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국, 일본 등 한자 문화권에서 하느님과 동의어로 사용되어 온 용어.
1580년대 초기에 일본의 기리시탄(切支丹) 교회에서 이 용어가 먼저 사용되기 시작하였고, 그 후 명나라에서,마지막으로 17세기 중엽 이후 조선에서도 사용되었다. 한국과 중국 교회에서는 지금도 이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일본 가톨릭 교회에서는 '천주' 라는 호칭을 현재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일본 교회〕 일반적으로 '천주' 라는 용어는 17세기를 전후하여 중국 선교에 나선 예수회 소속의 서양 신부들에 의해 처음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이보다 앞선 시기에 일본 기리시탄 교회에서 라틴어 '데우스'(Deus)를 '천주' 로 표기하여 교회에서 사용하였다. 1549년 일본에 도착한 프란치스코 사베리오(F. Xaverius, 1506~1552) 신부는 당시 일본에서 불교가 융성한 것을 보고, '데우스' 를 '대일' (大日)이라는 불교 용어로 규정하고 선교 활동을 전개하였다. 그러나 곧 그 칭호가 잘못되었음을 알게 된 후, 일본 예수회 소속 성직자들은 '천제' (天帝), '천존' (天尊), '천리' (天理), '천명' (天命) '천도' (天道) 등의 유학적 용어를 '데우스' 에 비정(比定)하여 표기하는 등 혼란을 거듭하였다. 이와 같이 하느님을 설명하는 데 불교와 유교의 용어를 빌려 사용한 이유는 일본인들에게 새로운 종교의 교리를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불교와 유교의 용어로 하느님을 설명하는 것은 일본인을 깨우치기보다는 오히려 '천주, 즉 그리스도교의 신' 의 본질을 잘못 이해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일본 기리시탄 교회 안에서 제기되었다. 논란 끝에 1555년 일본 기리시탄 교회는 그리스도 신앙과 관계된 성서의 용어를 라틴어 그대로 사용한다는 원어주의(原語主義)를 채택하였다. 이 결정이 선포된 이후 데우스 를 일본어로 표기(デウス)하여 사용하였다. 하지만 모두가 이러한 원칙을 따른 것은 아니어서, 불교적 숙명 의식과 관계되지 않고 유교적 개념이 덜하다는 이유로 '천주' 라는 용어가 상당 기간 사용되었다. 《가톨릭 기도서》에 실려 있는 기도문 내용인 "하늘에 계신 우리 주의 한자 표기에서 '하늘 천' (天)과 '주인 주' (主)를 합성한 '천주' 를 '데우스' 의 한자 역어(譯語)로 사용하였던 것이다.
일본 기리시탄 교회의 문헌에서 '데우스' 를 '천주' 로 표기한 초기 기록은, 1581년경 예수회의 동양 순찰사 (巡察使, visitator)인 발리냐노(A. Valignano, 范禮安, 1538~1606) 신부가 일본 규슈(九州)의 우스기(臼杵)에 있던 예수회 수련원에서 강의하였던 내용을 일본어로 번역하여 간행한 《일본의 카테키즈모》(日本の力テキズモ)이다. 이 책에 '천주' 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그 후 오랫동안 라틴어 '데우스' 와 한자인 '천주' 가 같이 사용되었다. 그러나 '천주' 라는 용어가 '데우스' 에 대한 이교적 해석을 가능하게 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자, 1959년 일본 교회 교구장 회의에서 '천주' 라는 용어의 사용을 폐지하였다. 그리고 라틴어 '데우스' 를 일본 가나 문자의 발음대로 표기하기로 하였다. 아울러 '천주교회' 라는 명칭도 없애고, '가톨릭 교회' 로만 표기하기로 결정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중국 교회〕 중국의 경우, 일본과 달리 예수회원들이 선교를 위해 중국 내부로 진출하는 초기부터 '천주' 라는 한자 용어를 사용하였다. 중국에서 '천주' 라는 한자 표기를 가장 먼저 사용한 책은 광동(廣東) 지역의 조경(肇慶)에서 선교 활동을 하였던 루지에리(M. Ruggieri, 羅明堅, 1543~1607) 신부가 편술한 《조전천주십계》(祖傳天主十誡, 1584)로 알려져 있다. 그는 같은 해 조경에서 저술한 최초의 한문 교리서 《천주성교실록》(天主聖敎實錄, 1584)에서도 책이름에 '천주' 란 용어를 사용하였다. 한편 루지에리 신부와 같이 조경에서 살며 한문을 익힌 후 1601년 북경으로 가서 선교 활동을 한 리치(M. Ricci, 利瑪竇, 1552~1610) 신부도 자신의 대표적인 한역서인 《천주실의》(天主實義)에서 책이름에 '천주' 를 사용하였다. 서양인이지만 사서오경(四書五經)의 원전을 검토할 수 있을 정도로 유교 경전을 가까이 하였고, 보유론(補儒論) · 적응주의(適應主義)적 선교 방식을 갖고 있던 리치 신부는 중국인에게 '데우스' 를 이해시키기 위해 유교 경전 용어인 '천주' 를 운용하였던 것이다. 그는 '데우스'를 '천' (天), '상제' (上帝)라고도 표기하였다. 1610년 리치 신부가 사망하자 그의 뒤를 이어 예수회의 중국 선교 책임자가 된 롱고바르디(N. Longobardi, 龍華民, 1559~1654) 신부는 여러 신부들의 의견을 참고하여 '데우스'의 중국 호칭을 '천주' 로 통일함으로써, 이후 '천주' 가 정착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한편 중국 천주교회의 초기 문헌에서는 '데우스' 를 라틴어와 비슷하게 '테우사' (Teousa)로 발음되는 '두사' (陡斯)로 표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데우스 의 한자 사음(寫音) 표기였기 때문에 '천주' 가 등장하게 됨으로써 더이상 사용되지 않았다.
〔한국 교회〕 한국에서는 오늘날에도 '데우스' 를 '천주', 가톨릭 교회를 '천주교회' 라고 부른다. 한국 천주교회는 중국에서 도입한 한역 서학서(漢譯西學書)를 연구하여 보유론적 의식을 토대로 자율적으로 천주 신앙을 깨우쳤기 때문에, 중국에서 도입한 한역서에 사용되던 '천주' 를 그대로 답습하여 사용하였다. 하지만 단순한 답습은 아니었고, 한민족의 민속 신앙인 '하늘님 숭배'가 한민족 사회에 뿌리내리고 있어 하느님이 곧 '하늘의 주님' , 즉 '천주' 로 전화(轉化)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작용하였다. 정약종(丁若鍾, 아우구스티노)은 자신의 교리서 책이름을 《주교요지》(主敎要旨), 즉 '주님의 가르침의 요지' 라고 하였다. 이 책에서 그는 하느님의 이름을 '천주' 로 사용하였고, 그 하느님은 유교 경전의 '상제' 라고 설명하였다. 그는 천주를 전통적인 신 개념을 바탕으로 그리스도적 '삼위 일체의 신' 으로 이해하였고, 그 신앙을 수용 · 실천하였던 것이다. 한편 정하상(丁夏祥, 바오로)은 <상재상서>(上宰相書)에서 '천주' 만이 아니라 '상제' , 대 주재자' 등 유교적 신 개념을 빌려 천주교의 호교론을 펼쳤다. 그는 천주가 천지 위에 스스로 계신 '대 주재자' 이며, 하느님을 한자로 쓰면 '하늘 천'과 '주인 주' 로 쓸 것이고 이 두 글자를 하나로 본다면 '천주' 가 된다고 하였다.
한국 가톨릭에서는 전통적으로 '신' 이라는 용어는 별로 사용하지 않고, '천주' 를 주로 사용하여 왔다. 현대에는 '천주' 라는 한자 용어보다 '하느님' 이라는 우리말이 사용되고 있다. 공식적으로 제도적인 교회를 지칭할 때에는 '천주교회' 로 표기하고 있다. 다만 프로테스탄트와 구별하여 표기할 때에는 '가톨릭 교회' , '가톨릭 신앙' 등으로 표기한다. 그리고 천주를 줄여 '주' 또는 '주님' (Lord)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 경우 구약성서에서는 야훼 하느님을, 신약성서에서는 부활한 예수 그리스도를 지칭하는 것으로 사용하여 왔다. 현재 '천주' 는 '하느님 아버지' 라고 표기하며 사용하고 있다. (→ 보유론 ; 하느님)
大學 ※ 참고문헌 한국 사목 연구소 편, 《신관과 토착화》,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1995/ 朱在用, 《先儒의 天主思想과 祭祀問題》, 京鄉雜誌社, 1958/ 丁若鍾, 《主敎要旨》/ 丁夏祥, 〈上宰相書〉/ 羅明堅, 《天主聖教實錄》/ 利瑪竇, 《天主實義》 海老澤 有道, 《日本リシタソ史》, 塙書房, 1982/ 五野井隆史, 《日本牛リㅈ卜敎史》, 吉川弘文館, 1990/ 平川祐弘, 《マテオリツチ傳》, 平凡社, 1969/ J.F. Schute, Mission Principles for Japan, 1982/ H. Havret, 天主 T'ien-tchou. Seigneur du ciel, 2nd ed., Changhai, 1909/ L.G. Thompson, T'ien, 《ER》 14, pp. 508~510. 〔李元淳〕
천주 天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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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