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創世紀 〔히〕רֵאשִׁית 〔그〕Γενεσις 〔라〕LiberGenesis 〔영〕The Book of Gene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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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란에서 발견된 창세기의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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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란에서 발견된 창세기의 일부.


구약성서의 첫 번째 책이자 모세 오경의 첫 번째 책.세상의 기원과 사람들 사이에서 역사(役事)하는 하느님활동의 시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창세기는 모세 율법(토라)의 일부를 이루면서도 본질적으로는 이스라엘민족의 조상들 그리고 신앙인들이 자신들의 선조로 받아들이는 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포함하고 있다. 〔명 칭〕 유대인들은 책의 첫 문장에서 맨 앞 낱말이나주요 낱말을 제목으로 삼는 관습에 따라, 성서의 첫 번째책을 '베레쉬트' (רֵאשִׁית, 한처음에, 태초에)라고 부른다.'머리' 란 의미의 히브리어 '로쉬' (רֵאשׁ)와 동일한 어근에서 나온 '레쉬트' (רֹאשָׁה)는 본래 일정한 종결점이나목표를 지닌 과정의 출발점 또는 특정 기간의 시작 부분을 의미한다. 그래서 유대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모세 오경과 더 나아가서는 성서 전체의 첫머리에 '베레쉬트' 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깊다. 이 책은 우주와 인류, 곧 존재의 시작 그리고 하느님에게 선택된 이스라엘 민족의 생성 초기를 이야기한다. 또한 창조주이며 역사의 주관자인 하느님과 그분의 피조물인 인간 사이에 말과 행위로 끊임없이 전개되는 대화, 곧 '구원 역사' 의 시작을 펼쳐 보인다. 히브리어 구약성서의 첫 번역본인 칠십인역 성서에서는 이 책의 제목을 '게네시스' (Γενεσις)라고 하였다. 현대의 서양어에서도 이 그리스어를 음역하여 책 제목으로삼는다. '게네시스' 는 히브리어 '톨레도트' (תֹולְדֹ֧ות)에상응한다. 창세기에 모두 열세 번 나오는 '톨레도트' 는'게네시스' 와 마찬가지로 '낳다' 동사에서 파생한 명사로, 문맥에 따라 족보, 계보, 생성사(生成史), 가족사(家族史) 등의 의미를 지닌다. 칠십인역 성서의 역자들이'게네시스' 를 책 이름으로 선택한 직접적 계기는 세상창조이다. 이들은 첫째 창조를 마무리하는 창세기 2장 4ㄱ절을 "이것이 하늘과 땅의 '게네시스' 에 관한 책이다"라고 옮긴다. 이 '톨레도트' 와 '게네시스' 는 이후 아담이나 야곱 등 사람과 관련해서만 사용된다. 그래서 '게네시스 는 세상 창조만이 아니라 인류와 이스라엘 민족의 생성 역사를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한국 · 중국 · 일본 등 한자권에서는 이 책을 칠십인역'게네시스' 의 전통에 따라 '창세기' 라고 번역하였다. 이명칭은 창세기 2장 4ㄱ절 이전의 세상 창조 이야기에만국한되어 그 이후의 '톨레도트' 와 '게네시스' 는 내포하지 않는다는 한계를 지닌다. '기' 는 '기록할 기 (記) 또는 '벼리 기 (紀)로 표기한다. 제왕과 관련하여 중대한일이나 후대의 본보기가 되는 사실을 기술할 때에 사용하는 '벼리 기 를 써서 특별한 글임을 의미하는 것이다.그러나 칠십인역 성서에서 평범한 낱말인 '책' 이란 의미 의 '비블로스' (βίβλος)를 쓴 것처럼, '기록할 기' 를 사용하는 것도 무방하다고 여겨진다. 〔내용과 구성〕 창세기는 먼저 세상 창조를 서술한 다음, 연이어 세상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의 생애를 들려준다. 그들 각자의 개인사(個人史)만이 아니라 그들의식구와 자손들, 곧 그들의 가족사(톨레도트)가 관심의 대상이다. 이러한 창세기의 '역사' 는 두 개의 차원으로 전개된다. 첫째, 1-11장에서는 하느님의 주관과 결정으로이루어지는 세상과 인류의 생성과 운명이 펼쳐진다. 이시초 이야기는 인류의 원조 아담에게서 시작하여 노아를거쳐 모든 민족으로 확대되었다가 '데라' 라는 사람의 가족으로 좁혀진다. 그러는 가운데 종교, 문명, 사회, 정치, 지리 등 인간 생존의 바탕을 이루는 근본 요소들의생성사도 곁들여진다. 둘째, 12-50장에서는 데라의 아들, 곧 하느님이 한 민족의 조상으로 선택한 아브라함과아브라함의 아들 이사악, 이사악의 아들 야곱 그리고 야곱의 열두 아들 가운데 하나인 요셉을 중심으로 한 가족사가 펼쳐진다. 야곱의 열두 아들이 바로 이스라엘 민족을 구성하는 열두 지파의 조상이 된다. 한 민족이 형성되려면 후손과 땅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하느님은 아브라함을 이스라엘 민족의 원조로 선택하면서 곧바로 이 두가지를 약속한다(12, 1-2). 후손과 땅의 약속은 아브라함과 그의 자손들에게 계속 재확인되고 갱신된다. 하느님의 이 약속이 창세기 제2부의 역사를 움직이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창세기를 '톨레도트'가 언급되는 구절과 함께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가. 한처음 이야기(1-11장) ① 1, 1-2, 47 : 하늘과 땅 2, 47 : 천지의 톨레도트(생성사) ② 2, 4Lㅡ3, 24 : 아담과 하와 ③ 4, 1-16 : 카인과 아벨 ④ 4, 17-24 : 카인의 자손 ⑤ 4, 25-26 : 셋과 그의 아들 ⑥ 5, 1-32 : 아담-셋의 톨레도트(족보) ⑦ 6, 1-4. 5-8 : 세상의 타락 ⑧ 6, 9-9, 17 : 노아 홍수와 계약 6, 9 : 노아의 톨레도트(가족사) 9, 18-29 : 셈과 함과 야벳 10, 1-32 : 셈과 함과 야벳의 톨레도트(족보) ⑨ 11, 1-9 : 바벨탑 11, 10-26 : 셈의 톨레도트(족보) 11, 27-32 : 데라의 톨레도트(족보) 나. 조상 이야기(12-50장) ① 12-24장 : 아브라함 ② 25-35장 : 야곱 25, 12-18 : 이스마엘의 톨레도트(족보) 25, 19 : 이사악의 톨레도트(가족사) 26 : 이사악 36 : 에사오 36, 1. 9 : 에사오의 톨레도트(족보) ③ 37-50장 : 요셉 37, 2 : 야곱의 톨레도트(가족사) 38 : 유다 이러한 흐름에서 볼 수 있듯이, 족보 그리고 생성사와가족사를 뜻하는 '톨레도트' 가 성서의 첫 책에서 매우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 역할은 상호 보완적인 두 가지차원에서 이루어진다. 첫째는 구조적 기능이다. '족보'가 창세기의 틀을 이룬다는 것이다. 편집자는 '족보' 라는 얼개에 따라 내용을 전개해 간다. 둘째는 관계상의 기능인데, 이것도 두 가지 면을 지닌다. 먼저 대외적인 것으로, '족보' 는 이스라엘과 세상 그리고 세상 모든 민족들과의 관계를 정립한다. 하느님은 한 원조에게서 나온세상 모든 민족 가운데에서 아브라함을 뽑았다. 이 선택의 목적은 새로운 민족을 이루고, 그와 그에게서 나온 민족을 통하여 세상의 모든 민족들이 복을 받게 하려는 것이다(12, 2-3). 특히 제2부에서는 아브라함의 또 다른 아들 이스마엘과 야곱의 형 에사오의 족보도 밝힘으로써이웃 민족들과의 관계를 밝힌다. '족보' 는 또한 대내적으로 이스라엘 지파들 사이의 관계를 드러낸다. 열둘로갈라져 있지만 하느님의 선택과 약속을 받은 한 아버지에게서 나온 한 민족이라는 것이다. 37-50장에서 주로요셉에 관해 이야기하지만, 37장 2절에서 '야곱의 톨레도트(가족사)' 라는 제목을 붙인 데에서도 이러한 관심을엿볼 수 있다. '족보' 의 구조가 이스라엘이라고 불리는종족과 국가와 종교 공동체의 자아 의식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렇게 '톨레도트의 책' 이라고 할 수 있는 창세기는근본적으로 열린 책이다. 먼저 제1부와 제2부가 확연히구분되지만, 제1부의 끝 부분(11, 27-32)의 '톨레도트'로 두 부분이 밀접히 연결된다. 그리고 창세기 전체는 이집트 체류와 탈출 예고로(15, 13-16 : 46, 1-5 : 50, 24-25), 즉시 출애굽기 그리고 야곱의 자손들이 한 민족을이루어 가나안 땅을 차지하고 정착해 가는 과정을 이야기하는 성서의 다른 책들로 이어진다. 그리고 후손과 땅의 약속, 대외적 · 대내적 관계 정립은 열두 지파 또는 남과 북으로 나닌 이스라엘이 본격적으로 통일 왕국을 이루는 건국 초기만이 아니라, 이 책이 완전한 꼴을 갖춘것으로 판단되는 기원전 6세기 후반부, 곧 바빌론 유배에서 돌아와 종교적 · 민족적 삶을 새로 시작할 때에도중요한 현안이었다. 〔형성과 저술 시기〕 언뜻 볼 때, 창세기는 구약성서에서 가장 수월하게 읽히는 책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주의 깊게 보면, 흐름을 방해하는 여러 가지 요소가 드러난다. 먼저 문체와 범위가 다르긴 해도 창조 이야기가 두번 연이어 나온다(1, 1-2, 4ㄱ과 2, 4ㄴ-7. 18-23). 아브라함과 그의 아내와 외국 군주 사이의 삼각 관계라는 근본적으로 동일한 내용도 두 번 되풀이된다(12, 10-20과20, 1-18). 거기에다 아브라함의 아들 이사악과 이사악의 아내 리브가와 20장 1-18절에서 이미 등장한 바 있는 아비멜렉 사이의 삼각 관계가 다시 이야기된다(26, 1-11). 한 이야기가 세 모습으로 전해진 것이다. 노아 홍수(6-9장)와 요셉 설화의 시작 부분(37장)은 각각 두 개의 이야기가 합쳐진 것처럼 보인다. 그 밖에도 37장 36절에서는 파라오의 경호대장 보디발이 요셉을 미디안인들에게서 샀다고 하는데, 39장 1절에서는 이스마엘인들에게서 샀다고 말한다. 그리고 첫째 창조 이야기(1, 1-2,47)에서는 히브리어로 하느님을 '엘로힘' 이라고 하는데, 둘째 창조 이야기(2, 4ㄴㅡ3, 24)에서는 '야훼 엘로힘' 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사실은 창세기가 모세 오경의 다른 책들과함께 한 시대의 한 저자가 아니라 여러 시대의 여러 저자와 편집자의 손에 의해 저술된 것들이 합쳐져 이루어진'합성 작품' 임을 가리킨다. 어떤 학자는 창세기를 비롯한 오경을 여러 차례에 걸친 지진으로 파괴되었다가 복구된 도시에 빗대기도 한다. 이러한 도시에는 세 가지 구조물이 있게 마련이다. 지진을 이겨 낸 옛 건물과 완전히다시 지은 새 건물 그리고 부분적으로 파괴된 것을 가지고 새로 단장한 혼합 건물이다. 이렇게 복합적 구조물들이 한 도시를 이루는 것이다. 창세기가 여러 시대의 다양한 전승들이 모여 이루어진 복합적인 책이라는 시각은르네상스와 인문주의를 거치면서 옛 문학 작품을 비평적으로 보게 된 결과이다. 문제는 창세기가 어떻게 합성되었느냐고 보는 것인데,그 보는 방식이 여러 가지이다. 지난 100여 년 동안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아 온 것이 이른바 '성서 문헌 가설' 이다. 이 가설에서는 창세기가 세 개의 독립적이며 나름대로 완전한 전승 또는 문헌이 합쳐져서 이루어졌다고 본다. 곧 야훼 전승 문헌(Jahwist =J), 엘로힘 전승 문헌(Elohist=E), 그리고 사제계 문헌(Priesterschrift=P)이다. 하나의 보기로, 요셉의 가족이 이집트로 내려가 파라오를 알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요셉의 죽음까지 이르는 창세기 마지막 네 장을 (학자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통상 아래 표와 같이 분류한다. '야훼 전승 문헌' 은 상당 기간 구두(口頭)로 전승된자료들을 이어받아 아담과 하와의 창조에서 시작하여 아브라함과 야곱과 요셉을 거쳐 이집트 탈출과 그 너머에까지 이르는 '역사' 를 연속적인 한 이야기로 저술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저술 시기는 이스라엘 왕정 초기, 저술장소는 남부 지방이라고 판단한다. '엘로힘 전승 문헌'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야훼 전승 문헌보다 조금 뒤 북이스라엘 왕국에서 저술되는데, 문체라든가 이야기의 길이등에서 야훼 전승 문헌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때때로 그이야기에 대한 대안으로 지은 것처럼 보인다. '사제계문헌' 은 기존의 두 문헌에 또 다른 오랜 전승들과 족보들을 첨가한다. 유배 말기 또는 유배 직후에, 사제계 저자 또는 편집자들이 이러한 세 전승을 편집하여 창세기를 완성시킨다. 이러한 문헌 가설은 특히 편집 단계를 더욱 세분하는 다양한 꼴로 제시되기도 한다. 창세기라는 복합적 작품을 보는 방식에는 '문헌 가설'만이 아니라 '단편 가설' 과 '보충 가설' 이라는 것도 있다. 단편 가설은 수많은 단편 전승들이 독립적으로 전승되다가 수집 · 편찬되었다는 것이고, 보충 가설은 하나의원문서가 오랜 과정을 거치면서 지속적으로 증보되어 결국 창세기 또는 오경으로 자라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가설들은 역사 비평적 방법론에 속한다. 근래에 와서는 역사를 가로질러 고찰하는 이러한 통시적(通時的) 방법론이 정면으로 부정되기도 한다. 작품은 저자라든가 저술배경이나 시대 그리고 원독자와 상관없이 지금 있는 그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공시적(共時的) 방법은 수사학적 분석, 설화 분석, 신비평주의 등 현대의 여러 문학 이론 그리고 구조주의, 사회학, 심리학, 페미니즘 등 여러 인문 과학이나 현대의 관심사에서 영감을 받아 매우 다양하게 이루어진다. 그러나 어떠한 방법론도 절대적일 수 없다. 방법론들은 필연적으로 상호 보완적이어야 한다. 창세기는 역사의 산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먼저 역사 비평적으로 고찰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통시적 고찰에만 머문다면 창세기의 '어제' 만을 보게 된다. 반면 공시적으로만 고찰하게 되면 창세기의 '오늘' 만을 보게 된다. '어제' 없이'오늘' 을 이해할 수는 없다. 그리고 '오늘' 이 없는 '어제' 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 성서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렇게 다양한 방법론 가운데에서 창세기의 형성 과정과 저술 시기를 살피는 데에는 아직도 전통적 문헌 가설이 그중 신빙성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여러 방면으로 이루어진 연구의 결과로 몇 가지 수정이 필요하게 되었다. 우선 엘로힘 전승 문헌의 본문들이야훼 전승 문헌이나 사제계 문헌과 비교할 때 문체나 신학 및 인간학에서 확연히 구분되기는 하지만, 이 두 전승에 비해 범위나 비중이 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윤곽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음도 사실이다. 그래서 전승 과정에서 엘로힘 전승 문헌의 본문이 야훼 전승 문헌의 본문에흡수 · 통합되었다고 보기도 한다(Jahwist + Elohist =Jehovist). 한편 엘로힘 전승 문헌으로 분류된 전승에서는하나의 공통 분모로 묶기가 쉽지 않은 다양한 본문들도드물지 않게 보인다. 야훼 전승 문헌이나 사제계 문헌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본문들은 다 엘로힘 전승 문헌으로분류하게 되었다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유로 엘로힘 전승 문헌의 존재가 아예 부정되기도 한다. 야훼 전승 문헌의 기반도 그동안 상당히 약화되었다.이 전승은 전통적으로 창세 2장 4ㄴ절의 낙원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하여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인들이 약속의 땅으로 들어간 것까지, 더 나아가서 다윗 시대까지 포괄하는 것으로 여긴다. 이러한 야훼 전승 문헌에 대한 의문이 창세기 또는 오경 본문 자체에서만이 아니라, 당시의 여러 가지 실제적 여건에 대한 고찰에서도 제기된다.우선 지금부터 거의 2,900년 전 이스라엘 또는 유다 왕국의 한 사람이 이렇게 광범위한 이야기를 한꺼번에 저술하였다는 것은 개연성이 매우 약하다. 그리고 옛날에는 돌이나 도자기 또는 이집트에서 수입한 파피루스에글을 썼다. 유배 이후에 와서야 양피지가 널리 사용되었는데, 양피지를 두루마리로 만들어 거기에다 긴 글을 쓴다는 것은 시간과 경비가 많이 드는 힘든 작업이다. 어떤연구 결과에 따르면, 야훼 전승 문헌같이 긴 이야기를 문서화할 수 있는 물리적 여건이 조성된 것은 이스라엘의왕정 초기인 기원전 10세기가 아니라 기원전 8~7세기부터이다. 이와 같은 연유로 근래에 와서는 야훼 전승 문헌의 형성 시기를 기원전 6세기의 유배 기간 또는 유배이후로 추정하기도 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 전승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오경을 원래의 문헌 가설에서 생각하던 것과는 다른 성격을 지닌 신명기 문헌과 사제계 문헌만으로 재구성하기도 한다. 전통적인 성서 문헌 가설에서는 '자연스러운 것' 을 높이 평가하고 후대의 것, 추상적인 것, 법적인 것 등은 일종의 변질로서 부정적으로 보았다. 이러한 사고 방식에서는 사제계 문헌이 자연히 다른 문헌들보다 저급할 뿐만 아니라 기능도 미미한 것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었다.사제계 문헌은 오경의 최종 편집자이다. 현재는 이 최종 편집자의 중요성이 점점 더 부각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계 문헌은 단순 편집자가 아니다. 사제계 문헌은 자신의전통을 보태고, 또 다른 전승들을 첨가 · 삭제 · 합성하여창세기를 비롯한 오경에 완전한 꼴을 갖추게 하였다. 오경의 최종 의도와 신학이 바로 사제계 문헌의 작품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창세기를 비롯한 오경의 형성 과정에 관해서는현재 매우 다양한 가설이 제시되는 가운데 어느 하나로의견이 모아지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또 그렇게 되리라는 가망도 거의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창세기의 형성 과정과 저술 시기를 매우 조심스럽게 그리고 단순하고 모호하게 추측할 수밖에 없다. 애초에는 야훼 전승, 엘로힘 전승, 사제계라는 세 개의 '장편' 문헌이 독립적으로 전승되었다기보다는 다양한 단편 전통 이야기들이 오랫동안 구두로, 어느 시점부터는 부분적으로 문서로 전해졌을 것이다. 이러한 단편 문헌들을 크게 둘로나눌 수 있는데, 그것을 북왕국 전승과 남왕국 전승 또는넓은 의미로 야훼 전승과 엘로힘 전승이라고 부를 수도있다. 독립된 단편 이야기들은 이 두 전승 안에서 서서히느슨하게 연결된 여러 '이야기 다발' 로 커지기도 하였을것이다. 아브라함이나 야곱에 관한 이야기들이 그 예이다. 그러다가 유배 말기 또는 유배 이후 예루살렘 성전의 사제단에서 자기들의 전승과 이것들을 가지고 오경이라는 작품을 만들게 되는데, 그 '첫 두루마리' 가 창세기이다. 〔해석과 신학〕 창세기 첫 세 장의 주인공은 '아담' 이다. 아담은 히브리어로 '사람' 을 가리키는 보통명사이다. 창세기 저자는 첫 인간인 어떤 특정인이 아니라 그냥'사람' 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실천적 사고 방식을 지닌 히브리인들은 예컨대 그리스인들과 달리 추상개념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아담' 이라는 낱말은 곧 첫인간과 동시에 각 시대의 모든 사람을 가리킨다. '아담'이 살아 있는 모든 것의 어머니라는 뜻으로 아내를 '하와' 라고 부르는데(창세 2, 20), '생명' 을 뜻하는 '하야' 와비슷한 이 이름 역시 고유명사라기보다는 보통명사라고해야 할 것이다. 사실 히브리어 성서에서는 이후, 아담은물론 하와라는 이름을 가진 이가 하나도 없다. 아담과 하와, 즉 첫 사람의 이야기는 곧 인간 또는 인류에 관한 이야기이다. 창세기 저자의 관심사는 태초에 구체적으로어떤 일들이 벌어졌는가라는 문제가 아니다. 과거에 대한 단순한 지적 호기심이 저자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아니다. 그는 과거라는 틀을 빌려 현재의 인간 모습을 이야기한다. 4장에서부터 카인과 아벨처럼 고유명사가 쓰이기 시작하는데 여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연유로 '한처음 이야기' 에는 인간학적 근본 범주들이 펼쳐진다. 곧 삶과 죽음, 선과 악, 죄와 벌, 남자및 여자 그리고 이 둘의 결합, 인간의 육체성, 노동과 휴식, 자유와 책임 등이다. 창조 설화 역시 하늘과 땅이 실제로 그 옛날에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말하지 않는다.지금도 일부에서 논쟁이 지속되고 있듯이 창조론과 진화 론은 양자택일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성서의 창조론은 우주의 생성이나 인간의 과학적 기원을 밝히지 않는다. 성서의 창조론은 과학이 아니라 신학이다. 과거에 일어난 일들을 과학적으로, 사실적으로 밝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대한 신학적 고찰과 숙고를 밝히는 것이다. 성서의 창조론은 이렇게 우주와 세상과 자연, 시간과 공간등 인간학적 범주 이외에 인간 생존의 바탕을 이루는 범주들과 그것들에 대한 신학적 평가를 이야기한다. 가톨릭 교회의 전통에 의하면, 원복음(原福音, Proto-evangelium)은 창세기 3장 15절의 내용을 가리킨다. "나는 너와 그 여자 사이에, 네 후손과 그 여자 후손 사이에적개심을 일으키리니 여자의 후손은 너의 머리에 상처를입히고 너는 그의 발꿈치에 상처를 입히리라." 이 내용은 범죄한 첫 인간에게 내린 판결문에 포함되어 있다. 초대 교회의 교부들은 이 구절에 등장하는 여인과 여인의후손에 대한 언급에서 세상을 구원할 구세주에 대한 예언을 이끌어 냈다. 즉 여인은 악의 세력에 동조한 아담의아내가 아니라 모든 인류의 어머니 마리아를 가리키는것이며, 여인의 후손은 죄의 세력을 누르고 승리한 예수그리스도를 가리키는 것으로 본 것이다. 그래서 리용의이레네오(130/440?~202?)를 비롯하여 교부들은 이 구절을 최초의 복음 또는 원복음이라고 불렀다. 하느님이 타락한 인류의 첫 조상을 악의 세력에 방치하지 않고, 구세주를 보내어 악의 세력을 정복할 계획을 첫 인간의 범죄직후부터 이미 마련하였다는 것이다. '조상 이야기' (12-50장)도 근본적으로는 사정이 비슷하다. 물론 선조들의 이름과 그들의 삶이 구체적으로 이야기되는 과정에 과거의 사회적 · 경제적 · 종교적 관습이라든가 인명들 그리고 실제 사건들의 흔적이 묻어 있음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저자들의관심사는 조상들이 어떻게 살았느냐는 과거가 아니라 이조상들에게서 나온 후손들이 살고 있는 '오늘' 이다. 제1부에서는 세상의 창조주이며 역사의 주관자인 하느님과의 관계 아래 살아가게 마련인 일반적이고 전반적인 인간상을 펼쳐 보인다. 제2부에서는 이어서 하느님에게 선택된 특별한 인간상을 보여 준다. 앞에서는 인간이 어떠 해야 하는지를, 뒤에서는 특히 신앙인이 어떠해야 하며또 어떻게 믿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렇기때문에 아브라함과 야곱을 비롯한 '조상 이야기' 의 주인공들은 예컨대 그리스 신화에서처럼 초인적 존재가 아니다. 좋은 점과 나쁜 점, 강한 점과 약한 점을 지닌 보통인간이다. 요셉은 이집트의 재상까지 오르는 입지전적인물이지만, 신화적 영웅은 결코 아니다. 신앙심 깊은 인간으로서 하느님의 도움으로 성공한 사람일 따름이다.그렇기 때문에 창세기 저술 당시의 모든 이스라엘인 또는 유대인들이 자기들과 같은 이 조상들처럼 살아야 한다는 다짐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 제2부에서 말하는 인간은 일차적으로 하느님에게 선택된 백성으로서의 집단적 인간을 이야기한다. 여러 차례에 걸친 '톨레도트(족보)' 에 의한 하느님의 백성과 주변의 다른 민족들과의 관계 정립 그리고 '야곱의 톨레도트(가족사)' 에 의한 선택된 민족 내부에 있는 여러 지파들 사이의 관계 정립이 이 이야기의 배경이자 목적이다. 이렇게 창세기의 출발점은 과거가 아니라 인간의 실존적 현실과 이스라엘의 민족적 현실이다. 먼저 이 현실과과거의 연속성이 강조된다. 곧 창세기의 최종 저술 시기인 유배 이후의 유대인들은 유배 이전 왕정 시대와 마찬가지로 하느님에게 선택된 백성이며, 더 나아가서 야곱과 이사악과 아브라함의 자손들이다. 유배 이후 유대인들이 섬기는 하느님도 과거의 하느님과 동일한 분이다.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의 하느님으로서 창조주이며역사의 주관자이다. 이러한 연속성은 이제 과거에서 시작하여 현재를 거쳐 미래로 뻗어 간다. 과거에 하느님이인간과 당신의 백성에게 마련해 준 생존과 삶의 터 그리고 삶의 방식은 전처럼 지금도, 또 앞으로도 여전히 유효하다. 창세기는 인간과 이스라엘에 미래가 있다는 희망의 표현이다. 하느님은 이 세상을 좋게 만들고(1, 31),사람을 당신의 모상에 따라(1, 26-27) 또 당신의 종이며(2, 15) 대화의 상대자로 창조하여 그에게 복을 내린다(1, 28 : 5, 2) 또 사람들에게 계속 강복해 준다(9, 1 :12, 3). 하느님은 죄에 빠지는 인간을 벌하시지만 용서도해 준다. 그리고 인간의 약함과 악함도 선과 행복으로 이끈다(45, 5). 창세기의 역사는 희망의 역사이다. '톨레도트 의 하느님, 곧 인류와 선택된 민족의 족보와 '역사' 가지속됨을 약속하고 보증하는 하느님, 또 실제로 그렇게인도해 주는 하느님 때문에 그러하다. 창세기는 바로 이러한 하느님에 대한 믿음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창세기는 근본적으로 열린 책이다. 하느님이 내리는 복과 약속이 궁극적으로 실현되는 미래를향해 열려 있다. 결국 세상과 인간과 이스라엘의 기원을밝히는 창세기의 시원론(始原論)은 동시에 하느님의 뜻이 온전히 이루어져 하느님이 모든 것의 모든 것이 됨을말하는 종말론(終末論)이기도 하다. "마지막 때"(히브 1,2)를 이야기하는 신약성서의 요한 복음서가 창세기처럼"한처음에" 라는 표현으로, 그리고 마태오 복음서가 "게네시스(톨레도트)에 관한 책"이라는 말로 시작하는 것도이러한 의미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창세기는 새 창조를 말하는, 신약성서만이 아니라 성서 전체의 마지막 책인요한 묵시록의 끝 부분인 21-22장으로 종료된다. 이렇게 하여 창세기는 아담의 자손이며 하느님 백성의선조인 아브라함처럼 하느님이 가리키는 마지막 목표를향하여 믿음과 함께 나아가는 모든 신앙인의 지침서가된다. (⇦ 원복음 ; → 구약성서 ; 모세 오경 ; 성서 문헌가설 ; ← 낙원 ; 노아 홍수 ; 소돔과 고모라 ; 아담 ; 아벨 ; 아브라함 ; 아비멜렉 ; 야곱 ; 열두 지파 ; 요셉 ; 창조 ; 창조 설화 ; 하와) ※ 참고문헌  R.S. Hendel, 《ABD》 II, pp. 933~941/ W.R. Farmered., The International Bible Commentary, Collegeville · Minnesota,The Liturgical Press, 1998, pp. 335~394/ J.-L. Ska, Introduction a lalecture du Pentateuch. Clés pour l'interpretation des cinq premiers liv-res de la Bible, Bruxelles, 2000(박 요한 영식 역,《모세 오경 입문, 오경 해석을 위한 지침》 ,성바오로출판사, 2001). 〔任承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