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 知覺 〔라〕Perceptio 〔영〕Perception

글자 크기
10

오관을 통해 인간(동물도 포함)의 중추 신경계를 매개 로 이루어지는 객관적 실재의 의미화 작업. 넓은 의미의 지각은 의식할 수 있는 한계를 넘지 않는 좁은 의미의 지각과 의식의 한계를 넘는 통각(統覺)을 모두 포함한다. 지각은 대상에 대한 감각적 · 전체적 모상(模像)이며, 감 각 기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대상의 속성이나 관계들을 전체적으로 모사(模寫)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 과 사상에서는 감각과 지각을 구별하지 않고 '아이스테 시스 (αἴσθησις)라고 칭하였다. 〔의미와 기능〕 발생론적으로 보면 지각은 감각을 바탕 으로 성립하지만, 개별적인 감각들의 단순한 결합이 아 니라 질적으로 새로운 감각적 종합의 파악이다. 의식과 객관적 실재를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 시켜 주는 것은 감각(sensus, 개별 감각)이다. 하지만 지각 은 전체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고 감각보다 더 의식적이 기 때문에, 인간의 인식 과정에서 감각적 파악의 보다 근 본적인 내용을 이루는 것은 지각이다. 지각은 그 총체성 을 통해서 객관적 실재에 대한 직관적 모상을 중개한다. 이때 외적인 현상 내지 피상적인 관계, 즉 개별적이고 우 연적인 것뿐만 아니라, 본질적이고 내적인, 즉 보편적이 고 필연적인 연관까지도 파악된다. 그러나 지각 속에서 는 이 모든 관계들이 서로 구별되어 있지 않다. 지각은 현상과 본질을 통일되어 있는 상태로 드러내는 것이다. 따라서 지각은 사유를 위하여 필요한 재료와 추상화· 보 편화를 위하여 필요한 재료를 포함하고 있다. 추상화 · 보편화를 수행하는 사유는 이 재료로부터 본질적이고 내적인, 즉 보편적이고 필연적인 관계들을 골라내어 파악 하고 부각시킬 수 있게 된다. 지각을 가능하게 하는 '객관적 실재' 는 대상이 갖고 있는 다양한 측면 및 속성들의 종합적 통일이다. 그리고 그 통일은 지각 속에 나타나며, 인간은 자신의 공통적인 사회적 실천 과정 속에서 그것과 서로 상호 작용을 하게 된다. 이때 대상은 개별 감각적인 자극들의 단순한 종합 이 아니라 여러 자극들이 한데 얽혀진 복합적인 자극으 로 감각 기관에 작용하며, 그럼으로써 여러 감각 기관의 공동 작업을 조건 짓는다. 따라서 공통적인 감각 대상을 인식하는 특별한 감각 기관이 있어야 할 이유가 없는 것 도 당연하다. 각각 개별적인 감각 기관을 통해서 인간은 우연적이긴 하지만, 운동에 의해서 운동 · 정지 · 형태 · 크기 · 수 · 일자성(一者性)을 지각하게 된다. 지각의 신경 역학적 구조는 제1 신호계의 조건 반사 활동이며, 이 활동의 본질은 무엇보다도 복합적인 자극 들과 그것들 사이의 상호 관계를 계속적으로 분석, 종합 하는 데 있다. 대상의 현실적인 모사인 지각은 수용기 (receptor, 제1 신호기와 제2 신호기 포함)에서 시작되어 중추 신경으로의 전달 통로를 거쳐 대뇌피질의 지각 중추에 이르는 다양한 신경 연결 체계가 함께 작용한 결과로 생 겨나며, 그 분석과 종합은 대뇌에서 이루어진다. 지각이 대뇌피질에서 형성된다고 하더라도 신경계의 모든 부분 이 그 과정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때 수용기 는 단지 외부로부터의 자극을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구심성(求心性) 재전달 자극을 통하여 효과기적 (效果器的) 기능도 수행한다. 효과기적 기능은 바로 공 통 감각으로 전환된 지각이며, 그렇다고 개별 감각이 사 라진 것은 아니다. 〔학자들의 논의〕 아리스토텔레스(기원전 384/383~322/ 321)에 의하면, 지각은 지각 기관이 질료 없이 지각 가능 한 대상의 형상을 수납(受納)하는 것이다. 그에게 있어 서 사유란 지각의 형상이다. 지각과 사유에 있어서 영혼 은 존재하는 것을 판단하고 인식한다. 지각은 개별 감각 과 공통 감각으로 구성되어 있다(근세에는 제2 성질, 제1 성질로 불림). 개별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이며, 공통 감각은 전체적인 감각적 모상으로서, 대상의 공간적인 속성 및 관계들, 즉 윤곽이나 형태, 크기, 거 리-운동, 정지, 수, 일자 등을 모사하며 파악한다. 지각 은 현실태에 있어서 지각 대상과 지각 기관이 매개체를 통해 하나가 되며, 간단한 구별 판단을 포함한다. 공통 감각은 공통 감각을 위한 특별한 감각 기관들의 결합으 로 구별 판단이 일어나는데, 거짓 구별 판단이 가능한 것 을 보면 개별 감각과는 다르다. 개별 감각은 필연적이지 만, 공통 감각은 우연성이 게재된 것이다. 예컨대 저기 흰 물건은 알고 보니 누구의 아들이구나 하는 경우이다. 지각 내용은 상상력에 의해 지성과 연결된다. 그래서 단 순한 감각과 지각 사이에는, 감각을 통해서는 사물의 전 체상(全體像)이 잘 파악되지 않는 것을 보아도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각에 의해 사물의 통일된 상(像)이 주어진다. 지각은 기억이나 상상력과는 달리 직접 감각 기관에 작용하는 사물을 눈앞에 두고 있고, 감각 기관을 통해 얻어지는 자료에 근거하는데, 그것에는 어느 정도 의 기억이나 사고의 작용이 첨가되고 있다. 토마스 아퀴나스(1224/225-1274)도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이, 마음은 지각 내용을 통해 추상 작용을 하므로 처음 에는 마음이 백지와 같다고 하였다. 지식도 감각 및 지각 과 더불어 시작한다. 개별 감각과 공통 감각을 거쳐 영상 의 현존 아래 상상력의 무질서한 것은 제외되어야만 하 며, 지각 내용은 인식의 초석이 된다. 그래서 그는 "먼저 감각 속에 있지 않던 것은 지성 속에 있지 않다" (Nihil in intellectu quod prius non fuerit in sensu)라고 하였다. 근세에 와서 로크(J. Locke, 1632~1704)나 버클리(G. Berkeley, 1685~1753)의 감각주의는 무의식적이거나 의식 밖에 머물러 있는 지각의 존재를 거부하였다. 즉 지각된 것은 의식에 도달하며 마음은 '백지 상태' (tabula rasa)이 기 때문에 의식의 영역은 지각의 총체와 동일하다는 것 이다. 흄(D. Hume, 1711~1776)은 의식 내용(인상, impression)을 '지각' 으로 이해하였다. 그러나 버클리의 경 우 구체적인 소여(所與)만을 인정하고 추상적 관념을 부 정하여, 지각한다는 것은 곧 표상을 직접적으로 체험한 다는 유명론 경향을 띠었으며, 현대에도 의미론 철학의 일부에서는 유명론 경향을 볼 수 있다. 그리하여 지각 경 험에서 개념을 이끌어 내거나 개념이 경험에 검증 · 적용 된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되고 실용주의까지 대두되 었다. 지각 경험과 개념 사이의 관계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으나, 실재론적 대상을 중심으로 한 지각 기관과 지각 대상이 내용을 받아들이는 것이 정상이라 하겠다. '힘' 과 같은 단자(單子, Monade) 이론을 내세우는 라이프니 츠(G.W. von Leibniz, 1646~1716)의 이론에 의하면, 모든 단자는 지각 표상을 가지므로 무의식에 이르기까지 연결 되고 통각에 이르기까지 서로 연관되어 있다고 하였다. 이에 대한 영국의 감각주의와 데카르트주의와의 논쟁은 유명하다. 지각은 사적(私的) 언어라는 것은 최근의 이 론이다. 또 모든 정신 내용을 감각화 · 지각화하는 이론도 있다. ※ 참고문헌  Plato, Theaithos, Loeb Classical Library, London, William Heinemann, 67th ed., 1921/ Aristotle, De Anima, ed. by W.D. Ross, Oxford, 1961/ Thomas Aquinas, Aristoteles Librum De Anima, Marietti, 1959/ J. Locke, Essay Concerning Human Knowledge, 1690/ F. Bacon, Novum Orgamum, 1620/ T. Hobbes, Elementa Philosophiae, 1642/ F. Engels, Ludwig Feuerbach und der Ausgang der klassichen Philosophie, 1886/ K. Marx, Zur Kritik der Politischen 0konomie, 1859/ R. Descartes, Discourse de la methode, 1637/ B. Spinoza, Tractatus de intellectus emenlactione, 1677/ I. Kant, Kritik der reinen Vermunft, 1781/ W.F. Hegel, Phänomenologie des Geistes, 1907/ H. Bergson, Essai sur les donnees immediate de la conscience, 1932/ 一, Les duex sources de la moral et de la religion, 1932/ M. Heidegger, Sein und Zeit, 1927/ B. Russell, The Problems of Philosophy, 1912/ A.J. Ayer, Language. Truth and Logic, 1936/ ㅡ, The Foundation of Empirical Knowledge, 1940/ 一, Philosophical Essay, 1954/ 一, The Problems of Knowledge, 1956/ L. Wittgenstein, Tractatus LogicusPhilosohicus, with a new English Translation, 1961 . 〔金完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