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平日〔라〕feria〔영〕week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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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축일이나 축일, 기념일이 아닌 날. 한 주간 중 주일을 제외한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를 총칭하는 용어.
〔어원과 의미〕전례력에서 평일을 가리키는 라틴어 '페리아' (feria)는 '축제적이다' 라는 의미이다. 즉 공휴일이나 휴일 중의 어느 한 날을 의미하는데, 본래는 축일로 봉헌하지 않는 날' 을 의미하였다. 교회의 전례적 표현으로 사용되는 이 말은 오늘날 주간의 평일들을 가리킨다.
초대 교회의 그리스도인들은 유대인의 방식에 따라 주간의 각 날을 서수(序數)로 표시하였다. 하지만 로마 제국의 일부 지방은 태양계 각 혹성의 수호신들의 이름으로 주간의 각 날을 불렀다. 그리스도인들은 이 이름들을 사용하는 것을 꺼려하여, 그리스도교 라틴 문학의 시초부터 서수와 함께 '페리아' 란 단어를 붙여 주간의 각 날을 가리키게 되었다. 주일은 '주님의 날' 〔主日〕이라는 의미의 '도미니카' (Dominica)라고 불리지만 첫째 '페리아' 이고, 월요일은 둘째 '페리아' 이다. 이런 형식으로 금요일까지 여섯째 '페리아' 라고 이름 붙였다. 반면 토요일은 옛 이름인 '안식일' (sabbatum)이라는 본래의 이름으로 불렸다. 5~6세기의 교부들은 이교인들의 주간 평일에 대한 호칭을 그리스도교적으로 바꾸려고 하였지만 허사였다. 결국 이교도의 호칭이 일반 민중들에 의해 계속 사용되었고, '페리아' 라는 용어는 전례 용어로만 남게 되었다. 그래서 대축일, 축일, 의무 기념일 등으로 표기되지 않은 전례력의 모든 평일들을 아직도 '페리아' 라고 부르는 것이다.
반면 우리말에서 '평일' 은 주일의 특별함과 구별된다는 의미에서 주간의 평범한 날들을 지칭하는 뜻으로 사용된다. 물론 주간의 평일이라도 대축일, 축일, 의무 기념일은 평일로 취급하지 않는다. 하지만 주간 주기의 개념이 서구 문물에서 도입된 것이므로 요일의 이름들을 우리말로 그대로 옮겨 사용하고 있다. '주일' (週日)이라는 표현은 '주간의 첫째 날' 또는 '주간의 날 중의 날' 이라는 뜻이지만, 교회에서는 '주님의 날' 이라는 뜻으로 '주일' (主日)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평일의 전례적 위치〕 100년경 쓰여진 《디다케》는 수요일과 금요일에 단식하라고 전하며(8장), 헤르마스의 《목자》, 알렉산드리아의 글레멘스(Clemens Alexandrinus, 150?~215?), 테르툴리아노(Q.S.F. Tertullianus, 155?~230/240?)는 이날들을 참회 성격의 단식과 기도하는 날(sta-tio)이라고 하였다. 초대 교회의 그리스도인들은 모두 수요일과 금요일의 단식 관행을 지켰고, 로마 교회는 여기에 토요일을 덧붙였다. 그러나 6~10세기에 서방에서는 이러한 관행이 약해져 수요일 단식은 금육으로 축소되었고, 이어 금육마저 사라졌다. 금요일의 단식도 마찬가지였다. 단지 사계(四季)의 수요일, 금요일, 토요일이 제2차 세계대전(1939~1945) 때까지 관행으로 남아 있었을 뿐이다.
5세기 중엽 알렉산드리아에서 수요일과 금요일에 거행되던 기도 모임은 성찬례를 거행하지 않았다. 이러한 관행을 증언하는 역사가 소크라테스(Sokrates Scholasti-cus, 380?~450?)는 오리제네스(Origenes, 185~253)가 수요일과 금요일의 모임을 위해 많은 주해를 만들었다고 하였다(Historia Ecclesiastica, 5, 22). 교황 레오 1세(440~461) 시대의 로마 교회 역시 '제4일' (수요일)과 '제6일' (금요일)에 무전례 모임을 인정하고 있었다. 반면 아프리카 교회, 예루살렘 교회 및 가빠도기아 교회는 이날에 성찬례를 지냈다. 6세기 이후 수요일과 금요일에 미사를 봉헌하는 관행은 서방 교회에 퍼졌고, 이 두 평일 미사를 위한 독서와 복음이 독서집에 수록되었다. 교회가 수요일과 금요일을 특별히 기념한 이유를 살라미스의 에피파니오(Epiphanius Salaminius, 310/320-402/403)는 자신이 저술한 책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수요일과 금요일은 9시(현 오후 3시)까지 단식하며 지내는데, 그 이유는 수요일이 시작되었을 때 주님이 붙들리셨고, 금요일에는 십자가에 달리셨기 때문이다"(De Fide 22).
반면 토요일은 유대교의 안식일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기에, 유대교화되는 것을 염려한 교회는 그 어떠한 종교행사도 이날 거행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로마 교회와 알렉산드리아 교회 및 다른 교회들은 부활 전 단식에 대한 기념을 매주간에 한다는 의미로 토요일을 단식일로 지냈다. 하지만 동방에서는 주일의 영향으로 토요일은 축제의 날이 되었다. 즉 사순 시기의 토요일은 주일과 비슷하게 되어, 이날에 단식을 하지 않고 성찬례를 거행하였다. 그러나 다른 평일에는 성찬례를 거행하지 않았다. 10세기 이후 토요일에 동정 마리아를 공경하는 관행이 서방교회에 널리 퍼졌다. 알쿠이노(Alcuinus, 732/735?~804)가 만든 《성사집》(Liber Sacramentorum)에 토요일 성모 신심 미사가 수록되었으며, 이는 12세기에 로마의 미사 경본에도 수록되었다. 그리고 1570년 발간된《교황 비오 5세 로마 미사 경본》에도 수록되었다.
교회의 전례력에서 날들의 구별은 축제일의 성격과 크기에 따라 구별된다. 즉 전례일의 등급에 따라 대축일, 축일, 기념일 등으로 구별된다. 평일은 이들처럼 특별한날들에 해당되지 않는 '평범한 날' 이라는 의미에서 평일이란 이름을 사용한다. 따라서 축제일의 우선 순위에서 평일의 위치는 다른 축일들에 비해 뒤편에 속한다. 결국 평일은 모든 대축일과 축일보다 우선하지 못한다. 하지만 일부 시기의 평일은 연중의 평일과 다른 위치에 속한다. 12월 17~24일까지의 대림 시기 평일과 사순 시기 평일은 축일 맨 끝에 위치하지만, 의무 기념일과 선택 기념일보다 우선한다. 이날들에는 본당 주임 또는 집전 사제의 판단으로 봉헌되는 기원 미사와 신심 미사, 보통 위령 미사를 봉헌할 수 없다. 또한 우선 순위에서 항상 맨끝에 위치하는 평일에는 12월 16일까지의 대림 시기의 평일, 1월 2일 이후의 성탄 시기 평일, 부활 시기 평일, 연중 평일이 있다. 이날들 중 연중 평일을 제외한 다른 평일에는 교우들의 신심을 위하여 집전 사제가 선택한 신심 미사와 기원 미사 및 보통 위령 미사를 봉헌할 수 없다. 그러나 연중 평일에는 모든 기원 미사와 신심 미사를 거행할 수 있다(전례력 지침 59항). (↔주일 ; → 사계)
※ 참고문헌  Dom Robert Le Gall, Dizionario di Liturgia, Edittrice LDC, 1994, p. 95/ 손상오, <축제의 현상과 전례적 의미>, 《현대 가톨릭 사상》 15호(1996. 가을), 대구 가톨릭대학교 가톨릭사상연구소, pp. 101~130/ I.H. 달매 · P. 쥬넬, 김인영 역, 《전례 주년》, 가톨릭대학교 출판부, 1996. 〔羅基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