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체험

宗敎體驗

〔영〕Religious Exper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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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체험에서 가장 강렬한 체험 중 하나인 회개 체험(〈아우구스티노의 회개> 안젤리코 작) .

종교 체험에서 가장 강렬한 체험 중 하나인 회개 체험(〈아우구스티노의 회개> 안젤리코 작) .

신적인 것을 직접적으로 체험하거나 일상 생활에서 얻은 체험을 신적인 것으로 파악하는 경험. 종교와 관련된 인간의 경험.
〔역사 속에서의 종교 체험〕 인간의 역사 속에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진 종교 전통(dead religious traditions)이든 지금까지 계속해서 존재하고 있는 종교 전통(living religious traditions)이든, 모든 종교 전통은 중심 인물들의 종교 체험을 통해서 역사 속에 등장하거나 혹은 발전되었다. 중심 인물들은 기존의 종교 전통 안에 머물면서 자신들의 종교 체험을 통해 개혁을 추진하거나 혹은 기존의 종교 전통으로부터 독립하여 자신들의 종교 체험에 근거한 새로운 종교 전통을 확립시키기도 하였다. 예를 들어 석가모니는 부다가야의 보리수 밑에서 얻은 종교 체험, 즉 깨달음을 통해서 브라만교의 많은 부분과 결별하고 새로운 종교 전통인 불교의 개조(開祖)가 되었다. 만약 바오로가 예수를 믿는 그리스도인들을 박해하기 위해 다마스커스로 가는 과정에서 종교 체험을 얻지 못하였다면, 그리스도교는 역사 속에 나타날 수 없었을 것이다. 종교 체험은 소위 세계 곳곳에 전파되어 있는 세계 종교 전통(World Religious Traditions)뿐만 아니라 신종교(New Religions)를 나타나게 하는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각 종교 전통의 중심 인물이 갖고 있었던 종교 체험은 중심적인 제자들을 통해서 체계화되어 전통의 뿌리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많은 해석상의 차이가 있어, 하나의 종교 전통 안에서도 많은 지류가 생겨났다. 이를테면 석가모니의 종교 체험은 후대의 많은 제자들을 통해서 체계화되었고, 그 체험에 대한 해석이 제자들 간에 달라서 소승 불교와 대승 불교로 분리되었다. 또한 석가모니의 종교 체험은 아소카(Ashoka, 기원전 265?~238) 왕을 통해서 인도를 벗어나 다른 세계 지역으로 전파되었다. 그 결과 석가모니의 종교 체험은 아시아뿐만 아니라 북미와 유럽에까지 전파되어 세계 종교로 발전하었다. 예수의 삶과 바오로의 종교 체험은 후에 하나의 제도화
된 교리 체계를 형성하였다. 무함마드(Muhammad, 571~632)의 종교 체험은 자신의 노예를 통해서 문자로 기록되었고, 후대의 제자들이나 신학자들을 통해 체계화되었다. 결국 아무리 중요한 중심 인물의 종교 체험이 있다고 할지라도 그 체험이 자신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제자들에의해 체계화되지 못한다면 하나의 종교 전통으로 나타날수 없다. 더 나아가 그런 종교 체험을 제자들뿐만 아니라 후대의 신앙인들에게 계속 제공해 주지 못한다면, 더이상 존재할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하나의 종교 전통을 심층적으로 이해한다고 하는 것은 바로 그 종교 전통의 중심 인물과 그 종교 전통을 확립시키고 발전시켰던 제자들, 그리고 그 전통에 참여해 온 일반적인 신앙인의 종교 체험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종교 체험의 이해는 종교 연구의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 체험을 이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종교 체험자의 체험은 쉽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많은 경우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체험자가 표현하지 않는 이상 연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종교 체험은 역사적으로 다섯 가지 차원에서 표현되었다. 첫째, 인간의 이성이나 의지로 쉽게 이해될 수 없는 초월적이고 신화적인 차원을 갖고 있다. 둘째, 삶의 옳고 그름을 판단해 주고 인도해 주는 윤리적 차원을 갖고 있다. 소위 사회 속에서 승인받은 세계 종교를 보면 그 이면에는 윤리적인 계명들을 모두 갖고 있다. 셋째, 교리적인 차원을 지니고 있다. 모든 종류의 종교 체험은 초기에는 체계화되지 못하여 교리를 형성하지 못한다. 그러나 점차 발전되면서 각 전통의 중심적 종교 체험은 핵심적인 교리로 표출되기도 한다. 처음에 교리는 중심 인물의 종교 체험을 퇴색시키지 않고 보전하려는 목적으로 제정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종교 전통과의 구별이나 이단 시비 논쟁의 무기로 탈바꿈하기도한다. 그 과정 속에서 교리의 역기능적인 측면이 나타나 기도 한다. 교리에 너무 얽매인 나머지 중심 인물의 원래 정신이 문자적으로 고정되기도 한다. 특히 문자적인 교리의 고정화는 역사 속에서 이단 심문, 다른 종교 전통에 대한 일방적인 비방이나 폭력으로 나타나기도 하였다. 넷째, 사회적 차원을 지닌다. 종교 체험은 사회와 무관한 것이 아니라 사회 안에서 다양하게 표현되고 사회를 개혁하기도 하고, 사회로부터 영향을 받기도 한다. 때로는 하나의 종교 체험이 사회 전체를 새롭게 조직하게 하기도 한다. 기존에 있었던 종교 전통과의 차별 내지는 분리로 인해, 기존의 사회는 혁명적으로 변혁되기도 한다. 다섯째, 의례적인 차원을 지닌다. 중심 인물들의 종교 체험은 의례 체계를 형성하여 정기적으로 공동체 모임을 갖도록 한다. 그리스도인들은 일요일에 교회에 모여서 미사나 예배를 드리고, 불자들은 정기적으로 또는 특정한 날에 법회나 불공을 드린다. 모든 종교는 다양한 의례들을 통해서 정기적으로 자기 자신의 내적 삶뿐만 아니라 공동체를 유지시켜 나간다.
〔학문적 연구〕 다차원적인 표현들을 통해서 종교 전통을 확립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역사 속에서 학문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오래되지 못하였다. 종교 체험 자체를 현대 학문의 관점에서 관심갖기 시작한 것은 100년 정도에 불과하다. 물론 각 개별 종교들이 자신들의 관점에서 종교적으로 종교 체험을 연구한 것은 매우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또는 객관적으로 조 사하고 분석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미국의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제임스(W. James, 1842~1910)가 1900~1901년에 영국 에딘버러 대학교에서 종교 체험에 대한 기포드 강연(Gifford Lectures)을 한 이후부터 종교 체험에 대한 논의는 학문적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제 임스의 강연이 100년 전에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종교적 경험에 대한 연구는 아직까지도 제임스의 연구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그의 논의는 종교 체험 연구에 있어서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그의 연구에 대한 다양한 논문들이 계속 발표되고 있다. 2002년 7월 5~8일까지 영국 에딘버러 대학교에서 열린 제임스의 기포드 강연 100주년 기념 학술 행사의 다양한 논문들에서도 제임스의 논의가 재해석되었다. 제임스는 1902년에 자신의 기포드 강연 내용을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 : 인간 본성에 대한 연구》라는 책으로 출판하였다. 이 책은 종교 연구에서 뿐만 아니라 심리학과 철학에서도 매우 중요한 저술로 인식되고 있다.
제임스는 교리 체계, 예배 의식, 의례, 신관, 상징물, 경전, 종교 조직과 같이 소위 종교의 객관적인 모습을 통해서 종교 체험을 연구하지 않았다. 물론 이것들도 궁극적으로는 종교 체험의 표상들이다. 그러나 그는 종교의 외면적인 모습을 연구하지 않고 오히려 종교 전통을 지금까지 유지시켜 온, 개별적인 종교인들의 종교 체험을 연구하였다. 제임스는 제자인 스타버크(E. Starbuck)가 종교 체험을 모아 놓은 자료들과 직접 서신 교환을 통해서 얻어낸 자료를 토대로 종교 체험을 이해하였다. 특히 그는 개별적인 종교인이나 무종교인이 어떤 제도적이거나 집단적인 모임에서보다는 고독한 삶에서 얻게 된 종교 체험을 가장 가치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이를 분석하였다. 그래서 그는 일기, 간증집, 기도문, 고백문 등과 같이 주관적이고 사적인 자료들을 최대한 모으려고 하였 다. 사실상 이런 제임스의 논의는 과정 철학을 확립시킨 화이트해드(A.N. Whitehead, 1861~1947)의 종교론에도 영향을 미쳤다.
〔종교 체험의 영향〕 종교 체험은 체험자에게 네 가지 변화를 구체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첫째, 체험자에게 궁극적 실재에 대한 생생한 경험을 갖도록 해 준다. 궁극적 실재를 무엇이라고 이름 붙이든 간에, 체험자는 이전의 생각과는 차원이 전혀 다른 생각을 갖는다. 둘째, 체험자에게 체험을 갖기 이전의 상태와는 매우 다른 삶의 변화를 가져다 준다. 종교 체험의 주체는 이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행복감, 기쁨, 평화 등과 같이 매우 안정된 마음을 갖는다. 또한 종교 체험은 안정된 마음을 주기 때문에 삶이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도 극복할 수 있는 용기를 제공하기도 한다. 셋째, 예술이 제공해 주는 것보다도 훨씬 고차원의 심미적인 눈으로 우주 만상을 보게 한다. 단순하게 보였던 우주 만상이 체험 이후에는 새롭게 태어난다. 의미없거나 추하게 보였던 현상에도 의미 부여가 되어 아름다움으로 나타난다. 하찮은 풀 한 포기 속에서도 숨어있는 아름다움을 느낀다. 소음 가운데서는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무질서 속에서도 질서와 조화를 느낀다. 넷째,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삶을 살아가도록 인도해준다.
그러나 종교 체험이 언제나 긍정적인 측면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종교 체험이 있고 난 이후에 가족 간에 불화가 생겨 가족이 해체되기도 하고, 체험자는 더이상 그전에 속해 있었던 사회 공동체에 속할 수 없어서 사회를 떠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더 나아가 종교 체험은 개인이나 집단을 폭력적으로 변형시킬 수 있다. 이를테면 종교 체험의 주체는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집단을 함께 자살시킬 수도 있고, 세상을 적으로 여겨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이런 측면 때문에, 종교 체험의 참과 거짓 판결은 체험 자체보다는 체험자가 종교 체험을 하고 난 이후의 삶 속에 나타난 열매들을 통해서 평가되어야 한다.
〔종류 및 특성〕 종교 체험 중에서 가장 강렬한 체험은 신비주의적 체험, 즉 탈혼 체험과 회개 체험일 것이다. 이 두 종류의 종교 체험은 가장 강렬한 변화와 통합적 느낌을 제공해 준다. 예수를 믿던 그리스도인들을 비판하고 박해하였던 바오로가 신비적인 체험을 갖고 난 이후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정반대의 태도를 보이고 그들을 자신의 삶과 차별되게 분리시키지 않고 형제 · 자매로 통합
시켰다. 또한 마니교(Manichaeism)와 성적인 욕망에 깊게 빠져 있던 아우구스티노(354~430)도 하느님의 소리를 듣는 회개 체험을 갖고 난 이후에는 모니카(332~387)의 간 곡한 권고에도 불구하고 멀리하였던 그리스도교를 받아들여 그리스도교의 전반적인 사상 체계를 정리하였다. 한편 신비주의적 종교 체험은 네 가지 특성을 지닌다. 첫째, 언어로 충분히 표현할 수 없는 가장 만족하고 기쁨의 상태인 형언 불능성(形言不能性)을 특성으로 갖고 있다. 둘째, 이지적 특성을 갖고 있다. 비록 이런 체험은 감정적인 특성이 주된 것이지만, 체험자 자체는 자신의 체험을 지적으로 이해하고 있다. 셋째, 신비주의적 체험 상태는 오래 지속될 수 없는 특성을 지닌다. 극소수의 체험자들을 제외하고는 30분 또는 한두 시간 정도가 한계이다. 넷째, 매우 수동적인 특성을 지닌다. 체험자의 의지, 생각 또는 수행 조절을 통해서 신비주의적 체험을 갖기보다는 무엇인가에 끌려서 이루어진다.
신비주의적 체험과 강도 면에서 거의 비슷한 회개 체험도 종교 체험 중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회개는 일반적으로 두 종류의 유형을 갖고 있다. 하나는 점진적인 회개이고, 다른 하나는 갑작스러운 회개이다. 전자는 어느 순간에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진행되다가 어느 순간에 결과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반면에 후자는 어느 순간에 자신의 의지나 생각과는 상관 없이 갑자기 나타나는 현상이다. 회개 연구 초기에는 후자의 견해에 많은 강조점을 두었지만, 최근의 연구에는 오히려 전자 쪽에 많은 강조점을 두고 있다. 회개 연구는 많은 측면에서 발전되어 왔지만 몸과의 관계성 안에서 주로 이루어져 왔다. 특히 몸의 상태 변화와의 관계 안에서 회개 연구를 진행시켜 왔다. 인간 몸의 변화 중에서 가장 강력한 변화는 청소년기에 나타난다. 청소년기에 이르면 인간의 몸은 생식 기관을 완전히 갖추게 되고, 사랑의 대상을 갈구하게 된다. 이런 몸의 변화처럼 인간의 정신도 청소년기에 가장 많은 변화를 겪는다.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자신의 정신적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종교적 대상으로의 회개이다. 그러나 몸의 성장이 가장 절정에 이르렀을 때 보다는 몸의 생식 기관을 더이상 사용할 수 없는 노년기에 오히려 회개가 가장 많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 두 견해 사이에 나이의 차이는 있지만, 공통적으로 몸의 변화와 회개와는 많은 연관성이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한편 세계 종교의 중심 인물들이 강렬한 종교 체험을 하였을 당시의 생물학적인 나이는 대부분 청장년기에 속한다. (→ 탈혼 ; 회개)
※ 참고문헌  A.N. Whitehead, Religion in the Making, New York, 1926/ J. Dewey, A Common Faith, New Haven, Yale University Press, 1934/ F. Schleiermacber, On Religion : Speeches to its Cultured Dispensers, New York, 1955/ M. Buber, I and Thou, New York, 1970/ N. Smart, The Religious Experience ofMankind, 2nd ed., New York, 1976/ A. Hardy, The Spiritual Nature of Man, Oxford, 1979/ W.C. Smith, The Meaning and End ofReligion, New York, 1961(길희성 역,《종교의 의미와 목적》, 분도출판사, 1987)/ R. Otto, Das Heilige, Marburg, 1917(길희성 역, 《성스러 움의 의미》, 분도출판사, 1989)/ M. Eliade, The Sacred and the Profane, New York, 1959(이은봉 역, 《성과 속》, 한길사, 1995)/ W. James, The Varieties of Religious Experience, 1902(김재영 역,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 한길사, 2000)/ 김재영, <그렌빌 스텐리 홀의 종교 이론>, 《청소년학 연구》, 한국청소년학회 , 2001. 〔金在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