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영]Femin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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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터베리 대성당에서 특별 예식을 행하는 영국 성공회의 여성 사제들.

캔터베리 대성당에서 특별 예식을 행하는 영국 성공회의 여성 사제들.

기존의 성별 관계를 불평등하다고 파악하고 사회 내 여성의 위치를 재정립하여 동등한 성(gender)으로서의 여성 성을 획득하려는 정치적 · 사회적 · 문화적 이념. 이용어에는 여성의 권리를 획득하기 위한 여성 평등권 운동과 단순한 사회적 평등 차원을 넘어, 여성을 위한 세상을 만들 목적으로 사회 변혁을 일으키려는 이념까지 포함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페미니즘은 '여성 해방 운동' 을 의미하며, 페미니즘이 행하는 모든 접근 방식에는 '여성' 이라는 성 때문에 부당하게 고통받고 있다는 믿음이 내재되어 있다. '여성론' , '여성 해방 운동' , '여성주의' 라고도 한다.

〔개 념〕 페미니즘은 여성 해방론적 담론이다. 여성 해방을 논함은 현존하는 사회 형태 안에서 남녀의 생물학적 구분이 사회적 차별로 이어져 양성(兩性) 평등이 실현되지 못하였다는 고찰에서 출발한다. 인간에게는 출생시 생물학적인 구분에 따라 남성 혹은 여성이라는 두 가지 성이 주어진다. 생물학적으로 여성으로 태어남과 사회적 맥락에서 여성으로 되어 감이 억압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러한 억압을 유도하는 질서와 인식 체계에 대한 집단적 거부를 페미니즘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즉 페미니즘은, 양성은 평등할 권리를 부여받고 태어난다는 믿음에 근거하고 있으며, 여성의 천부적 권리 회복을 목표로 조성된 담론이다. 페미니즘은 여성됨의 과정이 차별적 위계 질서에 의해서 지배 그룹의 존속을 위한 특정 방향으로 유도됨을 지적한다. 여성 해방 담론은 다양한 입장을 고수하며, 이들의 다양성은 각각 여성 억압의 근원과 해방의 전환점을 어디에서 찾느냐에 따라 변화한다.

〔역 사〕 여성 억압에 대한 사고는 중세 서구 사회에서 시작되었다. 13세기에 쓰여진 《장미 이야기》(Le Roman de la Rose)는 한 청년이 처녀에게 구애하는 과정을 꿈의 형식을 빌려 그린 작품이지만, 여성 억압의 다각적 근원을 설명한 최초의 문헌이다. 16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인 사상가인 몽테뉴(M. de Montaigne, 1533~1592)는 자신의 저서인 《수상록》(Essais, 1571~1580)에서 전반적인 사회 구조가 남성 위주로 이루어져 있음을 지적하고, 이러한 사회 형태 안에서 여성들이 불편함이나 반항적인 태도를 수용하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하였다. 17세기의 입법가이자 사제이며 철학자이자 작가로 다양한 분야에서 명성을 떨쳤던 프랑수아 풀랭 드 라 바르(Frangois Poulain de la Barre)는 《양성의 평등에 관하여》(De l'égalité des sexes, 1673)에서, 현존하는 사회 형태와 사회를 이끌어 가는 모든 법률이 남성들에 의해 남성 위주로 만들어져 있음에 대한 깨달음을 촉구하였다. 또 그는 인류의 지식이 남성들만의 자원으로 존재하여 자연스럽게 남성 우호적 지식의 형태로 발전하였으며, 그로 인해 여성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함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남성 사상가들의 지식을 빌려 형성된 여성 억압에 대한 인식은 여성 해방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오랜 기간 고발 형태로 남아 있었다. 여성 해방론을 사상의 기초로 한 여성들의 집단적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한것은 서구 사회의 사상이 근대 계몽주의로 전환되던 무렵이다. 18세기 근대 사회로의 전환으로 전제 왕정이 종식되고 문민 정부가 들어서면서 페미니즘의 사상적 기초가 집단적 여성 운동으로 이어지는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여성 운동의 영향으로 20세기에 들어와 여성의 참정권을 획득하고 노동 인구로서의 여성 수용이 확대되어 평등한 성 역할 수행에 대한 희망을 제시하게 되었다.

〔다양한 담론〕 자유주의 페미니즘 : 자유주의 사상은 서구 사회의 변환과 동일한 시대 및 맥락에서 생겨난 것이다. 즉 18세기 전제 군주 제도의 몰락과 함께 오랜 기간 유럽을 지배해 온 신본주의가 하락하고, 인간의 이성에 대한 믿음으로 서구 사회가 커다란 변혁을 경험할 때의 사상이다. 자유주의는 인간이 동등하게 취급되어야 하는 이유를 인간의 이성적 능력에 두었다. 그러나 이 시대의 대표적 사상가인 루소(J.-J. Rousseau, 1712~1778)는 《신(新) 엘로이즈》(La Nouvelle Héloise, 1761)를 통해, 여성은 천성적으로 감성의 수용을 선호한다고 주장하면서 이성(理性)을 남성의 전유물로 단정하고 자유주의의 범주에서 의도적으로 여성 배제를 시도하였다. 당시 남성 사상가들의 차별적 의견에 반발하여 영국의 울스턴크래프트(M. Wollstonecraft, 1759~1797)는 《여성의 권리 옹호》(A Vindication of the Rights of Woman, 1792)를 통해, 여성도 남성과 동등한 이성의 소유자로 태어나며 그로 인해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을 상기시켰다.

자유주의 페미니즘을 주장하였던 이들은 생물학적으로 결정된 성 역할과 그로 인한 여성의 예속을 거부하며 이성의 힘으로 여성이 남성과 동등해질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로 인해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후대에 여성들이 참정권을 획득하고 동등한 교육과 노동의 기회를 주장할 수 있는 사상의 배경이 되었다. 그러나 자유주의 페미니즘의 남녀 동등설은 성 차별을 폐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구성되었지만, 이 과정에서 성 차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수용하지 못하는 오류를 범하였다. 남녀가 동등한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서 동일한 특성을 수용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 주목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마르크스 페미니즘 : 이는 산업 혁명 이후의 19세기 서구 사회를 배경으로 형성된 여성 해방론이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인간의 권리가 타고난 자질에 있기보다는 인간 욕망의 발생과 권리 쟁취를 통한 실현에 있다고 보았다. 이들의 시각에서 출발한 페미니즘은 기존 질서에 대한 수정 욕구를 주요 원동력으로 삼고 있으며, 사회 재구성을 통한 여성의 권리 획득을 목표로 한다. 특히 19세기에 여성들이 노동 인구로 등장하여 사회의 여러 곳에서 경제적 재생산의 일익을 담당하면서 생겨났기에, 여성 지위의 결정적 전환점으로 노동과 수익의 분배 형태에 초점을 맞춘다. 이들은 특히 사유 재산 축적을 주목적으로 하는 부르주아 가족 형태를 비판의 핵심으로 삼는다. 엥겔스(F. Engels, 1820~1895)는 부르주아 가정에서 사유 재산 축적의 중심 인물인 남성이 가정의 합법적 통제자이며, 이로 인해 여성은 피부양자로 자리매김을 하게 된다고 하였다. 또한 가사 노동을 경제 재생산의 영역과 분리시킴으로써 수동적 의존자로 전락한 여성을 향해 더욱 강력한 억압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렇기에 마르크스 페미니즘을 주장하는 이들은, 여성 억압의 제거를 위해 사유 재산 축적을 철폐하고 그에 따른 부르주아 가족 형태의 해체를 주장하였다. 마르크스 페미니즘은 여성을 부르주아 가정의 안락 지대를 탈피하는 능동적 운명 개척자로 부각시켰다. 하지만 여성 해방의 전환점을 경제적인 영역에서만 찾으려는 지엽적 여성관을 고수함으로써 여성의 삶을 총체적인 국면에서 탐구하지 못한다.

사회주의 페미니즘 : 이는 자본주의의 출현과 그에 예속된 가족 형태를 여성 지위의 주 전환점으로 보는 마르크스 페미니즘과는 달리 주요 관심을 사회 · 정치 분야로 확대시킨다. 이들은 사회 체제가 자본주의 출현 이전부터 여성 억압적 기제로 작용해 왔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즉 사회주의 페미니즘은 기존의 가부장제가 자본주의의 출현으로 좀 더 강화되었을 뿐이라는 주장을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회주의 페미니즘은 단순한 부르주아 가족의 철폐보다 더욱 근본적인 의미에서의 가족 개혁에 관심의 초점을 맞춘다. 미철(J. Mitchell, 1940~ )은 여성의 노동 참여권이 전적으로 보장될 때 여성의 종속적 위치가 비로소 수정될 수 있으며, 이와 함께 성 역할에 대한 고정 관념의 노동 분화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관점은 여성의 산업 노동력과 가사 노동력을 대등한 위치에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의 인지도를 높이며, 이로인해 가사 노동에 대한 임금 지급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

사회주의 페미니즘은 가족의 자연 발생설을 거부하고 가족이 사회 · 경제 체제와 긴밀한 의존 관계로 연계되어 있다고 봄으로써 가정이 애정과 감정의 공동체라는 생각을 배격한다. 그러나 가족을 감정적 결속을 배제한 사회 · 경제 공동체로만 조명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과 의지에 관한 좀 더 심도 깊은 이해로 보충되어야 할 논리로 지적된다.

급진 페미니즘 : 급진 페미니즘은 여성 억압의 영역을 단순히 경제 · 사회 제도로 제한하지 않고 역사와 문화등의 다양한 요인으로 관심을 확장하며, 여성의 억압을 가능하게 하는 원인을 제공하는 많은 요소들의 직접적 철폐를 주장한다. 파이어스톤(S. Firestone)은 《성의 변증법》(The Dialectic of Sex, 1970)에서 젠더 관계를 불평등으로 유도하는 대표적 사회 문화 관습이 여성의 출산 기능이라고 지적하면서, 출산으로 여성을 유도하는 근본 요인으로 결혼 제도를 지목하였다.

급진 페미니즘은 성에 대한 고정 관념에서 비롯되는 차별적이며 지배적인 인식이 가부장제 문화의 출발을 가능토록 하였다는 입장을 지지하며, 성의 개념에 대한 전면적인 재구성을 토대로 한 사회만이 여성 해방을 가능하게 한다고 본다. 이들은 가부장제가 존속하는 본질적 요인을 분석함으로써 구체적 · 실질적으로 여성 해방의 기제를 마련할 수 있는 이론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결혼과 출산의 경험 등을 사회 제도의 영역에 국한시켜 분석함으로써, 인류가 오랜 기간 유지해 온 생의 주기를 인간의 다양한 감성과 연계시켜서 탐구하지 못하였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문화 페미니즘 : 문화 페미니즘은 여성 문화의 고유성과 그 가치 부각에 중요한 노력을 기울인다. 미국의 여성 운동 이론가인 길먼(C.A.P. Gilman, 1860~1935)은 소설 《그녀의 나라》(Herland, 1915)에서 여성 특유의 문화를 형성하고 자치적으로 살아가는 나라에 대해 서술하였다. 그녀는 이 작품에서 여성적 고유성으로 지칭되는 다양한 인격의 조화로운 공존과 위계 질서를 탈피한 상호적 인간 관계를 여성 특유의 문화로 부각시켰다. 한편 데일리(M. Daly, 1928~ )는 사회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방편으로 여성 문화의 확고한 구축과 전파를 제안하고, 대표작 《여성/생태학》(Gyn/Ecology, 1978)을 통해 여성 자아의 특성인 관계 지향성에 긍정적 가치를 부여하는 데 주력하였다. 또한 여성 문화의 독자성에 대한 인식을 여성 해방의 도구로 대두시키며, 여성이 수용하는 상징과 언어들이 가부장제를 전복시킬 수 있는 강력한 전환점이 될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문화 페미니스트들은 여성 문화적인 예술 · 시 창작 · 과학 · 의학 등이 큰 가치를 내포하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가부장제의 대안 문화로 여성적 문화 구축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문화 페미니즘은 여성적이라는 것 자체가 남성적인 것이라는 성에 대칭되는 함의어이며, 그로 인해 이미 예속되어 있는 사상과 기능임을 간과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포스트모던 페미니즘 : 이는 반가부장(反家父長), 항가부장(抗家父長) 등의 이론이 긍정적 여성성의 발견을 저해하며, 여성을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에 근본적으로 예속된 존재로 인식시키는 작업에 일조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이들은 여성 해방에 대한 이야기가 가부장제 이론에서 출발하는 것을 거부하며, 모든 현상과 사물이 가부장적 상징계에 의해 이름지워지기 이전의 상태로 회기할 수 있는 가능성에 집중한다. 식수스(H. Cixous, 1937~, 이리가레(L. Irigaray, 1932?~ ), 크리스테바(J. Kristeva, 1941~ )로 대표되는 프랑스 학파는 기존의 여권론이 여성의 억압을 지엽적으로 조명한다는 견해를 갖고, 복합적 현상의 단면 부각은 사고의 다원화를 거부하는 남성 우월적 사고와 다르지 않다고 지적하였다.

포스트모던 페미니즘은 페미니스트라는 단어 자체도 가부장적 남성 중심주의가 제공하는 인식 체계에 기생하는 언어 체계이며, '진실' 혹은 '현실' 등도 지배 계급의 이데올로기에 의해 인위적으로 조성된 관념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남성 우월적 인지 습관의 소멸과 그에 따른 가부장 상징계 이전으로의 회기는 여성적 글쓰기의 고유함을 탐구함으로써 가능하다는 점에 의견을 모은다.

포스트모던 페미니즘은 페미니즘의 다원화를 지향하는 그룹의 지지를 받는 한편, 가부장적 상징 체계를 거부하기 위해 그들만의 독자적 언어 체계를 수용함으로써 일반인의 이해를 어렵게 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정신 분석 페미니즘 : 정신 분석 페미니즘은 여성 해방이 가부장 제도를 고발하고 투쟁하는 것과 아울러 여성 자아의 자존적 해방이 중요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도 안에서의 여성 해방을 의식적인 차원에서 이룸과 동시에 자아의 통제를 벗어난 무의식적인 차원에서도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다. 다른 페미니즘들이 여성 해방의 진로를 개진하기 위해 전적으로 의식의 차원에 머물렀던 반면, 정신 분석 페미니즘은 인간의 무의식을 연구 대상으로 삼아 의식화되지 못한 상태로 남아 있던 여성 억압을 드러냈다는 것에 큰 의미를 갖는다.

정신 분석학에서 처음 여성이 논의된 것은 프로이트(S. Freud, 1856~1939)를 통해서였다. 그러나 프로이트의 이론에 이의를 제기하는 밀레트(K. Millett)와 함께 본격적인 정신 분석 페미니즘이 출발하였다. 정신 분석 페미니즘은 생물학적 결정론에 의거한 프로이트의 정신 분석학을 남성 우월적인 이론으로 간주하여 거부하며, 인간 심혼의 주요 구성 요소로 대상과의 관계에서 유기되는 제반 사항들을 꼽는다. 초도로우(N. Chodorow, 1944~ )의 대상 관계 이론은 이러한 입장을 전폭 수용하며, 사회적으로 구성된 남성 우월적 성 역할이 유아기부터 인간의 심혼에 지속적으로 주입된다는 논의를 전개하였다. 즉 정신 분석 페미니즘은 프로이트의 이론을 수정하며 여성 차별이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에 양가적으로 주입되어 지속적으로 재생산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들은 또한 여성의 자아 정체감이 생물학적 요소보다는 다양한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사항이라고 주장하여 모성을 둘러싼 여성의 관계론적 존재를 주요 탐구 대상으로 삼으며, 모녀 관계를 여성 자아 형성의 중추 요소로 부각시킨다. 정신 분석 페미니즘은 무의식의 연구를 통해 여성의 의식을 확장함으로써 여성에게 힘을 실어 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생태 페미니즘 : 에코 페미니즘(Eco Feminism)이라고도 불리는 이 페미니즘은, 남녀의 불평등한 관계는 인간이 자연에 대해 갖고 있는 지배 욕구와 유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고 믿는다. 환경 파괴의 주된 요인이 인간 중심의 사고 방식에 있는 것처럼, 여성 억압의 원인은 남성 중심적 사고에 있다는 것이 그들의 견해이다. 이러한 이유로 그리핀(S. Griffin)은 자연 파괴와 여성 억압이 유도되는 심리 체계의 근간은 가부장적 위계 질서와 차별적 가치관이라 하였다. 생태 페미니즘은 인간이 자연 위에 군림하기보다 자연을 존중하며 보호할 때 자신들의 안녕을 지켜낼 수 있다고 믿으며, 남성과 여성 또한 상호보완의 질서 속에서 공존 공생할 때 비로소 인류 문화를 성숙시킬 수 있는 긍정적 인간 자아를 수용할 수 있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 치유를 통해 남성과 여성 사이의 부당한 억압을 종식하려는 이들의 시도는 매우 실천 지향적인 태도와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평화 운동, 환경 운동, 동물 보호 운동 등을 적극 주도하고 있다.

생태 페미니즘은 여성 문제를 주변적으로 간주한다는 비판도 받고 있으나, 인간 생명의 생성과 그 조화로운 삶에 대한 근본적인 사색에서 출발하여 전 지구적 가치를 포용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또한 여성 고유의 가치로 지목받은 '돌봄의 윤리' 를 긍정적으로 부각시키고 실천적 차원에서 적극 수용할 수 있도록 인류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는 주장이다.

한국의 페미니즘 : 한국에서의 여성 해방은 남녀 차별의 이유와 갈등 해소에 초점을 맞추는 동시에 계급 · 민족 등의 사회 문제와 연대하여 개진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특수성으로 인해 한국의 페미니즘은 사회주의와 마르크스주의 경향이 짙게 배어 있다. 대학 내에서도 학문으로서의 여성학이 사회학과에서 출발하여 발전되는 현실만 보아도 한국 페미니즘의 특수성을 간파할 수 있다. 이는 서구의 페미니즘이 자유주의와 급진 사상을 토대로 발전되었던 사실과 구분되는 특성으로, 한국의 페미니즘이 식민지 시기와 국토의 분단 그리고 민주화 투쟁 속에서 제기되었던 것과 깊은 연관이 있다. 한국 페미니즘은 여성 억압을 다양한 사회적 억압의 일부로 간주하며, 이로 인해 사회의 체제적 모순과 여성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 해방이 사회적 차원에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사적인 영역에서 여성의 삶의 질도 향상되어야 한다는 심층적인 인식이 필요하다. 사회 체제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부장적 가족주의의 해체 등 선결되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국가적 · 개인적 두 영역에서 구상되고 실천되는 페미니즘만이 효율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사상의 기초가 되며, 진정한 의미의 여성 해방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여성운동과 더불어 학문으로서의 여성학과 그 방법 론을 사회학 이상으로 확장함으로써 한국 페미니즘의 한계를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전 망〕 20세기 페미니즘은 여성의 삶을 억압하는 기제로 작용하는 다양한 원인들을 규명하여 시정하는 작업에 전념하였다. 페미니즘을 통하여 가부장적 속박이 완화되었으며, 사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형태의 여성의 삶을 탐구함으로써 여성의 삶의 질이 향상되었다. 그러나 여성들이 경험하는 차별의 분야와 범위가 각기 다르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여성들의 공동체적 유대감보다는 차이에 대한 의식을 강조하였을 가능성을 간과할수 없다. 기존하는 페미니즘에 대한 유색 인종 여성들과 제3 세계 여성들의 반발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21세기의 페미니즘은 총체성을 수반한 다원주의로 발전해야 한다. 또한 여성의 특수성만을 강조하여 가부장의 억압에 대한 영원한 고발자로 남기보다는 여성성과 인간성의 상관 관계를 수정하여 조화로운 지구촌을 만드는 이데올로기로 성장함으로써 그 지평을 넓혀야 하는 과제를 안고있다. (⇦ 여성론 ; → 교회와 여성)

※ 참고문헌 M. de Montaigne, Essais, 1571/ J.-J. Rousseau, Emileou de l'Education, 1761/ M.Wollstonecraft, AVindication ofthe Rights of Woman, 17921 F. Engels, The Origine of The Family, Private Property and the State, New York International Publishers, 1972/ J.Mitchell, Women's Estate, New York, Pantheon Books, 1971/ A.Crittenden, The Price of Motherhood : Why the Most Important Job in the World is still the Least Valued, New Work, Metropolitan Books, 2001/ S. Firestone, The Dialectic ofSex, New York, Bantam Books, 1970/ C.A.P. Gilman, Herland, reprinted 1979 by Pantheon Books, New York, 1915/ M. Daly, Gyn/Ecology : The Metaethics of Fadical Feminism, Beacon Press, Boston · Mass, 1978/ H. Cixous, La Jeune Née, Union Généale d'Editions, 1975/ J. Kristeva, Women's Time in Feminist Theory, Keohane, N.O. et al eds., Harvest Press, Brighton, 1982/ L. Irigaray, Ce sexe qui n'en est pas un, Editions de Minuit, 1977/ S. Freud, Femininity, 1933/ K. Millett, Sexual Politics, Doubleday, 1970/ N. Chodorow, The Reproduction ofMothering : Psychoanalysis and the Sociology of Gender, University of California, 1978/ S. Griffin, Woman and Nature : The Roaring inside Her, Harper & Row, 1978/ 여성 한국사회연구소 편, 손승영, 《여성 연구의 경향과 과제 - 새로쓰는 여성과 한국 사회》, 사회문화연구소, 1999. 〔洪起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