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머만, 오토

Zimmermann,Otto(1873~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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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회 신학자. 영성 저술가.
〔생애 및 활동〕 치머만은 1873년 5월 24일 스위스의 되팅겐(Döttingen)에서 태어났다. 예수회 신부로 인도 봄베이 대학의 산스크리트어 교수였던 루돌프 치머만(Ru-fZimmerman, 1874~1931)이 그의 동생이다. 1890년 9월 30일 네덜란드 블리엔베크(Blijenbeek)에 있는 예수회에 입회하였으며, 1897~1901년 동안 펠트키르히(Feldkirch) 기숙사에서 지내면서 박사 과정을 밟았다.
1905년부터 예수회 잡지인 《시간의 소리》(Stimmen der Zeit) 편집 위원으로 활동하다가 1908년 종신 서약을 하였다. 1907~1911년에 룩셈부르크(Luxemborg), 1911~1915년에 팔켄부르크(Valkenbug), 그리고 1915년부터 5년 동안 뮌헨(München)에서 활동하였다. 그 후 루체른(Luzern) 교구 신학교의 영성 지도 신부로 활동하면서 저술 활동에 몰두하다가, 신학교에서의 영성 지도 경험을 기초로 저술한 《수덕 편람》(Lehrbuch der Aszetik, 1929, 1932²)을 남기고 루체른에서 1932년 1월 13일 세상을 떠났다.
〔신학 사상〕 치머만이 활동하던 시기에 예수회 신학자들이 펴낸 대부분의 저서들은 사람들의 요구와 필요 그리고 흥미에 맞추려고 애쓰고 있었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받았고, 영적 삶이나 전례, 육화에 대한 교리들이 발전하였으며, 이것을 영혼의 신비적 경험을 위해 사용하고 있었다. 예수회의 이러한 경향은 1918년 로마 교황청 그레고리안 대학교의 학생들에게 수덕적이며 신비주의적인 영성 과정을 제공하였고, 영성 신학은 학생들이 이수해야 하는 필수 과목으로 선정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덕적 삶과 신비주의를 다루는 잡지들이 많이 발간되었다.
성직자나 수도자만이 아니라 모든 평신도에게 열려 있는 치머만의 영성 서적인 《수덕 편람》은, 당시의 전통적인 예수회 영성과는 달리 신비주의적 경향은 덜하지만, '수덕적 영성' 이라는 측면에서 독특한 풍요로움을 보여준다. 그에게 있어 '수덕' 은 일상의 삶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으로서 완전한 삶 즉 완덕에 이르는데 필요한 모든 인간 행위를 포함하고 있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모든 그리스도인은 자신에게 부여된 하느님의 소명을 깨닫도록 노력해야 하며, 자기에게 주어진 재능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 치머만의 관점에 따르면, 수덕은 악을 피하고 계명을 따르며 도덕을 실천하는 등 '일상적인 삶에서의 수덕' 과 완전한 성화 혹은 완덕을 향하는 높은 수준의 수덕' 으로 나누어진다. 그러나 이 세상에서는 완전성에 도달할 수 없고 단지 완성을 향한 정진만 있을 뿐이다. 그는 교회의 전통 신학자들처럼 은총은 인간 본성을 손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완성시키며, 그리스도인은 자신의 본성을 완성시키는 정진의 길에 있는 사람이라고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자극(충동)된 그리스도인은 타인에게 사랑과 선, 자비 등을 베풀어야 한다. 하느님도 피조물인 인간이 완전해지기를 원하는데, 그 이유는 그것이 창조의 완성이기 때문이다. 이 정진에 있어 책보다는 성령의 인도가 더 중요하다. 그러나 책은 은총의 씨앗을 키울 수 있는 땅을 준비하는 데 기여한다.
《수덕 편람》은 내용적으로 볼 때 단순한 신비 영성 서적이 아니다. 치머만은 이 책을 통해 심리학, 교의 신학, 윤리 신학 그리고 성인들의 삶과 경험을 영성 신학과의 관계에서 발전시키려고 노력하였다. 즉 이 책은 그리스도교 신학 전통과 영성사에 대한 박식한 지식을 기초로 체계적으로 저술한, 치머만의 삶의 신학서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2부로 나누어지는데, 제1부에서는 그리스도인의 일반적 삶에 대한 영성을 다루고 있다. 그는 하느님의 의지로 자신의 존재를 채우며, 그리스도를 따르고 성인들을 본받음으로써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것이 완덕의 본질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완덕의 유형을 '활동적' , '명상적' 으로, 또 마리아와 마르타를 예로 들면서 이 둘을 겸비한 '혼합적' 인 것과 '직업적' 인 것으로 나누고 있다. 직업 안에서 자기 의무를 다하는 것 역시 그리스도인으로서 완덕의 길로 향하는 것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완덕의 수준으로는 계명을 지키는 단순한 것에서부터 세 가지 서약(청빈, 정결, 순명)을 하는 수도자들의 수준까지 다룬다. 그리고 완덕으로 나아가는 수단으로는 기도, 고해성사, 성체성사, 회개 등과 악과 유혹 및 이기심과의 투쟁, 양심 성찰 등 인간에게 필요한 정화를 다루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도, 피정, 영적 강연, 영적 판별력, 영성 지도자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또한 정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하느님의 은총도 다루고 있다.
제2부에서는 수덕에 대한 영성, 즉 삶을 대하는 개인의 태도와 처신을 다루고 있다. 이 내용은 하느님 앞에서, 자신 앞에서, 그리고 다른 피조물(이웃) 앞에서 등의 세 절로 나누어져 있다. 하느님 앞에서의 처신을 다루는 1절에서는 삼위 일체에 대한 교의 설명과 은총, 충성심, 복종, 기도, 희생, 성체성사 그리고 전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절에서는 적당한 자기 사랑과 지적 · 육체적인 면에 대한 자기 인식을 영성 생활에 필요한 요소로 제시하며, 건강을 돌보는 것 역시 완덕으로 향하는 길의 한 부분이라고 말한다. 3절에서는 그리스도인의 세계관을 제시한다. 즉 그리스도인이 주위 환경과 갖는 관계, 공동체나 사회 안에서 지녀야 하는 처신, 우정, 원수 사랑, 진실함 등의 필요성과 성인들, 천사들 그리고 연옥 영혼과 저승에 간 자들과 갖는 관계를 보여 준다. 여기서 모든 절은 네 가지 특성으로 전개된다. 즉 (뜻의) 정의, 중요성, 실천(수련) 그리고 필요한 수단과 방법에 대한 것이다. 앞의 두 가지는 교의와 윤리를 다루고, 뒤의 두 가지는 자신의 영성 지도자로서의 경험과 당시의 심리 분석에 힘입어 인간의 심성을 고려한 실천적인 면을 보여준다. 그리스도인의 완전한 삶을 다루는 이 책은 신적 은총의 중요성과 역할에 대해 강조하고 있으며, 이전의 영성 신학서에 비해 어떤 것을 비판할 때(예를 들면 어떤 성인의 수덕에 대한 이론) 자연스러움과 공평함을 보여 준다. 치머만은 완덕으로 향하는 길에는 육체를 포함한 이 세상의 것을 최대한 사용할 수 있으나, 그것이 방해가 된다면 과감히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그가 로욜라의 이냐시오(Ignatius de Loyola, 1491~1556)의 영성을 따르고 있음이 명백히 드러난다.
치머만은 이 책을 통해 자신의 독특한 사상보다는 그리스도교 전통 안에 나타난 여러 영성을 보여 주는 데 주력하였다. 이러한 경향은 아마 그의 저술 방법이 분석적이고 해석적인 것에 기초한 데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개인의 신비 경험에 치중하여 교회의 전통 안에 나타난 영성의 보편성과 객관성을 보지 못하는 당시의 영성 풍토에 대한 우려에서 기인되었을 수도 있다. 조직적이고 보편적이며 포괄적으로 가톨릭 전통 영성의 총합체적인 면모를 보여 주는 이 책은 당시의 풍토에서 객관적 영성 지도서로 큰 역할을 담당하였다. 그러나 일반적인 영성 방향을 제시하지만 추상적인 면이 강해 개인적 특수 영성에는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따라서 개인적인 영성 정진을 통한 완덕의 실현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렇긴 해도 이 책은 논리적인 내용과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비판의 균형이 잡혀 있고, 영성 조언을 할 때 지도자들이 지녀야 하는 깊은 사려를 엿볼 수 있다. 종교나 그리스도교 철학을 명확하게 다른 이 책은 특히 지성인에게 호평을 받았고, 출판과 동시에 독일에서 신빙성 있고 확고한 영성 지도서로 사용되었다.
1908년에 출판된 《무한과 끝》(Ohne Grenzen und Enden)에서 치머만은 과학 발전과 더불어 당시에 유행하던, 모든 것에 신적 에너지가 있으며 그래서 모든 피조물은 신의 속성을 지닌다는 범신론에 반대하였다. 그는 피조물의 한계성과 '완전' 에 대한 개념의 한계를 보여 줌으로써 모든 한계성을 초월하여 존재하는 하느님의 존재를 증명하였다. 이러한 경향은 《신적 욕구》(Das Gottesbe-dürfnis, 1910)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수년간 영성 지도 신부로 활동한 경험에 기초하여 인간 내면의 깊은 심리를 분석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이 저서는, 행복을 원하는 인간의 갈망과 인간이 해야 하는 의무가 선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하느님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피조물과 이 세상의 삶은 영원한 행복을 보증해줄 수 없으며, 윤리적인 면에서 인간의 의무를 지정해 줄 수 있는 인간의 기준을 초월하는 객관적 실재가 필요한데, 그 궁극적 선이 바로 하느님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은 하느님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당시의 모든 사상에 대한 박식함을 보여 주는 이 책은 추상적이고 철학적이기보다는 구체적이고 낙관적이며 긍정적인 면을 지니고 있어, 학교에서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그리고 사목 분야에서 신자들의 교육을 위해 많이 사용되었다.
또한 《종교 국가는 존재해야 하는가?》(Soll die Religion national sein?, 1916)를 통해 치머만은, 그리스도교는 국가 민족주의를 초월하여 모든 세계 백성들을 통합시킬 수 있는 유일하고 보편적이며 세계적인 종교라고 강조하였다. 이러한 주장은 전통 문화 속의 민족 신화나 나폴레옹(Napoléon Bonaparte, 1769~1821), 비스마르크(0. von Bis-marck, 1815~1898) 등의 카리스마에 기반하여 자신들의 국가를 신적 차원으로 절대화시킴으로써 민족의 우월성을 주장하고 전쟁을 정당화시키려는 당시의 국가 민족주의에 대항하는 것이었다. 신격화된 국가 민족주의는 모든 것이 신이며 신성하다는 범신론에 기인하고 있으며, 또한 이상적 가치를 주장함으로써 영웅이나 정당을 절대화시키는 무신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 당시의 이러한 흐름은 그리스도교에 대항하여 민족 종교를 만들려는 자유주의자들에 의해 파급되고 있었다. 또한 이 경향은 당시 가톨릭 교회에까지 침투하여 하느님께 드리는 찬양을 국가에 바치는 찬양으로 대치시켜 놓고 있었다. 치머만은 이 책을 통해 하느님만이 이 세상의 모든 국가와 사람들을 창조한 주인임을 인식시키고, 모든 국가들은 하느님 밑에서 평등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다양한 민족이 있다는 것은 이 세상에 있는 동식물이 모두 다른 것처럼 하느님이 원한 풍요로움이며, 자기 민족에 대한 긍지는 중요하지만 이것을 절대화시켜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또한 그리스도 교만이 모든 민족들을 통합시키는 보편적인 종교이며, 이웃을 사랑하라는 그리스도의 계명은 세계적이고 보편적인 이상적 가치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가톨릭 교회는 모든 국가 위에 군림하는 조직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그는 주장하였다. 가톨릭 교회는 다양한 국가를 공통된 영성으로 통합시켜 하느님 안에 모든 사람이 일치하는 교회가 되어야 하며, 이것이 '가톨릭' 이라는 것이다.
또한 치머만은 각 민족의 다양한 문화와 전통에 기초한 토착화된 신앙 양식의 필요성을 언급하였다. 따라서 민족에 따른 특수성은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가톨릭 교회는 이러한 특수성을 존중하면서도 사도 시대의 유대인과 그리스인의 관계에서 보여지듯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 근거한 하나의 신앙으로 일치되어야 한다. 반면 교회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교회는 세상의 현실 문제에 대해 무관심할 수 없으며 가톨릭 교회는 인간을 모든 속박에서 해방시켜 자유롭게 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서양의 많은 선교사들이 자신들의 국가 가톨릭주의를 선교지의 사람들에게 전하려는 것은 아주 큰 잘못이라고 경고하면서, 선교는 종교를 빙자한 식민주의가 되어서는 안 되며 국가를 초월한 그리스도교의 보편성에 기초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예수 그리스도에게 충실한 영성과 현실 문제 해결에 있어 국가와 교회의 관계, 그리고 개방적이고 성숙한 신앙과 진정한 선교 영성에 대한 그의 사상은 오늘날까지 교회 안에서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 참고문헌  0. Zimmermann, Soll die Religion national sein? Erinterungen und Unterscheidungen, Freiburg Br., 1916/ 一, Lehrbuch der Aszetik, Freiburg Br., 1929/ -, Ohne Grenzen und Enden, Freiburg, Br., 1908/ L. Koch, Jesuiten Lexikon, Paderborn, 1934, p. 1872/J. de Guilbert, La spiritualité de la compagmie de Jésus, Rome, 1953, PP. 520~521/ A.M. Lanz, (EC) 12, pp. 1799~1800/ L. Kösters, 《LThK》 10, PP. 1066~ 1067/ L.B. O'Neil, 14, p. 1121. [李再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