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疾病 〔히〕חֳלִי 〔그〕ἀσθένεια 〔라〕Aegritudo,Morbus 〔영〕IIlness, Sick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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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경과 하혈병을 앓는 여인을 고친 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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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경과 하혈병을 앓는 여인을 고친 예수.

한 생물체의 심신의 전체 또는 일부가 일시적 또는 계속적으로 장애를 일으켜 정상적인 기능을 발휘할 수 없는 이상 상태. 때때로 질(疾)은 가벼운 급성을 가리키고,병(病)은 질이 심해진 것으로 구분하기도 하나 통상 둘을 합쳐 질병이라 부른다. 〔개 념〕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질병과 연관된다. 질병과 이에 따른 고통은 사람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사뭇 심각하게 다루어져 왔다. 그러나 과연 '무엇이 병인가' 에 대한 개념 규정과 이에 대한 대응은 역사와 지역, 문화권에 따라 달리 이루어졌다. 단적으로 바이러스와 병원체 등 병인(病因)의 침입으로 인한 심신 기능의 손상을 질병으로 보는 견해는 자연 과학의 발전에따라 근대 서구 의학에서 생성된 개념이다. 이에 따르면 질병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이를 없애려고 치료하는 것이 의학의 중요한 과제이다. 반면 동양 의학에서는 한층 포괄적인 입장에서 심신의 상관성이 깨어진 부조화를 질병으로 간주하며, 심신을 한 덩어리로 보는 관점에서 상호 관련성을 중시한다. 이처럼 질병에대한 접근법은 다양하다. 구약성서 : 고대 세계와 각 부족 사회에서는인간의 능력으로 적절하게 대응할 수 없는 질병을 초자연적인 신들의 세계와 연관시켜 이해하였다. 인간이 신들에게 잘못하였거나 분노를 사서 받는 처벌, 또는 못된 신(령)의 해코지가 질병이나 사고로 나타난다고 믿었다. 이스라엘에서도 이런 관념은 지배적이었다. 다만 고대 근동이나 이집트에서 질병을 인간에적대적인 신들이나 사악한 귀신과 결부시켰다면, 이스라엘에서는 독립적인 악령의 존재를부정하고 모든 일을 야훼 하느님하고만 연관시켰다(출애 4, 11 : 신명 32, 39 : 이사 45, 7).곧 대부분의 질병과 사고를 하느님의 말씀(지혜와 율법)을 따르지 않는 인간의 죄에 대한 하느님의 징벌로 간주하였다(레위 26, 15-16. 25: 신명 28, 22. 27-28. 59-61 : 잠언 3, 7-8 ; 시편 101). 질병에 걸리면 쇠약해지고 때로는 죽게 되는데, 이 현상을 하느님이 주신 생명력이 떨어진 결과로 이해한 것이다. 아울러 환자 자신의 죄로인한 경우뿐 아니라 그 집안이나 나라의 지도자가 잘못하였을 경우에도 그 공동체 전체가 집단으로 전염병 같은 질병의 고통을 받는다고 믿었다(2사무 24, 10-25). 이러한 믿음은 하느님의 복과 처벌이 현세에서만 실현된다고 믿었던 전통적 사고 방식에서 나왔다(시편 6). 구약 시대 후기에 나타나는 욥의 경우, 죄가 아니라 사탄이 질병을 일으키는 역할을 수행하는데 이 역시 하느님의 허락에 따른 일이었다(욥기 2, 7). 하지만 내세에 대한 관념이 생겨나면서, 의인이 겪는 질병의 고통은 하느님의 시험이거나(토비 12, 13) 사람들의 죄를 속죄하기위한 고통(이사 53, 4-5)이라는 새로운 인식이 싹텄다.구약성서에서 질병이 지닌 종교적 성격은 각종 율법 규정에서 잘 드러난다(레위 13-16장). 환자를 격리하거나특정한 동물을 먹을 수 없게 하는 제의적 규정들(레위 11장)은 전염병 등의 위협을 감소시키는 예방 의학적 대책으로 유효하였다. 가령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게 한 것은열대 지역에 흔한 선모충증(旋毛蟲症, trichinosis)의 감염을 방지하려는 대책의 종교적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신약성서 : 신약 시대에 이르러 벙어리 귀신 같은 여러 악령이 질병 발생의 한 원인으로 등장하나(마르 5, 2 ;9, 17. 25), 전반적으로 질병을 하느님의 벌로 여겼다. 하지만 예수는 이러한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았다.죄의 용서를 치유의 한 수단으로 여기는 등 죄가 질병을초래한다는 견해는 견지하였으나, 하느님의 처벌로 보기보다는 인간의 마음 속 깊이 깃들어 있는 악한 존재에게 서 비롯된 것으로 여겼던 것 같다. 그래서 사람이 질병으로 고통받는 것을 원치 않는 하느님의 자비하심을 자신의 치유 행위로 보여 주었다(요한 9, 2-7). 그리스도인 역시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질병으로 고통받았다(필립2, 26 ; 2디모 4, 20). 그러나 예수 자신이 인간의 고통에직접 참여함으로써, 질병의 의미와 치유의 길이 새롭게제시되었다. 어두웠던 질병의 세계에도 빛이 비추어진것이다. 〔종 류〕 고대 이스라엘의 질병에 관한 자료로 가장 중요한 것은 성서다. 성서는 고대인들의 신앙에 따라 그 당시 지식 수준에 맞춰 기술된 오래된 책이므로, 기술된 내용을 바탕으로 그 질병이 무엇인지 과학적으로 정확히파악할 수는 없다. 다만 현대 의학의 지식에 따라 다음과같이 추정해 볼 수 있다. 전염병 : 인류가 동물을 가축으로 개량하고 함께 거주하기 시작하면서 동물들이 지닌 병원체가 인간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였다. 특히 인간이 도시를 이루어 대규모로 모여 살고 관개 농업이 보편화되며 많은사람이 모이는 기회가 잦아지면서 병원체의 이동과 전염이 용이해지자 전염병의 규모 역시 확대되었다. 그런 점에서 전염병은 고대 세계에서 숱한 사람을 괴롭힌 대표적인 질환이다. 성서에서 이는 흔히 재앙, 역질, 심한 열병으로 소개된다. 가령 계약의 궤를 빼앗은 블레셋인들에게 닥친 재앙(1사무 5-6장)은 쥐 같은 설치류와 이에 기생하는 벼룩이전염시키는 선(腺) 페스트(pest) 혹은 열대성 이질로 추정된다. 또 하느님의 극적인 구원 섭리로 고백된 산헤립군대의 몰살(2열왕 19, 35 ; 이사 37, 36)은 식수나 위생상태가 불량한 야전에서 파리에 의해 바실루스균이 전염되어 심한 설사와 탈수로 인해 빈사 지경에 빠진 것으로추정할 수 있다. 속병으로 고생한 유다의 여호람 왕은 아마도 아메바성 이질에 걸려 장의 이상으로 고통받은 것같다(2역대 21, 18-19). 또 팔레스티나 일대는 아열대 지역인데 로마의 통치를 받을 때쯤 말라리아가 풍토병으로자리잡았다. 그래서 신약성서에 자주 나오는 심한 열병은 일단 말라리아로 추정할 수 있다(루가 4, 38-39 ; 요한4, 52 ; 사도 28, 8). 피부병 : 성서에는 문둥병이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현대 의학에서 말하는 나병, 곧 한센병은 기원전 600년경 인도에서 성행한 뒤 헬레니즘 시대에 근동 일대로 전파되어 서서히 퍼졌다. 따라서 구약성서에 기술된 문둥병은 모두 한센병이 아닌 피부가 벗겨지는 일종의 백선白白癬, ringwom)이나 종기 같은 만성 피부 질환을 가리킨 것으로 볼 수 있다(레위 13, 30 : 21, 20). 따라서 이질환은 매우 느리게 회복되나 치료가 가능하다(레위 14,3). 시리아 장군 나아만이 않은 문둥병(2열왕 5장)은 이런 습진이나 알레르기 질환으로 보이며, 유다의 우찌야왕이 앓은 나병도 이런 만성 피부 질환이었을 것이다(2열왕 15, 5 : 2역대 26, 19-21). 반면 미리암이 걸린 문둥병은 피부의 모세혈관이 공포 따위로 갑자기 막혀 창백해진 현상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민수 12, 10). 신경계 질환 : 먼저 충격 따위로 대뇌의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생기는 뇌졸중(腦卒中)을 들 수 있다. 다윗의 경고를 듣고 놀라서 죽은 나발(1사무 25, 37)이나 갑자기 졸도하여 죽은 대사제 알키모스(1마카 9, 55)를 예로 들 수 있다. 두통을 호소하며 죽은 수넴 여인의 아들(2열왕 4, 18-20)과 대낮에 일하다가 죽은 유딧의 남편므나쎄(유딧 8, 3)는 일사병이나 뇌막염에 걸린 것으로볼 수 있다. 급사한 아나니아와 삽피라는 관상동맥 혈전증 같은 심장병으로 숨진 것 같다(사도 5, 1-10). 한편 대뇌 속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간질은 땅에 넘어져 거품을물고 이를 가는 동일한 현상으로 성서에 기술된다(마르9, 18). 신약성서에 자주 등장하는 마비는 히스테리로 인한 단기 마비라면 회복될 수 있지만, 척수성 소아마비나급성 회백수염(灰白髓炎) 또는 척수염으로 인해 장기간마비된 상태라면 치유될 가능성이 극히 낮다. 따라서 예수가 마비를 풀어 준 것은 놀라운 기적으로 여겨졌다(마태 8, 5-13 ; 마르 2, 3-12 : 요한 5, 2-9). 사도 바오로는자신에게 만성 질환이 있음을 고백하는데(2고린 12, 7 ;갈라 4, 13), 일부 학자들은 다마스커스로 가던 길에서 보인 시각 장애(사도 9, 3-9)를 들어 그가 신경계 질환을 앓지 않았을까 추정한다. 시청각 질환 : 현대에도 그렇지만 고대의 근동에는 시각 장애인이 흔하였다(마르 8, 22-26). 이는 대부분 불량한 위생 상태에서 파리가 옮기는 병원체가 각막과 결막에 침입해서 발생하는 트라코마(tachoma) 질환으로 인한것이다. 성병 감염에서 오는 신생아의 화농성 결막염(化膿性結膜炎)도 한 원인이었을 것이다. 농아와 연관된 청각 장애인도 드물지 않았다(마태 11, 5 ; 마르 7, 32-37). 정신병 : 고대에도 여러 유형의 정신 질환자가 있었다. 바빌론의 느부갓네살 왕은 자신을 동물과 동일시하는 정신 이상 증세를 보였고(다니 4, 30-33), 사울 왕 역시 심한 우울증과 편집 망상증을 앓았던 것 같다(1사무16, 14-16). 신약 시대에는 정신 질환자를 악령에 걸린대표적인 경우로 여겼는데, 정신 질환자는 무덤에 살면서 자해하는 행동을 주로 보였다(루가 8, 2 ; 마르 5, 2-5). 부인병 : 아기의 출생은 대단한 축복이지만, 산모가조산(1사무 4, 19)이나 아기가 거꾸로 들어서서 심한 산고를 겪고(이사 42, 14) 때로는 사망하는 경우도 드물지않았다(창세 35, 18). 예수에게서 치유받은 하혈증 여인은 월경과다 또는 자궁유섬유증을 앓았던 것으로 추정된다(마르 5, 25-34). 기형 : 키가 2.8m에 달했던 골리앗(1사무 17, 4)이나아나킴(민수 13, 28) 같은 거인은 갑상선증에 따라 목이길어지거나 선단비대증에 의해 손발이 커진 비정상적인경우로 보인다. 반면에 난쟁이(레위 21, 20)는 어린 시절에 뇌하수체 분비의 결핍으로 인한 것이다. 므비보셋 같은 절름발이(2사무 4, 4)는 사고나 척수회백질염에 의해생겨났다고 여겨진다. 꼽추(레위 21, 20)는 척추 카리에스(caries)에 의한 것이고, 하느님(혹은 천사)과 씨름하다다친 야곱은 척추의 추간판 손상으로 추정된다(창세 32,26). 허리 굽은 여인(루가 13, 10-17)은 척추후만증이나 척추측만증으로 등뼈가 손상된 경우이거나 골다공증으로 인한 예로 여겨진다. 고대에는 왼손잡이도 오른손에장애가 생긴 사람으로 여겨졌다(판관 3, 15 : 20, 16). 기타 질환 : 유대 왕국의 아사 왕이 앓은 발병은 노쇠성 회저병이나 통풍으로 볼 수 있다(1열왕 15, 23). 80세노인 바르질래의 증상은 전형적인 노인성 질환을 대표한다(2사무 19, 36 : 참조 전도 12, 3-6). 심한 복통을 앓다죽은 셀레우코스 왕조의 안티오쿠스 4세(2마카 9, 5-10)는 장암으로 추정할 수 있으며, 벌레에 먹혀 죽었다는 헤로데 아그리빠(사도 12, 23)는 기생충에 감염된 장 질환자로 보인다. 광야에서 불뱀에 물려 죽은 이스라엘 백성들(민수 21, 6-9)을 의학적 견지에서 보면, 오염된 물 속에 사는 물벼룩 애벌레에 기생하는 기니 벌레라는 기생충 탓으로 추정할 수 있다. 아마도 그들은 오염된 물을마셔 그 기생충을 흡수하였고 그로 인한 2차 감염의 결과인 패혈증으로 죽었던 것 같다. 한편 예리고 도성이 붕괴된 것(여호 6장)도 그곳 주민들이 주혈흡충이 사는 그지역의 물로 진흙 벽돌을 빚어 건설하는 과정에서 감염되어 죽거나 쇠약해진 결과로 보는 학자들도 있다. 〔교회의 가르침〕 교회는 인간의 삶을 가장 괴롭혀 온문제 중 하나가 질병임을 인정한다. 그리고 이 질병 때문에 사람들은 무능과 한계, 유한성을 체험하게 되며, 모든질병은 죽음을 예감토록 한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500항)고 밝힌다. "질병은 우리를 번뇌로 이끌기도 하고, 자신 안에 도피하는 사람으로 만들기도 하며, 때로는 하느님께 대한 실망과 반항으로까지 이끌 수도 있다. 반면에질병은 사람을 더욱 성숙하게 할 수도 있고, 그의 삶에서중요하지 않은 것을 분별하여 본질적인 것을 향해 나아가도록 도와 줄 수도 있다. 많은 경우에, 질병은 하느님을 찾고 하느님께 돌아오게 한다"(1501항). 그러면서 질병은 인간이 죄를 범한 현세적 결과라고 여긴다(1264항). 또한 육체적 · 정신적 질병은 "원죄 이후 인간이 놓이게 된, 타고난 나약한 처지와 구원의 필요성을 명백하 게 드러내는 표지"(248항)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인간의 영혼과 육신을 모두 고쳐 주려고 온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십자가 위의 죽음으로 고통에 새로운 의미가 부여되었다고 한다. 즉 "병은 단지 세상의 죄의 결과일 뿐이다.··· 우리는 이제 고통을 통해서 그리스도를닮고, 구속을 위한 그분의 수난에 결합될 수 있다"(1505항). 그렇기 때문에 교회는 병자들에게 예수 그리스도가세운 병자성사를 통해 기도와 형제적 사랑으로 감싸 주도록 하고 있다고 밝힌다. (⇦ 병 ; → 나병 ; 병자성사 ;치유) ※ 참고문헌  M. Sussman, Sickness and Disease, 《ABD》 6, pp. 6~15/H.C. Kee, Medicine, Miracle and Magic in New Testament, Cambridge,1986/ B. Palmer ed., Medicine and the Bible, Exeter, 1986/ 윌리엄 H. 맥닐지음, 허정 역,《전염병과 인류의 역사》, 한울, 1992/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역,《총, 균, 쇠》, 문학사상사, 1998. 〔李鎔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