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saltatio · 〔영〕d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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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의 누이 미리암의 춤(마르크 샤갈 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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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의 누이 미리암의 춤(마르크 샤갈 작) .

몸으로 이루어지는 표현 예술. 종교적 의식의 일부 또는 유희나 놀이의 일부이면서 사교(社交)의 방편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춤은 예술, 종교, 놀이, 사교가 중첩된 종합적인 인간의 표현 행위이다.
〔어원과 의미〕 춤이란 의미의 서양어들(Dance, Tanz, Danse, Danza)의 어원은 산스크리트어로 '생명의 욕구'란 의미를 지닌 '탄하' (Tanha)이다. 중세 영어의 돈스(Dawnce), 고대 독일어의 단손(Danson)은 '끌어당기거나 혹은 뻗는다' 는 의미로 생명의 움직임과 연결되어 있다. 춤이란 의미의 히브리어 '라콰드' (רקד)와 그리스어 '오르케오마이' (όρχέομαι)는 '뛰어오름, 뛰어넘음, 두 발로 뛰어오름, 껑충 뜀' 등의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런데 춤은 단순히 생명이 꿈틀거리는 동작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삶의 고양을 지향하는 움직임으로 이해될 수 있다. 작스(C. Sachs, 1881~1959)는 저서 《세계 춤의 역사》(World History of the Dance) 서문에서 춤춘다는 것은 보다 한 단계 고양된(higher level) 삶' 을 추구하는 존재의 양태라고 하였다. 삶은 삶인데 그저 밋밋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한 단계 고양된 삶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삶이 본래의 자기 자리를 찾아가도록 방향을 잡아 주는 것이 바로 춤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춤은 존재의 자기 향유이자 자기 창출이기도 하다. 그는 서문의 첫머리에 "춤추지 않고서 어떻게 삶을 알 수 있겠는가?" 라는 옛 잠언을 인용하였다. 이 말을 거꾸로 표현하면 춤추는 사람이어야만, 춤을 추어야만 삶의 맛과 멋, 그리고 삶의 의미와 깊이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춤은 그만큼 고양된 삶을 향해 나아가는 끝없는 도정(道程)이며, 동시에 존재의 자기 정위(定位)를 실천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기원 및 발생〕 인간이 언제부터 춤을 추었는가 하는 기원론(발생론)에 대해 학자들 간에 이견이 많지만, 대체로 두 가지 입장으로 압축된다. 즉 춤의 시작은 모태에서부터 그 단초를 찾을 수 있다는 개체 발생학적인 견해와, 춤은 인류가 지구상에 존재하면서 의사 소통을 위한 몸 언어에서 비롯되었다는 계통 발생학적인 입장이다. 전자는 태아에서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모든 움직임을 춤으로 본다. 그래서 인간은 육체의 본능적 욕구와 오감 반응에 따른 몸 동작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전달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후자의 입장은 인류의 출현과 함께 생존 전략 차원에서 즉각적인 의사 소통을 위해 몸 언어가 사용되었으나, 문자와 언어가 만들어지면서 춤은 본래의 언어 기능을 점차 상실하고 유희적 기능으로 탈바꿈하였다고 추정한다.
원시 사회 : 원시 사회에서 춤은 사회 구성원들 간의 화합과 통합을 위한 매우 중요한 수단으로 간주되었다. 이 당시 춤은 인간의 생(生)과 사(死), 관혼상제, 파종, 수확, 수렵, 전쟁, 재난, 질병, 신앙 등 사회적 · 종교적 측면에서 일상 생활의 핵심 부분이었다. 학자들에 따라 원시 사회의 춤을 조상신이나 산천초목을 관장하는 신령을 숭배하는 '종교 춤' (Religious Dance), 전쟁과 수렵 혹은 이성을 끌기 위한 '표현 춤' (Dramatic Dance), 자연이나 동물에게서 본뜬 '모방 춤 (Imitative Dance)으로 나누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춤들은 땅에 발을 대고 구르거나 손뼉을 친다든가, 머리를 흔들거나 뛰어오르는 등의 무질서하면서도 집단적으로 함께하는 형태의 춤이었을 것이라 추측된다. 외형미적이기보다는 다분히 자연 발생적이며 무의식적이고, 종교적이며 집단적이었던 춤의 형식이 인간 진화 또는 사회 진화라는 메커니즘을 통하여 다양한 환경, 다양한 민족으로 폭이 넓어지고 다양한 춤의 형태로 전개되었을 것이다.
구석기 시대의 동굴 벽화 등에서 종교 의식의 형태로 춤추는 모습이 발견되었다. 당시의 종교 및 신앙 형태는 대부분 토테미즘(Totemism : 한 인간 집단이 특정한 종류의 동식물 또는 다른 사물과 특수한 관계를 가진다고 믿는 신앙과 제도로서 자신들 종족의 상징인 동물이나 자연을 숭배하는 행위), 애니미즘(Animism : 자연계의 모든 사물에 영혼이 존재한다는 생각이나 신앙, 즉 나무, 돌, 별, 불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신앙), 샤머니즘(Shamanism : 신이나 정령과 직접 접촉 · 교류하고 신의 뜻을 전달하거나, 예언 · 병 치료를 포함한 여러 가지 의례를 행하는 주술 · 종교적 믿음 체계)적 요소를 띠고 있었다. 이러한 신앙 및 종교 형태를 중심으로 행해지는 춤은 종교에서 파생되었으며, 따라서 원시 춤이 종교 춤으로 신성시되었다는 것은 어느 사회에서나 공통된 점이다.
원시인들의 춤은 인류학자들 간에 이견은 있으나 대체로 다섯 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우선 '전투 춤' 이 있다. 원시인들은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항상 이웃 부족과 싸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 신에게 기도하고, 전사들의 사기를 북돋우며, 적에게 힘을 과시하는 뜻으로 추는 춤이 있었다. 둘째는 '무기 춤' 으로, 전투 춤과 비슷하나 자신들의 무기를 숭상하고 그 위력을 과시하기 위하여 각종 무기를 들고 추는 춤이다. 셋째는 '기도 춤' 이다. 원시인들의 경제 생활이 수렵에서 농경 방식으로 바뀌면서 한층 종교 및 신앙 형태가 복잡해졌을 것이다. 그래서 풍년을 빌고 가뭄 때 기우제를 올리며 마을의 길흉화복을 관장하는 신에게 비는 춤을 추었는데, 이것이 기도 춤이다. 넷째는 '주술 춤' 으로, 기도 춤과는 달리 타인에게 저주를 걸어 해를 입힐 목적으로, 또는 환자의 병을 고치기 위해 추는 춤이다. 마지막으로 '성애(性愛) 춤' 은 서로의 관심을 끌고 이성을 유혹하려는 목적이나 사랑의 표현으로 추는 춤이다.
고대 사회 : 이집트, 그리스, 로마 등 고대 문명국들의 춤은 원시 시대의 춤과 비교하여 상당히 진보하였다. 형식이나 기술 면에서 많이 세련되고 예술미도 한층 더 발전되었다. 고대 문명 사회에서 종교가 인간 정신 생활의 중심이 되고 그 내용이 정비되자, 춤은 종교와 결합되어 종교 의식의 주요 형태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차츰 사원(寺院)의 권위가 추락하고 모든 권위와 권력이 왕에게 집중되자, 춤은 종교적 기능에서 벗어났다. 즉 춤이 왕실을 위한 세속적 기능으로 전락됨으로써 국록(國祿)으로 생계를 보장받는 춤의 직업적 전문화가 이루어졌다.
① 이집트 춤 : 이집트인들은 그들의 선조를 태양의 신 '라' (Ra)로 불렀고, 생명의 젖줄과 같은 나일 강에 모든 것을 전적으로 의존하였다. 그리스의 역사학자인 헤로도토스(Herodotos, 기원전 484?~425?)가 "이집트는 나일 강의 선물"이라고 말한 것처럼 이집트인들에게 나일 강은 삶의 원천이었으며, 여기서부터 여러 가지 신앙 체계가 형성되고 종교적 춤이 생겨났다. 왕권이 강화되면서 이집트 춤은 종교적 의식보다는 '파라오' (Pharaoh)를 위한 세속적인 기능으로 발전되었다. 파라오뿐만 아니라 귀족이나 부호들까지도 '아르메' 라 부르는 성적(性的)인 춤을 추는 직업 여성의 춤에 열광하였다. 그러나 이집트의 사교 춤과 오락 춤은 대단히 번성하여 서양 문화의 기원인 그리스나 중동 지역으로 전파되었다.
② 그리스 춤 : 그리스인들은 이집트와 동양 여러 나라의 춤 형식을 부분적으로 수용하면서 독자적인 춤을 발전시켰다. 아테네나 스파르타 모두 육체적 표현뿐만 아니라 정신 교육 면에서도 춤을 중요시하였고, 시정(詩情)이 풍부한 집단 춤이 많았다. 그리스 춤은 정치 · 교육 · 예술과 밀접한 관계를 가졌으며, 극과 음악이 포함된 종합 예술이었다. 춤 형식은 종교적 주제가 강하였으나, 교육적 · 연극적 춤으로 발전하였고 오락적인 기능으로 변모되기도 하였다. 그리스 춤의 특징은 춤이 독자적으로 존재한 것이 아니라, 종교 · 음악 · 시 · 연극과 결합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종교적 · 연극적 · 시문적 · 음악적 통합체로서 종합 예술을 이루었고, 그 형식은 후일 '발레' (Ballet)와 흡사한 합창 춤의 토대를 이루었다.
③ 로마 춤 : 로마는 제국을 이루고 번성하였지만, 독자적인 예술이나 춤은 상대적으로 뒤처졌다. 그러나 그리스나 이집트의 영향을 받아 형식과 체계를 갖춘 세련된 춤을 유지하고 있었다. 대담하고 활발한 기풍을 가진 로마 춤은 현실성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처음에는 그리스의 교육 춤이 청소년의 교육 과정으로 받아들여졌으나, 로마 제정(帝政) 말기에 오락 춤으로 변질되어 주연(酒宴)의 여흥을 목적으로 향락적 · 퇴폐적 경향으로 흐르기도 하였다. 그러나 당시 금욕적인 그리스도교의 교리로 말미암아 육체 문화가 경시되면서 극도로 타락한 춤은 금지되었다.
중세 시대 : 중세는 그리스도교가 사회 · 문화 및 모든 면에서 중심을 이루었던 시기였다. 중세 초기에는 종교 예식 중에 노래와 함께 춤을 추었으며, 종교적 주제를 담고 있는 춤은 신성시되었다. 그러나 점차 현세보다 내세를 중시하게 되고, 현실에서의 육체적 욕구보다는 영혼의 구원에 심혈을 기울이면서 춤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하였다. 인간의 본능적인 감성의 표현은 죄악시되었고, 따라서 인간의 육체로 표현하는 춤은 교리적으로 거부 · 부정되었다. 현대에 와서도 춤에 대한 그리스도교의 평가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이러한 입장은 성서에 입각해서 대변되고 있다.
우선 '기쁨의 춤 에 대한 성서의 언급이 있다. "당신께서는 저의 비탄을 춤으로 바꾸시고, 저의 자루옷 푸시어 저를 기쁨으로 띠 두르셨나이다"(시편 30, 11).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춤출 때가 있다"(전도 3, 4). "처녀 이스라엘아, 내가 너를 다시 세우면 네가 일어서리라. 네가 다시 손북을 들고 흥겹게 춤을 추며 나오리라"(예레 31, 4). "그때에는 처녀가 춤추며 기뻐하고, 젊은이와 노인들이 함께 즐거워하리라. 나는 그들의 슬픔을 기쁨으로 바꾸고, 그들을 위로하며 그들에게 근심 대신 즐거움을 주리라"(예레 31, 13). 반면 '사악한 춤' 에 대한 언급도 있다. "모세가 진영에 가까이 와서 수송아지와 사람들이 춤추는 모습을 보자, 화가 나 손에 들었던 돌판들을 산 밑에서 내던져 깨 버렸다" (출애 32, 19). "그들은 자기들에게 주어진 황소를 데려다가 준비해 놓고는, 아침부터 한낮이 될 때까지 바알의 이름을 불렀다. '바알이시여, 저희에게 응답해 주십시오. 그러나 아무 소리도, 대답도 없었다. 그들은 절뚝거리며 자기들이 만든 제단을 돌았다"(1열왕 18, 26)
중세 시대에 인간의 감정을 표출하는 춤은 교회 내에서 금지되었지만, 교회 밖에서는 오히려 성행하였다. 대표적인 경우가 '민속 춤'(folk dance)이었다. 중세의 춤으로 특기할 만한 것은 11세기부터 시작된 '광란의 춤'(dance mania)과 '죽음의 춤' (dance of death)이었다. 광란의 춤은 사육제와 관련된 춤으로서, 온 마을의 남녀노소가 수일간 미친 듯이 춤을 추다가 의식을 잃어버리고 다시 깨어나는 등 일상의 일탈 행사로 알려졌다. 반면 죽음의 춤은 1347~1351년까지 4년 동안 전 유럽을 휩쓸었던 살인적인 흑사병의 체험에서 기인하였다. 이 춤은 흑사병과 같은 치명적인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한 일종의 주술 춤으로 널리 행해졌다. 한편 중세의 춤은 궁중이나 교회, 그리고 종교 예식용으로 발전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영주의 연회석이나 사교 모임에서 별도로 행해진 춤이 있었다. 중세 말기에는 귀족 사회에서 가장 무도회가 성행하여 기교 면에서 고도로 발전된 '궁중 춤' (court dance)이 생겨났다.
근현대 : 근대의 시작은 르네상스의 태동과 맞물려 있다. 르네상스는 하느님 중심의 그리스도교적 세계관에서 벗어나 개인과 개성의 해방 및 존중, 자연인의 발견 등에 주력하였다. 동시에 그리스 · 로마의 고전 문화 부흥을 목표로 하고, 예술을 비롯하여 정치 · 학술 · 종교에까지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었다.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어 전 유럽에 전파된 르네상스는 필연적으로 춤에도 새로운 변화를 불러일으켰으며, 서양 춤의 발전사에 하나의 큰 획을 그었다. 중세의 춤이 근대에 이르러 사교 모임을 통해 '궁중 춤'으로 나타나 점차 성행하자, 춤은 기교와 형태상 점차 복잡해졌다. 자연스럽게 전문적인 춤 선생이 나타나 춤 연기를 보여 주며 춤에 대한 체계적인 실기 교육을 담당하고 춤의 유행을 주도하였다. 궁정에서 높은 호응도를 얻은 춤은 좀 더 기교를 덧붙이게 되었고, 전문적인 세련미도 가미되었다. 점차 춤의 시연이 궁정 연회실에서 전용 무대로 옮겨져 궁정의 사교춤은 '무대 춤'(sta-ge dance)으로 발전하였으며, 15~16세기에는 '발레' 로 변모하였다.
현대의 춤은 궁정에서 발전된 고전 발레의 형식주의와 유미주의에 반기를 들고 자유로운 개인의 정서적 경험을 그대로 표현해 내야 한다는 낭만주의적 정신에서 등장하였다. 고전 발레가 미리 정해진 규율에 맞추어 기술적인 숙련도와 시각적인 볼거리만을 강조하는 오락이나 장식적인 기능에 머물렀다면, 현대의 춤은 그동안 억눌려 있던 인간 정서를 표출시키고 영혼, 즉 본질적인 정서에 반응하는 것에 주목하였다. 발레에 비해 보다 몰입적인 감성적 접근을 요구하고 있는 현대의 춤은 새로운 이미지 흐름에 주력하였다. 기존의 직선적이거나 연대기적인 전개가 아니라, 의식의 흐름 기법과 유사한 방식 또는 단편적으로 나누어진 상징 기법을 통해 연결시키고 있다. 이러한 기법은 인간의 근원적 실존 욕구를 자극시키는 메커니즘으로 작동하고 있다. 즉 관객들 스스로 춤의 서사 구조가 던지는 상징 꾸러미에 몰입하여 그 구조 속에 스며 있는 인간의 본원적 향수를 체험하도록 이끌어 준다.
〔춤과 종교적 상징성〕 종교학자 엘리아데(M. Eliade, 1907~1986)에 따르면, 고대 사회에서는 모든 상징이 종교적 상징이었다. 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도 많은 상징들이 종교 상징의 원형을 감추고 있다가 어떤 계기로 표출된다. 이때 상징은 실재의 양태나 세계의 심층 구조를 드러낸다. 이러한 존재 양태는 종교적 본질, 즉 거룩함의 드러남을 의미한다. 춤은 고대인들의 생활 자체가 반영된 한 꾸러미의 종교적 상징 덩어리들이다. 적어도 현대인들에게 춤은 자신의 생명 욕구를 매순간 자각케하는 실존적 종교 의미 구조를 드러낸다.
인간은 인간으로서 자신의 존재적 한계를 뛰어넘고 싶은 본능적 생명 욕구가 있다. 춤을 통해 인간은 일상성의 단절, 실존의 자유, 탈존의 상황을 직접 몸으로 체험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춤을 통한 초월, 절대 자유에 대한 추구 또는 절대자를 향한 관심은 인간의 근원적 향수에 속한다. '뛰어오르고, 뛰어넘는' 춤 동작은 인간 상황을 넘어서고자 하는 욕망, 절대자와의 합일을 갈구하는 욕구, 그래서 극단적인 '몸 동작' 을 통해 그 상황을 변형시키고자 하는 고대인과 현대인의 본원적 향수를 드러낸다. 이러한 인간의 근원적 실존 욕구는 종교의 신비주의 전통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춤과 신비주의〕 종교는 인간만이 가지는 고도의 문화적 행위이다. 사람을 '종교적 인간' (Homo Religiosus)이라고 하는 것은 사람이 의식주에서 필요한 것을 얻으려는 욕구를 가진 것과 똑같이 종교적인 본능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대체로 종교 인식은 '감성적 측면' (pathos)과 '지적인 측면' (logos)으로 나눌 수 있는데, 종교와 춤의 관계에서 춤은 지적인 면보다는 다분히 감성적 측면에서 설명될 수 있다.
많은 종교들이 서로 다른 점이 있다 하더라도 춤에는 어떤 공통적인 요소가 있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신비주의적 체험이다. 이 체험은 특히 춤을 통해 인간의 실존적 자유로움, 절대자를 향한 지향성을 구가함으로써 인간의 감성적 영역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첫째, 춤을 통한 종교적 체험은 언어라는 수단을 가지고 표현될 수 없다. 이러한 체험이 순수한 지적 작용이라고 한다면 춤으로 재현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지적 작용으로 얻어진 것이라면 어떤 형태로든 언어로 표현될 수 있다. 둘째, 춤을 통한 종교 체험은 직관적 성격을 띤다. 직관이란 논리적 사유를 초월한 것이다. 셋째, 춤을 통한 종교 체험은 체험자로 하여금 수동적인 위치에 있도록 한다. 수동적이라는 말은 신이나 어떤 초월적인 힘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조정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 인간은 초월자에 의해서 움직여지는 하나의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넷째, 춤을 통한 종교 체험은 일시적이다. 그것은 신비 체험의 지속 시간이 지극히 짧다는 것인데, 보통 수분간 지속되지만 2~3시간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짧더라도 그 지속 시간은 대단히 황홀하고 경외로운 순간이기 때문에 일생의 종교 생활을 지배한다. 고대인의 집단무, 이슬람교 수피즘의 사마(sama, 영적 명상 회전 춤), 무당 춤 등은 그러한 황홀경(ecstasy, 沒我)에 들어가려는 것이다. 현대인들이 술을 마시고, 대마초를 피우거나 환각제인 LSD를 복용하면서 밤새도록 춤추며 황홀경에 들어가려는 것도 세속적인 형태로 변용된 신비 체험의 한 형태라 할 수 있다. 다만 우리는 춤을 통한 종교적 신비 체험과 세속화된 황홀경의 형태를 분명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본다면, 춤을 통한 종교적 신비 체험은 변할 수 없는 인간 실존 상황을 넘어서고자 하는 욕망, 또는 신과의 합일을 향한 인간의 원초적 향수를 드러낸다. 인간의 실존적 '몸부림' 은 이 삶을 초월하고 싶다, 보다 높은 차원으로 올라가고 싶다, 육체를 떨쳐 버리고 싶다, 특별한 사명을 위해서 신적 존재에게 선택되고 싶다는 '느낌' 을 표출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감성적 요소가 지배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춤의 감성적 요소가 종교 행위에서 무시 못할 위치에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모든 종교에 춤이 어떤 형태로든 있다고 하더라도, 또 황홀 상태에 머무르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 자체로는 종교의 전부가 될 수 없다. 종교가 그러한 신비주의나 황홀 상태만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삼는다면 그것 역시 일종의 쾌락주의, 감성주의로 떨어질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춤을 통한 신비 체험이나 황홀 상태의 추구는 종교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 몰아 ; 무교 ; 무당 ; 사육제 ; 애니미즘 ; 종교 체험 ; 탈혼)
※ 참고문헌  Alfred Bertholet, Wörterbuch der Religionen, Stuttgart, Alfred Kröner Verlag, 1985/ Franz M. Bohme, Geschichte des Tanzes in Deutschland, Hildesheim, Georg Olms Verlag, 1973/ Norman Mealy · Judith Rock, Music, Dance and Religion : The Performing Arts in Worship, Upper Saddle River, Prentice Hall, 1997/ Curt Sachs, World History ofthe Dance, New York, W.W. Norton & Company, Inc., 1965/ Gundlach Sonnemann · Helga Barbara, Religioser Tanz : Formen-Funktionen-aktuelle Beispiele, Marburg, diagonal Marburg, 2000/ Zentralinstitut und Museum fiir Sepulkralkultur ed., Tanz der Toten-Todestanz, Dettelbach, 1998. [成始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