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 일치

祭政一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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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로 받드는 신의 뜻에 따라 통치함을 표방하는 정치 형태.
〔어원과 의미〕 이 용어는 본래 일본의 국수주의 신도(神道)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살아 있는 신〔現人神〕인 천황이 정치와 종교에 대한 모든 권한을 가지는 정치 형태를 의미하였다. 천황이 정치의 실권과 제사의 대권을 장악해야 한다는 주장이 논리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한 것은 가마쿠라(鎌倉) 막부 말기인 14세기경부터이다. 그것은 무가 정권(武家政權)으로부터 권력을 되찾아 천황의 친정(親政)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대두되었다. 이후 이러한 주장은 신도 사상가들에 의해서 계속되었고, 17세기에 출현한 스이카(垂加) 신도에서는 천황 중심의 정치 형태를 제정 일치란 신조어로 표현하였다. 일본어에서 제사는 마츠리(祭), 정치는 마츠리고도(政)라고 한다. 따라서 제사와 정치는 다른 것이 아니며, 신을 받드는 제사의 연장선상에 정치가 있다는 표현이다. 즉 제정 일치는 일본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용어였으며, 그로 인해 제정 일치란 용어가 보편화되었다.
제정 일치가 주장에 머물지 않고 현실에 적용된 것은, 무가 정권을 타도하고 천황의 친정이 실현된 메이지 유신(明治維新)이 계기였다. 메이지 정부는 유신 직후 신도를 국교화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제정 일치를 국가 체제의 근본이라고 선포하였다(1868.3). 그러나 제정 일치와 표리 관계에 있는 신도 국교화 정책은 정교 분리 주장 등으로 인해 상당한 저항에 부딪친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제사와 종교의 분리 정책을 시도하였다. 즉 신사를 중심으로 한 신도는 국가의 제사일 뿐, 종교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신도를 여러 종교 위에 군림하게 하여 초종교화(超宗教)化)하려는 것이고, 이를 통해 제정 일치의 국체(國體)를 강조하고 천황 중심의 지배 체제를 뒷받침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메이지 유신 이후 군국 주의 일본이 표방한 제정 일치는 1945년 12월 일본을 점령한 연합국 최고사령부의 <신도 지령〉(神道指令)에 따라 종지부를 찍었다.
〔제정 일치와 신권 정치〕 제정 일치가 일본 국수주의 신도의 용어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신권 정치(神權政治, theocracy) 또는 신정(神政)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권력과 권위의 원천이 군주 정치는 군주에게, 귀족 정치는 귀족에게, 민주 정치는 민에게 있다면, 신권 정치는 신에게 있는 정치 형태이다. 따라서 신권 정치에서는 신과의 의사 소통을 위한 제사가 중요시되며, 중요한 정치 행위로 여겨진다.
권력은 정당성과 합법성을 가질 때 진정한 권위가 되며, 자발적 복종을 이끌어 낼 때 유지가 가능하다. 따라서 신권 정치는 신을 통한 권력 정당화 논리라 할 수 있다. 신권 정치에는 여러 유형이 있다. 첫째, 신이 직접 통치하는 유형으로 통치자는 살아 있는 신이거나, 육신에 신이 깃들어 있는 신의 화신으로 여겨진다. 둘째, 신의 대리자가 통치하는 유형으로 신의 대변자는 신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며, 신에 의해서만 평가될 수 있다. 이 유형은 지도자가 성직자인 경우와 왕인 경우로 구분할 수 있다. 셋째, 신이 제정한 신성한 법에 따라 통치하는 유형이다. 이 경우 성직자는 조언자에 그칠 뿐, 직접 행정을 담당하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신권 정치는 가장 오래된 정치 형태로 여겨지고 있다. 한국의 경우도 고조선의 정치 형태를 신권 정치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고조선의 지배자를 단군 왕검(檀君王儉)이라 하는데, 단군은 종교적 지도자를, 왕검은 정치 권력자를 의미한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종교와 정치가 미분화된 신권 정치에서 정치와 종교가 분화되는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정치적 발전으로 본다. 그러나 신권 정치가 반드시 원시 · 고대적 정치 형태는 아니다. 동로마 제국은 황제가 곧 교회의 수장인 황제 교황주의(Caesaropapismus) 국가 형태를 지니고 있었고, 현대에도 이슬람의 성법인 샤리아에 따라 생활하는 이슬람 국가들이 있기 때문이다. (→ 신도 ; 정교 분리 ; 황제 교황주의 )
※ 참고문헌  大倉精神文化研究所 편, 《祭政一致と 臣民道》, 大倉精神文化研究所, 1937/ 村上重良, 《國家神道》, 岩波新書, 1974/ D. Webster, On Theocracy, American Anthropologist 78, 19771 D.D. Wallace, Theocracy, 《ER》 14, 1987, pp. 427~430. 〔徐永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