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자 朱子(1130~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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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권
중국 남송(南宋) 시대의 유학자이며 사상가. 성리학의 창시자로, 자는 원회(元晦)였으나 후에 중회(仲悔)로 바꾸었다. 호는 회암(晦庵)인데 때에 따라 회옹(悔翁), 둔옹(遜翁) 등으로 썼으며, 별호는 자양(紫陽), 본명은 희 (熹)다. 건양(建陽)의 고정(考亭)에 살았기에 '고정 선 생' 이라 부르기도 하며, 그가 세상을 떠난 뒤인 1208년 문공(文公)이라는 시호가 내려져서 '주문공' 이라 부르 기도 한다. 〔생애와 학문 발전 단계〕 주자의 학문 발전 단계는 대 략 네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단계(14~24세)에서 주자는 14세 때 아버지 주송(朱松)이 죽자 그 유명(遺命) 에 따라 아버지의 친구들인 호헌(胡憲), 유면지(劉勉 之), 유자휘(劉子翬)로부터 사사를 받으면서 불교와 도교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15~16세 무렵에는 대혜종고 (大慧宗杲)의 제자였던 도겸(道謙)을 만나 선불교(禪佛 敎)에 관심을 기울였다. 둘째 단계(24~34세) 때인 24세 에 주자는 동안현(同安縣) 주부(主簿)로 부임하러 가면 서, 이연평(李延平)을 만나 장재(張載, 1020~1077) · 정호 (程顥, 1032~1085) · 정이(程頤, 1033~1107) 등에서 시작 된 인격 수양론인 미발(未發), 기상(氣象), 체인(體認) , 이일분수(理-分殊)를 배웠다. 그러나 완전히 이해하지 는 못하였고, 그의 나이 34세 때 이연평이 죽었다. 셋째 단계(35~40세)의 시작인 35세에 호남학파의 장식을 만 나서 마음의 경험적 측면〔已發〕을 중시하는 호남학(湖南 學)을 배운 주자는 마음의 선험적 측면〔未發〕을 기반으 로 한 이연평의 이론에서 벗어나 호남학에 기울어졌다. 이 시기의 이론을 '마음에 관한 옛 이론' 〔中和舊說〕이라 한다. 35세 때 그는 불교와의 결별을 위해서 대혜종고와 장구성(張九成) 등을 비판하였다. 넷째 단계(40~71세)가 시작되는 40세 때 주자는 채원정(蔡元定)과 토론하다 얻은 깨달음을 중심으로 '마음에 관한 새로운 이론' 〔中 和新說〕을 확립하였다. 이는 마음의 선험적 측면을 기초 로 경험적 측면을 아우른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그는 '성리학' 이라는 도덕적 형이상학의 체계를 세웠다. 사상의 골격이 완성된 후 그는 다른 학파와 치열한 논쟁을 벌 였다. 41 ~45세에는 호남학파와 논쟁하면서 호남학을 청산하였고, 55세 이후에는 육구연(陸九淵, 1139~1193) 절동의 결과〔事功〕론자인 진량(陳亮, 1143~1194) 등과 논쟁하였다. 주자에게 있어서 관직은 자신의 이론을 실천하는 자리 였다. 그는 24세부터 관직 생활을 시작하였는데 사상을 완성하기 전에는 지방관으로서 수동적인 실천을 하였지 만, 학설이 완성되자 50세 무렵부터 점점 중앙 정치의 핵심에 접근하였다. 하지만 주자가 65세 되던 해에 영종 (寧宗, 1194/1195-1224/1225)이 즉위하고 반도학파인 한 탁주(韓佗胄)가 집권하면서, 그는 위학(僞學 : 거짓 학문) 으로 낙인 찍힌 채 가혹한 탄압을 받았다. 주자는 1200 년 71세로 세상을 떠났으며, 그 후 그의 학문이 인정되 어 시호가 내려지고 다시 태사(太師), 휘국공(徽國公)으 로 추증되었다. 〔학 파〕 주자학은 '신유학(新儒學) · 이학(理學) · 성리학(性理學) · 도학(道學) · 정주학(程朱學) · 송학(宋 學)' 등으로 불렸다. 주희는 스스로 '도학' , 즉 진리의 학문이라 불렀다. 하지만 핵심이 '이' (理)이므로 중국에 서는 일반적으로 '이학' 이라 하였고, 한국에서는 '성'(性) 자를 붙여서 '성리학' 이라 명백하게 표현하였다. 송의 주류 사상이므로 '송학' 이라고도 하였고, 정호 · 정 이와 주자가 핵심 인물이므로 '정주학' 이라고도 하였다. 주자학이라는 용어는 개화 이후 일본인들이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송나라 이후 유학의 조류를 서양에서는 '새로운 유학' 이라는 뜻의 '신유학' (neo-confi\cianism)이라 한다. 신유학에는 송나라 이후의 성리학, 명나라의 양명학 (陽明學), 청나라의 고증학(考證學)이 포함된다. 〔저 술〕 그의 사상을 집약적으로 담고 있는 것은 《주 자문집대전》(朱子文集大全)과 《주자어류대전》(朱子語類 大全)이다(각각 140권). 전자는 보통 《주자대전》이라 하며, 주자가 평생 남긴 글들, 시와 편지, 논문, 상소문, 묘지명 등을 모은 문집이다. 후자는 《주자어류》라고 하며, 주자의 강의를 제자들이 기록한 것들을 모은 것이다. 주자가 필생의 정력을 기울여 저술한 것이 《사서집주》 (四書集註 : 《論語集註》, 《孟子集註》, 《大學章句》, 《中庸 章句》)이다. 사서에 대한 이 주석서를 쓰기 위해서 그는 사서 각각에 혹문(或問)을 썼으며, 그외에도 《중용집략》 (中庸輯略) 《논맹정의》(論孟精義) 등을 저술하였다. 성 리학이 사서에 기초해 있기 때문에, 오경(五經)에 대한 저술은 빈약하다. 하지만 주자는 《주역》(周易)에 대한 주석서인 《주역본의》(周易本義)와 《역학계몽》(易學밤 蒙), 《시경》(詩經)의 주석서인 《시집전》(詩集傳)을 지었고, 《서경》(書經)의 주석서인 《서집전》(書集傳)은 그의 제자인 채침(蔡沈)이 주자의 강의에 따라 지었다. 〔주장과 사상〕 이원론 : 주자는 이 세계를 '이' (理)와 '기' (氣)라는 두 가지 요소로 설명하였다. '이' 는 원래 나무나 돌의 '결' 을 지칭하는 것으로, 법칙이나 원칙을 의미한다. 반면 '기' 는 원래 숨(기체), 생명력을 의미하 는 것으로, 모든 사물을 이루는 재료를 뜻한다. '기' 에는 음양(陰陽)과 오행(五行)이 있는데, 이는 '이' 와 비슷한 뜻이지만 적용 대상이 다르다. '기' (음양오행)는 자연을 설명하는 도구이고, '이' 는 인간과 사회를 설명하는 개 념이다. 자연은 필연(결정론)이 지배하고, 인간은 자유 의지에 따른다. 따라서 음양오행은 현실태인 법칙이고, 이는 가능태인 법칙이다. 자연관 : 주자의 기 철학, 혹은 기에 의한 자연 설명은 한(漢) · 당(唐) 시대의 기존 학설 골격을 그대로 답습하 고 있다. 자연의 변화는 알갱이(원자)가 아닌 가스〔氣〕의 희박화와 농축화의 과정이 번갈아 일어나는 과정이다. 기가 모여 뭉친 덩어리들이 현상 사물이고, 현상 사물이 죽으면 다시 흩어져서 희박한 기〔太虛〕로 돌아간다. 자 연 설명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가 음양오행 에 의한 설명이다. 이것은 서로 다른 분야를 넘나들면서 설명하는 것이 그 특징이다. 예컨대 음양-천지-남녀-부 자(父子)-군신(君臣) 등 분야가 다른 것이 같은 차원에 서 비교된다. 오행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이런 설명을 상 관적 우주론이라 한다. 서양의 자연 과학은 주자 당시 무렵부터 비약적인 발전을 하는 반면, 중국의 자연 과학은 성리학 성립 이후부터 침체된다. 그렇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물질적 현상을 오직 물질로만 설명해야 하는데, 상관적 우주론처럼 분야를 넘나들며 물질과 정신을 뒤섞은 태도 때문이었다. 형이상학 : 성 '리' 학이라는 말처럼 주자 사상의 핵심 은 '기' 가 아니라 '이' 이다. 기존의 유학에 주자는 '이'를 도입하였다. '기' 에 의해서 설명되는 것은 필연이 지 배하는 자연 세계일 뿐이다. 그 현상 세계를 넘어서 그들 이 생각하는 이상과 꿈을 '이' 에 투영시켰다. 그리고 그 꿈을 자연 법칙과 같은 무시간적 필연성, 불변성이 있는 것으로 객관화시켰다. 원리와 법칙이 된 꿈과 이상을 '이' 라고 한다. 인간의 희망을 객관화 · 실체화시킨 것이 다. 모든 사물의 '이' 의 전체가 태극(太極)이다. 태극은 그 위상에서 하느님과 비교될 수 있다. 하나의 달이 모든 강에 도장 찍혀 있듯이〔月印千江〕, 하나의 태극은 모든 현상 사물에 부여되어 있다. 이런 점에서 그의 주장은 범 신론이다. 이렇게 부여된 하나의 '이' 는 상황에 따라 나뉘어 달 라진다〔理一分殊〕 '이' 는 본래 화엄 철학에서 '관계 맺 음, 공통성' 이란 의미였다. 예컨대 나에게는 '이' 의 전체 인 태극이 부여되어 있다. 내가 아버지를 대하면 그 '이' 가운데 아버지에 대한 '이' 가 나뉘어 나와서 아버지에게 올바르게 대하게 한다. 이에 화답하여 아버지도 자신에 게 부여된 '이' 의 전체(태극) 가운데 자식에 대한 '이' 를 끄집어내어 행위하게 된다. 태극이 모든 개체에 부여되어 있고 그것이 상황에 따라 서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 이는 일종의 유기체설이며 공자(孔子, 기원전 551/552~ 479)가 말한 정명론(正名論)의 부활이다. 종교 철학 : 주자는 묵자(墨子, 기원전 479?~381?) 사상 의 핵심이며 장재의 《서명》(西銘)에서 다시 부활한 유일 신론을 경계하며, 맹자(孟子, 기원전 372?~289?) 사상의 기초인 범신론을 고수한다. 인격신이 모든 존재를 초월해 있는 절대자(유일신)인 반면, 범신론에서 신은 모든 개체 안에 들어가 있다. 모든 사물에 부여되어 있는 태극 이 바로 그것이다. 이렇게 사물 속에 잠겨 있기에 태극은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으며, 군림하되 현상 사물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심판하지 않기에 얼굴 없는 하느님인 셈이다. 현상 사물에 잠겨 있으며 그 사물의 본질 혹은 이성을 이루는 태극〔性卽理〕처럼, 유교라는 종교도 일상 생활 속에 잠겨 있으며 각 개인을 움직이게 한다. 유교가 종교 라면 그 교리나 예배 의식이나 교단 조직은 모두 일상의 속(俗), 사회 국가 체제 속에 들어가 버린다. 예컨대 유교의 도덕률〔禮〕은 계율이며, 제사는 예배 의식이고, 가부장은 성직자인 셈이다. 주자의 이론 안에 잠복해 있던 범신론과 대립되는 유일신론은 조선 시대에 사칠논변(四七論辨)에서 다시 드 러난다. 이황(李滉, 1501~1570)은 이(理 : 태극)의 움직임 〔發一動-到〕을 주장한다. 부동의 동자였던 태극이 능동 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결국 인격신적인 특징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주자의 범신론에서 인격신론으로 한 걸 음을 내디딘 이황의 이론은 기호 남인들이 천주교를 받아들이는 하나의 배경이 되었다. 마음 이론 : 주자의 철학은 형이상학적 원리에서부터 인간, 사회, 자연을 설명하는 연역적 형이상학 체계이며, '이' 와 '기' 라는 두 가지 원칙으로 세상 전체를 설명하는 세계관이다. 그리고 자연과 인간은 같은 구조를 갖는 대우주와 소우주의 관계이다〔天人合ㅡ〕. 시간과 공간 속 에서 변화하는 물질적 현실이 형이하자(形而下者)인 반 면, 시공을 떠난 불변의 이상과 이념은 형이상자(形而上 者)이다. 마찬가지로 사람의 마음도 항상 변화하는 생리적 작용으로서의 이발(已發)의 마음과 불변의 원리 원칙 을 보존하고 있는 선험적인 미발(未發)의 마음으로 나닌 다. 사람의 마음은 감성과 이성 · 본성으로 구성되어 있다〔心統性情〕. 이발의 마음인 감성은 '기' 이고, 미발의 마음인 이성 · 본성은 '이' 이다〔性卽理〕. 변화하는 현실 에서 이상과 이념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를 미발이라는 선험성 속에 넣는다. 이는 현실태가 아니라 가능태이다. 각 개인이 노력해서 현실화시키면 도덕률로 드러나지만, 노력하지 않으면 그냥 가능성으로 본성 속에 잠겨 있을 뿐이다. 주자는 이원론자이기에 마음-감성-본성을 둘로 나눈다. 도덕적인 감정 욕망인 사단(四端)과 육체적인 감정 욕망인 칠정(七情), 모든 사람이 본래 부여받아 타고난 도덕적 본성인 본연지성(本然之性 : 천지지성)과 각 개인 이 육체적으로 타고난 성격인 기질지성(氣質之性), 본연 지성을 따르는 마음인 도심(道心 : 진리의 마음)과 기질이나 욕망을 따르는 인심(人心 : 사람의 마음)이 그것이다. 이분법적 대립은 "천리(天理)를 보존하고 인욕(人欲)을 없애 버려라"라는 구호로 잘 드러난다. 인격 수양 이론 : 형이하자-이발의 측면, 경험적인 현실적 측면에서 볼 때 인간은 몸을 가지고 있으며, 육체적인 욕망과 감정에 좌우된다. 그러나 마음의 깊숙한 곳, 선험적인 곳에 도덕률의 근원인 '이' 가 가능태로 주어져 있다. 사람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이 가능성을 현실로 끌 어내는 것이다. 성즉리(性卽理)를 성리(性理), 즉 이성 (理性)으로 바꾸는 작업이다. 이 작업은 늘 경건하기' 〔居敬〕와 '이치를 탐구하기' 〔窮理〕라는 마음 수양의 방법으로 가능하다. 전자는 경건함에 의해서 '마음을 다잡 고〔存心〕 이성을 키우기〔養性〕' 이며, 후자는 '사물의 이 치에 나아가 앎을 넓히는 것' 〔格物致知〕이다. 다시 말해 서 전자는 도덕적 주체성을 확립하는 작업이며, 후자는 도덕적 세계관을 형성하는 일이다. 격물치지는 인식론이 아니다. 오히려 기존의 도덕적 세계관을 각 개인이 습득 하는 과정이다. 즉 경전을 독서하고, 일상 생활에서 실천해 보고, 의문점을 반복해서 되뇌어 활연 관통하는 순간 세계관이 형성되는 것이다. 주자에게 인식론이라 할 수 있는 것은 도통론(道統論 : 진리의 계보 이론)이다. 주자는 각 개인의 감성〔現量〕이나 이성〔比量〕이 진리의 원천이 될 수 없다고 보았다. 진리의 원천은 성현의 말씀〔聖敎量〕일 뿐이고, 이러한 성현들의 계보를 추적하는 것은 바로 진리의 계보를 밝히는 일이다. 이런 진리론은 정상 과학과 혁명적 변화를 설명하는 미국의 과학 철학자인 군(T.S. Kuhn, 1922~1996)의 패러다임 이론과 유사하다. (→ 성리학) ※ 참고문헌 《朱子大全》/ 손영식,《이성과 현실- 송대 신유학에 서 철학적 쟁점의 연구》, UUP, 1999. 〔孫英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