성체 공경을 하려는 데에 의미가 있다. 이런 뜻깊은 권고에도 불구하고 많은 본당들이 미사 때의 영성체를 위한 비축용으로 제병을 미리 축성하여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전례 사목의 실천에 문제가 있다. 사도좌가 바라는 원의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면 성체가 드러내는 '표지성과 진리' 의 의미를 밝게 드러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 감실 ; 빵 나눔 ; 성체성사 ; 성변화)
※ 참고문헌 Dom Robert Le Gall, Dizionario di Liturgia, EdittriceLDC, 1994, pp. 156~157/ P. Visentin, Eucaristia : AA.VV., NuovoDizionario di Liturgia, a cura di Domenico Sartore e Achille M. Triacca, pp. 482~508/ 최윤환, 《간추린 미사 성제 해설》, 가톨릭출판사, 2000, p.16/정의철,《전례의 봉사, 전례 봉사의 신학과 복사 예절》, 생활성서사, 1997, pp. 118~119/ 이홍기, 《미사 전례》, 분도출판사, 1997, pp.200~201/ 카진스키 엮음, 최윤환 역, 《주 앞에 모여-미사 각 부분해설》, 분도출판사, 1982, pp. 97~101/ 아돌프 아담, 최창덕 역), 《성찬례 신앙의 원천이자 정점》, 분도출판사, 1996, pp. 154~156/ 레이-메르메, 김인영 옮김, 《성사 안에 드러난 신앙》, 분도출판사, 1994,pp. 156~172. 〔羅基丁〕
제병
祭餅
〔라〕Hostia · 〔영〕Host,Bread
글자 크기
10권

누룩 없이 밀가루로 만든 제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