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오경 祝祭五經 〔히〕חֲמִשּׁ חֲנָמָלה 〔영〕Five Scro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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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피지 두루마리에 필사된 에스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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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피지 두루마리에 필사된 에스델서.

유대인들이 축제 때 읽는 구약성서에 포함된 다섯 권의 성서를 가리키는 용어. 이 성서들을 흔히 양피지 두루마리에 기록하였기 때문에(특히 에스텔서는 반드시 양피지 두루마리에 펜과 잉크로 필사해야 한다), 다섯 개의 '두루마리들' (חֲנָמָלה)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현재 에스델서를 제외한 다른 성서는 인쇄본을 낭독한다).
〔유래와 순서〕 유대인들은 구약성서를 오경, 예언서, 성문서로 분류하는데, 오경과 예언서는 정규 회당 예배 때 읽고, 성문서 중 다섯 권의 성서는 해당 축제 때 읽는다. 이 성서들을 축제 때 읽는 관습이 정착되기까지는 오랜 시일이 소요되었다. 에스델서는 이미 제2 성전 시대(기원전515~서기 70) 중에 거행되기 시작하여 현재도 거행되는 부림절(פּוּרִים) 때 봉독되었다(마카베오서 하권 15장 36절에 따르면, 기원전 1세기 중반부터 거행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애가를 읽는 관습은 서기 6세기부터 확실하게 드러나고, 룻기와 아가의 경우도 6세기 이후에 등장한 문헌에 기록되어 있다.
이처럼 축제 오경의 봉독 관습이 뒤늦게 형성되었다는 사실은 각 사본에 배열된 성서의 순서가 다른 점에서도 알 수 있다. 가령 5세기 말에 편집된 바빌로니아 탈무드(BB 14b)에서 축제 오경은 다른 성문서와 섞여 배열되었다(룻기, 시편, 욥기, 잠언, 코헬렛, 아가, 애가, 다니엘서, 에스델서 순). 아마도 이 배열은 성서의 연대기 순서에 따른 듯하다. 즉 전승에 따르면 룻기는 판관 시대(기원전 1200~1030), 코헬렛과 아가는 솔로몬 왕 시대(기원전 972~933), 애가는 바빌론 유배 시대(기원전 587~539), 에스델서는 페르시아 시대(기원전 539~333)에 만들어진 것으로 간주되었다. 탈무드는 에스델서를 제외한 다른 성서들을 공적으로 낭독하는 관습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그러나 1008년에 제작된 레닌그라드 사본에는 연대순을 감안하되 이미 굳어진 축제 오경을 한 덩어리로 묶었다. 즉 역대기, 시편, 욥기, 잠언, 룻기, 아가, 코헬렛, 애가, 에스델서, 다니엘서 순으로 나열하였다. 따라서 7~10세기 사이에 축제 오경이 고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축제 오경과 축제〕 다섯 권의 성서와 연관된 축제를 연중 순서대로 적으면 다음과 같다.
아가 : 유대인들은 솔로몬 왕이 성전을 완성하였을 때 아가를 지었다고 여긴다. 그들은 아가서가 하느님과 매우 친밀하게 만나고 싶은 염원을 담았으며,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 간의 사랑을 우의적(寓意的, allegory)으로 표현하였다고 본다. 하느님의 사랑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 사건이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의 억압에서 해방시켜 준 일이기 때문에, 이 업적을 기념하는 과월절 축제 때 이 성서를 읽는다. 이는 그 시기를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의 약혼 시절로 보고, 둘의 사랑이 솟아오르던 때로 여기기 때문이다. 또 시기적으로 과월절은 만물이 약동하며 꽃을 피우는 봄철에 해당하는데, 아가의 배경도 봄철이다(2, 11-13). 아가서는 과월절 축제 중간에 있는 안식일 혹은 축제 첫날의 아침 예배 때 오경을 읽기 전에 봉독된다.
룻기 : 본래 추수절(레위 23, 9-21 ; 신명 16, 9-11)은 첫 곡식 수확을 감사드리는 축제였다. 그러나 성전이 파괴된 70년 이후에 이 축제는 이스라엘 백성이 시나이 산에서 율법을 받은 사건을 기념하는 축제로 성격이 바뀌었다. 따라서 모압 여인 룻이 "어머님의 하느님이 제 하느님"(1, 16)이라고 고백하며 진심으로 개종하여 야훼 하느님 신앙을 갖게 됨과 율법을 받아들였음을 기술한 룻기가 계약 관계를 갱신하는 이 축제의 성격에 잘 어울린다고 여겼다. 또 룻기가 전개되는 배경 역시 보리 수확철이므로 시기적으로도 잘 부합된다(1, 22). 유대 전승에 따르면, 룻의 후손인 다윗 왕이 태어난 시기와 죽은 시기가 모두 이때였다고 한다. 끝으로 성문서의 하나인 룻기를 봉독함으로써 오경뿐 아니라 성서 전체를 하느님의 선물로 기념하는 의미도 갖는다. 룻기는 흔히 오순절 축제 중 아침 예배 때 오경을 읽기 전에 봉독된다.
애가 : 애가는 성전의 파괴를 슬퍼하며 자신들의 죄를 뉘우치고 하느님의 자비를 청하는 내용의 성서이다. 그래서 유대력 아브(Av) 월 9일에 거행되는 예루살렘 성전 파괴 기념일의 회당 예배 때 봉독된다. 유대 전승에 따르면, 기원전 587년 신바빌로니아에 의해 첫 번째 성전이 파괴된 날과 서기 70년 두 번째 성전이 로마 제국에 의해 파괴된 날이 똑같은 날이었다고 한다.
코헬렛 : 유대 전승에 따르면, 코헬렛은 솔로몬 왕이 죽기 얼마 전에 인생을 관조하며 쓴 작품이다. 이 코헬렛을 광야 생활을 기념하는 초막절에 봉독하는 이유에 대해 유대 전승은 몇 갈래로 해석한다. 그중 하나로, 초막절은 한 해의 수확을 마친 뒤 갖는 가을 축제이므로 인생을 마치면서 세상 것의 헛됨을 일러주고 소유물이 참된 안전판이 되지 못함을 지적하면서 삶의 실재를 일깨우는데 이 성서의 내용이 잘 어울린다는 주장이 있다(2, 10-11). 또 하나의 풀이는 "네가 하느님께 서원을 하면 지체하지 말고 그것을 채워라··········서원을 하고 채우지 않는 것보다 서원을 하지 않는 것이 낫다" (5, 3-4)라는 말씀이 연중 마지막 축제에 가장 잘 어울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서원한 것이 있으면 한 해가 가기 전에 지키도록 일깨워 주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또 "일곱 또는 여덟 몫으로 나누어라. 땅 위에서 무슨 불행이 일어날지 네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11, 2)라는 구절과 초막절 제8일 봉독을 연결시키는 견해도 있다. 일반적으로 코헬렛은 초막절 중간에 있는 안식일이나 초막절 첫날 혹은 8일째 되는 날에 봉독된다.
에스델서 : 에스델서는 페르시아 시대를 배경으로 유대인들을 몰살시키려 하는 이방인들의 음모에서 구원받은 기쁨을 기술한다. 이 구원의 기쁨을 한껏 누리며 기념하는 축제가 부림절이다(9, 21-22). 따라서 부림절이 시작되는 아달(Adar) 월 14일 저녁 예배 때 이 축제의 기원을 밝힌 에스델서를 봉독하는 것이 부림절의 으뜸가는 의무이다. (→ 과월절 ; 구약성서 ; 룻기 ; 부림절 ; 아가 ; 애가 ; 에스델서 ; 오순절 ; 축제 ; 코헬렛)
※ 참고문헌  임승필 역, 《룻기 · 아가 · 코헬렛 · 애가 · 에스델》, 구약성서 새 번역 4,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1993/ 브라이언 랭커스터, 문정희 역, 《유대교 입문》, 김영사, 1999/ C. Roth ed., 《EJ》 14, pp. 1057~1059/ H.E. Clem, megilloth, 《ABD》 4, p. 680/ Michael Strassfeld, The Jewish Holidays, Harper & Row, 1985. 〔李鎔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