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 出埃及記 〔히〕וְאֵלֶּה שְׁמֹות 〔그〕ἔξοδος 〔라 · 영〕Exod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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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를 건너 이집트를 탈출하는 이스라엘 백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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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를 건너 이집트를 탈출하는 이스라엘 백성들

이집트에서 하느님의 놀라운 기적을 통해 탈출한 백성이 하느님과의 만남과 계약을 통해 하느님의 백성이 된 것을 기록한 구약성서의 모세 오경 중 하나. '탈출기' 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책의 이름〕 이 성서의 히브리어 제목은 고대 근동의 전통에 따라 첫 말마디인 "그리고 이것들은 이름들"이란 의미의 '베엘레 세모트' (וְאֵלֶּה שְׁמֹות)이다. 이를 칠십인역 성서에서는 이 책의 내용에 따라 '나감, 탈출' 이란 의미의 '엑소도스' (ἔξοδος)로 바꾸었다. 그리고 이것을 라틴어역 성서에서 '엑소두스' (Exodus)로 음역하였고, 현대 서양 언어에서 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한자로 '엑소두스' 에 해당되는 '출'(出)과 이집트에 해당되는 한자 '애굽' 〔埃及〕에, 일의 내력을 기록한 문서를 뜻하는 '기' (記)를 덧붙여 이 책의 이름을 만들었다. 그런데 '출' 을 맨 앞에 세우는 것은 명백히 중국식 어법이다. 또한 '애굽' 이 아니라 '애급'이라고 표현해야 맞다. '출애굽기' 를 우리말 어법에 맞게 고친다면 '이집트 탈출기' 가 될 것이다. 그러나 '엑소두스 는 과거에 한 번 이루어진 이집트 탈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제2 이사야는 하느님의 백성이 바빌론에서 귀향하는 것을 '제2의 엑소두스' 라고 표현하였다. 그리고 교회의 영성에 따르면, 모든 인간의 여정은 완전한 해방을 향한 '엑소두스' 라 말할 수 있다. 이런 경우들을 보더라도 '출애굽' 과 '출애굽기' 라는 개념과 제목은 적절하지 못하다. 결국 '일정한 환경이나 구속에서 빠져 나감' 을 뜻하는 일반적인 개념인 '탈출' 을 쓰는 것이 더 적합하며, '탈출기' 라고 부르는 것이 옳다고 여겨진다.
〔장소를 중심으로 본 구성〕
제1부 이집트 탈출(1, 1-15, 21)
1. 박해 상황과 모세의 출현(1, 1-2, 25)
2. 모세의 성소와 순종(3, 1-7, 7)
3. 열 가지 재앙과 이집트 탈출 : 야훼 현존의 증거들(7, 8-13, 16)
4. 탈출과 추적 그리고 바다를 건넘(13, 17-14, 31)
5. 모세와 미리암의 승리의 노래(15, 1-21)
제2부 광야에서의 이스라엘(15, 22-18, 27)
1. 이스라엘의 불평(목마름)과 해소(15, 22-27)
2. 이스라엘의 불평(굶주림)과 해소(16, 1-36)
3. 이스라엘의 불평(목마름)과 해소(17, 1-7)
4. 첫 번째 전투 : 아말렉(17, 8-16)
5. 장인 이드로의 등장(18, 1-12)과 법적 조직화의 시작(18, 13-27)
제3부 시나이에서의 이스라엘(19, 1-40, 38)
1. 야훼의 현존과 계약 맺음(19, 1-24, 18)
2. 야훼에 대한 예배 규정들(25, 1-31, 18)
3. 이스라엘의 적극적 불순종(우상 숭배)과 재계약(32, 1-34, 35)
4. 야훼 예배 관련 규정들의 준수(35, 1-40, 38)
〔내 용〕 창세기 12-50장이 아브라함 개인과 가문을 중심으로 한 성조들의 이야기로 구성되었다면, 출애굽기는 모세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이스라엘 백성' 이 탄생되는 이야기이다.
제1부 : 이 부분의 주제는 과월절(파스카)에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는 '이집트 탈출' 이다. 이 대목은 흔히 '과월절 축제에 관한 전례적 이야기' 로 간주된다. 그러나 법적인 요소들' 과 함께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신학적 관점' 에서 치밀하게 재정리되고 '편집' 되었다.
야훼는 이집트인들의 억압 때문에 울부짖는 이스라엘 백성의 소리를 듣고, 성조들과 맺은 계약을 기억한다(2, 23-25). 이러한 배경에서, 야훼가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에게 구원을 전하였을 때 그들은 믿었다(4, 31). 이 믿음은 백성들이 갈대 바닷가에서 이집트의 추격자들로부터 구원된 직후 다시금 확인되고 강조된다(14, 31).
이집트 탈출의 '역사적 사건' 이 특히 열 번째 재앙과 가장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을 뿐 아니라, 과월절 및 무교절 축제에 관한 '전례적 법적 규정' 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서술되고 있다(12, 35-13, 22). 이집트를 벗어나 바다를 건넘으로써 이 역사적 사건은 절정을 이룬다(14, 15-31).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이 함께 하느님을 찬양하며 부른 승리의 노래(15, 1-18)는 탈출 사건에 대한 찬미가이거나 전례용 시편이었을 것이다.
제2부 : 이 부분의 주제는 이스라엘 백성의 광야 생활이다. 즉 탈출 이후 시나이에 도착하기까지 펼쳐지는 사막 여정을 서술한다. 이 대목에서 사막에 들어서는 즉시 시작되는 백성들의 불평에 관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때 모세와 아론에게 쏟아지는 불평의 직접적인 원인은 목마름(15, 24 : 17, 3)과 굶주림(16, 3)이다. 이것은 근원적으로 이집트 탈출 자체를 불평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원초적 구원 체험을 거부하는 것이며, 나아가 모세를 통해 펼치신 하느님의 뜻에 대한 불평이기에 하느님 자신에 대한 도전으로 해석된다. 탈출 사건 전후에 가졌던 신앙(4, 31 : 14, 31)이 새로운 인생 역경 앞에서는 불평과 불신앙이 된 것이다.
제3부 : 이 부분의 주제는 사막 여정 중에 약속의 땅에 도착하기 이전까지의 상황을 다룬다. 이 여정이 잠시 머무는 장소는 시나이 산이다. 그런데 다음 두 가지 사실에 주목할 만하다. 첫째는 약속의 땅을 향한 여정이 지리적으로 많이 우회하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시나이 체류' 대목이 상당히 방대한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교할 만한 다른 성서 대목에서는 시나이 체류에 대한 언급이 없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신명 6, 20-25 ; 26, 5-9 : 1사무 12, 8 : 시편 135, 8-12), '시나이 체류 이야기' 는 하나의 독립된 전승인 듯하다. 시나이 체류 이야기는 출애굽기 19장 1절부터 레위기 전체와 민수기 10장 10절까지 연결되고 있어 모세 오경 안에서 가장 방대한 분량이며, 그 구성이 복잡하고 내용과 출처가 서로 다른 법령들과 규정들이 공존한다.
독립된 단위로 보이는 출애굽기 19-24장은 십계명(20, 1-17)과 계약법(20, 22-23, 19)이라는 두 개의 법령들을 담고 있다. 이 두 법령들은 역사적인 이야기의 틀 안에 삽입되어 있으며, 동시에 다양한 전승적 요소들을 수집 · 통합 · 정리하고 있다. '이집트 탈출 이야기' 는 당신 백성과 계약 맺기를 원한 '하느님 뜻의 선언' 으로 발전해 나간다(19, 4 이하). 즉 '하느님 자신이 이스라엘을 위한 역사적 업적을 기획하고 이루는 장본인' 이라는 것이다. 다음으로 십계명의 선포 준비 단계가 이어지고(19, 14-25), 이때 모세는 하느님의 말씀을 직접 듣는다(19, 9. 20). 이러한 모세의 특권은 십계명이 선포(20, 1-17)되고 난 후에도 지속되며, 백성들이 경외심을 유지하게 한다(20, 18-21). 이어지는 계약 법전(20, 22-23, 19)에도 계명들이 등장하는데, 이는 앞의 십계명들과 구별된다. 십계명과 계약 법전은 모두 시나이 산에서 하느님으로부터 선사되는데, 모세가 홀로 계약법의 계명들을 받는다. 24장에서 율법 선포식은 장엄한 계약 체결로 끝맺는다. 이렇게 "계약" (19, 5)과 "야훼의 말씀" (24, 7-8)의 반복은 이 대목을 한 단위로 보게 한다.
출애굽기 34장에서는 또 하나의 '작은 십계명' (일명 '예배 십계명' : 34, 10-26)이 '계약 체결의 틀 안에 자리잡고 있다(34, 10. 27). 이 장은 역사적 서사체로 서술되어 있는데, 32장의 '금송아지' 사건과 대칭되며 동시에 조화를 이루고 있다. 또한 32-34장은 '계약의 파기-계약의 갱신' 으로 독립된 한 단위를 이룬다. 이스라엘 초기에는 이상적인 순명의 시대가 아니라 계약 파기와 갱신의 시대였고, 하느님의 은총과 용서의 시대였던 것 같다. 이어서 문맥이 다른 성소 건축과 예배에 관한 가르침들(25-31장)과 성소 건축 이야기(35-40장)가 등장한다(비교 : 레위 8장 그리고 출애 29장, 사제들의 성소 축성식).
계약 체결 후 모세는 시나이 산으로 다시 부름을 받는다. 그리고 여기서 성소와 예배에 관한 훈령을 받는다(24, 12-18). 모세가 사십 주야를 시나이 산에서 머무르고 있는 동안(24, 18), 백성들은 야훼를 배반한다(32, 1-6). 성소 건축은 계약 갱신(34장) 이후에야 착수된다(35-40장). 예배 제도는 속죄의 날에 관한 훈령과 함께 마감되는데(레위 16장), 이 속죄의 날에 성소는 이스라엘 백성의 부정과 죄로부터 정화될 것이다. 한편 출애굽기 40장 34-35절에 의하면, 시나이 산을 뒤덮으며 야훼의 '영광' 을 가려 주던 구름(출애 24, 15-18)이 만남의 장막을 뒤덮는다. '영광' 으로 묘사된 야훼의 현존은 이후 사막에서 이스라엘을 동반할 것이다(민수 10, 11-12).
창세기와의 관계 : 출애굽기는 편집 과정을 거치면서 창세기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창세기 50장 24절에서 요셉은 죽기 전에 야훼가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로부터 구해내어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에게 주시기로 약속하신 땅으로 이끌어 가시리라"고 예고한다. 출애굽기 33장 1절에서 모세는 성조들에게 약속한 땅으로 당신 백성을 이끌어 가라는 명을 야훼로부터 받는다. 이 대목은 창세기의 성조 이야기와 '계약' 의 관계(출애 2, 23-25 ; 6, 2-8)라는 일관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출애굽기 6장 2-8절은 창세기 17장과 매우 유사하며, 성조 이야기와 모세 전승의 관계를 거듭 강조한다.
〔다른 성서의 출애급〕 구약성서 : ① 예언자들 : 예배 안에서 탈출 사건을 기억하는 것은 단순히 과거 사건에 대한 명상으로 그치지 않는다. 그 기억은 미래 지향적인 예언 설교를 통해서 끊임없는 하느님의 개입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예언자들은 우상에 대항하여 싸우며 자기 탈출을 시도하고(엘리야 : 1열왕 19장), 회개를 통해 새로운 탈출을 촉구하며(아모 5, 25 : 9, 15), 하느님과의 친교 회복을 호소한다(호세 2, 16-25 ; 4, 2-3: 12, 10 : 13, 4). 메시아적 탈출과 미래의 해방(이사 4, 5-6 : 10, 26 ; 11, 11-26 ; 40, 2 ; 41, 17-20 ; 52, 11-12; 참조 : 에제키엘)의 전망이 열리고, 새로운 계약 즉 마음의 계약, 영원한 계약(이사 54, 9-10 ; 예레 31, 33-34 : 에제 36, 26-27)의 종말론적 전망이 펼쳐진다.
② 지혜 문학 : 지혜서 10-19장은 탈출의 영적인 여정이 지속적인 심화 과정을 거친다는 것을 잘 보여 준다. 거룩한 백성의 역사 안에서 하느님의 지혜를 펼치는데, 특히 이집트에서 이루어낸 해방의 역사에 집중되어 있다. 그래서 랍비들의 미드라쉬(מִדְרָשׁ) 방법으로 자유롭게 종교적 의미를 가르치고 있다. 즉 처벌의 교육적 의미(10, 19 : 11, 16 : 12, 1-2), 하느님의 능력 앞에서 드러나는 우주의 왜소함(11, 21-22), 하느님의 능력과 사랑과 관용(12, 19-22), 우주의 구원자 하느님(16, 6-7), 하느님의 통치(16, 24-26) 등이다.
신약성서 : 신약의 저자들은 구약에 준비되고 예언된 모든 것들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려 하고, 일반적으로 메시아를 대망하고 있다. 예를 들면 즈가리야의 노래(Be-nedictus: 루가 1, 67-79)는 모세의 기억으로 각인되어 있고 탈출출' 을 노래한 시편 105-106장 및 '새로운 탈출'의 이사야서 9장 1절과 40장 3절 등에서 따온 것들이다. 또한 마리아의 노래(Magnificat 루가 1, 46-55)는 메시아 해방의 찬가로서 탈출 주제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이다(1사무 2, 1-10).
① 공관 복음서 : 예수의 유년 시절과 모세 이야기의 일치(민수 24, 17), 예수가 새로운 계약과 영원한 파스카를 제정함(마태 26, 28), 요르단 강에서의 세례와 성령 강림과 갈대 바다를 건넘(신명 32, 11 : 이사 63, 13-14), 예수의 40일 광야 유혹과 백성의 40년 광야, 거룩한 변모(마태 17, 1-8)와 이집트 탈출 장면(산, 모세, 구름, 천막, 하느님의 음성) 등은 초막제의 이미지와 함께 종말론적으로 펼쳐진다. 부활과 승천 사이의 40일과 사막의 40년, 예수 승천과 약속의 땅에 들어감, 최후의 만찬과 탈출 및 파스카 축제, 종말론적 방향 설정, 짐승의 피와 그리스도의 피의 새 계약 등에서 쉽게 연관성을 발견할 수 있다.
② 사도 행전 : 스테파노의 긴 연설(7, 17-53)은 전통적인 모세와 그리스도의 모습을 예형론적으로 비교하고 있다. 광야에 모여 있던 이스라엘 백성(7, 38 ; 신명 4, 10)은 예수 그리스도 중심의 새로운 백성을 상징한다.
③ 바오로 서간 : 사도 바오로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본질적으로 '탈출' 로, 혹은 '탈출의 문맥 안에서' 묘사한다. 즉 성서와 미드라쉬 전통(1고린 10, 1-11 : 신명 30, 12-13), 파스카와 세례-성찬(1고린 5, 6-13 ; 10, 1-22 ; 11, 17-34 : 2고린 3, 6-18), 법의 속박과 노예 근성으로부터의 해방(갈라 4, 4-5 ; 로마 8, 14-15. 17 ; 골로 1, 12-14) 등이다.
④ 히브리서 : 예루살렘을 강제로 떠난 유배자들에게 호소력 있는 내용으로, 이집트를 탈출한 백성의 이미지를 제시한다(4, 1-9 : 9, 18-28 ; 10, 25-34 ; 12, 7).
⑤ 요한계 문헌 : 요한 복음서는 탈출의 가르침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가나의 기적과 나일 강의 변화, 니고데모와의 대화와 갈대 바다를 건넘, 베짜타의 병자 치유(출애 15, 26), 빵의 기적과 만나의 기적, 예수에 대한 반발(요한 7장)과 백성의 반란(출애 17장), 구리뱀과 십자가, 목자 예수님과 길잡이 구름 기둥 및 불기둥 등이다.
또한 요한 묵시록은 탈출의 기억으로 넘친다. 여기에는 최후의 대재앙과 파스카의 열 가지 재앙, 어린 양과 그리스도 등이 묘사되어 있다. 묵시록은 역사의 끝을 그리면서 미래 탈출을 향한 과거의 의미심장한 사건을 제시한다. 모든 인간의 역사를 해방으로, 또한 진정한 약속의 땅으로의 회귀로 묘사한다. 어린 양의 혼인 잔치(21, 2)는 탈출의 예언자적 이상이 실현되는 순간이다.
⑥ 베드로 서한 : 초기 교회의 세례 교리서로서 탈출의 훈화적 · 전례적 · 문학적 의미들을 담고 있다. 여기서 탈출은 세례의 전형이다(1베드 1, 13-2, 10 ; 출애 19, 5-6).
〔출애급의 영적인 의미〕 '탈출' (Exodus)의 의미는 파스카 밤부터 약속의 땅에 이르는 전 과정의 모든 사건들을 총괄하는 의미로 해석된다(예레 7, 22-33 ; 시편 105-106 ; 여호 24장). 이는 모세 오경 편집의 중심 사상이며, 이스라엘 종교 사상의 중심이기도 하다. 하느님 백성의 선민 사상도 출애급 사건에 귀착된다.
믿음의 기초로서의 출애급 : 이스라엘 신앙은 역사적 신앙이다. 이스라엘 신앙의 모든 종교적 진리들은 역사의 틀 안에서 체험으로 주어진 것이다. 그중에서도 출애급은 신앙의 근본을 이룬다(출애 20, 2 ; 신명 5, 6 : 26, 8; 여호 24장 ; 다니 9, 15). 이것은 '구원자' 하느님(신명 26, 6-8)이 개념상 앞서고, '창조자' 하느님(이사 51, 9-10)이 뒤따른다.
믿음의 기초로서 이집트 탈출은 몇 가지 주요 관점에서 이해될 수 있다. 첫째, 역사 안에 개입하는 하느님과 이스라엘은 '인격적' 관계이다. 하느님은 당신 이름을 계시하고, 백성에게 선포 의무를 지운다(출애 3, 14-15 ; 시편 22, 23 ; 이사 52, 6 : 예레 16, 21). 당신 이름의 계시와 선포 의무를 맡긴다는 의미는 한편으로 세상을 향한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과 같다. 특히 이름을 아는 특별한 사이라는 점은 인격적 친밀감을 드러내 준다. 둘째, 율법도 마찬가지로 이 역사적이고 인격적인 관계의 연장이다. 법은 거룩한 백성의 삶으로서 하느님의 편애를 드러낸다(신명 4, 6-9). 하느님의 법 안에서 경건한 영혼들은 마르지 않는 샘을 발견한다(시편 1 ; 119 등). 셋째, 이러한 인격적 관계는 '계약 관계' 로 발전한다. 탈출의 목적은 '계약 안으로 들어가기' 위함이다(19-20장). 아브라함과 더불어 시작된 하느님과의 계약 관계(창세 15, 1-21 : 17, 1-14)는 백성의 충실성을 요구한다(신명 26, 18). 넷째, 탈출 사건은 '하느님의 백성을 탄생' 시킨다. 이때 이스라엘은 하느님의 맏아들이 된다(출애 4, 22 : 19, 4-6 신명 4, 24 : 창세 4, 1). 이는 하느님의 편애이다(아모 3, 2 : 호세 11, 1. 4 : 에제 16, 4-8). 다섯째, 탈출을 통하여 하느님은 당신 백성에게 '가까이 계시는 분' 으로 계시되고(신명 4, 7 : 12, 5 : 1열왕 8, 10-29), 당신 백성과 함께 계신다(민수 35, 34 : 1열왕 6, 13 ; 즈가 2, 14-16 등). 여섯째, 탈출을 통하여 하느님은 '구원자' , '창조자' , '아버지' 일 뿐만 아니라 '목자' (호세 11, 1-4)요, '왕' (출애 15, 18 : 신명 33, 5 : 민수 23, 21)으로 계시된다.
희망의 기초로서의 출애급 : 하느님은 가장 큰 고통이 있는 곳에 개입한다. 하느님은 백성의 신음 소리에 귀를 기울이셨고(출애 2, 23-25), 백성의 불충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돌아오기만 하면 치유해 주실 준비가 되어 있다. 과거의 영광스런 탈출에 대한 기억(신명 32장 ; 느헤 9장 ; 이사 63, 8-15 등)은 하느님의 위대한 업적을 현재화하는 것이며, 미래 희망의 전형이다(신명 20, 1 ; 1마카 4, 9).
탈출에 대한 반성으로 구속과 구원의 개념이 탄생하였다. 이 개념들은 '죄로부터의 해방 을 희망하며 '영성화' 된다(시편 130, 8 : 예레 3, 21-23 : 24, 7 : 32, 37-40 : 에제 17장 ; 20장). 현재의 절망은 더 큰 미래와 결정적인 미래를 희망하게 한다(이사 48, 17 ; 창세 49, 18). 그래서 탈출과 약속의 땅을 향한 여정은 이제 '최초의 하느님 나라로의 복귀' 혹은 '잃어버린 낙원으로의 귀환' 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광야의 여정은 당신 백성들을 돌아오게 하려고 '하느님이 계획하고 마련하신 구체적인 길'이다(시편 81, 11-14). 이 여정에서 이스라엘은 자신이 여행 중인 이방인이며 순례자의 길을 걷고 있음(시편 39, 13 : 119, 19 예레 35, 7 : 1역대 29, 15)을 인식하고, 안식에 도달하지 못한 인생의 불안과 허무를 깨달아야 한다(창세 23, 4 : 47, 9 : 출애 2, 22 ; 6, 4 : 33, 14 ; 레위 25, 23 ; 시편 95, 11). 이러한 가르침은 신약성서에서도 그 메아리가 울린다(2고린 5, 6 ; 필립 3, 20 : 히브 11, 9-10 ; 1베드 2, 11 등).
광야 생활의 의미 : ① 하느님과 백성의 만남 : 하느님이 당신 백성을 재발견해 준 곳이 광야이며(예레 31, 2-3), 이스라엘이 하느님을 알고 친밀감을 느끼게 된 곳도 광야이다. 예언자들에게 이 시기는 이상적인 시대로 비쳐졌다.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과 계약을 맺은 곳이 광야이며, 광야 시대는 하느님의 법에 충실한 시기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관점은 광야의 외적 삶을 추구해서가 아니라, 정신적이고 윤리적인 삶의 질을 문제로 보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광야는 더이상 장소 개념이 아니라, 상태와 질의 개념으로 이해된다. 광야에서 백성은 더이상 부를 축적할 수 없고, 회개만이 요청되기 때문이다.
② 예배와 거룩함과 법 안에서 백성의 정체성 발견 : 광야 생활 중 시나이에서 모든 전례의 법률화가 이루어진다. 야훼께 예배드리기 위해 광야로 부름을 받은 이스라엘(출애 13, 12)은 사제들의 나라가 되었고, 축성된 백성이 되었다(출애 19, 6). 신명기계 전승과 사제계 전승은 '거룩함의 의무' 를 크게 강조한다(출애 19, 6 : 레위 11, 45 : 19장 : 신명 7, 6 : 14, 2 ; 26, 19). 여기서 거룩함이란 '분리됨' , '구별됨' 을 의미하는데(레위 20, 24), 백성은 하느님께 가까이 나아감으로써 다른 것들로부터 자연히 멀어지는 것이다. 이것은 필연적으로 '단절' 로 이어지며(출애 19, 4), 궁극적으로 이스라엘을 '살아 있는 성소 가 되게 하는 것이다(시편 114, 1-2).
③ 지속적인 회개의 장소(유혹과 죄로부터의 해방) : 일체의 유혹은 우상 숭배로 집약된다. 예언자들은 이것들로부터 떠나고, 우상 숭배를 뿌리째 뽑아내고 그것에서 분리될 것을 명령하였다(에제 16장 ; 20장 ; 34-36장). 이집트를 탈출하듯이 우상 숭배로부터 해방되고 빠져 나와야 한다(여호 24, 14 ; 에제 20, 7-8 ; 23, 3). 이때 이집트는 죄와 노예 생활의 상징이다. 금송아지 우상을 만드는 것은 이집트로 되돌아감을 의미한다(사도 7, 39). 그러므로 광야는 백성의 지속적인 회개를 촉구한다. 약속의 땅에는 소수의 남은 자만이 들어갈 것이다(민수 14, 22-23). 백성은 광야에서 수많은 실패와 실수를 거듭하지만(출애 15, 25 ; 16, 4 : 20, 20 ; 신명 8, 16 : 13, 4), 하느님은 당신 백성을 교정하고 신앙을 교육하고 정화시킨다(신명 8, 1-6. 14-16).
④ 공동체와 이웃의 발견 : 하느님의 이끄심대로 이스라엘은 이집트를 탈출하여 '하나의 백성' 을 이루었고,하느님의 모든 업적(탈출, 계약, 인격 관계, 법과 계명의 선사, 교정과 정화 등)은 백성이라는 연대성 안에서 이루어졌다. 하느님의 모든 업적은 공동체적인 성격을 띠며, 이웃에 대한 발견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너의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하라"(레위 19, 18). "이방인을 사랑하라, 너희도 이집트에서 이방인이었다"(신명 10, 19 : 24, 17-22 ; 출애 22, 20-26 ; 23, 9 ; 레위 19, 34). "노예도 하느님의 종이다" (신명 15, 12-15 ; 레위 25, 55)라고 자주 언급되었다.
이집트 탈출과 전례 예식 및 성사 : ① 구약 시대의 예식 : 탈출 사건과 광야 체험은 구약의 이스라엘 역사를 통하여 영성적으로 풍부한 내용을 담고, 예배와 기도 속에 접목되며, 성서를 형성하는 근간을 이룬다(신명 12, 15 ; 16, 12). 축제를 통하여 그 계약의 정신이 갱신되어 계승되었고(시편 77-78 ; 81 ; 95 ; 105-106 ; 111 : 113-118 : 136), 후에 농경 축제들이 탈출 사건을 기념하는 성격을 띠게 되었다(레위 23, 43). 유배 후에는 탈출 사건이 종말론적이고 메시아적 성격을 띠며 새로운 탈출을 대망한다(즈가 14, 16). 전통적으로 해방 축제의 의미(출애 23, 15 : 신명 16, 1-9)를 띠던 것이 유대교에 와서는 토라의 선물에 대한 축제로 확대되었다. 에스델서 9장의 부림절 축제도 파스카와의 연관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안식일은 사제계 창조 전승(출애 31, 17)에 속하면서도 탈출 사건과 연관되어 있다(출애 16, 16-30 : 23, 12 : 34, 21 : 레위 23, 32 ; 25, 2 : 신명 5, 15).
② 그리스도교 성사와의 연관성 : 그리스도교의 입문 성사들은 탈출의 예형론 안에서 이해된다. 세례성사에서는 바다를 건넘, 마라 바위의 물, 요르단 강 건넘 등을 언급하고 있다. 견진성사는 세례를 받은 그리스도 위에 내려온 성령, 오순절에 사도들에게 내려온 성령 강림과 연관성을 찾고 있다. 이 성사는 시나이 법 선물과 여호수아의 요르단 강 건넘을 함께 연관짓고 있다. 또한 파스카 목요일의 성유 축성 기도는 견진의 도유(塗油)를 아론의 도유와 연관시키고 있다. 성찬례, 즉 성체성사는 탈출의 파스카 식사, 만나, 바위의 물, 시나이 계약과 희생 제사 등과 너무나 치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광야의 속죄와 회개의 고해성사는 사순 시기에 특히 강조된다. 성품성사는 탈출 사건과 주제별로 언급되어야 한다. 즉 아론의 도유와 착복식, 레위인의 제도, 여호수아의 안수, 백성에 대한 모세의 지도자 역할, 70명의 장로 제도, 엘림의 오아시스와 관련된 우물과 팔마 나무들 등이다. 혼인성사 역시 성서 안에서 하느님과 백성의 혼인 관계의 이미지로 부각되며, 탈출 사건과의 연관성 안에서 기억의 뿌리를 찾는다. 바오로 사도는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를 혼인 관계와 사랑의 일치 관계로 묘사한다(에페 5장).
③ 전례적 의미 : 유대교의 시기별 축제들이 탈출 사건의 기념 예식이 되었다면, 그리스도교 전례 속에서는 유대교의 축제와 기념식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과 업적' 으로 완성되었다. 또한 대축제들은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된 신비로서의 탈출 사건' 의 의미로 기억되고 있다. 따라서 그리스도교 전례는 탈출 기억이나 예형론적 해석학 정도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인 각자가 개별적으로 살아야 하고 교회가 예식 안에서 공동체적으로 살아가야 하는 신비들인 것이다.
원초적 탈출과 해방의 사건이 유대인들에게는 과월절 때 개별적으로 재생되고 재현되었다(파스카 어린 양, 쓴 나물, 누룩 안 넣은 빵, 허리띠 두르기, 샌들과 지팡이 그리고 암기사항). 유대인들에게 과월절 거행은 자기 자신을 위한 이집트 탈출 체험이다. 그러므로 현대의 유대교 예식은 항상 자신이 직접 체험한 파스카로 간주하고, 1인칭을 쓴다. 예를 들면 "야훼께서 나를 위해, 나의 이집트 탈출 때 행하신 일이기 때문이다" (참조 : 출애 13, 8 : 아모 3, 2 : 여호4, 23).
전례적 의미의 '오늘' 은 그리스도교 전례에서 그 가치가 매우 높다(시편 95, 7-8 ; 히브 3-4장). 영적인 의미의 탈출은 약속의 땅에 이르기까지 계속된다. 바로 오늘이 구원의 날이고 신망애의 날이며, 바로 오늘이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의 날이자 우리에게 응답을 기대하는 계약의 날인 것이다.
이집트 탈출은 역사적 사건인 동시에 계시의 사건이다. 그래서 거기서 드러나는 무궁무진한 하느님의 뜻을 성서의 백성과 그 후손들은 자손만대로 되새기고 전례화하며 신학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나아가 영적으로 승화된 신앙의 백성은 개인적이고 내면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공동체적이고 우주론적인 차원에서 인간의 해방과 구원, 하느님과 인간의 일치를 미래의 전망으로 선포한다. 오늘날 하느님의 백성인 교회는 온 인류와 함께 '이집트 탈출과 약속의 땅을 향한 행진' 을 계속한다. (⇦ 탈출기 ; → 계약 ; 과월절 ; 구약성서 ; 라므세스 2세 ; 마싸와 므리바 ; 모세 ; 모세 오경 ; 무교절 ; 성막 ; 수꽂 ; 시나이 산 ; 십계명 ; 아론 ; 이스라엘 ; 축제)

※ 참고문헌  김건태, 《구약성서 입문》, 수원 가톨릭대학교, 2004/ 임승필 역, 《탈출기 · 레위기》,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1998/ J.I. Durham, Exodus. Word Biblical Commentary, vol. 3, 1987/ Roger Le Déaut · Joseph Lécuyer, Exode, Dictionnaire de Spiritualité : Ascétique et Mystique Doctrine et Histoire, tome IV, Beauchesne, Paris, 1961/ J. Bright, A History of lsrael, Philadelphia, 1959 ; London, 1960/ B.S. Childs, Exodus. A Commentary, London, 1974/ R.E. Clements, Exodus, Cambridge Commentaries on the New English Bible, Cambridge, 19721 R.J. Clifford, Exodus, The New Jerome Biblical Commentary, Raymond E. Brown · Joseph A. Fitzmyer · Roland E. Murphy eds., Geoffrey Chapman, 19892/ G.H. Davies, Exodus : Introduction and Commentary. Torch Bible Commentaries, London, 1967/ K. Galling, Die Erwaelunstracitiononen Israels, Giessen, 1927/ M. Noth, Exodus : A Commentary, London and Philadelphia, 1962/ J.C. Rylaarsdam, Introduction and Exegesis to the Book of Exodus, Interpreter's Bible, vol. 12, 1953/ B.W. 앤더슨, 제석봉 역, 《구약성서의 이해 Iㅡ계약 공동체의 형성》, 200주년성서별책 8, 성바오로출판사, 1983/ H. 까젤, 서인석 역, 《모세의 율법-오경의 비판적 입문》, 200주년성서별책 1, 성바오로출판사, 1980/ E. 까베냑 · P. 그럴로 · J. 브리앙, 서인석 역, 《성서의 역사적 배경》, 200주년성서별책 3, 성바오로출판사, 1981/ A.H.J. 군네백, 문희석 역, 《이스라엘 역사》, 한국신학연구소, 1982. 〔沈 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