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이나 슬픔과는 반대되는 만족의 상태. '즐거움' 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쾌락은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사용되며, 일반적으로 감각적 · 육체적 의미에서의 즐거움을 일컫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본래의 의미는 그렇지 않다. 쾌락은 독자적으로 발생하는 감정이 아니라 하나의 욕구가 충족되었을 때 발생하는 주관적 측면에서의 즐거운 감정이다. 따라서 쾌락은 인간의 욕구가 지향하는 어떤 대상, 즉 좋아하고 바라는 것을 획득하여 영속적으로 유지하고 싶은 구체적인 어떤 대상과 결부되는 개념이다. 윤리 신학의 관점에서 쾌락의 윤리성 여부는 바로 이 대상에 따라 결정된다. 쾌락은 또한 보다 폭넓게 이성의 욕구에 따라 진리에 대한 관상을 통하여 영적인 욕구나 의지를 충족시키는 개념으로 해석될 수 있다.
〔종 류〕 쾌락은 크게 감각적 · 육체적 쾌락과 지성적 · 정신적 쾌락으로 분류된다. 감각적 쾌락은 쾌락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로서 감각적인 만족을 채우는 물질적 쾌락이다.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기원전 384/383~322/321)는 쾌락을 인간의 감성적 욕구에 부합하는 것이라 하였고(Ethica Nicomachea, 1174b), 토마스 아퀴나스 (Thomas Aquinas, 1224/1225-1274)는 감각적 인식에서 나오는 동물적 욕구의 움직임을 쾌락이라 하였다(Summa Theologiae Ia Ilae, 31. 1). 감각적 쾌락은 생물학적 욕구(자아 보존과 종의 유지)와 생리적 욕구(기아, 갈증, 성욕) 및 심리적 욕구(정서 불안)의 만족과 연결된다.
반면 지성적 쾌락은 물질을 떠난 정신적 만족에서 얻는 쾌락으로, 이성의 욕구에 따른 윤리적 행위와 자유의 실천을 통해 충족된다. 인간은 자신의 이성과 역사적 · 문화적 발전 과정으로 인해 본질적으로 사회적 · 지적 · 미적 · 종교적 관심을 가지며, 이 관심들을 충족시킴으로써 정신적 쾌락을 누린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이성적 노력에 부응하는 이 같은 쾌락을 진정한 쾌락으로 간주하였다. 또한 지성적 쾌락은 영적이다. 왜냐하면 영적인 본성과 욕구의 충족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러한 쾌락은 무엇보다 의지의 작용이며, 진리에 대한 열정에서 기인한다. 토마스 아퀴나스에 따르면, 육체적 쾌락이 아무리 강하고 격렬하다 하더라도 영적 작용에서 얻는 쾌락보다 더 클 수는 없다. 왜냐하면 지성적 인식이 더욱 고상하고 광범위하기 때문이다(Summa Theologiae Ia Ilae, 31. 5).
〔철학적 이해〕 전통적으로 철학자들은 고통보다 쾌락이 인간 본성에 더 적합한 감정이라 생각하였다. 쾌락에 대한 철학자들의 입장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쾌락을 덕(德)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회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르면 쾌락의 추구는 이기적인 것이며, 쾌락의 탐닉은 윤리적 나약이다. 둘째는 쾌락을 선한 생활의 부산물로 여기고 가치를 부여하며 쾌락의 종류를 구별하는 경향을 보인다. 때때로 쾌락을 하나의 목적으로 인정하기도 하지만 주된 목적으로 삼는 것은 이기주의의 한 형태이므로, 그와 같은 행위는 악하다고 본다. 셋째는 쾌락이 인간의 최종 목적이고 인간 행위의 동기이며, 따라서 그 성취가 바로 선한 생활이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모든 윤리성이 쾌락의 추구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쾌락을 금욕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첫 번째 관점이 스토아 학파에 의해 대변되었다면, 쾌락을 삶의 목적이요 동기이자 선악의 판단 기준으로 삼은 세 번째 관점은 이른바 '쾌락주의' (hedonismus)라 통칭할 수 있는 철학의 다양한 학파들에 의해 주장되었다. 스토아 학파에서 쾌락은 인간에게 어울리지 않는 동물적 만족이었지만, 쾌락주의자들에게는 어떤 비용을 치르더라도 추구해야 하는 선(善)이었다. 왜냐하면 그것이 바로 인간의 최종 목적이기 때문이다. 쾌락주의자들이 주장하듯이 쾌락이 삶의 목적과 관련된 것처럼 여겨지는 것은 사실이나, 쾌락을 선으로 규정하고 윤리적 행위의 목적이나 기준으로 삼는 데에는 몇 가지 비판이 따른다. 무엇보다 쾌락은 그 자체로 최종 목적, 인간의 참된 행복인 최고선이 아니라는 것이다. 토마스 아퀴나스에 따르면, 가장 중요한 것은 쾌락 자체보다 오히려 쾌락을 주는 대상이다(Summa contra Gentiles, 2. 26). 또한 쾌락은 하나의 독립적 존재가 아니라 주관과 연결되어 있는 감정의 산물이다. 따라서 주관적인 쾌락을 윤리적 행위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모순이다.
〔윤리적 평가〕 토마스 아퀴나스에 따르면, 쾌락 자체는 윤리적으로 중립이다. 쾌락의 윤리적 성격은 쾌락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쾌락을 추구하는 욕구의 대상에 의해 종별(種別)된다. 결정적인 핵심은 행위의 구체적 대상에 있다. 쾌락은 대상 자체가 아니라 어떤 대상에 집중한 결과로 얻어지는 심리적 평정(平靜) 상태이다. 대상 때문에 쾌락이 생겨나는 것이지, 쾌락 때문에 대상이 존재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가톨릭 윤리 신학의 보편적 관점에서 볼 때 윤리성은 인간적 행위에 국한된다. 그리고 인간적 행위의 대상은 윤리적으로 선하거나 악하거나 또는 중립적일 수 있다. 쾌락의 윤리성은 바로 이 대상에 의지한다. 무엇에 관한 쾌락이냐에 따라 그 윤리성이 결정되는 것이다. 만약 인간이 악한 것, 예를 들면 나쁜 생각이나 욕망 또는 행위에서 쾌락을 얻는다면 그 쾌락은 악하다. 여기에서 쾌락은 합리적이고 정당한 대상과 관계없이 오로지 그 자체만을 위해 추구되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인간적 행위의 대상 자체가 윤리적으로 악한 것(예를 들면 강간이나 살인)일 때, 그 행위자의 목적과 지향이 비록 선한것이라 할지라도 그런 행동이 결코 허용될 수 없듯이 쾌락도 마찬가지이다. 오직 대상이 선일 때 비로소 쾌락도 선인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이유에서든 대상이 정당하게 욕구될 수 없다면, 그 쾌락은 보류되어야 마땅하다. 그 자체를 위해 추구되는 육체적 쾌락, 특히 성적 쾌락은 무절제한 인간의 목적이다(Summa Theologiae Ia Ilae, 13. 3 ad 2 ; 《가톨릭 교회 교리서》 2351~2356항) 무절제한 방종은 이성과 상관없는 쾌락의 탐닉을 의미하며, 무절제한 쾌락의 탐닉은 이성의 사용을 방해하고 쾌락 자체도 이루지 못할 뿐 아니라 거꾸로 우울증(hypochondria)을 앓게 한다. 반대로 영적 즐거움은 이성의 사용을 촉진한다(Summa Theologiae Ia Ilae, 33. 3). 이성은 영적 욕구의 대상, 궁극적으로 인간의 최고선과 최종 목적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 최상의 즐거움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최고선이요 최종 목적인 하느님을 인식하고 사랑하는 것이다(Summa Theologiae Ia IIae, 34. 3). 그리고 이를 위한 중요한 실천 덕목이 곧 절제이다. 절제는 쾌락의 유혹을 조절하고 균형을 유지하며 본능에 대한 의지의 억제력을 보장하는 윤리적인 덕이다. 절제 있는 인간은 감각적 욕망을 선용하고 탐욕에 빠지지 않는다. 아우구스티노(Augusinus Hipponensis, 354~430)에 의하면, 절제란 하느님께 대한 사랑을 손상시키지 않고 온전히 보존하는 것이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809항). (→ 성〔性〕 ; 절제 ; 쾌락주의)
※ 참고문헌 A. Doolan, 《NCE》 11, pp. 438~439/ T. Gilby, P.K. Meagher · T.C. O'Brien · C.M. Aherne eds., Encyclopedic Dictionary ofReligion, vol. 2, Corpus Publications, 1979, pp. 2805~2806/ Justin Gosling, 《EE》 II, pp. 978~981/ 박선목 편저, 《윤리 · 사회 사상 사전》, 형설출판사, 2002, pp. 446~447/ Otfried Höffe, 임홍빈 외 역, 《윤리학 사전》, 도서출판 예경, 1998, pp. 101~103/ Aristoteles, 최명관 역, 《니코마코스 윤리 학》, 서광사, 1984/ Robert L. Arrington, 김성호 역, 《서양 윤리 학사》, 서광사, 2003/ K.H. Peschke, 김창훈 역, 《그리스도교 윤리학 제1권 : 基礎倫理神學》, 분도출판사, 1998/ 박선목, 《윤리학과 현대 사회》, 학지사, 1994/ Hans Rotter, 안명옥 역, 《윤리의 기초 : 윤리 신학적 해석에 대한 고찰》, 분도출판사, 1993/ W.S. Sahakian, 송휘칠 · 황경식 역, 《윤리학의 이 론과 역사》, 박영사, 1990/ 유봉준, 《基礎倫理神學》, 가톨릭출판사, 1978/ 박선목,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쾌락의 세 단계 이론>, 《한국 민족 문화》 9,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 1997, pp. 271~309/ 이상봉, <아리스토텔레스 윤리학에 있어서 쾌락>, 《哲學研究》 75(2000. 8), 대한철학회, pp. 101 ~128/ 전재원, <쾌락에 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논증>, 《哲學研究》 74(2000. 5), 대한철학회, pp. 133~151. [李 健〕
쾌락
快樂
〔라〕delectatio · 〔영〕pleas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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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