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어성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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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천주교회 최초의 성가집. 라리보(Larribeau, 元亨根) 신부와 비에모(Vilemot, 禹一模) 신부가 공동으로 편저하고 서울 대목구장 뮈텔(Mutel, 閔德孝) 주교의 감준을 거쳐 1924년 서울에서 출판된 것으로, 원 제호는 《죠션어성가》로 표기되어 있다. 1850년대부터 천주가사(天主歌辭)가 성가의 형태로 나타나기 시작하였으며, 병인박해(丙寅迫害)가 끝나고 1886년 한불수호통상조약이 체결되자 조선어 성가가 발전할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되었지만, 여전히 라틴어와 그레고리오 성가로 미사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조선어 성가의 출현은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상당 기간 구전 또는 등사본으로 전해져 온 조선어 성가는 1924년에 이르러 출판될 수 있었다. 이 책이 출간되기 1년 전인 1923년 6월 30일에는 원산대목구 사우어(B.Saur, 辛上院) 주교가 독일 성가를 모태로 하여 덕원 《조선어성가》(朝鮮語聖歌)를 제작 · 출판하였는데, 이 등사본 성가집은 지금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조선어성가》는 현존하는 한국 가톨릭 성가집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다.
《조선어성가》는 《청소년 성가》(Cantiques de la Jeunesse)와 다른 프랑스 성가집들을 토대로 꾸며졌으며, 편집 원칙은 프랑스 성가 선율에 한글 번역 가사를 옮기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편찬자들은 14곡의 성가에 전승되던 천주가사(<사향가>, <삼셰대의>)를 노래말로 수용하였 다. 《조선어성가》는 총 68곡으로, 전례 시기별 성가 24곡과 내용별 성가 44곡으로 나누어 정리할 수 있다.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대림 성가 1, 성탄 성가 10, 사순절 성가 7, 부활 성가 4, 성신강림 성가 2, 성모 성가 14, 성체 성가 7, 천신 성가 2, 요셉 성가 2, 기타 성가 19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성가집의 첫 곡은 <우리 셩부>(F장조, 4/4박)이다. 7절의 가사로 '주의 영광' 을 노래하는 이 성가는 현재의 그리스도 왕 대축일의 노래로 《가톨릭 성가집》에 남아있는데, 4/4박의 19마디에 2.5/4박을 추가한 독특한 형식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불완전 마디를 사용하는 성가 구조는 당시 편찬자들의 음악 이론에 대한 지식의 부족에서 기인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외에도 잘못된 음정 표기나 음표, 특히 쉼표의 부정확한 사용 등 기보법상의 문제점들이 많다. 19번 <우리를 위하여>(Adoro te devo te)는 이 책의 몇 곡 안 되는 그레고리오 성가인데, 5선보로 기보하고 라틴어 가사의 발음을 한글로 표기하였다.
《조선어성가》는 장조(62곡, 전체의 91%)를 선호하였으며, 그중에서도 F장조의 성가가 29곡(46%)이고, 그 다음으로 G(9)-D(6)-C(5)-Bb(4)-A장조(2)의 순이다. 이 같은 장조의 선호는 18세기 이후의 가톨릭 정신이 낙관주의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음을 반영해 주는 것이다. 또한 이 성가집은 4박 계열(48%)보다는 3박 계열(52%)의 성가가 많고, '못갖춤마디' 로 시작되는 곡이 54%에 이르며 이들 가운데 과반수 이상이 '딸림음' 으로 시작되었고, '으뜸음' 시작 성가보다는 '가온음' 으로 시작하는 성가가 많았다. 이러한 《조선어성가》의 특징은 덕원 《조선어성가》와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독일계 성가보다 프랑스계 성가들이 조화를 중시하며 맑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특징을 지니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어성가》는 1925년 7곡을 추가하여 서울에서 재판(再版)되었으며 이후 각 교구의 성가집 발행에 영향을 미쳐 1928년 대구 남산동 본당의 2대 주임 델랑드(L. Deslandes, 南大榮) 신부가 출판한 《공교 성가집》(등사본 128쪽, 41곡)에 25곡이 수록되었고, 1936년 델랑드 신부가 교구 차원에서 처음으로 펴낸 《대구교구 성가집》(80곡)에도 22곡이 수록되었다. 또한 원산 대목구의 피셔(W. Fischer, 陳道光) 신부가 1938년에 편찬한 덕원 《가톨릭 성가》(덕원 성 베네딕도 수도원, 1938년, 278쪽, 214곡)에도 5곡이 수록되었으며, 1948년 이문근(李文根, 요한) 신부의 《가톨릭 성가집》에도 24곡이 수록되었다.
이와 같이 《조선어성가》는 초기 한국 가톨릭 교회의 가장 중요한 성가집으로 폭넓게 사용되며 이후 출간된 성가집들에 지속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또한 박해를 거치면서 구전이나 필사로 전해지던 성가와 가사들이 최초로 책으로 꾸며져 교우들이 한층 더 전례에 충실해질 수 있었다는 점과 성가의 선율에 전승되던 천주가사를 노래말로 접목시켜 선교 지역의 문화를 존중하고 전례 음악의 토착화를 시도하였다는 점에서 《조선어성가》의 의의가 있겠다. 또한 사료적으로도 한국 성가의 연원 · 형태 · 변천 · 토착화 과정 및 전례와 교회 음악과의 관계 등을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로 이용된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 《가톨릭 성가》 ; 《가톨릭 성가집》)
※ 참고문헌  《가톨릭 사전》/ 《조선어성가》/ 조선우, <한국 가톨릭 성가의 어제와 오늘>,《한국 음악사학보》14, 1995. 〔洪延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