즈가리야의 노래 〔라〕Benedictus 〔영〕The Benedict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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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권

세례자 요한의 이름을 지어주는 즈가리야.
세례자 요한의 아버지 즈가리야가 하느님을 찬양하며 이스라엘의 메시아 희망에 관한 예언을 담아 주님께 바 치는 찬가(루가 1, 68-79). 즈가리야의 노래는 루가 복음에만 나오는 특수 사료로, 이 노래의 라틴어 본문은 "찬양받으소서, 이스라엘 의 하느님이신 주님!"(Benedictus Dominus Deus Israel)으로 시작된다. 이 구절의 첫 낱말인 '베네딕투스' (Benedictus) 가 이 노래의 이름이 되었다. 마리아의 노래(Magniticat, 루 가 1, 46-55)처럼 즈가리야의 노래도 팔레스티나의 초기 교회 공동체에서 즐겨 부르던 노래였을 것이다. 루가 복 음사가는 시므온의 노래(Nunc Dimittis, 루가 2. 29-32)와 함께 이 찬가 세 편을 전사(前史, 1, 5-2, 52)에 옮겨 실었다. 〔구 성〕 즈가리야의 노래는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첫째 부분(68-75절)은 찬미 형식으 로 되어 있다. 구원의 시작을 알리는 하느님을 찬미하며 그 분께 감사의 노래를 드리는 내 용으로, 마리아의 노래 주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둘째 부분(76-79절)은 예언 형식으 로 되어 있는데, 하느님의 약 속이 세례자 요한과 예수의 공 생활 안에서 어떻게 구체적으 로 실현될 것인지를 알려 주는 예언이다. 또한 즈가리야의 노 래는 이스라엘이라는 전체 상 황에서 요한과 예수라는 개별 상황으로 넘어가면서 내용이 전개되는데, 마리아에게 초점 이 맞춰진 다음(개별 상황) 이스 라엘(전체 상황)로 내용이 전개 되는 마리아의 노래와는 반대 의 흐름을 갖는다. 이 노래는 루가 복음서의 전 사에 속해 있지만, 작게는 요 한의 탄생 이야기(1, 58-80)에 속해 있다. 루가 복음사가는 즈가리야의 노래 앞에 세례자 요한의 출생을 전하는 이야기 (57-66절)를 배치하고, 뒤에는 예수의 탄생 이야기(2, 1-20)를 배치함으로써, 즈가리야 의 노래가 요한의 탄생과 예수의 탄생을 이어 주는 역할 을 하도록 하였다. 〔양 식〕 즈가리야의 노래는 구약성서 전승에서 볼 때, 하나의 시편이고 감사 기도이다. 양식사적으로 첫째 부 분은 찬미의 말로 시작하며(68ㄱ절), 뒤이어 하느님이 찬 미받아야 할 근거를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 하느님이 당 신 백성을 구원하여, 곧 당신 백성에게 약속한 것을 기억 하여 그들의 원수로부터 당신 백성을 구해 냈기 때문에 하느님은 찬미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부분은 새로 태어나는 아기에 대한 소원과 신탁에 관한 것으로, 아이 는 주님보다 앞서 그의 길을 닦고 그의 자비하심을 백성 에게 알리는 사명을 갖는다. 〔기 원〕 즈가리야의 노래는 본래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예수의 탄생에 관해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내용으로, 유 대계 그리스도인들 사이에서 유행한 시가(詩歌)였을 것 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한다면, 메시아인 예수의 구원을 체험한 예루살렘의 그리스도인들이 부른 감사가였을 것 이다. 이 노래는 그리스어로 옮겨져 해외 유대인들뿐 아 니라 이방계 그리스도인들 사이에서도 널리 불려졌을 것 이다. 루가 복음사가는 예루살렘 모교회에서 유래한 노래 를 세례자 요한의 출생을 기리는 노래로 바꾸면서 세례자 의 장래를 예언하는 시구를 덧붙였을 것이다(76-77절). 〔본문 해설〕 68-69절 : 이스라엘의 하느님은 당신 백 성을 '찾아오신다' . 당신의 백성이 어떻게 지내는지 훌 어보고자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당신 공동체를 벌하기 도 하고(시편 89, 39 : 집회 2, 14) 구원하기 위해서(창세 50, 24-25 : 출애 3, 16 : 4, 31 ; 13, 19 : 30, 12 : 여호 23, 17 ; 시편 80, 15 ; 106, 4 ; 룻기 1, 6) 찾아오는 것이다. 곧 당신 백성에 대한 자비를 베풀려는 것이다. 이는 종말 론적 '방문' 을 뜻하는데(이사 3, 7 ; 시편 3, 11 ; 10, 4 ; 11, 6 : 15, 12), 야훼의 방문은 구원과 연결된다(시편 106, 4). 따라서 하느님의 방문은 속량하기 위한 방문이 다. 본래 속량은 노예살이를 하는 종을 해방시키는 것이 다. 하지만 여기서는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해방된 출애 급 사건이나 바빌론에 끌려가 유배살이를 하던 포로들을 고레스로 하여금 해방시킨 속량이기보다는, 인류를 죄와 악마와 죽음의 지배에서 해방시키는 가장 완전한 의미의 해방이라 하겠다. 68ㄴ절에 쓰인 '찾아오다' 라는 낱말은 69절에 나오는 '구원의 뿔을 일으키다' 와 관련이 있는데, 이는 '구원의 뿔' 이 다윗 가문의 메시아인 예수를 뜻하기 때문이다. 구약성서에서 '뿔을 일으킨다' 는 것은 동물들이 자신이 지닌 힘을 보여 주고자 뿔을 갖고 서로 치고 받는 것을 가리킨다(시편 148, 14). 그런 의미에서 '뿔' 은 힘을 상 징한다(신명 33, 17 : 1사무 2, 10 ; 시편 89, 18. 25 ; 132, 17). 루가는 68ㄴ절에 이어서 하느님을 찬미해야 하는 까닭을 정확히 밝히고 있다. 70절 : 이 구절은 루가 복음사가가 예루살렘 공동체 로부터 물려받은 찬미가를 예언과 성취라는 도식 아래 덧붙인 부분으로 여겨진다. 이와 비슷한 내용이 마리아 의 노래에서도 언급되는데(55절), 루가 복음사가는 예언 이 이루어지는 것을 구원이 성취되는 것으로 보았다. 71-72절 : 71절의 표현은 68-69절에 나타난 하느님 의 행위와 같은 의미일 뿐만 아니라 하느님이 의도한 목 적이다. 곧 '하느님의 방문 , '구원의 뿔' 이라는 은유는 모두 원수들에게서 당신 백성을 해방시킴을 뜻한다. 여 기서 말하는 '원수들' 과 미워하는 모든 이들' 은 아시리 아, 바빌로니아, 페르시아, 그리스, 로마처럼 이스라엘 백성을 짓누르던 악과 불의의 세력을 나타내는 동시에, 인간을 죽음과 절망으로 이끄는 죄악이다. 하느님이 악 의 세력과 죄악에서 사람들을 구원한다는 사상은 구약성 서, 특히 예언서의 중심 주제이다. 하느님은 당신 백성을 구원하기 위해서, 곧 원수들로부터 당신 백성을 해방시 키고자 찾아온다. 그런 까닭에 하느님은 아브라함과 맺 으신 계약(창세 17, 4)을 결코 잊은 적이 없으며 충실하게 약속을 지키는 분이다. 73-75절 : 하느님이 아브라함에게 한 맹세(창세 22, 16-17)는 넓은 의미로 이해되어야 한다. 단지 약속된 땅 을 선물로 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야훼를 끊임없이 경배 하고 섬기도록 원수들에게서 풀려나는 해방을 선물로 주 겠다는 것이다. 하느님과 계약을 맺은 이들은 거룩함과 의로움으로 한평생 하느님을 섬겨야 하는 것이다(지혜 9, 3). 76-77절 : 75절로 하느님에 대한 찬미를 내용으로 하는 즈가리야의 노래 첫째 부분이 끝나고, 76절부터는 새로 태어난 아기에 대한 예언자적 사명이 언급된다. "너는 지극히 높으신 분의 예언자라 불리리니"라는 구절 은 "이 아기가 장차 어떤 사람이 될까"(66절)에 대한 루 가 복음사가의 답변이다. 따라서 세례자 요한의 장래가 예언으로 말해진다. 마리아의 아들이 "지극히 높으신 분 의 아들" (마르 5, 7 : 루가 1, 32. 35. 76 : 6, 35 ; 8, 28 ; 사 도 7, 48 ; 16, 17 : 히브 7, 1)로 불리게 되는 반면, 세례자 요한은 지극히 높으신 분의 예언자로 불리게 된다. 그래 서 "주님보다 먼저 와서 그분의 길을 마련해" (이사 40, 3 ; 말라 3, 1) 놓는 역할을 한다. 루가 복음사가의 구원사관에 따르면 구원사는 이스라 엘 시대와 구원 시대로 나뉘고, 구원 시대는 다시 예수 시대와 교회 시대로 나뉜다. 세례자 요한은 이스라엘 시 대의 마지막 예언자로(루가 3, 20 : 16, 16 : 사도 13, 25) 구원을 예고하는 인물, 곧 예수 시대를 준비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루가 복음사가는 자신의 구원사관에 따라, 76-77절을 가필(加筆)함으로써 이스라엘 시대를 마감 하는 요한과 구원을 주는 예수를 연결시키고 있다. 이제 요한은 당신 백성을 찾아와 그들과 계약을 맺은 하느님 을 떠올리게 하며, 야훼의 예언자가 되어 주님의 도래를 위해 백성을 준비하고 구원의 새로운 지식을 그들에게 알려 주게 될 것이다. 78-79절 : '온정' 을 뜻하는 그리스어 '스플랑카나' (σπλαγχνος)는 본래 몸의 일부인 '내장' 또는 '창자' 를 뜻하는데, 사랑 · 미움 · 자비 · 무정 따위의 감정이 자리 한 곳으로 생각되었다(이사 54, 7 ; 63, 7. 15 ; 예레 31, 20 : 즈가 1, 16 ; 시편 79, 8 ; 119, 77 ; 145, 9 : 골로 3, 12). 당신 백성에 대한 구체적인 자비를 베풀고자 하느 님은 우리를 찾아왔고(68절, 과거 시제), 이제 높은 곳에 서 별이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78절, 미래 시제). 여기서 '별' 로 의역된(마태 2, 2. 9) 그리스어 '아나톨레' (ἀνατολἡ)는 땅에서 움트는 '새순' (이사 11, 1) 또는 하늘에서 솟아오르는 '천체' 를 뜻한다. 이는 다윗의 상 속, 곧 메시아의 현현(顯現)을 일컫는 용어로 사용되었 다. 따라서 다윗의 아들인 '새순' 은 땅에서 오는 것이 아 니라 하늘에서 오는 것이다. 곧 다윗 가문에서 태어날 메 시아는 인류를 찾아와 어둠 속 그늘에 앉아 있는 이들에 게 하느님의 빛을 비출 것이다. 별이 비추는 빛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 곧 "죽음의 어둠과 그늘 밑에 앉아 있는 이 들" (시편 107, 10)은 77절에서 언급된 죄를 용서받아야 하는 죄인들이다(이사 9, 1 : 42, 7). 곧 이스라엘 시대에 속한 사람들인 것이다. 〔신학적 의미〕 즈가리야의 노래는 그리스도교 공동체 가 하느님께 예수의 탄생을 감사드리며 부른 노래였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마리아의 노래와 즈가리야의 노 래를 비교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마리아는 신심 깊은 이로 이해하면서도, 즈가리야는 믿음이 없어 벙어리가 되었다는 식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즈 가리야의 모습은 루가 복음사가의 편집 의도에 따라 그려진 것이다. 이스라엘 백성에 대한 하느님의 구원 계획은 중요한 주제로, 즈가리야의 노래는 그분의 백성이 하느님의 구 원 계획에 맞게 응답하도록 그들을 초대하는 역할을 한 다. 이 노래의 처음과 끝은 '에피스켑세타이' (ἐπσκέψε ται, 찾아오다, 68. 78절)라는 낱말로 연결되는데, 이처럼 구원은 하느님 편에서 이루어진다. 당신 백성이 죄에서 해방되어 "두려움 없이 당신을 섬기도록, 한평생 당신 앞에 거룩하고 의롭게"(74-75절) 되도록 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하느님은 홀로 일하는 분이 아니다. 당신의 구원 계획이 갓 태어난 아이를 통해 준비되기를 바란다. 갓 태 어나 이름-요한은 '야훼께서는 자비를 베푸시는 분' 이 라는 뜻이다-을 받은 아이는 이스라엘의 운명 안에서 특별한 역할을 하게 된다. 다시 말하면, 세례자 요한은 예수가 이 세상에 옴을 위해 백성들을 준비시키는 역할 을 하는 것이다(76-77절). 이것이 즈가리야의 노래가 설 명하려는 바이지만, 보다 더 근본적인 메시지는 예수의 메시아적 역할을 분명히 밝히는 데 있다. 따라서 이 노래 는 "평화" (79절)라는 낱말로 끝맺음을 함으로써, 하느님 은 예수 안에서 평화의 궁극적인 정의가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즈가리야의 노래 는 당신 백성에 대한 하느님의 자비와 확고한 구원 의지 를 증언하고 있다. 또한 이 증언은 루가 복음서와 사도 행전의 중심 주제인 구원의 보편주의와도 직결되며, 오 늘을 사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구원의 의미와 역할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 <베네딕투스> ; → 요한, 세례자 ; 찬가) ※ 참고문헌 F.W. Danker, 《ABD》 1, p. 669/ J.A. Fitzmyer, The Gospel According to Luke I-XXIV, The Anchor Bible, Garden City, New York, Doubleday, 1981/ F. Bovon, Das Evangelium Nach Lukas(Lk 1,1-9, 50), 《EKK》 3, 1989/ L.T. Johnson, The Gospel of Luke, Sacra Pagina 3, Collegeville, Minnesota, The Liturgical Press, 1991/ 정양모 역주, 《루가 복음서》,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 신약성서 3, 분도출판사, 1983/ 정태현, 《부르심 받은 이들의 부르짖음》,가톨릭출판사, 2002. 〔李妍受〕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