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역 서학서(漢譯西學書). 예수회 중국 선교사 디아스(E. Diaz, 陽瑪諾, 1574~1659)가 저술한 천문서(天文書)로1615년 북경에서 단권으로 간행되었다. 서문에 해당하는 주회령(周希令)의 <제천문략>(題天問略), 공정시(孔貞時)의 <천문략소서>(天問略小序), 왕응응(王應熊)의<각천문략제사>(刻天問略題詞) 및 디아스의 <자서>(自序)가 총 14엽(葉)이고, 본문은 1엽 10행, 1행 22자, 총86엽이다. 이 책은 서문을 쓴 세 명의 중국 학자가 책 전체를 교열하였다. 〔내 용〕 이 책은 이해를 돕기 위해 해당 설명이 실린면의 상단에 한 면의 2/3 정도 크기로 천문도설(天文圖說)이 그려져 있는데, 도합 23장이다. 또한 북경 및 그인근 지방을 필두로 남경(南京)과 산동성(山東省) · 산서성(山西省) · 섬서성(陝西省) · 하남성(河南省) · 절강성(浙江省) · 강서성(江西省) · 호광성(湖廣省) · 사천성(四川省) · 복건성(福建省) · 광동성(廣東省) · 광서성(廣西省) · 운남성(雲南省) · 귀주성(貴州省) 및 그 인근 지방에 이르기까지 명(明) 시대의 수도인 북경 · 남경과13개 지방 구획, 다시 말하면 전 중국을 한 장씩 할애하 여 절기에 따른 해돋이와 해넘이, 낮과 밤의길이, 빛과 그림자의 상관 관계를 시각과 분으로 상세히 나누어 일목요연하게 표로 작성하였다. 본문은 문답 체제로 되어 있다. 항목을 특별히 나누지는 않았으나 크게 여섯 범주를정해서 같은 범주에 속하여 서로 관련이 밀접한 다수의 질문과 그에 대해 설명하는 형태를 취하였다. 즉 하늘은 여러 층으로 겹쳐있다는 것과 칠정(해와 달 및 수성, 화성, 금성,목성, 토성)의 근본 자리를 설명하였다. 이어태양이 천(天)의 움직임에 따라 운행된다는것과 태양이 적도에서 떨어져 있는 도수를밝히고 있다. 일식(日蝕)과 함께, 밤낮의 시각은 태양이 북극에서 땅으로 솟는 데 따라각각 길고 짧음이 있다고 하였다. 또 달은제1 중천이고 천의 움직임에 따라 운행된다고 한 다음 월식(月蝕)을 설명하였다. 《천문략》은 르네상스 시기의 천문학자인 브라헤(TychoBrahe, 1546~1601)가 주장한, 천동설과 지동설의 중간적인 우주 체계에 입각한 천문서라고 할 수 있다. 즉 서양중세 천문학의 내용인 서기 2세기경 알렉산드리아에서활동한 천문학자 프톨레매오스(Claudius Ptolemaeos)의12중천설(十二重天說) 체계를 핵으로 하고, 브라헤의관측 성과를 받아들여 재편된 서양의 천문학 소개서인것이다. 12중천설은 하늘이 12개의 얇은 껍질로 구성되어 있으며, 달은 최하위인 제1 중천에, 태양은 제4 중천에 위치하여 본천의 움직임에 따라 운행된다는 주장이다. 브라헤의 우주 체계는 지구를 중심으로 태양은 1년에 1회 지구 주위를 돌고, 혹성은 각기 일정한 주기로 태양 주위를 회전한다는 이론이다. 《천문략》에는 이 외에도 갈릴레이(G. Galilei, 1564~1642)가 1609년 망원경을이용하여 측정한 토성의 관측 결과도 수록되어 있는 등당시로서는 가장 새로운 천문 지식이 소개되었다. 그러나 디아스는 서문에서 밝혔듯이, 이 책이 천문론의 입문서인 동시에 하느님 나라로의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는종교적 저술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즉 제12 중천은 부동천(不動天)으로 하느님과 여러 성인이 머무르고 있는하느님의 나라라고 소개하였다. 〔조선에 미친 영향〕 《천문략》은 일찍이 조선에 알려졌다. 1631년 부경(赴京) 사신 정두원(鄭斗源, 1581~?)은예수회 선교사인 로드리게스(J. Rodriguez, 陸若漢, 1559~1633)를 만나 서양 과학에 대한 지식을 얻고, 역관 이영준(李榮俊)으로 하여금 서양의 천문 역법을 배우도록 중국에 머무르게 하였다. 이영준은 이때 <천문략》을 독파하고 로드리게스에게 서신을 보내어 천체 구성과 역법에관한 학문적 질의를 하고 답신을 받았다. 이는 조선 지식인이 의도적으로 서구 과학에 접근을 시도한 최초의 예로 특기할 만 하다. 《천문략》은 조선에 전래되어 학자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는데, 12중천설은 조선 시대지식인들이 최초로 접한 서양의 우주관으로서 지대한 영 향을 미쳤다. 특히 이익(李瀷, 1681~1763)은 《천문략》을열독한 후 <발천문략>(跋天問略)을 쓰는 등, 그의 서양천문학에 입각한 우주관은 주로 이 책을 통해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천문략》은 《천학초함》(天學初函)과《사고전서》(四庫全書) 자부(子部) 천문산법류(天文算法類) 그리고 오성란(吳省蘭) 편집의 《예해주진》(藝海珠塵)에 수록되어 있다. ※ 참고문헌 L. Pfister, Notices biographiques et bibliographiques,Chang-hai, 1932/ 徐宗澤, 《明清間耶蘇會士譯著提要》, 臺灣,中華書局, 1958/ 方豪, 《中國天主教史人物傳》 1, 香港公教眞理學會,1973/ 李元淳, 《朝鮮西學史研究》, 一志社, 1986. 〔張貞 蘭〕
《천문략》 天問略
글자 크기
10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