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닌, 아치볼드 조셉 (1896~1981)

Cronin, Archibald 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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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닌.

크로닌.

스코틀랜드 출신의 소설가. 의사. 영국의 대표적인 가톨릭 작가 중 한 사람.
〔생 애〕 크로닌은 아일랜드 출신의 엄격한 가톨릭 신자인 아버지와 프로테스탄트인 스코틀랜드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1896년 7월 19일 스코틀랜드 서부 덤바턴서(Dumbartonshire)의 카드로스(Cardross)에서 태어났다. 그는 가톨릭 교회에서 세례를 받고 비교적 평화롭고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으나, 일곱 살 되던 해에 부친이 사망하자 외가에서 살면서 종교적 편견이 심하였던 당시의 분위기로 인해 프로테스탄트의 아이들로부터 많은 놀림을 받았는데, 이는 그가 후에 작품에서 종교적 편협성을 극복하고자 추구하였던 노력의 근간이 되었다.
글래스고 대학에서 의학 공부를 하던 그는 제1차 세계대전(1914~1918)이 일어나자 해군에 지원하여 군의관으로 근무하였고, 대학을 졸업한 직후 웨일스 남부의 탄광촌에서 의사로 근무하며(1921~1924) 무지와 가난에 젖은 광부들에게 인도주의적인 봉사를 하였다. 웨일스 광산에서의 생활은 의사로서의 본격적인 경험과 함께 그의 신앙 형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하기 위해 해부학 연구와 과학적 훈련을 받으면서 심리적으로 종교와 멀어졌던 그는 다양한 사람들을 접하면서 새로운 정신 세계를 경험하였다. 학습이나 설교를 통해서가 아닌, 인간과 생활 자체와의 만남 속에서 체득한 신앙은 이후 그의 모든 작품 속에서 주요 소재로 등장하게 된다.
1926년 런던에서 내과 의사로 개업하여 명성을 얻었지만 과로로 십이지장 궤양에 걸려 치료를 위하여 스코틀랜드의 고원 지대로 요양을 떠나게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그가 문학으로 전향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습작으로 쓴 처녀작 《모자 장수의 성》(Hater's Castle, 1931)이 많은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21개 나라의 언어로 번역되었고 후에는 연극, 영화화되기까지 하였다.
작가로서 성공하고 물질적인 여유까지 얻게 된 크로닌은 바쁜 생활을 보내지만, 자신의 생활에서 삶의 무위(無爲)를 깨닫고 영국의 대표적 시인인 초서(G. Chaucer, 1342/1343?~1400)와 프랑스의 사상가인 몽테뉴(M. de Montaigne, 1533~1592) 등의 작품을 탐독하며 여행을 떠났다. 이 여행은 그에게 작가로서의 새로운 전기를 가져다주었고, 오랫동안 신앙에 대해 무관심하였던 그는 자신을 반성하며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 "우리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일을 하든 우리는 여전히 하느님의 아들이다. 하느님은 우리를 기다리고 계신다. 그리고 하느님을 인정하는 데에는 단 한마디 믿음의 말이면 되는 것이다."
이후의 작품들인 《성채》(The Citadel, 1937), 《섀넌의 길》(Shannon's Way, 1948), 《두 세계의 모험》Adventures inTwo Worlds, 1952) 등은 주로 의사 생활에서 얻은 경험담에 스코틀랜드 고유의 풍토와 스위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이국에서의 체험이 가미된 사랑과 모험과 신앙의 이야기들이다.
크로닌의 작품은 자전적 요소가 강하다. 자서전이라고 불릴 수 있는 《두 세계의 모험》뿐만 아니라 다른 소설에서도 대부분의 내용이 체험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그의 소설의 주된 요소는 종교적 감흥이다.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천국의 열쇠》(The Keys of the Kingdom, 1942)는 사제를 주인공으로 하여 가장 직접적으로 가톨릭의 신앙 세계를 다루었으며, 그의 모든 작품에는 가톨릭의 신앙적 정서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그러나 크로닌이 묘사한 신앙은 종교적 교리에 갇혀 있는 신앙이 아니라 진리와 사랑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인간이 종교의 외적 규정에 구속된다면 참신앙으로부터 멀어지게 된다고 주창하고 있다. 즉 국가나 인종, 종교나 사상, 종파가 다르다고 해서 서로 대립하는 것을 지양하고 인류가 오직 참사랑과 평화 속에서 만날 때에만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화합의 길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크로닌의 작품은 인류의 동포애를 주장하고 인간의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신앙인이 아닌 독자들에게도 깊은 감동과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대표작 《천국의 열쇠》는 1942년 7월에 출판된 이후 6개월 만에 60만 부가 팔렸으며, 그 후 10여 년간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을 정도로 유명하고 흥미로운 책이다. 이 소설에서 크로닌은 안셀모 밀리와 프랜시스 치셤이란 두 인물을 대비시켜 참된 성직자의 길을 보여 준다. 밀리는 외모와 말솜씨가 뛰어나고 요령이 좋아 윗사람의 신임을 독차지하여 출세 가도를 달리는 반면, 치셤은 완고하리만큼 강한 정의감과 양심적인 성격 때문에 많은 좌절을 맛보게 된다. 중국 선교에 나선 그는 천진에서 천 마일이나 떨어진 벽지에서 온갖 장벽들을 극복해 가며 성당과 진료소와 교육 시설들을 마련하지만, 그의 선교 사업은 고투의 세월로 점철된다. 그곳에 부임한 원장 수녀 베로니카는 매우 품격 있고 유능한 사람이었으나, 치셤 신부의 특유한 인품을 이해하지 못하여 많은 갈등을 겪게 된다. 페스트가 그 일대를 휩쓸자 치셤과 베로니카 수녀는 가히 초인적으로 전염병과 맞서 그 지역을 지켜낸다. 그러나 그의 고난은 계속되어 어렵사리 세운 성당 건물이 홍수로 송두리째 무너져 내리고 만다. 이때 해외 선교 현황을 둘러보려고 이곳에 온 밀리 신부는 그 상황을 이해하기보다는 조롱에 가까운 충고와 자기 과시만을 남기고 떠난다. 분노와 허탈감에 빠져 성당의 잔해 위에 말없이 주저앉은 그를, 베로니카 수녀는 독려하며 성당 재건을 위한 기금을 마련해 준다. 인내와 청빈과 용기 있는 삶으로 일관되게 지속되었던 치셤의 생애, 하느님과 이웃에게 끊임없이 베풀었던 그의 뜨거운 사랑이 이 책에 드러나 있다. 치셤은 성실하고 충성스러운 하느님의 사제였으나 교회라는 조직 속에서는 인정을 받지 못하고 이단시되었으며 외견상으로는 실패의 연속, 고난의 연속인, 출세의 계단을 요령 있게 밟던 밀리와는 대조적인 삶을 살았지만, 크로닌이 어떤 삶에 더욱 가치를 부여하는지는 명료하다.
남녀의 사랑을 기본 줄거리로 한 대표작으로는 《섀넌의 길》을 들 수 있는데, 이 작품의 두 주인공 역시 의사의 신분으로 등장한다. 진실하고 장래가 촉망되는 양심적인 의사 섀넌과 청순하면서도 지적인 미모의 의학도로오, 이 두 사람의 좌절과 갈등, 이별과 만남을 통해 진실한 사랑은 종교의 차원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며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그려내고 있다.
그 후로도 크로닌은 왕성한 문학 활동을 하면서 끊임없이 작품을 발표하였으며, 1954년에는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이스턴의 라파예트 대학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그는 스위스 서부의 몽트뢰(Monreux)에서 거주하다가 그곳에서 1981년 1월 6일 세상을 떠났다.
〔평 가〕 크로닌의 작품들은 한국에서도 많이 번역되어 널리 읽혔다. 그의 작품이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도 전세계의 독자들에게 널리 애독되고 있는 이유는, 인간에 대한 사랑의 정신과 철저한 윤리 의식, 진리를 탐구하는 정신이 작품의 기조를 이루기 때문일 것이다. (→ 가톨릭 문학, 영미의)
※ 참고문헌  Dale Salwak, A.J. Cronin : A Reference Guide, G.K. Hall, 1982/ 一, A.J. Cronin, Twayne's English Authors Series 398, Twayne Publisher, 1985/ Dictionary ofLiterary Biography, vol. 1, Gale Group, 1978. 〔張英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