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것이 인간에게 바람직하거나 혹은 값어치 있다고 평가될 때 쓰이는 개념. 가치관은 이러한 가치를 판단하거나 선택할 때 일관되게 작용하는 평가 기준과 그것을 정당화하는 근거 혹은 평가의 근본적 태도를 의미한다.
일반적인 평가이든, 사회적인 평가이든 추구할 만한 것, 선한 것, 인간을 풍요롭게 만들고 인간에게 유익하다고 인정되는 모두가 가치로 이해될 수 있다. 이러한 가치 평가에 의해서 가치는 사물 가치, 사회적 가치, 생명 가치, 정신적 가치, 심미적 가치, 예술적 가치, 경제적 가치, 윤리적 가치 또는 종교적 가치 등 다양한 가치 집단으로 분류되며, 인간은 이러한 모든 가치를 인정하고 갈구한다. 가치로 인식되고 이해되는 것은, 인간에게 의미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관심을 일깨우고, 인간으로 하여금 태도 표명을 요구하고, 사고와 행위에 영향을 미친다. 이와는 달리 무가치는 반감을 일으키고 위협적이며 손실을 야기하는 모든 것으로, 무가치에 대한 인간의 반응은 거부, 방어 등으로 나타난다. 이와 같이 인간은 가치를 인정하거나 무가치를 거부하면서 자신의 현 존재성의 기본 노선을 형성한다. 즉 가치는 인간에게 어떠한 형태로든지 긍정적인 의미를 지니며, 인간은 이 긍정적인 의미를 추구할 만한 것으로 파악한다. 인간이 철저하게 가치의 추구에 관심을 기울이면 기울일수록 가치에 사로잡히게 되는데 이것은 가치의 실현을 통해 인간이 자기의 존재를 풍요롭게 채우고 성숙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치란 인간에 의해 추구되고 선호되는 하나의 실재이다.
하나의 사물이 지니고 있는 가치는 그것이 얼마나 요청되고 추구되며 필요성을 어느 정도 총족시켜 주느냐에 따라서 좌우된다. 여기서 인간의 직접적인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가치를 향유 가치라 하고, 다른 목표를 추구하는 수단으로서의 가치를 유용 가치라 하며, 인간 실존의 최종적 · 포괄적 의미를 실현시켜 주는 가치를 윤리적 가치라 한다. 즉 윤리적 가치는 다른 가치의 실현에 기여하기보다는 오히려 그 자체로 추구되어야 할 가치이다.
〔가치와 존재의 관계〕 오로지 자연 과학을 통하여 탐구할 수 있는 경험 영역만이 실재한다고 여기는 실증주의 철학에 의하면, 가치는 존재와는 달리 이성이 아니라 감정에 따라 파악된다고 한다. 물론 가치가 존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가 하는 물음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존재를 깊이 그리고 넓게 파헤쳐 보면, 서로 별개의 영역이 아니라 존재 안에 가치가 자리잡고 있음이 드러난다. 그러므로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는 인간에 의해 도달될 수 있는 존재 내용 안에 기초하고 있다. 이 존재 내용이 인간의 현재 존재 구조를 암시한다. 인간은 현재의 태도로써 미래의 존재 내용에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더 많은 가치를 획득할 수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 볼 때 이성적인 존재 인식과 감정적인 가치 사이의 구별을 지나치게 강조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인간이 가치를 이성적으로 탐구하는가 아니면 개인적으로 체험하는가 하는 문제는 동일한 것이 아니다. 이성적 탐구는 오성의 활동을 통해, 가치 체험은 감정이 지배하는 직관을 통해 전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물론 가치가 체험의 대상이라고 해서 이성적인 인식을 전적으로 배제하지는 않는다. 이성은 체험을 통해 시작되는 인간의 활동을 발전시키며, 이성의 활동은 가치 체험을 밝혀 주고, 가치 체험은 존재의 구조를 향해 올바르게 나아가고, 그 결과 오류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
가치는 객관적으로 볼 때 일정한 상황 안에서 일정한 인간들에게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인간은 가치들에 대해 주관적으로 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다. 만일 인간들이 가치들에 대해 주관적으로 부여한 의미가 그것들이 지니고 있는 객관적인 의미와 일치한다면 올바르게 처신한다고 볼 수 있다. 이때 중요한 점은 존재의 여건과 존재의 관계를 적절하게 고려하는 것이다.
〔윤리적 가치〕 다양한 세계관은 인간의 현존재성의 의미와 목표를 다양하게 해석해 왔다. 예를 들어 인간 현존재의 의미를 주로 삶의 향유 또는 내재적인 미래 이상향에 따라 파악하는 해석이 있다. 이러한 입장은 윤리적 가치를 인간 현존재성의 실현에 둔다. 다양한 종교들은 인간 현존재의 마지막 목표를 세상으로부터 인간의 영혼을 단절시키는 데 있다고 한다. 이러한 경우 윤리적 가치에 대한 이해는 세계 도피 또는 세계 부정이라는 색채를 띠게 된다.
그리스도교의 신앙에 의하면, 인간 삶의 마지막 목표는 영원한 구원, 즉 하느님과의 일치에 있다. 이 영원한 구원이 바로 윤리의 완성이고 실현이다. 그러나 이 영원한 구원은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 부활을 통해 인간 삶의 역사 안에 이미 선취되어 있다. 이 선취는 인간이 재화 또는 가치를 절대화하지 않고 우상으로 숭배하지 않으며, 하나의 절대적 실재를 향해 살아가면서 세계를 상대화할 때 발생한다(믿음). 또한 이러한 선취는 자기 삶의 의미를 단순히 이 순간 안에서 찾지 않고, 오히려 미래의 완성을 향해 살아갈 때 발생한다(희망). 끝으로 이러한 선취는 삶의 의미를 자신이 기대하는 바의 성취를 통해서 발견하지 않고, 근본적으로 이웃에 대한 봉사와 하느님께 대한 응답을 통해 발견할 때 발생한다(사랑). 따라서 인간이 자신의 행위를 통해 이러한 태도를 실현시키는 곳에는 윤리적 선이 발생하며, 이러한 태도가 대립하는 곳에는 윤리적 악이 발생한다. 믿음이란 오로지 하느님의 계시에 대한 응답이어야 하고, 인간은 하느님의 사랑을 통해 사랑의 능력을 체험할 때 비로소 사랑할 수 있게 된다.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은 내재적으로 중재되어야 하기 때문에 윤리적 주체로서의 인간은 이웃의 증거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은 먼저 윤리적 선을 체험해야만 스스로 윤리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윤리적 가치의 실현은, 항상 은총의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이런 의미에서 하느님의 구원에 대한 응답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윤리적 가치는 단순히 하나의 요구 또는 규범의 준수만으로 실현되지는 않는다. 물론 윤리적 가치는 구체적인 행위 안에서 실현되기에 개인적인 삶과 사회적인 삶을 위해서는 일정한 규범이 필요하다. 규범의 준수는 이웃과 자신의 복리 때문에, 그리고 사랑 때문에 요구된다. 이러한 규범의 준수는 단순히 외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라, 윤리적인 기본 태도에 의해서 이루어질 때 비로소 윤리적 가치를 지니게 된다. 또한 윤리적 가치는 인간의 행위가 가져다주는 외적인 결과에 따라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선한 의도에서 윤리적 결단이 자유롭게 내려질 때 실현된다. 왜냐하면 윤리적 가치는 항상 인간의 자유가 행사되는 외적인 요인에 의해 더불어 규정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윤리적 가치는 단순히 내재성에 의해 제한받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사랑의 행위는 오로지 이웃에게 봉사하기 위한 의도로 행위하는 곳에서만 실현되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기 존재가 의미 있기 위해서는 윤리적 가치를 실현해야 할 절대적인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그러므로 윤리적 가치는 절대적인 당위라는 특성을 지닌다. 이러한 사실은 인간이 반드시 규정된 외적인 법률을 준수해야 됨을 의미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믿음, 희망, 그리고 사랑으로 살아가야 함을 의미한다. 믿음, 희망 그리고 사랑의 윤리적 기본 가치의 실현은 구체적인 삶 안에서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특히 정의, 자비, 신뢰 등과 같은 기본적인 덕목 안에서 드러나며,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생활의 다양한 덕목 안에서도 드러난다. 그러므로 이러한 구체적 덕목들을 윤리적인 기본 태도를 드러내는 한 윤리적 가치로 파악해야 한다. 그리스도교 시각에서 볼 때 이러한 구체적인 행위들은 독특한 방법으로 이해되고 생활화되어야 한다. 그런데 다른 신앙의 체계 또는 세계관은 인간 삶의 의미를 다르게 규정한다. 그 결과 윤리적 기본 가치에 대해서도 다르게 이해한다. 예를 들어 숙명주의, 세계 도피 그리고 삶의 향유를 절대화시키는 경향 등이다. 그러므로 하나의 신앙 체계의 세계관이 지니는 독특한 윤리를 선명하게 정의하는 것은 기본 가치에 대한 물음에로 귀착한다. 기본 가치에 대한 물음은 현대 사회의 다양한 세계관이 윤리 체계가 드러내는 다원주의를 고려할 때 불가피하며, 이러한 물음을 통해 서로 다른 입장을 이해하고 진지하게 수용할 수 있게 된다.
가치 인식은 이성적인 행위가 아니다. 물론 가치 대상에 대한 객관적인 특성을 인식한다는 뜻도 있지만, 가치에 대한 주관적인 욕구 또는 기대도 밀접하게 관련 있다. 윤리적 가치 인식에서 중요한 것은 인간 현존재성의 마지막 의미에 대한 일정한 태도의 표명이다. 그리고나서 이웃과 세계에 대해 이러한 의미를 어떤 태도로 적절하게 표명할는지 감지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윤리적 가치 인식이 인간 실존의 마지막 의미에 대한 일정한 견해를 전제하는 한, 이 인식은 신앙의 계기를 포함한다. 또한 윤리적 가치 인식이 현재의 상황과 다양한 행동 가능성을 인간 삶의 마지막 목표와 연결하는 한 이 인식 역시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경험적인 요소를 포함한다. 믿음과 사랑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전환하는 것은 개인이기보다는 오히려 공동체 - 이 공동체는 세계관과 정치적인 색채를 달리한다 에 의해 발생한다. 물론 공동체 안에서 개인의 양심이 형성된다.
긍정적 가치와 함께 부정적 가치 또는 무가치도 이해되어야 한다. 부정적 가치 또는 무가치는 윤리적인 악을 의미한다. 윤리적 악이란 단순히 자연 질서와 자아 실현의 위반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는 그리스도인이 하느님께 대한 사랑 안에서, 그리고 하느님과의 일치 안에서 찾고자 하는 삶의 의미를 부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도교가 아닌 다른 신앙의 입장에서는 악을 다르게 이해하며, 악과 죄의 극복도 신앙에 따라 다른 결과가 발생할 것이다.
일정한 가치를 지향하고 실현해야 한다는 윤리적 요구는 대부분 매우 추상적이고 현실 감각이 결여된 듯이 보인다. 행동에 동기를 부여하는 의미는 행위의 관계를 통해 파악되는 가치에 대한 견해를 지니고 있다. 인간은 생존을 위한 일정한 가치 욕구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어떤 무엇이 인간에게 가치 있는 것처럼 생각된다. 사고와 언어의 차원에서 인간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의식적으로 추구하고, 자신의 세계를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이때 가치 그 자체는 감정적인 태도 표명의 계기가 된다. 예를 들어 배고픈 상황에서는 한권의 책보다는 밥 한 그릇이 더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물론 감정에 따른 긍정은 이성적인 인식과 의지적인 추구로부터 분리되지 않는다. 인간은 개별적인 선을 우선시키거나 아니면 후퇴시키는 다양한 행위를 통해 가치 관념에 대한 위계 질서를 세운다.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는 항상 사회적인 가치와 밀접하게 관련있다. 왜냐하면 인간은 자신의 욕구를 충족할 때 타인과 대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는 나름대로 이미 인간의 욕구 충족을 규정하는 일정한 가치 관념을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은 개개인에게 계명과 금령의 형태를 띤 유효한 가치로 나타난다. 이로써 개인은 무엇을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기며, 무엇을 가치 없는 것으로 여겨야 하느냐 하는 문제에 대해 구별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사회가 규정하는 가치를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것은 윤리 인식 안에 있는 체험에 따르며, 개인의 가치 평가는 양심과 지향에 의해 결정된다. 개인적 · 사회적 가치는 일정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일정한 선에 대한 태도 표명을 의미한다. 셀러(M. Scheler, 1874~1928)는 "가치란 하나의 제도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고 한다. 이 제도 안에서 인간은 가치를 이상적인 방법을 통해 감정적으로 파악한다고 한다.
구체적이고 역사적인 가치가 절대적인 윤리 요구에 예속되어 있다면, 이 요구는 그 나름대로 일정한 역사적 태도 표명을 불러일으킨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마다 그리고 시대마다 상대주의의 위험에 빠지지 않고서도 상이한 가치 관념을 형성한다.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사회는 개인과 단체 그리고 세계관이 각기 고유하게 지니고 있는 다양한 가치 관념을 존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확신한다. 사회 안에서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살기 위해서는 어떤 가치가 인간의 삶을 위해 필요한가라는 문제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자유와 사회성은 서로가 서로를 조건 지우기 때문이다.
가치 개념에는 가치에 대한 개인과 사회의 긍정적 또는 부정적 체험이 압축되어 있다. 즉 그 나름의 가치 진술이 사회적으로 그리고 개별적으로 작용하는 확실성을 제공한다. 윤리적 가치는 윤리적 행위의 동기와 목표로서, 규범적인 당위의 특성을 소유하지만 그 자체로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제시하는 윤리 규범은 아니다. 그러나 항상 윤리 규범의 실천을 지향한다.
〔최근의 연구〕 최근에는 존재의 특성과 가치의 인식에 대한 물음, 특히 윤리적 가치에 대한 물음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관심사들은 동일한 방법으로 분석되거나 묘사되지 않기 때문에 학문 이론적인 출발점에 따라 상이한 이론적 경향을 띠고 있다. 예를 들어 가치 현상학은 가치의 세계가 선험적으로 선재하며, 이 가치 세계는 이성적인 인식을 통해서가 아니라, 독특한 직관 즉 가치의 느낌을 통해서 의식된다고 한다. 이로써 가치 현상학은 다른 철학적인 노선(직관주의, 주정주의)과 마찬가지로 롯체(R.H. Lotze, 1817~1881)의 주장을 추종하고 있다. 롯체에 의하면 가치란 '존재' 하지 않고 그 대신 독특한 방법으로 '체험' 된다고 한다. 주로 언어 분석을 시도하는 메타 윤리학(Metaethic)은 가치의 인식 이론적인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 가능성의 문제에 몰두하고 있다. 즉 존재와 당위 사이에 관계를 연계시킬 수 있는 가능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 참고문헌 J.B. Lotz, Wert, 《LThK》 10/ L.R. Ward, 《NCE》 14/ H. Van Oyen, Wertethik, 《RGG》/ I.T. Ramsey, Werturteil, 《RGG》 6/ K. Hörmann, Wert und Wertethik, 《LCM》. 〔安明玉〕
가치
價值
[라]valor · [영]va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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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가장 큰 문제는 인간에 대한 가치를 상실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캄보디아의 죄수 사형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