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자유

宗敎 — 自由

〔라〕Libertas Religionis · 〔영〕Freedom of Relig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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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 문제에 있어서 개인이나 사회적 단체 혹은 국가 공권력이 행사할 수도 있는 강요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는 인간의 권리. 여기에는 신앙의 자유(libertas credendi)와 종교적 행위의 자유가 포함된다. 즉 믿는 바를 행동으로 표현하는 종교 행사, 결사(結社) 선교, 교육 등을 시행할 권리 및 교리에 위배되는 행위를 거부할 권리 등이 포함된다. 종교의 자유 보장은 근대에 등장한 개념으로 기본적 인권 또는 시민적 자유의 하나이며, 헌법이나 권리 장전을 통해 규정되고 보장된 오랜 투쟁의 결과이다.
〔교회의 입장〕 근대에 들어서, 인간은 이성과 자유를 지닌 고귀하고 존엄한 존재이며 따라서 인간은 인간답게 살아가야 할 권리를 갖는다는 인식이 대두되었다. 그리고 이 권리들은 인간 본성에 주어진, 즉 인간 존엄성 때문에 주어진 것이라는 인권 사상이 나타났다. 그 가운데 중요한 인권이 바로 종교 자유의 권리이다. 이는 종교와 신앙 문제에 있어서 공공 질서를 파괴하지 않는 한 그 어 느 누구도 양심에 대한 강요를 받지 않는다는 권리이다. 이에 대해 가톨릭 교회는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양심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를 요구하는 것은 가톨릭 교회의 존재를 위험에 빠뜨리는 자유주의적인 종교적 무관심주의(indifferentism)로 보고 이에 대항하였다. 그래서 가톨릭 교회만이 유일한 계시, 진리의 보편 타당성, 구원 독점성 및 절대성을 지녔으며, 나아가 가톨릭 교회만이 참된 종교임을 표명하였다. 이런 이유로 가톨릭 교회는 다른 종교 단체들에 똑같은 권리를 인정하지 않았으며, 따라서 다른 종교들에는 평화로운 공동 생활을 위한 관용 내지 묵인만이 주어질 뿐이었다. 교회는 교회의 자유를 위해 투쟁했고 보편적 종교 자유는 엄두도 내지 못하였다.
그런데 1948년 12월 10일 국제 연합에서 '세계 인권선언' 을 선포한 이후 가톨릭 교회 안에서도 변화가 시작되었다. 특히 시대의 징표를 읽은 교황 요한 23세(1958~1963)는 회칙 <지상의 평화>(Pacem in Terris, 1963. 4. 11)를 반포하며, 교회 사상 처음으로 인간이 지성과 자유를 지닌 인격체로서 종교 자유의 권리를 지니고 있음을 천명하였다. "인간은 올바른 양심의 명령에 따라서 하느님을 공경할 권리가 있는데, 바로 사적으로나 공적으로 하느님께 대한 예배를 드릴 권리이다"(14항). 교황 요한 23세의 이 선언으로 가톨릭 교회는 원칙적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종교 자유의 권리가 있음을 처음으로 인정하게 되었으며, 이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하여 체계화되고 명시화되었다.
〔근거와 대상〕 종교 자유의 근거는 실정법에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인간의 존엄성에 있는 것이므로 종교 자유의 권리는 기본 인권에 속한다. 종교 문제에 관한 자유는 인간 본성에 기인하는 것이기에 믿는 사람이나 믿지 않는 사람이나 그들이 인간이기 때문에 가져야 하는 권리이다. 즉 현대 국가의 헌법이 종교 자유를 보장하기 때문에 국민 각자에게 종교 자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 종교 자유가 천부(天賦)의 권리이기 때문에 실정법에서도 이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선언한 종교 자유는 하느님과, 인간의 인격적 관계에 대한 양심의 자유가 아니다. 따라서 교회가 종교 자유를 선언했을지라도 인간은 하느님이 계시한 진리를 믿고 실천해야 구원받는다는 교리를 양보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어떤 종교를 믿어도 상관없이 모두 구원된다는 소위 종교적 무관심주의는 계속 배척된다(종교 자유 1항). 공의회에서 표명한 종교의 자유는 신앙 내용에 대한 양심의 자유가 아니고 단지 종교 문제에 있어서의 타인에 대한 본인의 자유권을 말한다. 이는 인간들이 사회 안에서 함께 살면서 종교 생활이나 신앙 행위에 있어서 다른 이로부터 간섭받지 않고 각자 스스로의 자유로운 판단에 의하여 자신의 태도를 결정할 권리를 말한다.
한편 어떤 종교 단체 내부에서 발생하는 신자와 교권과의 관계는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는 그 교단의 고유한 목적과 율법, 규율에 의하여 규정될 사항이다. 따라서 교권자가 어떤 특정한 사람을 강제로 입교시킬 권리는 없지만, 신봉자가 이단설을 유포하여 신앙의 위기를 조성할 경우에는 교권이 교법에 의하여 그를 파문할 권리가 있는 것이다.
결국 종교 자유의 권리에는 한 인간이 자신의 양심적 판단에 의해 어느 신앙을 받아들이든지 거부하든지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적극적 권리뿐 아니라, 그런 태도를 결정함에 있어서 다른 외부적 조건으로부터 강압을 받지 않는다는 소극적 권리 역시 포함된다. 그리고 이러한 종교의 자유는 신앙을 선택할 권리가 기본 대상이지만 여기서 유래되는 행동도 그 대상에 포함된다. 즉 믿는 바를 행동으로 표현하는 종교 행사의 권리, 그 소신을 정당한 방법으로 전파할 권리, 동일한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종교 공동체를 형성할 권리, 교리에 위배되는 행위를 거부할 권리 등이 이에 속한다.
〔주체〕 종교의 자유는 기본 인권 중 하나이기에 종교인뿐 아니라 비종교인 역시 누리는 권리이다. 즉 신앙을 가질 자유도 있고 신앙을 가지지 않을 자유도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종교를 국교로 인정하고 있는 나라에서도 타종교를 믿는 이들이나 무종교인 혹은 무신론자들을 추궁하지 말아야 한다(종교 자유 6항). 국민 개개인이 가진 종교의 자유는 종교 단체에도 인정된다. 인간의 사회성에 기인하는 종교 단체는 종교의 자유를 가진 인간들의 단체이므로 당연히 종교 자유의 주체가 된다. 종교 단체는 그들의 고유한 규칙에 의해 교단 자치권을 누리고 교역자를 임명하고 교리를 가르치고 종교 의식을 거행하고 선교 활동을 수행하며, 이러한 종교 활동에 필요한 시설이나 재산을 획득 · 관리하는 자유를 인정 받을 권리가 있다. 그리고 종교 단체는 사회 질서와 국민 생활에 관하여 종교적 신념에 의한 윤리적 비판을 표명할 권리 역시 지니고 있다.
가정은 인격 형성의 요람이기에 부모는 자신의 종교적 확신에 의해 자녀들에게 종교 교육을 시킬 의무가 있고, 동시에 교육 수단을 자유로이 선택할 권리가 있다. 그러므로 부모는 자녀의 종교 교육을 위하여 특정한 종교 학교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하며, 또 그러한 선택으로 인하여 불이익을 받지 않아야 한다. 또한 부모와 자녀가 원하지 않는 특정 종교의 교리나 예배를 강요받지 않을 권리 역시 지니고 있다. 아울러 자녀의 종교 자유 역시 존중하고 인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부모가 무종교자일지라도 자녀가 종교를 가지는 것을 금할 권리는 없다. 자녀에게 종교 교육을 시킬 경우에도 권유와 설득, 모범으로 해야 하며 자녀들이 따르지 않는다 하여도 강압적으로 할 권리는 없다.
〔종교의 자유와 인간 존엄성〕 인간은 이성과 자유를 지닌 인격으로서의 존엄성 때문에 종교 자유의 권리를 가진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종교 자유에 관한 선언>(Dignitatis Humanae)에서는 하느님의 계시를 통해 그리고 이성 그 자체로 알 수 있다고 인간 존엄성을 표현함으로써(2항), 인간 존엄성의 궁극적 근거는 하느님임을 시사하고 있다.
인간 존엄성의 신학적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존재이다. 이는 인간의 어떤 능력이나 특징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지니는 하느님과의 관계를 뜻하는 것이다. 하느님으로부터 세상을 관리할 사명을 위임받은 인간은 하느님의 협력자 역할을 한다. 인간에게 부여된 이러한 '하느님과의 관계성' 은 인간의 존재 규정이다. 그러므로 만일 인간이 자유를 남용함으로써 스스로 '하느님과의 관계' 를 부정하더라도 하느님의 모상성이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 둘째, 인간 존엄성은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사건으로 결정적으로 주어지고 증명되었다. 그래서 하느님의 모상을 지닌 인간은 누구나 다 하느님의 영원한 생명에 참여하도록 불린 "새로운 인간" (2고린 5, 17)이기에 어떠한 신분이나 처지에 놓인 사람일지라도 모두 존엄성을 지닌 귀한 존재이다. 이러한 인간 존엄성이라는 토대 위에 종교의 자유가 자리하고 있다.
〔종교의 자유와 진리의 문제〕 교회가 종교의 자유를 인격체로서의 인간이 갖는 권리로 인정함으로써 종교의 자유가 종교 무관심주의를 인정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종교의 자유가 인간이 하느님과의 관계에서 그리고 자기 자신의 양심으로부터 해방되었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진정한 종교 자유의 의미는 종교적 차원에서 하느님께 더욱더 의존하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종교적 양심에 충실하기 위해 인간들의 강요로부터 자유롭게 되는 데 있다. 종교의 자유란 모든 인간적 억압과 강요를 배제함으로써 궁극적으로 하느님과의 관계에서 인간이 자기 자신에게, 자기 양심의 소리에 충실해야 함을 뜻하는 것이다.
하지만 양심에 충실한다고 해서 종교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만일 양심이 진리에 어긋난다 해도 자신은 그 양심에 따라 움직이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교회는 진리 자체가 구원에 필수적이며 자신의 양심에 충실하려는 선한 의지로 대치될 수 없다고 가르치고 있다. 이 경우 종교 자유의 문제점이 드러나게 된다. 신앙이 자유로워야 종교적 진리를 획득할 수 있지만, 한편 종교 자유의 인정이 인간의 선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종교적 진리 및 구원에 이르지 못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하느님의 은총으로 '선한 의지' 와 진리 그 자체가 절대적으로 불일치될 수 없다는 신학적 설명으로 풀 수 있다. 인간은 비록 비신앙인이라 하더라도 항상 하느님의 은총으로 감싸여 있기 때문이다.
〔종교 자유의 한계] 모든 권리가 그에 상응하는 의무를 동반하고 있으므로 종교의 자유에도 한계가 있다. 따라서 종교의 자유 역시 사회 안에서의 공동 생활이라는 규범하에 놓이게 된다(7항). 자유는 개인 · 사회적 책임이라는 도덕적 원리 안에서 행사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도덕적 한계는 공공 질서의 손상이다. 공공 질서란 다음의 세 가지 요소를 포함한다. 즉 모든 국민의 권리에 대 한 효율적인 보호, 정의로운 질서 속에서 공동 생활을 할 수 있는 공동적 평화와 사회 도덕의 유지 등이다. 하지만 이러한 공공 질서를 유지 · 보호하기 위해 종교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 하더라도 문제는 이 공공 질서를 어떻게 해석하는가 하는 점이다. 교회의 사회 참여 문제 역시 여기에서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다.
물론 개인이나 단체가 종교의 자유를 남용하는 경우에 대비하여 국가는 객관적이고 도덕 질서에 맞는 법규로써 제한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 제한 법규는 권력의 자의(恣意)에 일임되거나, 특정 종교에 의해 편파적으로 제정되어서는 안 된다.
〔종교인의 의무〕 종교의 자유를 옹호하고 증진시키는 일은 국가에 기대하기 전에 종교인들 스스로 수행해야 하는 의무이다. 종교인들은 성실한 신앙 생활을 통해 종교가 사회와 국가를 위하여 유익하고 필요하다는 것을 증거해야 자신들의 종교 자유를 더욱 신장시킬 수 있다. 이를 위해 종교 자유의 한계를 인식하고, 비종교인들이나 타종교인들에게 자신의 종교를 빙자하여 누를 끼치거나 어떤 특전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만일 종교인들이 자신의 사명을 망각하고 사회에 혼란을 초래한다면, 그들의 종교 자유는 사회의 지탄과 더불어 국가의 간섭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 선교의 자유 ; 신앙의 자유 ; → 〈종교 자유에 관한 선언>)
※ 참고문헌  H.V. Straelen 외, 현석호 역, 《공의회 문헌 해설 총서》5,성바오로 출판사, 1993/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1969/ 정하권, <종교 자유와 공권력>, 《사목》 69호(1980. 5),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pp. 32~39/ J. Hamer · C. Riva, La libertà religiosa nel Vaticano Ⅱ, Elle Di Ci, Leumann Torino, 1969/ R. Coste, Teologia della libertà religiosa, EDB, Bologna, 1972/ P. Pavan, La Dichiarazione conciliare Dignitatis humanae a 20 anni dalla pubblicazione, Piemme, Casale M., 1986. 〔金俊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