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역 서학서(漢譯西學書). 스페인 출신 예수회 선교사 판토하(D. de Pantoja, 龐迪我, 1571~1618)가 중국에서 선교하며 한문으로 저술한 그리스도교 수양서(修養書)'칠극' 이란 제목은 죄악의 근원이 되는 일곱 가지 뿌리인 칠죄종(七罪宗 : 오만, 질투, 탐욕, 분노, 식탐, 음욕, 나태)을 덕행(德行)으로 극복함으로써 자신을 이겨야(克己) 한다는 함축적 의미이다. 《칠극》은 1614년 중국 북경에서 총 7권으로 출간되었고, 1629년 《천학초함》(天學初函) 총서에도 수록되었다. 이후 북경, 상해, 대만 등지에서 완본, 4권 · 2권의 요약본 등으로 판을 거듭하며 간행되었다.
《칠극》은 서술 형식과 글자체를 통일하여 본문에서는 한적(漢籍) 한 면[葉] 당 10행(行), 각 행마다 22자(字)씩 썼다. 권1 복오(伏傲) 76면, 권2 평투(平妬) 42면, 권3 해탐(解貪) 46면 1행, 권4 식분(熄忿) 62면, 권5 색도(塞饕) 56면, 권6 방음(坊淫) 52면, 권7 책태(策怠) 72면으로 서문, 본문, 발문을 합쳐 총 437면에 이르는 방대한 저술이다. 《칠극》 책머리에는 서문에 속하는 4편의 글이 실려 있다. 정이위(鄭以偉)의 서〔七克序〕웅명우(熊明遇)의 인[七克引], 진량채(陳亮采)의 편서〔七克篇序〕, 그리고 저자인 판토하의 자서〔七克自序〕인데, 자서에 이어 책 전체 내용을 요약 제시한 목록 2면을 합해 총 28면이다. 내용 목록은 당시 발간된 다른 한역서학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체재로 마치 책 전체 내용의 요약 목차와 같은 것이어서, 방대한 양의 《칠극》을 읽기 시작하는 독자에게 대단히 유용하다. 일곱째 권의 책 말미에는 맺음말에 해당하는 왕여순(汪汝淳)의 발문〔七克後跋〕 2엽이 실려 있다. 교정과 출간은 양정균(楊廷筠, 1577~1627)이 담당하였다.
《칠극》은 한 권에 하나의 죄종을 다루었다. 권마다 제목을 두고, 제명(題名)의 다음 줄에 제목 풀이를 달아 저술 목적을 도론(導論) 삼아 정의하였다. 본문에서는 먼저 해당 죄목에 관하여 성찰한 후, 그 죄의 극복 방법을 제시하였다. 권1 복오(오만을 없애다)에서는 '오만은 마치 사자처럼 사나우니, 겸손으로 이를 없애야 한다. (그래서) 복오를 짓는다' (傲如獅猛以謙代之作伏傲) 제목을 풀이하였다. 그 다음 오만이란 무엇이며 그것이 왜 나쁜지, 그 폐해는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하였다. 그리고 10개 항목(十支)으로 분류하여 오만을 극복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해설하였다. 즉 '오만을 이겨내는 어려움'(克傲難), '겉으로 드러난 복(육신의 행복) 때문에 오만해지는 것을 경계함' (戒以形福傲) '마음의 덕으로 (오만을) 극복하였다고 여기는 것을 경계함' (戒以心德伐)'(자신은 남과) 다르다고 여기기를 좋아하는 것을 경계함'(戒好異), '명예를 좋아하는 것을 경계함' (戒好名), '선함을 가장하여 명예를 낚으려는 것을 경계함' 威詐善釣名), '예찬 듣는 것을 경계함' (戒聽譽) , '귀해짐을 좋아하는 것을 경계함' (戒好貴), '겸손의 덕을 논함' (論謙德), '자신을 알아 겸손함을 지킴' (識己保謙) 등이다. 권2 평투(질투를 평정하다)에서는 '질투는 마치 파도처럼 일어나니, 용서로써 이를 평정해야 한다. (그래서) 평투를 짓는다' (妬如濤起以恕平之作平妬)라고 하고, '남의 나쁜 점을 생각하고 헤아리는 것을 경계함' (戒計念人惡) '남을 헐뜯는 말을 하는 것을 경계함' (戒讒言), '헐뜯는 말을 듣는 것을 경계함' 戒聽讒 '사람을 어질게 대하고 사랑함' (仁愛人)의 4개 항목(四支)으로 경계할 것과 실행할 것을 분류하였다. 권3 해탐(탐욕을 풀다)에서는 '탐욕은 (손아귀에) 단단히 쥐고 있는 것과 같으니, 베풂으로써 이를 풀어야 한다. (그래서) 해탐을 짓는다' (貪如握固以惠解之作解貪)라고 하였다. 그리고 탐욕과 인색함에 대해 설명하고, 결론으로 '베풂의 덕을 논함' (論施舍德)을 작은 항목으로 설정하여 남에게 은혜를 베푸는 최선의 방법을 제시하였다. 권4 식분(분노를 꺼뜨림)에서는 '분노는 불이 타오르는 것과 같으니, 참음으로써 이를 꺼뜨려야 한다. (그래서) 식분을 짓는다' (忿如火熾以忍熄之作熄忿)라고 하였다. 그리고 분노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원수를 사랑하라' (愛讐), '참음의 덕목으로 어려움에 맞선다' (以忍德敵難) , '곤궁함과 어려움으로 덕을 더한다' (窘難益德)의 3개 항목(三支)을 두었다. 권5 색도(음식을 탐하는 것을 막다)에서는 '음식을 탐하는 것은 마치 구렁이 (무엇이거나) 받아들이는 것과 같은데, 절제로써 이를 막을 수 있다. (그래서) 색도를 짓는다' (如壑受以節塞之作塞饗)라고 하여 음식과 술을 탐하는 것에 대해 설명하고, 말미에 결론 삼아 '절제의 덕을 논함' (論節德)을 작은 항목으로 설정하였다. 이 편에서는 다른 편에서와 달리 불교에서 동물의 살생과 식용을 금하는 근거로 삼는 윤회설(輪回說)과 인과응보(因果應報) 이론을 공격, 비판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권6 방음(음욕을 막다)에서는 '음욕은 마치 물이 넘치는 것과 같으니, 정결로써 이를 막아야 한다. (그래서) 방음을 짓는다' (淫如水溢以貞坊之作坊淫)라고 하여 음란함과 음욕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남색(男色)의 사악함에 대해 특히 역설하였다. 그리고 '정결의 덕' (貞德)과 '결혼의 바른 뜻' (婚娶正議)을 작은 항목으로 두어 정덕의 고귀함, 남녀의 동등성과 일부일처제의 정당함을 설명하였다. 권7 책태(나태를 채찍질하다)에서는 '나태는 둔하고 기력 없는 말과 같다. 근면으로써 이를 채찍질해야 한다. (그래서) 책태를 짓는다' (怠如駑疲以勤策之作策怠)라고 하였고,말미에는 결론 삼아 '부지런함의 덕' (論勤德)을 작은 항목으로 두었다. '책태' 는 《칠극》의 마지막 권으로서 게으름이란 무엇이며, 하느님이 준 보물인 한정된 시간을 부여받은 인간은 왜 근면해야 하는가를 특히 강조하였다. 또한 천주를 섬김에 부지런하였던 사람들이 사후에 받을 수 있는 보답과 게을렀던 사람들이 받게 되는 고통에 대해서도 다각도에서 다양하게 해설하였다.
이상과 같이 《칠극》의 각 권은 모두 그 전반부에서는 죄의 근원인 사악(邪惡)의 본질을 밝히고, 후반부에서는 그 악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의 덕성(德性)을 제시하였다. 특히 판토하는 성서와 성인들, 동서양 인물들의 사상과 교훈을 풍부하고 흥미롭게 인용하며 유교 용어로 해설하였다. 이를 통해 그는 당시 유학자들에게 그리스도교적 수양론을 이해시키고, 나아가 그 보유론적(補儒論的) 역할을 강조하려 한 것이다.
우리 나라에는 광해군 때 허균(許筠, 1569~1618)이 《칠극》을 중국에서 가지고 왔다는 기록이 유몽인(柳夢寅, 1559~1623)의 《어우야담》(於于野談)에 실려 있는 것으로 보아 출간 직후 이미 조선에 전래되어 많은 학자들에게 읽힌 듯하다. 특히 이익(李翼, 1681~1763)은 그의 저서인 《성호사설》(星湖僿設)에서 “《칠극》은 곧 우리 유학(吾儒)의 극기설(克己說)로, 이는 극기복례(克己復禮)에 크게 도움되는 것이 있다"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였고, 정약용(丁若鏞, 1762~1836)도 리치(M. Ricci, 利瑪竇, 1552~1610)와 판토하의 저술을 함께 논하였다. 《칠극》은 리치의 《천주실의》(天主實義)와 함께 초기 한국 천주교 회사에서 가장 자주 언급된 주요 한역 서학서이며, 일찍부터 한글로 번역되어 많은 사람들, 특히 천주교 신자들의 신앙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친 수양서이다. (→ 남인과 천주교 ; 서학 사상 ; 판토하, 디에고 데 ; 한역 서학서)
※ 참고문헌 판토하, 박유리 역, 《칠극》, 일조각, 1978/ L. Pfister, Notices biographiques et bibliographiques sur les Jésuites de l'anciene Mission de Chine 1553~1773, Chang-Hai, 1932/ 方豪, 《中國天主教史人物傳》 卷一, 龐迪我 條, 香港, 1970/ 김승혜, <칠극에 대한 연구>, 《교회사 연구》 9집, 한국교회사연구소, 1994/ 朴鐘鴻, 〈西歐思想의 導入批判과 攝取〉, 《韓國天主教會史論文選集》 1집, 한국 교회사연구소, 1976. 〔張貞蘭〕
<칠극>
七克
글자 크기
11권

《칠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