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으로 하여금 초월적 존재 혹은 원리에 대한 체험을 가능하게 해 주는 가장 직접적인 표상. 〔종교적 체험〕 하늘에 대한 인간의 종교적 체험은 시대적 · 문화적으로 가장 폭넓은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따라서 인간은 고대부터 하늘과 관련된 많은 신화와 의례, 유물 등을 형성시켰다. 하늘을 통한 초월성 체험 현상에 대해 현대의 대표적인 종교학자 엘리아데(M. Elia-de, 1907~1986)는 여러 문화권의 신화와 다양한 종교적자료들을 예로 들면서 상세한 해석을 시도하였다. 그는'성스러움' (거룩함)이 스스로 인간들에게 드러나 보여진다는 의미의 '성현' (聖顯, hierophany)이라는 개념을 통해, 인간의 종교적 체험 현상을 보편적인 구조로 설명하였다. 그는 인류에게 가장 대표적이고 근원적인 성현 현상으로 하늘을 통한 성스러움의 체험을 설명하였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인간이 하늘을 통해 성스러움의 체험, 즉 종교적 체험을 하였다는 사실은 고대부터 여러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엘리아데는 먼저 무한히 높고 넓은 하늘을 올려다보는것만으로도 고대인들이 종교적 체험을 갖기에 충분하였다고 주장하였다. 그런데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이러한초월성 체험이 단순한 자연신 숭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하늘을 올려다봄으로써 고대인들에게 주어진종교적 체험은 단순히 자연 현상으로서의 하늘을 신격화한 데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고대인들이 체험한 것은단순히 자연 현상으로서의 하늘이 아니라, 하늘이 지니는 광활함과 무한함을 통해 드러난 초월성 그 자체이다.하늘이 지니는 높음과 광활함, 특히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무한함은 인간에게 초월성 그 자체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고대인들이 하늘을 올려다보면서초월성을 체험한 것은 계시와 똑같은 의미를 지닌다. 즉고대인들은 하늘을 통해 초월성을 계시받은 것이다. 고대인들이 하늘을 통해 초월성을 체험한 현상을 좀더 구체적으로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하늘의 광활함과무한함은 인간으로 하여금 인간의 생활 공간에 속하는사소한 것들로부터 멀리 떨어진 어떤 것을 느끼게 한다.그것은 인간이 생각하고 상상할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서는 그 이상의 어떤 것이다. 또한 하늘이 지닌 무한한 높이, 즉 가장 높음은 자연스럽게 초월적인 신의 속성으로이어진다. 하늘은 인간이 도달할 수 없는 가장 높은 곳으로서 초월성과 절대성 그리고 영원성의 성스러운 위엄을지니는 것으로 인식된다. 이런 의미에서 하늘은 신들이거주하는 곳으로 여겨진다. 그곳은 평범한 인간으로서는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곳이며, 현세적 삶이 끝난 후 선택받은 영혼이나 특별히 초인적인 존재가 되어야만 올라 갈 수 있는 곳이다. 바꾸어 말하자면, 제단(祭壇)의 계단이나 하늘에 통하는 의식의 사다리를 통하여 하늘로 올라가는 자는 그 순간 이미 인간이기를 멈춘 존재이다. 즉현상적 인간의 차원을 넘어서 종교적으로 승화된 존재가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여러 종교 전통에서는 하늘을모든 인간들이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종교적 목표나 이상향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종교적 인식은 그저 하늘을 바라봄으로써 이루어진 내용이지 논리적 추론이나 치밀한 성찰을 통해 형성된 사유 체계가 아니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인간적 차원을 넘어서는 초월적인 존재 또는 원리가 존재한다는사실을 인식하고 그러한 초월성을 향한 추구를 지니게되는데, 하늘은 인간으로 하여금 가장 쉽고 즉각적으로초월성을 인식할 수 있게 해 주었다. 하늘이 지니는 높음과 광활함, 무한함을 바라보면서 인간에게 주어진 느낌이 그대로 초월성에 대한 체험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이처럼 유한한 자연 현상으로서의 하늘을 바라보면서그 너머의 무한한 초월성을 체험하는 것과 관련하여 뭘러(M. Müller, 1823~1900)의 다음과 같은 설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뮐러는 인간의 종교적 체험이 어떻게 시작되는지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는 인간이 유한한대상들 배후에서 그 유한한 대상들의 궁극적인 근거가되는 무한한 어떤 것을 인식하는 것이 종교적 체험의 시작이라고 설명하였다. 즉 그 같은 무한한 실재를 의식하여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고 하기 싫은 일을 하게 될때, 인간의 기본적인 종교성이 형성된 것이라고 설명한것이다. 이러한 뮐러의 설명에 근거하였을 때, 고대인들이 유한한 자연 현상으로서의 하늘을 바라보면서 그 너머의 무한한 초월성을 체험한 현상이 지닌 종교적 의미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중국인에게서의 천〕 의미와 구분 : 하늘에 대한 종교적 체험은 시대와 지역의 구분 없이 인류에게 근원적이고 보편적인 의미를 지니는 현상이다. 따라서 하늘에 대한 종교적 체험 현상은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그 예를 확인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중국인들이 체험하고 형성시킨 하늘에 대한 종교적 사유 내용은 가장 대표적인 예로거론되곤 한다. 중국인들은 고대부터 '천' (天)을 통하여 인간을 포함한 우주 전체의 초월적인 원리를 깨닫고자 하였다. 고대중국인들은 낮과 밤의 변함없는 교차, 사계절의 순환, 씨앗을 뿌리면 열매를 맺어 주는 대지의 작용 등과 같이 규칙적이고 불변적인 자연의 법칙을 체험하면서, 우주 자연 전체를 규칙적으로 움직여 가는 그 어떤 초월적인 원리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인간 역시 자연의 한 부분으로서 그 같은 초월적 원리에 순응하며 살아야 한다는 진리를 깨닫게 되었다. 중국인들에게 있어'천' 은 이러한 초월적 원리를 의미하였다. '천' 이라는 글자에 대해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는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천은 머리이다. 지극히 높아서 그 이상이 없다. 일(一)과 대(大)를 합한 것으로 사람이 머리 위에 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갑골학》(甲骨 學)이라는 책에서는 "갑골문에서의 천은 상(上)과 인(人)이 합쳐진 글자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들 내용은 단순히 하늘이 위치상으로 위에 있다는 사실만을 나타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인간에게는 인간을 넘어서는 그 이상의 어떤 것이 있으며, '천' 이라는 글자에는그 같은 초월적인 것에 대한 인식이 담겨져 있는 것으로이해할 수 있다. 중국인들의 '천' 에 대한 이해를 보다 자세하게 분석해 보면, 고대로부터 매우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어 왔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중국 고대사에 나타난 여러 가지 '천' 의 명칭만 보아도 이 같은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주례주소》(周禮注疏)에서는 '천' 의종류에 관한 고대의 호칭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천은 다섯 가지 칭호가 있는데, 각각 마땅하게 쓰이는바에 따라 호칭하였다. 임금으로 존중해서는 황천(皇天)이라 하고, 원기(元氣)가 광대한 것으로는 호천(昊天)이라 하고, 인(仁)으로 가득 차 민첩하게 베푸는 것으로는민천(旻天)이라 하고, 위로부터 아래를 보살피는 것으로는 상천(上天)이라 하며, 아득히 멀리 봄에 푸르고 푸른것으로는 창천(蒼天)이라고 한다." 중국인들의 '천'' 에 대한 이해는 고대 이후에도 각 시대에 따라, 또는 각자의 입장에 따라 매우 다양한 형태로전개되었다. 현대의 대표적인 중국 철학자 중 한 사람인장립문(張立文)은 다양한 중국인들의 '천' 이해 유형들을 종합 · 분석하여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였다. 첫 번째는 푸른 하늘로서의 '천' , 천지의 '천' 등과 같은 '자연의 천' 이다. 두 번째는 초자연적인 지고(至高)의 인격신(人格神), 만물을 주재하는 상제(上帝), 천명(天命)의'천' 등과 같은 '주재(主宰)의 천' 이다. 세 번째는 천도(天道)의 '천' , 천리(天理)의 '천' , 의리의 '천' 등과 같은 '자연 법칙(도덕 법칙)의 근원으로서의 천' 이다. 자연의 천 : 이는 있는 그대로 자연 현상으로서의 하늘을 의미한다. 중국인들이 '천' 이라는 글자를 사용한예들을 의미와 맥락에 따라 분류해 보면, 우선 물질적 자연으로서의 하늘을 지칭하는 경우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자연으로서의 '천' 에 대한 이해를 한 단계 심화시켜 강조한 사람이 순자(荀子, 기원전 313?~238?)이다. 그는 '천' 을 설명하면서 우선 '기(氣)로 형성된 물질적천' 의 의미를 제시하였다. 물질은 인간의 감각 기관으로인식할 수 있는 경험 대상이다. '천' 을 무형의 형이상학적 도덕 원리나 인격적인 주재자(主宰者)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자연적이고 기계적인 의미로서 이해하는 것이다. 순자의 이러한 '천' 이해는 도덕적 근원으로서의 '천' 을 부정함으로써 이상적인 사회를 이루기위한 인간의 의지적 노력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순자의 '천' 이해를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천' 의 물질적 측면 이외에 또 하나의 중요한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데, 그것은 자연 법칙으로서의 '천' 이다. 일월성신(日月星辰)을 비롯한 모든 자연 현상들의운동 법칙은 자연적으로 그러한〔自然而然〕 운동이며,'천' 은 그 모든 자연 현상들을 함축적으로 대변한다. 순자는 "직접 행위를 하지 않고 이루어지며 구하지 않아도 얻는 것이 곧 천의 직분(職分)"이라고 하였다. '천' 은 스스로 자신의 법칙에 따라 운행하며 자신을 전개하여 세계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결국 순자는 '천' 으로 대표되는 자연의 법칙을 인정하지만, 자연의 법칙과 인간의 일은 무관하다고 주장하였다. 즉 그는 인간의 도덕 규범과길흉화복은 자연의 법칙과 별도로 인간 자신의 의지적노력에 의해 스스로 대처하고 극복하여 만들어 나가야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주재의 천 : 자연의 모든 움직임들, 즉 사계절의 변화,만물의 생성과 소멸, 일월성신의 이동 등은 그 자체의 법칙을 지니고 있다. 인간은 삶의 과정을 통해 이러한 법칙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된다. 더욱이 자연의 법칙이 인간의 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발휘한다는 사실도 인식하게 되면서, 자연 법칙과 인간과의 관계를 심각하게 고려하게 된다. 고대 중국인들은 이러한 자연의 법칙을, 특히 인간과의 관계 측면에서 고려하면서 인격적인 인식을 형성시켰다. 즉 자연의 법칙을형이상학적인 원리로 인식하기보다 인격신적인 주재자로 인식하였다. 이것은 초월적인 주재자가 있어서 자연의 운행과 인간과의 관계를 모두 주재한다는 인식이다.따라서 중국인들은 초월적 원리로서의 하늘을 경외하면서 하늘에 제사를 드렸다. 그리고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제천 의례(祭天儀禮)는 천자(天子)가 거행하는 국가 의례 중 가장 성대하고 중요한 의례였다. 제천 의례가 여러의례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간주되는 이유는 바로 제사의 대상인 '천' 을 우주 자연의 주재자이자 궁극적 존재로 신앙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격적 주재자로서의 '천' 을 고대 중국에서는제(帝) 또는 상제(上帝)로 표기하였다. 《설문해자》에서는 '제' 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제는 살피는것이며, 천하의 왕을 가리키는 칭호이다." 또한 《광아》(廣雅)에서도 제를 '살피다, 조사하다, 사려(思慮)하다'의 뜻으로 설명하였다. 즉 만물의 위에서 만물을 주재하고, 공평무사한 마음으로 백성들의 행위를 심사하여 상벌을 내리는 존재가 상제이다. 아울러 상제로서의 '천'은 인간과 만물을 지어 낸 창생자(創生者)로서의 의미도지닌다. '천' 은 만물의 조상이며, 만물은 조상이 아니면생겨나지 않는다. 묵자(墨子, 기원전 479?~381?)는 이러한 인격적 주재자로서의 '천' 개념을 보다 체계적으로 제시하였다. 묵자는 '천' 을 다음과 같이 이해하였다. 첫째, '천' 은 자연계를 주재한다. '천' 은 "해와 달과 별을 만들어 내고 그것을 환히 비추어 인도하여 봄 · 여름 · 가을 · 겨울의 사계절을 제정함에 엄격한 규칙이 있게 하며, 천둥이 치고눈과 서리와 비와 이슬이 내려서 옥곡이 자라나게 한다"라는 것이다. 둘째, '천' 은 인간의 행위를 주재한다. 묵자는 "하늘의 뜻을 따르는 사람은 서로 사랑하고 서로이익을 나누는 것이니 반드시 상을 받는다. 하늘의 뜻을거스르는 사람은 차별하여 서로 미워하고 서로 적대하는것이니 반드시 벌을 받을 것이다" 라고 하였다. 셋째,'천' 은 공평무사하다. '천' 의 운행은 사사로움이 없고,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나타나며, 동등한 화육(化育)의 작용을 한다. '천'' 이 바라는 선(善)은 공평무사한 의(義)이다. 또한 '천' 은 선과 정의를 추구하는 존재이다. 결국묵자는 '천' 이 인간을 포함한 모든 존재들을 총체적으로주재하고, 인간 사회의 모든 길흉화복을 결정하는 절대자라고 이해하였다. 아울러 '천' 은 인격성을 지닌다. 그래서 의지를 지니고 있으며, 상벌을 내리고, 애증하는 존재이다. 그리고 이러한 인격성에 근거하여 인간들의 신앙의 대상이 된다. 자연 법칙의 근원인 천 : '천' 을 도덕 규범의 근원으로인식한 것은 공자(孔子, 기원전 552/551~479)에게서도확인할 수 있다. 공자는 《논어》(論語)에서 "하늘이 내게덕(德)을 주었다"라고 하여, 개인에게 내재하는 덕의 근원을 하늘로 삼았다. '천' 과 덕의 문제는 《중용》(中庸)에서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하늘이 명한 것을 성(性)이라 하고, 본성대로 따르는 것을 도(道)라 하고, 도를닦는 것을 가르침이라 한다"라고 하였고, 인간이 도덕적실천을 통해 도덕의 근원인 '천' 과 하나가 될 수 있도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또한 맹자(孟子, 기원전372?~289?)는 "그 마음을 다하면 그 본성을 알게 되고,그 본성을 알면 하늘을 안다" 라고 하였다. 모두가 '천' 을도덕적으로 이해하면서, 인간의 본성과 '천' 의 관계를강조하였던 것이다. 이처럼 '천' 을 도덕적으로 이해하는 흐름은 성리학(性理學)에 와서 철학적 형이상학의 특성을 강하게 띠게 되었다. 주자(朱子, 1130~1200)는 "하늘이 사람과 만물에부여하는 것은 명(命)이고, 사람과 만물이 받는 것은 성(性)이다"라고 하여, 인간의 본성은 하늘의 명으로 부여받는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더 나아가 그는 인간이 부여받은 본성이 곧 하늘의 이치라는 '성즉리' (性卽理)의 입장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잘못되기 쉬운 인간의 욕구〔人慾〕와 구별하여 인간의 도덕적 본래성을 강조하기 위해'천리' (天理)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천리라는 개념은'천' 에 대한 이해가 가장 형이상학적으로 발전한 것이다. 이 개념은 공자와 맹자의 천명(天命) 개념을 배경으로 발전한 것이다. 천명은 주재자의 의지를 의미한다. 그리고 천명의'천' 은 절대적인 인격신을 의미한다. 천명은 마치 황제가 신하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신하는그 명령에 따라 행동해야 할 의무와 정당성을 부여받는다. '천'' 은 도덕적 성실의 근거이고, 도덕적 성실은 인간의 선천적 본성으로서 자연스러운 것이다. 따라서 인간이 도덕적 성실을 실천해야 하는 것은 '천' 으로부터 부여받은 인간의 본성이라는 점에서 자연스러운 것이고 또한 피할 수 없는 명령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인간의 도덕적 본성은 우주의 질서를 이어받아 이루어진 것이며, 이도덕적 본성을 그대로 실천하는 것이 인간의 의무이다.인간이기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천명으로 주어진 도덕적본성은 결코 망각하거나 버릴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중국인들의 '천' 에 대한 체험은 종교적 측면과철학적 측면 모두에 걸쳐 다양하게 표현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비록 구체적인 표현의 형식에는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궁극적으로 '천' 을 어떤 존재로 인식하였는지에 관해서는 동일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철학적 원리로 표현하든 인격신적인 주재자로 표현하든, 중국인들은 '천' 을 통해 우주 만물의 궁극적 근원으로서의 의미를 지니는 초월성을 체험하였던 것이다. 〔한국인에게서의 천〕 한국인들이 '천' 에 대해 어떠한종교적 체험을 지녔는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고대부족 국가들의 건국 신화에서 보이는 천신(天神) 개념들을 살펴보아야 한다. 그중에서도 단군 신화(檀君神話)는하늘과 인간과의 관계 그리고 그 맥락에서의 천신의 성격을 분명하게 보여 주는 사료이다. 단군 신화의 주된 내용은 환인(桓因)이라는 천신과 그의 아들인 환웅(桓雄)이 인간 세상에 관여하여 질서를부여해 줌으로써 인간 사회가 체계를 갖추어 성립할 수있었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단군과 고조선의 건국이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 바탕에는 환인과 환웅이라는 천신 개념이 자리잡고 있다. 우선 그들이 머물던 공간은 세속과는 다른 천상의 세계이다. 그리고 환웅이 인간 세상에 뜻을 두고 태백산 정상의 신단수 아래에 내려와 신시(神市)를 열고 그곳에 머물렀다는 것은 그가 여전히 신적인 세계에 머문 존재임을 나타내 준다. 단군 신화에 나오는 천신은 분명 인간이나 이 세상과는 다른 차원의 존재라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단군 신화에서의천신은 인간과 세상사를 주재하는 절대적인 존재이다.그로부터 이 세상의 질서가 부여되었고, 그가 다스리면서부터 인간들의 삶은 본격적인 의미를 지닐 수 있었다.이처럼 한국 고대인의 가장 원초적인 세계관을 반영하고있는 단군 신화에서 천신이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사실은, 고대로부터 한국인들의 의식 안에 천신이 궁극적이고 절대적인 존재로 자리잡고 있었음을 확인시켜 준다. 단군 신화 외에 부여, 고구려, 예, 삼한 등 고대 부족국가들에 관한 사료들에서도 '천' 에 대한 종교적 인식을확인할 수 있다. 《삼국지 위지 동이전》(三國志魏志東夷傳)의 기록에 따르면, 이들 고대 부족 국가들은 모두 그들 나름의 제천 의례를 행하였다. 그것은 부족 구성원들이 다 함께 하늘에 드리는 일종의 추수 감사제이자 공동체 의식이었다. 천신 신앙이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국가차원의 공동체 의례로 행해졌던 것이다. 따라서 고대 한국인들에게 있어 천신 신앙은 보편적이고 공식적인 의미를 지니는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삼국 시대에도 천신에 대한 신앙이 상당히 보편적인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우선 삼국이 모두 어떤 형태로든국가 의례를 행하였는데, 사직(社稷)과 명산대천(名山大세 드리는 제사와 더불어 하늘에 올리는 제천 의례가중요한 국가 의례로서 행해졌다. 이들 국가 의례 외에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천신 신앙이 깊이 있게 자리잡고 있었다. 예를 들어 신라의 명장 김유신(金庾信, 595~673)이 개인적인 수련을 쌓던 시기에 산 속 깊은 동굴에서 하늘을 대상으로 기원을 올리면서 영험한 체험을 하였다는이야기가 《삼국사기》(三國史記)에 기록되어 있다. 또한 신라의 두 젊은이가 자신들의 뜻을 세우면서 하늘에 두고 맹세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는 '임신서기석' (壬申誓記石)을 통해서도 천신 신앙이 당시 한국인들의 의식 속에절대적이고 보편적인 의미로 자리잡고 있었음을 확인할수 있다. 그 밖의 관련 사료들에 근거하여 삼국 시대 한국인들이 지니고 있었던 천신 신앙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하늘은 맹세의 대상이었다. 당시의 한국인들은 맹세의 신뢰, 권위를 최고로 확증하고자 할 때 하늘에 맹세하였다. 이것은 하늘에 최고의 신뢰와 권위를 두고 있었다는 의미이다. 아울러 하늘은 언제나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 따라서 맹세를 지키는지 여부를 늘 감시하고 확인해 준다는 의미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하늘은 맹세를 어겼을 때 벌을 내릴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였다. 둘째, 하늘은 의로움의 준거였다.하늘은 의로운 일에서는 항상 지지해 주고 보호해 주며도움을 주는 '정의의 천' 이었다. 따라서 세속적으로 곤경에 빠졌을 때에도 끝까지 의로움을 지켜 나가게 해 주는 근거가 되었다. 셋째, 하늘은 의탁과 기원의 대상이었다. 궁극적으로 의탁하고 큰 힘을 얻을 수 있는 대상이하늘이었다. 넷째, 하늘은 신령한 능력을 내려 주었다.하늘은 인간의 기원에 응답하여 기이한 일이나 신령한능력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다섯째, 하늘은 인간이 헤아릴 수 없는 존재였다. 모든 권위와 신뢰를 하늘에 두지만, 하늘의 뜻은 인간이 · 관여할 수 있는 차원이 아니었다. 하늘은 절대적이고 주체적인 주재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고려 시대 초기에는 원구(圓丘)라는 제천 의례가 국가차원에서 행해졌다. 《고려사》(高麗史)에 그 절차 등이길고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비중이 높은의례였음을 알 수 있다. 원구의 큰 특징은 주로 풍년을비는 의례였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고려 시대 원구를통해 확인할 수 있는 '천' 의 성격은 풍요다산(豊饒多産)을 주관하는 존재로서의 면이 강조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점차 후대로 가면서 《고려사》의 기록에서 원구에 관한 것은 찾아 보기 힘들어진다. 가끔 나올 때에도대부분 기우제(祈雨祭)의 목적으로만 기록되었다. 그 대신 제석도량(帝釋道場)이라는 국가 의례에 관한 기록들이 많이 등장한다. 제석도량은 불교에서 유래한 제석신(帝釋神)을 대상으로 하는 신앙 형태들을 총칭하여 부른것이다. 이전의 천신 신앙과 제석 신앙이 습합(習合)되어 제석도량으로 정착된 것이었다. 조선 시대에는 철저한 유교 이념의 강조로 인해 제천의례의 의미가 많이 위축되었다. 하지만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한국인들이 고대로부터 지니고 있었던 '천' 에 대한 종교적 인식이 지속되었다. 구체적인 체계를 지니고표면화되지는 않았지만, 한국인들의 깊은 의식 속에는궁극적이고 초월적인 존재로서의 '천' 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이러한 한국인들의 천신 신앙은 특히 현대 한국 그리스도교의 토착화 맥락에서도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점에서 보다 깊이 있는 해석 작업이 필요하다. (⇦ 제천 의례 ; → 겸손 ; 공자 ; 묵자 : 상제 ; 순자 ; 주자 ; 천주) ※ 참고문헌 M. Eliade, Patterns in Comparative Religion, NewYork, 1958(이은봉 역,《종교 형태론》, 한길사, 1996)/ W.B. Kristen-sen, The Meaning of Religion, Hague, 1960/ M. Miller, 김국산 역, 《종교학 입문》, 동문선, 1995/ 《禮注疏》/ 張立文, 《中國哲學範疇展史》, 北京, 1987/ 《荀子》/ 《墨子》/ 《孟子》/ 《三國史記》/ 《三國遺事》/ 《高麗史》. 〔吳智燮〕
천 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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