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물 숭배
呪物崇拜
[라]Fetiscismus · [영]Fetish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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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권

주믈 숭배를 위해 사용된 나무.
초자연적인 힘과 능력이 부여되어 있다고 믿어지는 자 연이나 물건에 대한 숭배. 사물 숭배(事物崇拜) 또는 서물 숭배(庶物崇拜)라고도 한다. [개 념] 주술을 사용하지 않는 원시 종교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단 원시 종교뿐만 아니라 고등 종교 에서도 이러한 요소들은 잔존하고 있다. 주술이란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요소들을 초인간적인 힘을 동원하여 해결하려는 시도로, 원시적인 의미의 과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주술이 과학의 대용물은 아니다. 왜냐하 면 과학이 발달한 현대에도 주술은 여전히 사용되고 있 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한계 상황을 마주하면, 엄습하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하여 눈 에 보이지 않는 어떤 초인간적인 힘에 의지하여 외부 환 경을 통제하고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시도한다. 이러한 성스러운 힘이 주력(呪力)을 지니는 어떤 물건 속에 들어 있다고 믿는 신앙 형태가 주물 숭배이다. 즉 물건 속에 성스러운 힘이 들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연구 동향] 서구어의 '페티시' (fetish)라는 용어는 포 르투갈어 '페티소' (fetiço)에 기원을 두고 있다. 그 뜻은 '만들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 (that which is made in order to make)으로, 14세기의 포르투갈 기록에 이 용어가 처음 으로 등장하였다. 포르투갈의 항해자나 상인들이 서부 아프리카 해안을 여행하면서 아프리카인들에 의하여 주 술-종교적 목적으로 만들어진 목각물들을 보고, 이러한 이름을 붙인 데에서 유래한다. 이러한 종교 현상을 계몽 사상의 진화론적 영향을 받아 종교의 기원으로 주장한 학자는 18세기 프랑스의 인류학자 브로스(Charles de Brosses, 1709~1777)이다. 그는 《주물신(呪物神)에 대한 의례 : 고대 이집트 종교와 현대 흑인 종교의 병행적 요소》 (Du culte des dieux fétiches : Paralléle de I'ancienne religion de I'Egypte avec la religion actuelle de Nigrite, 1760)라는 저서를 출판하였다. 이 책에서 그는 종교의 발달 단계상 가장 낮 은 단계는 나무나 돌 등의 자연물로 만들어지고 주력을 가진 이러저러한 대상들을 숭배하는 주물 숭배라고 결론 을 지었다. 그가 종교의 기원으로서의 주물 숭배설을 내 세운 이후, 이러한 견해는 콩트(A. Comte, 1798~1857)에 의해 계승되었다. 그는 저서 《실증 철학 강의》(Cours de philosobie positive)에서 유명한 인류 정신의 세 단계 발전 설, 즉 신학적 단계, 형이상학적 단계, 실증적 단계를 주 장하였다. 그에 따르면, 신학적 단계는 다시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그중 하나가 주물 숭배이다. 이는 인간 생활의 외적인 대상을 모두 참견하며, 천상의 존재에 대한 숭배 에서 그 최고조에 달한다는 것이다. 콩트는 더 나아가 원 시인들은 인간과 세계가 서로 밀접하고 정확하게 연관되 는 것으로 믿었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주물에 대한 그 들의 믿음은 그에 상응하는 살아 있는 존재에 대한 믿음 과 같은 것이라고 여겼다. 콩트에게 있어 이러한 주물 숭 배적 믿음은 실증적 과학에 한 걸음 더 다가선 것으로서, 그는 이것이 인간의 마음을 동물적인 아둔함에서 벗어나 한 발자국 앞으로 내닫게 하는 중요한 진보라고 보았다. 콩트의 이론은 당시 학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영국의 인류학자 타일러(E.B. Tyler, 1832~1917)가 종 교의 기원으로 새로운 학설인 정령 숭배설(精靈崇拜說, animism)을 내세우기까지, 주물 숭배는 이렇다 할 반론 없이 원시 종교의 일반 명칭으로 사용되었다. 타일러는 주술-종교적 신앙이 정령(anima)과 힘(mana)에 관련된 다고 기술하였다. 템펠스(Placide Tempels)는 반투족(Bantu) 아프리카인들을 연구하여, 그들이 사물에 깃들인 생 명력(force vitale)을 믿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 주장들 은 현대 과학자들이 말하는 에너지의 성격과 공통되는 부분이 많다. 그래서 프로이트(S. Freud, 1856~1939)는 정 령 숭배가 가장 완벽한 종교 체계라고 하였던 것 같다. 현대의 문화 인류학 용어와 관련해서 주물 숭배는 더 이상 종교적 실천을 기술하는 데 사용되지 않는다. 그러 나 민속 현장 연구에서 주술-종교적인 의례에서 사용되 는 작은 조각물들을 지칭할 때에 주물이라는 용어가 더 러 쓰이기도 한다. 이때에도 물론 종교의 기원을 주장하는 의미에서 말하는 주물 숭배와는 상관없이 사용된다. 마르크스(K. Marx, 1818~1883)도 주물 숭배라는 말을 고 유한 의미로 사용하였다. 그는 주물 숭배라는 용어를 실 존하지 않는 사물에 부가된 객관적 실재라는 의미로 사 용하였다. 누군가가 자기 노동의 결과로 나온 생산품에 의하여 짓눌릴 때 소외의 과정이 진행되며, 그럴 때 그는 실존하지도 않는 우상이나 이념이라는 주물에 의하여 소 외당하는 신세를 면치 못한다는 것이다. 프로이트를 추 종하는 정신분석가들도 마르크스와 유사한 의미로 주물 이나 주물 숭배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모스(M. Mauss, 1872~1950)는 주물이나 주물 숭배라는 용어가 오해의 소 산이기 때문에, 학술 용어로 적합하지 않다고 하면서 그 사용을 거부하였다. 그는 반투족 아프리카인들의 믿음과 종교에 대하여 주물 숭배 라는 용어 대신 그들의 개념인 은코시(nkiosi)를 써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옛날 포르투 갈 상인들이 피상적으로 생각하였던 것과는 달리, 아프 리카인들이 생각하기로는 그들이 숭배하는 대상에는 조 상과 연관되는 특별한 힘과 위력이 들어 있어서 평범한 개인들이 이룰 수 있는 이상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물 숭배는 이제까지 알려진 주술-종 교적인 신앙 체계 안에 배타적으로 들어 있는 것이 아니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을 고려할 때에 대단히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주물 숭배는 초인 간적이고 신적인 에너지를 가진 주물에 대하여 인간이 맺는 일정한 관계를 표현하는 용어이다. (← 사물 숭배 ; 페티시즘) ※ 참고문헌 김열규, 《한국 민족 문화 대백과사전》 20, 한국정신 문화연구원, 1992/ 지그문트 프로이트, 김종엽 역 , 《토템과 타부》, 문 예마당, 1995/ M. Lima, Fetishism : The Encyclopedia of Religion, New York, 1987/ P. Tempels, Philosophie Bantou, Paris, 1952/ E.B. Tylor, Primitive Culture, 1871. 〔朴日榮〕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