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철학

宗教哲學

〔라〕Philosophia religionis · 〔영〕Philosophy of Relig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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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라는 개념에 대해 철학적인 방법론에 따라 문제를 제기하고, 그 제기된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철학의 한 분야. 즉 종교의 모든 현상과 본질 · 의미 · 가치 등을 종합적 가치 체계와 사고 조직에 따라 분석 · 비판· 종합하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종교 철학은 종교 대상에 대한 연구가 아니라 종교의 본질에 대한 연구로서, 종교 자체에 대한 연구가 아니라 종교적인 것에 대하여 생각하고 반성하는 주체, 즉 인간 정신에 대한 연구이다.
〔성립과 대상〕 종교 철학이 다루는 중심 주제는 종교를 통해서 드러나는 인간의 내적 · 외적인 모습이다. 그로 인해 자주 종교 철학은 인간학과 혼동되기도 하고, 형이상학이나 특히 인식론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게 되었다. 종교 철학이 철학에서 구체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칸트(I. Kant, 1724~1804)의 《순수 이성의 한계 내에서의 종교》(Religion innerhalb der blossen Vernunft, 1793)라는 작품을 통해서이다. 이후 헤겔(G.W.F. Hegel, 1770~1831)의 《종교 철학 강의》(Vorlesungen ber die Philosophie der Religion, 1832) 를 통해서 종교 철학이 하나의 독립적인 철학의 분과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술라이어마허(F.E.D. Schleiermacher, 1768~1834) 등에 의해 보다 더 확고한 지위를 갖게 되었다.
종교 철학은 철학의 한 분과로서 자리잡았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제반 철학과 긴밀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인식 주체와 대상과의 관계를 주로 다루는 인식론과 같이, 종교의 주체와 객체의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가치론과의 연관에서 종교라는 것이 우리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지, 나아가 그러한 종교적 가치는 어떻게, 무엇에 의해서 파악되는지에 대해서도 다루어지고 있다. 한편 종교라는 것이 인간 정신이나 삶에 있어서 최고의 목적과 본질이라면 이것은 결국 형이상학적인 질문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라너(K. Rahner, 1904~1984)는 "종교 철학의 내용은 형이상학 안에서 구성되며, 올바로 고찰될 때 그것은 형이상학 자체" 라고 말하였다. 아울러 종교 철학은 심리학과 연관을 갖는 측면에서, 종교를 통해 드러나는 인간의 심리 상태를 연구하는 분야인 종교 심리학과도 긴밀한 연관을 지닌다. 아울러 종교가 인간의 역사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연구하는 종교사, 즉 역사학과도 연관을 갖는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종교 철학의 대상은 개별적인 종교가 아니라 종교 자체, 즉 '종교란 무엇인가? 라는 본질적인 물음과 종교에 관계된 인간 정신과 삶 그리고 행위에 대한 물음과 그 해답을 찾는 데 있다. 그러나 현대적인 의미에서 종교 철학의 대상은 종교에 관계되는 제반 문제 모두를 다루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종교 철학자 트뢸치(E.Troeltsch, 1865~1923)는 "종교 철학은 일반적인 철학적 이론을 제반 종교의 이해와 평가에 적응시키는 것 이외의 다른 것이 아니다" 라고 말하였다.
종교에 대한 고전적 의미에서 정의를 살펴보면, 칸트는 종교를 "우리의 의무를 신의 명령으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하였으며, 슐라이어마허는 "무한자에 대한 직관과 감정"이라고 규정하였다. 그리고 헤겔은 종교를 "신의 자기 의식" 혹은 "유한적 정신의 매개에 의한 신적 정신의 자기 자신에 관한 지식" 으로 정의하였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위와 같은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정의 대신, 좀 더 실질적인 의미에서 종교를 정의하거나 종교의 본질에 대한 개념적인 정의를 내리려고 시도하고 있다. 트될치는 "종교란, 실천적으로 포착되는 것이지 개념적으로 파악되는 것이 아니다" 라고 말함으로써, 종교는 사상이 아니라 '체험' 이고, 이론이 아니라 '삶' 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종교가 이론이 아니라 삶이며 체험이라는 견해는 특히 뮐러(M. Müller, 1823~1900)에 의해서 보 다 더 분명하게 나타났다. 그는 "진정한 종교, 실천적 · 행동적 · 생동적 종교는 논리적 또는 형이상학적 천착과는 거의, 또는 아무런 연관도 없다. 실천적 종교는 신 앞에서의 삶이다. 그러한 삶은 거듭남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으로부터 생겨 나온다" 라고 말하였다. 그리고 멘싱(H.G. von Mensching, 1949~ )도 종교는 삶이지 합리적 직관이나 시 · 공적인 의식이 아니며, 종교에 있어서 본질적인 것은 "표상(관념)이 아니라 그 배후에 있는 본래적인 삶"이라고 하였다. 즉 종교의 본질은 비합리적인 것 안에, 즉 전적으로 삶과 체험 안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종교가 삶이며 체험이다' 라는 생각은 쇠데르블롬(N. Söederblom, 1866~1931)이나 오토(R. Otto, 1869~1937)에 의해서 종교의 '성스러움' 이라는 용어와 결합되어 정의 내려진다. 오토 학파인 멘싱의 정의에 의하면, 종교는 간단하고 적절하게 성스러운 것에 의해서 규정된 삶과 체험, 즉 성스러운 것과의 만남이다.
〔구 분〕 종교의 반려자인 종교 철학 : 이는 종교를 철학적으로 해명하려는 것으로서 가장 엄밀한 의미에서의 종교 철학이다. 종교를 철학에 의해서 합리화하고 정당화한다는 측면에서는 호교론적인 성격과도 연관이 되지만, 종교적인 선교와는 다른 의미를 갖기 때문에 일반적인 호교론과는 구분된다. 즉 철학을 이용해서 종교를 선교하는 것(ancilla theologiae)이 아니라, 종교와 철학이 상호 보완되는 하나의 독립적인 학문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러한 종교의 반려자로서의 종교 철학, 또는 종교에 존재 근거 내지는 당위성을 제공하는 기능으로서의 종교 철학은 엄밀한 의미에서 세 가지로 구분하여 생각할 수 있다.
① 이성주의적 종교 철학 : 이성에 의해서 종교 철학을 설명하고 확립하려는 이성주의적인 경향은 16세기 르네상스 이후에 강력하게 대두되었다. 대표자들로는 데카르트(R. Descartes, 1596~1650), 스피노자(B. de Spinoza, 1632~1677), 야코비(F.H. Jacobi, 1743~1819) , 칸트, 헤겔, 레싱(G.E. Lessing, 1729~1781) 그리고 하만(J.G. Hamann, 1730~1788) 등이 있다.
데카르트는 학문의 모든 분야와 존재 일반을 순수하게 이성적인 방법, 즉 인간의 이성에 의해서 해명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확신의 근간은 수학이나 기하학이며, 수학이나 기하학적 방법론을 통해서 정확함과 확실성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었다. 데카르트는 정확함과 확실성에 도달하기 위해서 '모든 것에 대한 의심' (de omnibus dubitandum)이라고 표현되는 '극단적인 의심' 에 대해서 언급하였다. 즉 우리는 모든 것에 대해서 의심을 해야 되고, 단지 내가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만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서 의심은 이성적 사고이다. 따라서 인간은 사고하고 생각함에 의해 정확함과 확실성에 도달할 수 있으며, 나아가 종교적인 문제,
즉 신의 존재에 관한 것도 인간의 이성에 의해서 증명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한편, 교회와 무관한 최초의 종교 철학자로 칭해지는 스피노자 또한 데카르트와 마찬가지로 종교를 이성에 의해서 해명하려고 했었다. 그는 신(deus)은 인간 이성으로 파악이 가능한 '자연의 원리 혹은 법' 이라고 주장함으로써, 신앙보다는 이성을 더 강조하였다. 이처럼 이성이 신앙보다 더 강조되던 계몽주의 시기에는 초이성 · 초자연적인 계시보다는 이성적 · 자연적 종교에 대한 분위기가 더 성행하였다. 그러나 이성이 절대적으로 강조되던 경향은 칸트에 와서 조금 약화되었다. 칸트는 그의 《순수 이성 비판》(Kritik der reinen Vernunft, 1781)에서 인간 오성(悟性, Verstand)의 한계를 정하고, 영혼의 불멸성과 자유 그리고 신과 같은 개념은 '물 자체' (Ding an sich)로서 인간 정신의 영역, 즉 한계 밖에 있다고 생각하였다. 종교적인 개념들이나 형이상학적인 개념들은 인간 정신에 의해서 더 이상 파악되지 못한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도 헤겔에 의해서 반전되어 인간 이성이 다시 강조된다. 독일의 철학자인 레싱은 그의 작품인 《인류 교육론》(Erzichung des Menschengeschlechtes, 1780)에서 이성을 강조하는데, 이성을 통해서 역사적(성서적) 사실인 종교, 즉 그리스도교를 설명하고 이해하려고 하였다. 파스칼(B. Pascal, 1623~1662) 또한 그의 작품인 《팡세》(Pensées, 1670)에서 "아브라함이나 이사악의 하느님이 아니라, 철학자들의 하느님"이라는 말을 하면서, 인간 이성이 종교적이고 신적인 것을 파악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하만도 이성은 아주 명백한 역사적 사건이며, 궁극적으로는 '신의 말씀과 명령' 을 감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이성을 통하여 신의 행적이 나 본성을 감지할 수 있다고 보았다.
② 도덕주의적 종교 철학 : 이 경향은 종교를 도덕 혹은 윤리라고 보며, 종교적 행위를 도덕적 혹은 윤리적 행위로 여긴다. 따라서 가장 종교적인 신은 '도덕적 세계 질서' 라고 생각함으로써 종교 내의 도덕적 행위를 강조하며, 이 같은 도덕적 행위는 신이 인간에게 내려준 명령, 즉 인간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인간은 도덕적 행위를 통해서만 가장 종교적이 될 수 있으며, 도덕적 행 위를 행하는 것이 종교적인 것을 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사상의 대표적인 인물이 칸트이다. 그는 도덕적 행위를 하는 것을 '실천 이성' 이라고 칭하며, 이 실천 이성은 내 의지의 준칙에 항상 그리고 언제나 합당하도록 행위하라' 는 '정언론적 명령법' (kategorischer Imperativ)이라고 주장하였다. 이것은 인간의 타당한 행위가 이미 도덕적으로 규정되어 있고, 인간은 이 규정된 도덕적 행위를 행해야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도덕적 의무). 그리고 인간은 신이 내려 준 도덕률을 행하는 가운데 신과의 합일을 이룰 수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합목적성). 피히테(J.G.Fiche, 1762~1814)도 칸트와 마찬가지로 도덕적인 행위를 통해서 신, 즉 종교와의 일치를 이룰 수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도덕성이란 종교와 더불어서 나타난 역사적인 행위이다" 라고 하면서, 인간 이성 또한 이러한 도덕률을 따라 행하는 가운데 초이성적 · 신적인 종교 영역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칸트나 피히테의 도덕적 · 윤리적인 종교 철학의 특징은 키에르케고르(S. Kierkegaard, 1813~1855)나 프로테스탄트 신학자인 헤르만(W. Hermann, 1846~1922)을 거쳐, 신앙을 이해하는 결정적인 요소는 도덕성에 입각해서 신앙을 이해해야 한다는 불트만(R. Bultmann, 1884~1976)의 사상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러한 도덕주의적 종교 철학의 입장에서는 종교와 윤리 그리고 도덕성은 항상 결부되어 생각되어야만 하고, 윤리 도덕성에 의해서 종교 철학적인 질문들이 해결 · 해명된다고 생각하였다.
③ 직관주의적 종교 철학 : 이 경향은 직관(直觀, Intuition)에 의해서 종교를 해명하려고 하는 것으로써, 슐라이어마허에 의하여 처음 시도되었다. 일반적인 의미에서 '직관' 이란, 감각적으로 주어져 있는 본질에 대한 정감적인 인식을 의미한다. 이것은 우리의 감각 앞에 있는 것에 대한 느낌 또는 순간적인 포착을 의미한다. 또한 인식능력으로서의 이성과 대조되는 성격을 갖고 있다. 이성이 어떤 대상에 대하여 사고하는 기능이라면, 직관은 어떤 대상을 감정에 의해서 주관적으로 느끼는 것이다. 직관은 본질을 현상 안에서 현상과 더불어 인식하는데, 이것은 결국 현상학적 인식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식 행위와 동일하다. 직관은 항상 현상과 연관되어 언급되고, 현상은 자연이나 역사라는 개념과 연관되어 말해진다. 즉 현상들은 자연의 영역에서 드러나는 것들이고, 역사 속에서 드러나는 것들이다. 예를 들어 자연 현상, 역사 현상 등이다. 헤르더(J.G. von Herder, 1744~1803)는 "자연과 역사는 항상 상호 연관되고 절대로 분리하여 생각될 수 없는 영역이며, 종교적인 직관은 이러한 자연 현상과 역사에 관한 총체적인 세계를 파악하는 능력"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사고는 근본적으로 슐라이어마허의 사상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슐라이어마허는 이성적 종교 철학이나 도덕적 종교 철학을 반박하였는데, 특히 칸트와 피히테의 사상에 반대하였다. 그에 의하면, "종교란 완전히 파악되거나 이해될 수 없는 일종의 심적인(정감적인) 것에서 나온 것이며, 또한 종교의 본질은 우주에 관한-전체적인 의미, 전체적인 것-직관이며 느낌이고, 또한 종합적 · 직관적 본질이다"라고 말하면서, 종교는 우리의 주관적인 느낌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직관주의적 종교 철학이 갖는 특징은 종교를 경험 내에서만 파악하는 인간의 오성 능력이나 도덕적 · 윤리적 영역에서만 파악하지 않고, 그보다 더 높은 영역인 초경험적 · 초이성적 세계의 영역에서 파악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종교적 사고에서는 직관이 결코 배제될 수 없고, 직관에 의해서 종교의 근거와 본질에 가장 잘 접근할 수 있다고 여긴다. 결과적으로 직관적인 능력에 의해서만 형이상학적이고 종교적인 영역을 이해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④ 종교 정당화 방법 : 종교를 철학적으로 근거 짓고 해명하려는 위의 세 가지 형태와 달리, 종교를 정당화하는 두 가지의 방법이 있다. 즉 직접적 그리고 간접적인 정당화 방식이다. 종교의 '직접적 정당화' 는 종교적 체험 자체에 놓여 있다. 종교는 종교적 체험 자체에 의해서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종교의 '간접적 정당화' 는 일종의 이론적 근거 제시라고 할 수 있는데, 다시 두 가지로 구분된다. 즉 종교 철학은 종교의 경험적인 요소와 관계하며 그와 같은 것은 '귀납적인 방법론' 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 실제로 종교 철학은 종교 현상학과 같이 종교를 경험적인 요소를 통해서 해명하고자 한다. 이러한 귀납법과는 달리, 종교 철학은 또한 정신적 · 이성적 내지는 인간의 정서와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통해서 종교를 해명하려고 한다. 이때 사용되는 것이 바로 '연역적인 방법론' 이다. 그리고 앞에서 고찰한 이성 · 도덕 · 직관에 의한 종교의 정당화 시도가 이러한 연역적인 방법론을 취하고 있다.
종교 비판의 역할 : 종교의 비판자로서의 종교 철학은 먼저 하르트만(N. Hartmann, 1882~1950)의 《윤리학》(1925)이라는 작품에서 드러나는 종교와 도덕(철학)의 본질적인 차이성에서 볼 수 있다. 첫 번째 차이는, 윤리의 현세성과 종교의 내세성에 관한 고찰이다. 즉 모든 순수 종교는 내세를 지향하고 있지만, 현세는 종교에 고유의 가치를 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종교의 모든 본질적인 가치는 내세에 있으므로, 현실 세계에 대한 회의와 현세의 삶으로부터 천상의 삶으로의 전환 등의 요구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덕은 이와는 반대로 철저히 현 세 지향적이다. 즉 도덕은 다만 현세에 실현될 가치만을 알며, 가장 원대한 도덕적 이상도 이 현세 내에서 펼쳐진다. 그러므로 도덕의 입장에서는 모든 초월적인 것은 기만적인 가상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인간과 신의 관계가 서로 모순과 대립의 관계라고 여겨진다는 것이다. 즉 도덕에서는 궁극적으로 인간이, 종교에서는 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도덕적 자율과 종교적 신율(神律)의 모순 관계이다. 즉 윤리적 가치는 자율적이다. 그것은 다른 어떤 것을 위해서가 아니라 순수히 그 자체로, 그리고 그 자체를 위해 가치있는 것이다. 따라서 윤리적 자율성에는 어떠한 권위도 어떤 절대자의 명령도 없고, 단지 스스로의 법칙에 따라 행함으로써의 가치가 있다. 반면에 종교의 측면에서는 모든 도덕적 당위성은 근본적으로 신의 명령이고 의지의 표현이다. 이러한 신의 명령, 즉 신의 계명을 행하는 것이 인간에게는 도덕적 가치로 느껴진다. 결국 종교적 측면에서 도덕적 가치는 자율적인 것이 아니라 비자립적이고 타율적인 것이 된다.
종교의 비판자로서 종교 철학의 구체적인 형태로는 무신론과 유한주의 그리고 실증주의와 허구론적 이론 등이 있다. '무신론' 이란 일반적으로 신을 부정하는 사상, 즉 종교의 진리성을 철저히 부정하며 아울러 종교의 대상과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이론이다. 무신론은 다시 '이론적 무신론' 과 '실천적 무신론' 으로 구분된다. '실천적 무신론은 그 자신 내에 신의 부정을 내포하고 있는 인간의실천적인 태도를 의미한다. 이러한 의미의 무신론자는 신에 대해서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마치 신이 존재하지 않는 듯이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는 철저히 세속적인 일들에 매몰되어 있어서, 그의 마음 속에는 신적인 것을 생각할 여지가 남겨져 있지 않다. 그리고 '이론적 무신론'은 유물론과 인간 신화론(인간 절대주의)으로 대표된다. '유물론' 은 세상에는 물질과 물질적인 것만이 존재하며, 정신적인 것과 신적인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론이다. 즉 철저히 신과 신적인 것을 부정하는 사상이다. 인간 신화론' 은 인간 자신의 존재를 설명하기 위해서 자신을 절대화하고 신화(神化)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론의 대표자는 콩트(A.Comte, 1798~1857)인데, 그는 신 대신 인간을 최고의 존재(grand etre)로 상정하였다. 베르크만(E.G.B. von Bergamann, 1836~1907)에 의하면, 신과 인간은 본질적 차이성이 없고, 신은 인간의 주관 안에 있기 때문에 우리는 신을 주관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신은 성장하고 생성하는 형태로서 인간이 자신 안에 가지고 있는 어떤 것이며, 그러한 것을 그는 '독일 신' 이라고 칭하였다.
'유한주의' 에서는 종교의 진리가 실존주의적 사고 방식에 의해서 보다 직접적으로 부정된다. 왜냐하면 실존주의에서는 항상 유한한 존재에 관심을 나타내고 몰입하지만, 초월적인 특성들을 배제하고 일체의 현상을 순수 내재론적으로 설명하려고 함으로써 간접적인 신 부정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한주의는 하이데거(M. Heidegger, 1889~1976)로 대표된다. 하이데거는 인간을 신과의 관계에서 보지 않고, 단지 인간 스스로와의 관계 또는 세계와의 관계에서 보았다. 따라서 인간은 유한한 존재로서 불안에 떨고 있는 죄 많은 존재이며 죽음에로의 존재라고 생각하였다. '실증주의적 이론' 은 프랑스의 실증주의자 콩트에 의해서 대표된다. 콩트는 인간의 정신은 '신학적 · 형이상학적 · 실증적 단계' 를 거친다고 보았다. 그에 따르면, 신학적인 단계는 가장 저급한 단계로서 환상적 의식의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의 인식 기관은 환상이고, 환상에 의해서 인간은 종교적인 것을 이해하고 해석하려고 한다. 즉 종교는 환상의 산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허구론적 이론' 이란, 종교적인 표상은 허구 외에 아무것도 아니며, 종교는 허구적 사고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파이잉거(H. Vaihinger, 1852~1933)에 의하면, "마치 ~인 것처럼 보이는 것이 종교이다.
철학에 근거하지 않는 종교 철학 : 철학적 사고와 정신적인 사고에 의해서만 종교적인 것과 종교의 본질 또는 종교에 수반되는 모든 것들이 해명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제반 학문들, 예를 들어 종교학과 신학 그리고 종교 심리학 등에 의해서도 가능하며, 더 나아가서는 어떠한 방식으로든지 종교적인 사고가 가능하다. 다시 말해, 종교적인 사고나 종교적인 것들이 비록 철학적인 범주에
적합하지 않더라도 종교 철학의 연구 대상이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사람들은 자연적인 경험에 의해서도 종교적인 것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다. 그외에도 간접적인 경험, 즉 책이나 다른 사람의 체험 등을 통해서도 종교적인 사고나 종교적인 것들을 느끼고 알 수 있다. 결국 철학만이 종교적인 것을 해명할 수 있다는 독단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경향이다. 결국 여기에서 의미하는 바는 종교에 대한 연구 활동 내지는 연구 전체를 총체적인 측면에서 종교 철학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종교 철학적이라는 것은, 종교를 연구하고 종교에 대해 생각하는 학문적인 활동 내지는 비학문적인 것도 포함하는 총체적인 활동을 의미한다. 아울러 이러한 총체적인 종교 철학적 의미는 철학 이외의 다른 제반 학문과의 연관 관계 내지는 상호보완 관계를 말한다. (← 베르댜예프 ; 벨테 ; 비트겐슈 타인 ; 솔로비요프 ; 철학)

※ 참고문헌  김현태, 《종교 철학》, 가톨릭대학교 출판부, 1996/ 리하르트 샤에플러,김영필 역 《종교 철학》, 이론과 실천, 1994/ 브루스 라이헨바하 외, 하종호 역,《종교 철학》, 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 1994/ 존 힉, 김희수 역 , 《종교 철학》, 동문선, 2000/ J. 헤센, 허재윤 역, 《종교 철학의 체계적 이해》, 서광사, 1996/ U. Mann, Einfuehrung in die Religionsphilosophie, Darmstadt, 1970/ F. Schleiermacher, Uber die Religion, Hamburg, 1961/ Hans-Joachim Schoeps, Studien zur unbekanmten Religions und Geistgeschichte, Goettingen, 1963/ P. Tillich, Biblische Religion und die Frage nach dem Sein, Stuttgart, 1956. 〔金永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