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 윤리신학적 고찰
가족 계획이란 가정의 행복을 위하여 자녀의 수를 조절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이 용어는 '산아 조절' 이나 '산아 제한' 이란 말과 거의 동의어로 사용되고 있다. 그 이유는 처음부터 가족 계획이란 말이 생긴 것이 아니고, 식량 문제 등 정책적인 이유로 산아를 제한해야 할 필요가 생겼으므로 '인구 정책' 이라든가 '산아 제한' 이란 용 어가 등장하게 되었으며, 무조건 산아를 제한하는 것이 개인의 인권 등 윤리 문제에 부딪히게 되므로 '산아 조 절' 이란 용어를 병행해서 사용하다가, 나중에 '가족 계획' 이란 보다 합리적인 용어를 도출해 내어 사용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가족 계획' 이라면 곧 가정의 인구 정책이라 할 수 있는데 가족 중에 숫자 조절이 가능한 부분은 자녀 출산밖에 없으므로 결국은 '산아 조절' 과 같은 뜻이 된다.
가족 계획에 대한 윤리성을 따진다면, 그 자체로 비윤리적이라 할 만한 이유는 없다. 물론 성서(창세 1, 28)에 서 하느님이 "낳아서 번성하라" 고 했지만, 이 말씀은 개인에게보다 온 인류에게 하신 말씀으로 알아듣는다. 만 일 어떤 부부가 자녀의 수를 조절하기 위하여 부부가 상의해서 자발적으로 부부 생활을 절제했다면, 이를 두고 비윤리적이라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모든 행위에서와 마찬가지로 부부의 지향이 나쁘거나, 부부 중 한편의 일방적인 결정이나 외부로부터의 압력(예 : 정부), 또는 부부 절제 이외의 합당하지 못한 방법을 사용 하면 윤리적인 문제가 생긴다. 현대 사회의 일반적인 경향대로 대부분의 부부들은 가족 계획을 성공하는 데만 열중하고 그 지향이나 방법의 윤리성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므로 윤리적 의식을 상실하고 혼란에 빠지게 되었다.
〔역사적 배경〕 피임에 대한 역사적 기록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이집트에서는 기원전 10세기 이전까지, 그리 스에서도 기원전 4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은 주로 치료 목적의 의료 행위 로 이용했기 때문이었다. 그외 다른 목적으로 피임하는 것은 도덕적으로뿐 아니라 성서(창세 38, 7-10 : Onanism)에서도 죄악시하였으므로 아예 생각하지도 않았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자녀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부부 행위를 용인하지 않음으로써 모든 피임 행위를 단죄했다. 이에 피임 행위는 그 자체로 인간 생명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 들여졌으며, 이러한 사고는 산업혁명 이후까지도 지속되었다. 적어도 피임 불가의 원칙에 공적으로 반대하는 움직임은 없었다.
17~18세기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비밀리에 피임이 상당히 성행한 것 같다. 프랑스에서는 이미 1750~1780년 사이에 신생아의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졌다는 보고도 있으며 17세기 중엽에는 피임 기구로 콘돔(condom)이 출 현했다. 하지만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고 또 수에 있어서도 크게 주목받을 만큼은 되지 못한 것 같다. 그렇다 고 하더라도 이제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경제 구조의 산업화는 여러 분야에 변혁을 가져오게 되었고 세속화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었다. 무엇보다 경제적 재화가 우선하게 되었고 세계를 향한 거래를 통하여 다양한 문화를 만나게 되면서 교회의 가르침으로부터 해방되려는 열망이 생겼다. 그런데 이 시기에는 계몽주의 사상이 전 유럽 을 휩쓸고 있었다. 계몽주의는 인간 이성의 이름으로 정신의 자유를 위해 투쟁하고, 낡은 전통과는 근본적으로 절교를 선언하였다. 칸트(Immanuel Kant)는 1784년 인간의 자주적 해방과 성년 인간을 선포했다. 1789년 7월, 프랑스 혁명이 시작되어 같은 해 8월에 인권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낡은 사고와 중세기적 속박에서의 해방을 의미하며, 마녀와 이단자의 재판, 종교 재판에서의 고문, 신앙을 달리하는 사람에 대한 인간적 차별 대우 등에서 탈피하여 인권을 쟁취함을 의미한다. 이들에 있어서 교회의 가르침은 별의미를 갖지 못했으며, 피임의 경우도 이 흐름에 어느 정도 편승한 것 같다.
가족 계획에 의한 산아의 제한이 본격적으로 논의된 것은 18세기 말 맬더스(T.R. Malthus)의 '인구론' (1798) 에 의해서였다. 그는, 인구가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나서 25년마다 2배가 되고 식량은 산술 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이대로 가면 인류는 결코 절대 빈곤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하면서, 경제적인 이유로 인구 정책의 필요성 을 말했다. 그러나 그가 제시한 방법들은 경제적으로 가정을 꾸려 나갈 능력이 있을 때까지 결혼 연령을 늦추는 것과 혼전뿐 아니라 결혼 후에도 엄격한 절제 생활로 출산을 자발적으로 제한하는 등 윤리적으로 문제되지 않은 범위에서였다. 그 후 그의 제자 플라체스(Francisco Places, 1771~1854)와 그의 동조자들(Neo-Malthusianism)은 산아 제한의 동기나 방법에 구애되지 않고 출산의 숫자만을 줄이도록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플라체스는 피임의 동기를 경제적인 가난과 건강상의 이유로 제한했다. 그러나 단지 절제하는 방법만으로 출산율이 떨어지게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보다 확실하고 편리한 인공적인 방법을 찾으려 하게 되었다. 여기서부터 윤리적인 문제가 생긴다.
19~20세기에 이르는 동안 페서리(pessary), 다이아프락마(diaphragma), 콘돔 같은 갖가지 피임 기구와 피임약들이 개발되었으며 이미 생산 차원에서 기업화가 되었다. 이제 다양한 피임 기구와 피임약의 사용을 윤리적으
로 규명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또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선진국들이 가족 계획을 국가 정책으로 채택하게 되었 다. 그러나 가톨릭 국가들은 아직도 국가 정책으로 받아 들이지는 않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피임에 대 하여 적극 반대하는 국가는 거의 없어졌다. 일본도 1984년 국민 후생 보호법으로 산아 제한을 받아들였다. 그 후 인도, 중국, 대만 그리고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앞다 투어 정부 차원의 시책으로 피임을 권장하게 되었다. 1960년대 이래 한국에서의 가족 계획은 가히 성공적이었다. 이 성공은 개인과 병원의 이기적인 목적과 정부 시책이 맞아 떨어져 생긴 작품이었다. 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정관 수술이나 나팔관 결찰 같은 불임 수술을 해주며, 낙태 수술까지도 눈감아 줄 뿐 아니라 모자 보건법(1973. 2)을 제정하여 사실상 원하기만 하면 언제라도 합법적으로 낙태 수술을 받을 수 있는 법적 보장까지 해주었다. 나아가 가족 계획을 하지 않는 부부는 여러 가지 불이익을 당하게 하였다. 말하자면 국민의 입장에서 가족 계획은 어느 정도 강제성을 띠게 되었던 것이다. 실제 중국 같은 나라에서는 자녀의 숫자를 강제적으로 정해 주기도 했다. 이것은 사실 개인의 인권을 짓밟는 비윤리적 정책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한몫한 것은 여성 해방 운동이었다. 낙태가 금지된 나라들에서, 성의 평등을 부르짖는 몇몇 운동가들은 여성의 임신과 출산의 고통이 성적 불균등이라 생각하고 낙태법을 통과시키려고 노력했으며, 3월 8일 여성 해방의 날이면 이를 위하여 시위를 했다. 또 이제 국민들은 피임과 낙태를 동의어처럼 생각하게 되어 윤리적 비중에 있어 혼란에 빠지게 되었다.
〔교회의 가르침〕 1930년까지는 인공적 산아 조절에 대하여 조용했다고 말할 수 있다. 교회 내에서는 별로 공 적인 반발이 없이 전통을 따라 주었다. 즉 제반 피임을 오난(Onan 창세 38, 7-10)의 죄에 준해서 당연히 금지된 것으로 받아들였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때까지는 피임에 관한 한 결혼의 본 목적인 자녀 출산이라는 자연법에 어 긋나므로 불가하다는 결론 하나만으로 대처했다. 그러나 교회는 이제 세상을 향하여 피임뿐 아니라 결혼과 성 윤 리에 대한 전반적인 가르침을 제시할 필요가 생겼다.
교황 비오 11세는 회칙 <정결한 혼인>(Casti connubii : 1930, AAS 22)에서 피임과 낙태, 그리고 불임 수술과 단종을 "자연법과 신법을 거스리는 중죄" 로 단죄하였다. 이 선언은 전통적이고 원칙적인 수준의 규범이다. 여기서 "자연법이나 신법을 거스리면 안된다"는 원칙은 인정하더라도 "자연법의 한계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하 는 것과 또 "피임이 결혼의 본 목적에 위배된다"면 "결혼의 목적이 꼭 자녀 출산에만 있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 다. 자연법의 한계를 구체적으로 규명하는 것은 아직도 윤리신학의 과제로 남아 있다. 교황 비오 12세는 의학적, 임상적, 사회적 그리고 경제적으로 심각한 이유가 있으면, 한시적 또는 위험이 없어질 때까지 지속적으로 어떤 (피임) 방법들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보고, 이런 효과적인 방법을 학문적으로 연구 개발하기를 강력히 희망했다(Vegliari con Sollectiudine, AAS 43[1951] 846 ; Nell' ordine della, ibid, 859). 이때부터 '경구 피임약' (pill) 사용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지만, 역시 직접 사용은 부당한 불임 방법으로 간주했다(AAS 50[1958] 735).
교황 요한 23세는 <사목 헌장>(Gaudium et Spes)에서 "혼인이 자녀 생육만을 위해서 세워진 것은 아니다. ··· 부부 상호간의 사랑이 올바로 표현되고 자라며 성숙하기를 요구한다"(50항)고 함으로써 결혼에서 부부애의 가치를 자녀의 출산만큼 중요하게 올려 놓았으며, 부부애를 한 항목(49항)으로 따로 취급했다. 자녀는 이 "혼인의 열 매" (50항)이다. 또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이 생명 유지라는 승고한 임무를 인간에게 맡기시어 인간으로 하여금 인간 품위에 맞는 방법으로 이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셨다. ···· 생명은 수태되는 순간부터 성심껏 보호해야 한다. ···· 교회의 자녀들은 산아 조절에 있어서 하느님의 법을 해석하는 교권이 금하는 방법을 사용해서는 안된다" (51항)고 했다. 그리고 부부들은 자녀 출산과 관련하여 여러가지 판단을 "언제나 양심을 따라야"(50항) 하고 "부부의 사랑과 생명 전달의 책임을 조화시키는 인간 행위의 윤리성은 지향의 순수성이나 동기 평가에만 달린 것이 아니라, 인간과 인간 행위의 본성에 바탕을 둔 객관적 기준으로 결정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그러나 인구 성장이나 가정 윤리의 갈등 등을 놓고 다시 연구하게 함으로써 어떤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교황 바오로 6세는 "솔직히 말해서, 우리는 교황 비오 12세가 규범으로 정해 놓은 것에 대하여 충분히 납득하 기에는 어려움이 있다(이유가 불충분하다). 따라서 더 이상 묶어 놓는 것이 문제가 된다. 그런데 적어도 양심적 인 것으로 느낄 만한 유효한 규범이 나올 때까지는 이 규범이 유효하다. 신자들이 오로지 가톨릭의 합당한 권위 에 따르길 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아무도 자신을 엄격한 규범에 묶어 놓으려 하지 않음을 주시하고 따르도 록 충고할 필요를 느낀다" (L'intenzione che qui, AAS 56[1964] 588~589). 이로부터 학자와 백성들 사이에 논쟁은 더해 갔다. 그리고 회칙 <인간 생명〉(Humanae Vitae)이 나왔다. 이 회칙은 인간 생명의 전달에 대한 올 바른 질서를 제시하려 하였다. 그러다 보니 전통적인 규범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현실적인 윤리 문제를 다루고는 있지만, 부부의 성행위는 자녀의 출산을 지향하므로, 피임을 목적으로 하거나 출산을 방해하는 모든 인위적 수단과 방법은 비윤리적이라 규정했다. 현실적으로 백성에게는 구체적인 피임 방법에 대한 윤리신학적 가르 침이 다급한 과제였는데, 교권은 타성적으로 안이하게 대처한 느낌이 있다. 1974년 '인공 유산에 관한 선언문' 이 나왔는데, 여기서는 인공 유산의 '원인 제거' 를 제시했다. 즉 원하지 않은 태아에 대한 사회적 인식(가치관) 의 전환, 성교육과 윤리 교육 그리고 사회 보장 제도 같은 제도적 장치를 제시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가정 공동체>(Familiaris Con-sortio)에서 생명은 하느님의 훌륭한 선물이며, 교회는 굳은 신념을 가지고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인간 생명을 촉진하고 모든 공격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사명을 받았음을 천명했다. 또 자녀의 수를 정하는 데 있어서, 정부나 모든 공권력이 부부의 자유를 제한하는 모든 활동을 인간 존엄성의 침해로 단죄했다. 그리고 산아 제한이나 불임 수술과 낙태 수술을 유도하는 공권력을 폭력으로 간주하 여 단죄하고 단호히 배격했다(30항)
〔방법들의 윤리성〕 낙태 : 인위적인 직접 낙태는 언제나 중죄이다. 태아(배아 포함)는 모체와 구분되는 개체로
서 본성적 권리 즉 살 권리를 가지므로 이를 짓밟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또 이를 강제로 명령하거나, 교사, 유 도, 협조 그리고 방조하면 거기 상응한 윤리성이 생긴다. 간접적인 방법에 의한 유산이라도 낙태 자체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면 직접 낙태와 마찬가지이다. 치료 목적 등 간접 유산의 경우는 '이중 결과의 원칙' 을 따른다.
불임 수술 : 정관 수술이든 자궁 추출이든 자녀를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신체의 일부를 훼손하는 것은 '생명의 완전성' 에 위배되므로 정당화될 수 없다. 부부가 합당한 이유로 더 이상 아이를 갖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더라도 불임 수술을 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잘못이다. 우생학적이나 유전적인 이유로 불임 수술을 하는 것도 교회는 엄격히 반대해 왔다. 우성과 열성의 차이가 애매하고 또 유전성 질환자가 정상인 분만을 하는 경우도 많 다. 다만 질병에 의한 치료의 목적일 경우에 가능하며 이는 의학 윤리의 판단과 양심에 따라야 할 것이다.
인공 피임법 : 인공 피임은 경구 피임약으로 배란을 억제하거나, 콘돔, 페서리 등 기구로 정자를 차단하거나,
살정충제를 사용하여 정자를 죽임으로 수정을 불가능하게 하는 방법들이다. 물론 비윤리적 행위로 간주한다. 또 자궁 내에 장치를 하여 착상을 불가능하게 하기도 하는데, 이는 수정란의 착상을 방해하므로 어느 정도 낙태 행위의 범주에 속한다.
자연 피임법 : 주기법(Ogino식-1930)이나 기초 체온법 그리고 점액 관찰법(Billings식-1970) 등은 모두 가임기에 부부 행위를 절제하는 방법이므로 윤리적인 문제는 없다. 그러나 이 방법을 이용하면 번거롭고 실패의 확률 이 비교적 높다. 그러나 위 3가지 방법을 동시에 사용하면 성공률은 높아진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부부 상호 존경과 신뢰를 쌓음으로 절제를 통한 인격의 성숙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정당한 가족 계획은 바람직하다. 정당하다는 것은 지향과 방법의 정당성이다. 그러므로 모든 부부가 두 자녀 만 갖는다는 것은 부당하다. 경제나 건강이 허락하는 자녀의 수가 누구에게나 동일할 수는 없다. 여유가 있는 가 정에서도 둘만 가진다면 이는 분명히 이기적인 지향이 내포되어 있다. 그리고 숫자뿐 아니라 방법 등 모든 것은 부부가 그리스도인의 양심에 따라 함께 결정할 것이다(사목 87항). 자녀의 수를 부부가 결정한다고 해서 부부가 절대권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부부가 원하지 않은 자녀라 하더라도 하느님의 선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 다. 생명에 대한 권리는 하느님께 있다. 물질 만능과 인간의 이기주의는 생명 경시 풍조를 만연시켰다. 현대 사 회 분위기가 생명을 경시하고 윤리적 가치를 포기하더라도, 그리스도인 부부는 하느님의 법을 따름으로써 가정 의 진정한 행복을 지킬 수 있음을 증거할 사명이 있다.
※ 참고문헌 Karl H. Peschke, Christian Ethics- Moral Theology in the Light of Vatican II , vol. 2, Dublin, 1986(김창훈 역, 《그리스도교 윤리학》 제2권, 분도출판사, 1992)/ Bernard Haering, Free and Faithful in Christ, vol. 3, St. Paul Publications, 1981/ Tullo Goffi, 《NEM》/ F. Rdberti e P. Palazzini, 《DTM》/ Pietro Palazzini, Vita e Virtu' cristiane, Edizioni Paoline, Roma, 1975/ AA.VV., I Matrimonio cristiano, Elle Di Ci, Torino, 1978/ Tettamanzi, La Comunita' Cristiana e L'Aborto, Edizioni Paoline ed. 2, 1976/ 한국 가톨릭 의사협회, 《의학 윤리》, 수문사, 1984/ Franz Boeckle · Jacques, M. Pohier, Sexuality in Contemporary Catholicism, The Seabury Press, New York, 1976. 〔徐景胤〕
II . 의학적 고찰
부부가 원하는 수의 자녀를, 원하는 시기에 낳고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 세우는 계획. 이 말은 원래 부부들이 일률적으로 자녀를 몇 이상 낳아서는 안되며, 또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특정한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든지
하는 소위 산아 제한이나 그것의 방법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뜻을 지닌 말이다. 그러나 실제로 가족 계획이란 말 은 많은 나라에서 산아 제한과 같은 말로 사용되고 있으며, 우리 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둘 이상의 자녀를 가진 가정이 여러 가지로 불리하도록 사회 제도를 만들고, 피임 방법으로 불임 수술을 적극 권장하는 우리 나라 가족 계획 사업 실태가 그것을 잘 말해 준다. 산아 제한이라는 뜻의 가족 계획이 오늘날 여러 국가에서 인구 정 책의 하나로 채택, 시행되는 가장 큰 이유는 인구 증가가 국가 경제 발전을 크게 저해하는 요인이라는 관점 때문 이지만, 자녀를 여럿 낳거나 키우는 일이 어머니와 자녀 모두에게 건강상 이로울 것이 없다는 보건학적 견해 또 한 중요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피임의 역사와 방법〕 어떤 동기에서든지 부부들이 산아 제한을 목적으로 피임을 했던 역사는 매우 길다. 이미 기원전 4세기경에 그리스에서는 피임 방법으로 금속이나 기름을 복용했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구약 시대 유대 인들이 성교 중단을 피임 방법으로 사용했다고 성서에 기록되어 있다(창세 38, 6-10). 그러나 좀더 생식의학적인 이론에 근거한 피임 방법들이 가족 계획 이름으로 광범위하게 실천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에 들어와서이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는 미국의 여러 주를 포함해서 일본, 인도, 중국 등이 서둘러 가족 계획을 정부 사 업으로 추진하기 시작했고, 우리 나라도 1961년 5· 16 이후 이를 정부 인구 정책의 하나로 채택하여 강력하게 추진해 왔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1991년 현재 우리 나라 가임 부부(부인의 나이가 15세에서 44세인 부부) 중 79.4%가 어떤 방법으로든지 피임을 실천한다고 한다. 피임 방법별로 보면 여성 불임 수술(난관 수 술)이 35.3%로 가장 많고, 남성 불임 수술(정관 수술)이 12.0%, 콘돔 사용이 10.2%, 그리고 기타 방법(주기법 질외 사정 등)이 9.9%, 자궁 내 장치 사용이 9.0%로 되어 있으며, 먹는 피임약 사용자가 3.0%인 것으로 나타 나 있다. 불임 수술이 영구적인 피임 방법인 데 반해, 기타 다른 방법들은 일시적 방법이다. 가톨릭에서는 주기 법처럼 임신이 가능한 시기에 부부 관계를 피하는 피임 방법을 자연적 피임 방법이라 한다.
우리 나라 부부들이 산아 제한 방법으로 가장 많이 하는 불임 수술은, 여성의 난관이나 남성의 정관을 결찰 또 는 절단함으로써 임신에 필요한 난자나 정자의 통과를 저지하여 영구히 임신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으로, 피임 효과가 거의 완전하다. 그러나 이 방법은 다시 임신을 하고자 할 때 복원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으며, 또한 사람에 따라 크고 작은 의학적 부작용을 경험하는 경우도 있다. 난관 수술의 경우 하혈이나 난소 낭종, 월경 불순 및 자 궁외 임신 등 소위 나팔관 수술 후 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으며, 정관 수술 또한 염증이나 출혈이 나타날 수 있 다. 최근에는 이것이 남성들의 심장 질환 사망이나 전립선암 발생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 된 일이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콘돔은 부부 행위를 할 때 피임을 목적으로 남성 성기에 씌우는 고무 제품 주머니로서, 제대로 사용하면 피임률도 높고 성병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으나, 실제로는 이를 과신하고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임신하는 예나 성병에 감염되는 경우 또한 적지 않다.
우리 나라 부인이 터울 조절을 목적으로 비교적 많이 사용하는 자궁 내 장치는, 자궁 안에 여러 형태로 된 이 물질을 삽입하여 자궁 내막에 국소적 염증 반응을 일으킴으로써 수정란의 자궁 내 착상을 방지하여 임신을 막 는 것이다. 이 방법 또한 적절히 사용하면 부부 행위 때 마다 피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과 함께 피임률 도 95%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여러 가지 자극 증상에서부터 자궁 내 출혈, 자궁 파열, 복강 내 염증 등 의학적 부작용이 발생하며, 심지어 자궁외 임신이나 기형아 출산도 보고되고 있다.
먹는 피임약은 에스트로겐이나 프로게스테론이라는 호르몬 제재를 가지고 만든 약으로 주로 뇌하수체의 성 선 자극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미쳐 그 결과 배란이 억제되어 임신을 막는다. 이 방법은 때로 자궁 내막의 변화나 자궁 경부 점액의 변화, 그리고 자궁 및 나팔관의 운동성 등에 다양한 변화를 초래함으로써 수정란의 착상과 정자 의 자궁 내 진입을 방지하기도 하고 나팔관 안에서의 정자와 난자의 수정을 방해하기도 한다. 피임 효과는 약 99%로 아주 높지만, 오래 사용하는 경우 가벼운 두통에서부터 유방 압축, 부종, 체중 증가, 불안, 우울, 무월경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고혈압이나 뇌일혈, 협심증, 당뇨병, 그리고 유방암이나 자궁 내막증 등의 질병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대부분의 선진 외국에서는 먹는 피임약을 사용하려면 의사의 사전 진찰과 그 결과에 따른 처방이 반드시 필요하다.
끝으로, 정부나 가족 계획 민간 단체의 특별한 관심이나 구체적 지도가 없는 상태에서 비교적 많은 부부들이 사용하고 있는 방법으로 주기법이 있다. 이 방법은 여성 주기 가운데 임신 가능한 배란 전후 며칠 동안 부부가 금 욕함으로써 임신을 피하는 것이다. 임신 가능 시기를 알아내는 방법으로 많은 부부가 달력 주기법이나 기초 체 온법을 사용해 왔으나, 실제로는 이를 제대로 사용하는 사람이 극히 적을 뿐만 아니라 그 정확한 사용 또한 어려
운 결점이 있다. 이에 반해 1970년 초 개발되어 급격히 보급되기 시작한 점액 관찰법(일명 빌링스법)이나 이 방법 에 기초 체온법을 가미한 증상 체온법은 누구나 쉽게 배울 수가 있으며 또 매우 과학적이어서 건강상 아무런 부 작용 없이 사용이 가능한 방법이다. 이들 자연적 가족 계획 방법은 처음에는 주로 인공 피임 방법을 사용해서는 안되는 가톨릭 교회 신자들을 대상으로 보급되었으나, 지금은 인공적 피임 방법들이 갖는 의학적 부작용과 자 연적 피임 방법이 갖는 여러 가지 장점 때문에 가톨릭 교회와 무관하게 많은 나라에서 각광을 받으며 보급되고 있다.
〔가임 수술〕 자녀가 없는 소위 불임(不妊) 부부들의 자녀를 갖기 위한 노력과 계획도 가족 계획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가임 부부의 약 13% 정도나 되는 이들 불임 부부들이 자녀를 갖도록 도와주는 방법이 전에는 그리 쉽지가 않았으나 최근에는 약물 치료나 외과적 미세 수술, 그리고 발달된 인공 수정이나 체외 수정 기술 등으로 자녀를 갖게 되는 경우가 늘고 있으며, 점액 관찰법이나 체온 증상법으로도 이들의 임신률을 높여 주고 있다. 특 히 1978년 영국에서 처음 실시된 체외 수정 방법은 남자의 정자와 여자의 난자를 체외 시험관에서 수정시켜 여자의 자궁 속에 착상시킴으로써 임신이 되도록 하는 기술로, 점차 많은 불임 부부들이 이 방법을 선택해 가는 경향이다.
그러나 아직 이 기술에 의한 임신 성공률은 20~30% 수준밖에 되고 있지 않으며, 특히 생명체인 수정난에 대한 인위적 조작과 기계적 처리의 윤리 문제, 그리고 정자나 난자 제공자가 부부 이외일 경우의 친자 문제 등 많은 사회적, 법적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생명의 탄생이 부부간의 사랑(conjugal love)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가르치는 가톨릭 교회에서는 따라서 이런 인공 수정이나 체외 수정 방법에 의한 임신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이에 비해 약물 치료나 미세 수술 등에 의한 전통적 불임 치료는 오히려 임신율이 인공 수정이나 체외 수정 방법보다 높을 뿐 아니라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없는 방법이다. 다만, 이 방법은 불임 부부들이 꾸준히 의사의 지시와 치료에 따라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를 수 있기 때문에 많은 부부들이 그 선택을 꺼리는 경향이다. 한편, 의학적으로 별다른 문제가 없는 불임 부부들 가운데 단지 적절한 임신 시기 선택에 실패함으로써 오랫동안 불임 상태에 있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이 경우 점액 관찰법 같은 자연 가족 계획 방법으로 임신에 성공하는 부부도 적지 않다. (→ 단종)
※ 참고문헌 한국 가톨릭 의사협회, 《의학 윤리》, 수문사, 1984/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 정책 30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1991/ John Queenan ed., Natural Family Planning : Current knowledge and new strategies.for the 1990's, Supplement to American Journal of Obstetrics and Gynecology 165, 1991, pp. 1979~2078. 〔孟光鎬〕
가족 계획
家族計劃
[영] planned parenth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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