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군징》 主制羣徵
글자 크기
10권
중국에서 활동한 예수회 선교사 살 폰 벨(Johann Adam Schall von Bell, 湯若望, 1592~1666) 신부가 저술한 한문 교리서. 샬 폰 벨이 저술한 다섯 종의 서적 중 첫 번째 저작으로, 그가 서안(西安)에서 활동할 때(1627~1630) 저술되어 1629년에 상 · 하 두 권으로 간행되었다. 1쪽 당 아홉 줄, 1줄 당 20자씩, 두 쪽이 한 장(張)을 이루는 한서(漢書)로, 상권 30장, 하권 28장의 총 58장, 목차 포함 총 118쪽에 이르는 교리서이다. 전체의 내용은 '천 주가 (우주를) 주재하는 수많은 증거' 라는 책이름 《주제 군징》이 시사하는 대로, 우주 만물의 존재를 통해 그 창 조자 천주를 증명하고 있다. 상권에서는 자연계의 모든 존재와 현상을 통해 천주의 존재를 입증하고, 하권에서는 인간을 주제로 피조물인 인간의 위대함과 한계 그리고 그를 주재하는 창조주에 대하여 해설하였다. 살 폰 벨은 이 저서에서 천문학과 의학, 물리학, 생물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토대로 수많은 존재의 실체와 자연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그리고 그 위에 '우주 만물에 대한 창조주 하느님의 다스림' 이라는 일관된 신학적 논리를 구축하였다. 그러나 《주제 군징》의 더 큰 의의는 이 책이 교리서일 뿐 아니라 동시 에 반(反) 성리학적 이론을 개진함으로써 중국 천주교회 의 사상적 원칙을 천명한 대표 저술이라는 점이다. 저자는 태극(太極) · 이(理) · 기(氣) · 음양(陰陽) · 오행(五 行) · 혼(魂) · 정신(精神) 등 일반적으로 난해하고 모호 한 성리학 이론을 알기 쉽게 설명한 다음, 그것을 객관 적 · 과학적으로 분석 · 비판하였다. 또한 특기할 점은 중국에서 우주의 다섯 원소로 인식하던 오행을 고대 그리스 철학의 불〔火〕 · 물〔水〕 · 공기〔氣〕 · 흙〔土〕의 사행(四 行)으로 대치하며, 그 본질 자체가 천주에 의해 창조된 단순 물질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살 폰 벨의 70회 생일 축문에서 위예개(魏裔介)는 《주제군징》이 "학문을 좋아하는 중국의 선비들에게 두루 알 려지고 또 읽히고 있다" 라고 하였는데, 실제로 20세기 초엽까지 중판을 거듭하며 중국뿐 아니라 조선의 학자들 에게도 읽혔다. 1791년(정조 15) 5월 진산 사건(珍山事 件)을 계기로 같은 해 11월 홍문관(弘文館)에 소장된 서 양서 24종을 불태웠을 때, 《주제군징》도 포함되어 있었 다. 이 책은 조선 후기의 진보적 유학자들이 서양의 과학 지식을 이해하고 습득하는 데 중요한 하나의 계기가 되 었다. 그중 자연 과학에 관심이 많았던 이익(李濯) · 안정복(安鼎福) · 홍대용(洪大容) 등은 《주제군징》을 상세히 읽고, 일부 이론은 자신의 글에 인용하기도 하였다. (→ 보유론 ; 샬 폰 벨, 요한 아담) ※ 참고문헌 L. Pfister, Notices biographiques et bibliographiques sur les Jesuites de l'anciene Mission de Chine 1553~1773, Chang-Hai, 1932/ 方豪, 《中國天主教史人物傳》 2, 湯若望 條, 香港, 1970/ 장정 란, 《그리스도교의 중국 전래와 동서 문화의 대립》, 부산교회사연 구소, 1997/ 김성언 역, <주제군징>, 《釜山教會史報》 28-35호, 부산 교회사연구소, 2000~2002. 〔張貞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