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모더니즘

[영]postmodern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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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더니즘 형식을 보여 주는 성당 건축(과천 성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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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더니즘 형식을 보여 주는 성당 건축(과천 성당) .


이성의 자율성을 무시하면서 등장한 이념으로 건축과 문학, 철학과 종교, 정치, 경제, 사회 등의 영역과 관련되어 전개된 사상. 〔유래와 의미〕 어원적으로 보면 포스트모더니즘은 후기 (後期) 또는 탈 (脫)을 뜻하는 접두사 '포스트' (post)를 '근대 사상' (modermism)에 붙인 말이다. 그러므로 '포스트모던' (postmodern)은 글자 그대로 모던(modem), 즉 근대와 관련된 말이다. 근대가 대략 16세기 이후 과학 기술과 계몽주의에 근거한 이성적인 삶의 양식이 지배하던 시대를 말한다면, '포스트모던' 이란 과학과 이성으로 특징지어진 근대를 떠나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음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포스트모던' 은 '후(後)근대' 또는 '탈(脫)근대' 로 번역되기도 한다. 그래서 포스트모더니즘은 근대에 대한 비판과 이탈을 시도하는 운동이라고 해석되기도 하지만, 근대와 완전히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근대와의 연속성을 고려하기도 한다. 따라서 포스트모더니즘을 적절한 우리 말로 번역하기 어려워 외래어가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개 념〕 포스트모더니즘의 개념과 본질은 정확하게 규정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포스트모더니즘은 그 자체로 상대성과 다원성 그리고 비결정성을 기본 원칙으로 받아들이며, 따라서 고정된 어떤 개념으로 정의되기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처음에는 주로 건축과 문학 등 예술 분야에서 사용되다가 후에 철학과 종교에까지 사용되었다. 이 용어는 20세기 후반의 세계와 인간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사고 방식으로 좁게는 문학과 조형 예술 분야에서, 넓게는 인간 정신의 모든 산물에 걸쳐 편재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을 논하는 사람들에게서는 '공통적 참조를 찾는 것' 이 곤란할 정도로 견해의 차이가 심하다. 하산(Ihab Hassan)은 "포스트모더니즘은 근본적으로 형식 파괴적이며, 문화적 무질서의 상태" 라고 주장하였으며, 리오타르(J.F.F. Lyotard)는 포스트모던이 "모든 것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허무주의(nihilism), 무정부주의(anarchism) , 다원주의의 논쟁 이후 완화의 시대" 라고 주장하였다. 그래서 근대주의의 일부로 분류되기도 하고, 근대주의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것으로 주장되기도 한다. 또한 근대의 철학과 문화에 대한 극단적 비판 운동, 예컨대 해체주의(deconstructionism)를 지칭하기도 하며, 프랑스에서는 후기 구조주의라는 급진적 사상과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리고 20세기 중반 이후에 나타나는 서구 문화 전반의 변화 추세에 대한 폭넓은 지시어로 사용되기도 한다. 따라서 포스트모더니즘의 개념은 그 의미의 다의성으로 말미암아 매우 모호하며 그것을 논하는 자들이 사상과 문화의 공통적 토대를 부정하고 있기 때문에 포스트모더니즘의 개념 규정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서양 근대 사상의 위기와 포스트모더니즘의 대두〕 서양의 전근대는 신화나 계시에 기초한 신앙을 토대로 이루어진 문화였으며, 여기에는 고대와 중세가 포함된다. 전근대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요약해 볼 수 있다. 첫째, 초월적 세계가 존재함을 믿는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존재가 초월적 실재에 의존하면서, 이를 세계의 근원이요토대라고 믿는다. 이러한 믿음은 창조주 하느님에 대한 신앙뿐만 아니라 세계 자체를 신성시하고 외경심을 가진다. 둘째, 세계를 조화와 체계의 세계라고 믿는다. 세계에는 원리, 이성, 로고스, 자연법 등에 의한 초인간적 질서가 있으며 인간은 이 질서에 따라 살게 되어 있음을, 그리고 절대적 가치가 있음을 믿는다. 이러한 전근대의 특징은 서양뿐만 아니라 동양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며, 전통 사상의 근간을 이룬다. 그러나 근대는 세계를 신성한 유기체가 아닌 하나의 메커니즘으로 보기 시작하였고, 이성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과학을 문화의 토대로 삼았다. 근대 사상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요약해 볼 수 있다. 서양 근대 사상(모더니즘)은 이성이 진리와 지식의 안정된 기초를 발견하고 이를 기반으로 철학과 문화가 세워진다는 이성주의적 토대 위에 근거하는 체계이며, 과학과 기술의 확실성을 철학적 인식을 통해서 확립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른바 데카르트(R. Descartes, 1596~1650)의 이성주의적 인식론과 베이컨(F. Bacon, 1561~1626) 로크(J. Locke, 1632~1704) 등의 경험주의적 인식론은 근대화, 즉 산업화를 촉진시켰다. 모더니즘은 계몽주의에 이르러 절정에 달하였는데, 계몽주의는 유물론적인 과학적 자연주의 및 실증주의와 공리주의를 지향하면서 철저한 합리주의를 낳았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에 대하여 근대에서도 전근대 사상(premodermism)을 고수하려는 철학자들은 비판적이었으며, 특히 예술가들은 고전주의와 낭만주의의 기치를 내세우고 강력히 반발하였다. 철학이 자연 과학의 방법론적도구와 수단으로 전락하였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수학적 논리에 반대하는 비합리주의(irrationalism)가 등장하였다. 특히 20세기에 들어 양차 세계대전의 충격은 문명의 파괴를 직접 몰고 왔고, 사람들로 하여금 문명의 위기를 절감하게 만들었다. 세계대전의 비극은 이성의 자율성에 대한 환멸, 이념 분쟁, 정치 · 문화 · 사회의 혼란을 증폭시켰다. 그 결과 과학의 한계와 근대 산업화의 부작용을 인식하게 되었고 인간 소외, 자원 고갈, 환경 위기에 이어 종내에는 도덕의 쇠퇴를 초래하였다. 특히 예술 분야에서 이성주의를 비판하는 자들이 선봉에 나서 이른바 낭만주의, 역사주의, 아방가르드(avant-grde, 전위 예술), 데카당스(décadence), 허무주의, 실존주의 등이 쏟아져 나왔다. 근대 문화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이성의 자율성을 불신하면서 등장한 것이 포스트모더니즘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절대적인 권위와 근거를 가진 그 무엇도 더이상 용인하지 않으려고 하며, 따라서 절대적 진리란 없다고 주장한다. 포스트모더니즘 논의의 핵심은 기존 문화의 토대를 비판하고 해체를 주장하는 것이다. 〔내 용〕 정보화 : 리오타르는 "포스트모던이란 말은 19세기 말부터 과학, 문학 및 예술의 게임 규칙에 영향을 끼친 변형들 이후의 문화 상태"라고 규정하고, 포스트 모더니즘을 정보화 사회의 상황과 연관시켜 설명하였다. 정보화는 포스트모던 사회의 대표적 특징이다. 정보화는 사회의 토대 역할을 하여 온 지식의 체계와는 다르다. 정보는 단편적이고 유연하며, 그것의 활용은 주관적이고 근대의 핵심적 특징인 객관적 지식의 체계를 깨뜨려 삶을 다원화하려고 한다. 컴퓨터를 비롯한 전자 통신 기술은 가상 현실(virtual reality)의 지평, 즉 사이버 스페이스(cyber space)를 펼쳐 놓고 있다. 이 지평의 확대는 기존 세계관의 틀, 즉 근대의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파괴한다. 즉 이것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세계가 아닌 디지털 정보와 컴퓨터 조작에 의해서 형성되는 인위적 지평으로 공통된 세계의 상실을 초래하였다. 자연과 자연 환경 : 포스트모더니즘은 자연과 자연 환경에 대한 의식에서 근대와는 다른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생태학적 위기 의식에 의해 촉발되었다. 무분별한 개발, 자원 남용, 환경 파괴와 오염이 삶을 근본적으로 위협하고 있다는 점을 사람들로 하여금 깨닫게 하고 자연 환경 보존을 의식하게 만들었으며, 자연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인류의 미래가 어둡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다시 말해 이것은 근본적으로 근대 과학주의 세계관의 변화를 촉구하게 하였으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과학 : 포스트모더니즘은 과학도 통일적이지 않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쿤(T.S. Kuhn, 1922~1996)의 패러다임이론에 의하면, 과학의 기초는 사회적이며 상대적인 것이다. 프리고진(I. Prigogine), 파이어아벤트(P. Feyerabend) 등도 근대 과학 이론의 토대를 부정하고 실재가 고정 불변이라는 인식을 배격하였으며, 세계는 언어에 의해 조성되었고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언어만큼 많은 수의 세계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신과학 운동을 제창하였다. 다원주의와 성 : 포스트모더니즘은 다원주의와 성(性) 정치 운동을 부추긴다. 서구 문명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동양 사상에 대한 호기심이 커지면서 포스트모더니즘은 다원주의를 옹호하며 종교에 상대주의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다원주의는 믿음의 정형을 인정하지 않으며 어떠한 중심 이념도 거부한다. 남녀 관계 및 고급 문화와 대중문화의 관계는 예속 관계 또는 수직적인 관계로 볼 것이 아니라 단지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포스트모더니즘은 동성애를 적극 옹호하며, 동성애가 비정상이거나 변태적인 행위가 아니라 성적 기호의 차이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중요한 인물인 푸코(M. Foucault, 1926~1984)는 동성애자가 비정상이라고 여겨지게 된 것은, 그가 변태 성욕자나 정신병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자본주의가 필요로 하는 노동력의 재생산과 출산을 전제로 하는 가족 제도와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였다. 이것은 성 정치 운동으로 번졌으며, 이러한 동성애자들의 주장은 여러 나라에서 인정되고 있는 추세이다. 최근 동성애가 영화와 만화의 흔한 주제가 되고 있는 것은 포스트모더니즘에 입각한 것이다. 페미니즘(Feminism)도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으로 더욱 과격해지고 있다. 초기 페미니즘은 주로 여성의 지위와 가정 내의 역할 분담 같은 문제에 관심을 가졌고, 이것은 남성들에게까지 공감을 얻어냈다. 그러나 오늘날 페미니즘 운동은 남성 중심사회의 해체를 주장하며, 심지어 결혼과 가정제도가 임의적이고 억압적이며 남성의 여성 정복이 제국주의의 전형적인 형태라고 강조하면서 가정 제도의 해체를 주장하기도 한다. 대중 문화 : 포스트모던 사회의 특징은 권위와 체계가 붕괴된 대중 사회이다. 문화 평가의 기준이 다원화되면서 고급 문화와 대중 문화의 구분이 사라지고 반(反)엘리트적인 대중 문화가 상업주의의 책략으로 부상하였다. 내 감각대로, 내 개성대로, 내 중심으로 움직이는' 신세대가 대중 문화의 주역이자 소비자이다. 이 신세대는 영상 세대라고도 불릴 정도로 영상 매체에 의한 감성에 호소하는 광고를 탐닉한다. 포스트모던 문화는 영상이 주도한다. 영상 문화의 주체는 텔레비전, 영화, 비디오와 멀티미디어이며, 컴퓨터와 인터넷을 통한 공간도 영상을 통해 구성된다. 영상은 허상이지만 시각적으로 뛰어난 사실성 때문에 인쇄 매체보다 호소력이 더 강하며, 대중 매체로서 통신, 오락, 교육, 산업, 군사에 이르기까지 현대 사회와 문화를 지배하고 있다. 이 영상은 제작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자본가에 의해 농단(壟斷)되기 쉽고, 반지성주의적이다. 영상 문화는 짧은 시간 내에 이루어지므로 주제를 깊이 다루지 못하며, 따라서 본래적 가치나 인격의 개념을 반영하기보다는 시선을 끌거나 호기심을 자아내고 충격적인 것을 다루는 것을 선호하고 시장 메커니즘의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청소년이 즐기는 비디오 게임과 인터넷 및 애니메이션에서는 음란과 폭력의 묘사가 난무한다. 영화나 연극도 일반적인 서술 구조를 고의적으로 무시하고 보편적 감정이나 도덕 관념이 결여된 세계관을 투영한다. 포스트모던 영상 문화는 허구성을 극대화하며, 즉흥적이고 임의적이고 우연을 남발한다. 예컨대 디스토피아 · 평크 · 심령 · 메타 영화 등이 이에 속한다. 음악 · 건축 · 문학 · 연극 : 포스트모던 예술의 특징은 혼합적이며 장르를 탈피하려고 시도한다는 것이다. 포스트모던 음악에서는 기존의 틀을 깨는 팝페라, 록 음악과 같은 퓨전 음악이 성행한다. 또한 광고는 선전의 내용을 쉽게 알 수 없도록 어리둥절하게 만들며 예술과 비예술이 뒤섞여 있다. 건축은 질서와 조화와 균형을 무시하는 혼합주의 성향을 띤다. 예컨대 '쇼핑몰' 과 '테마 공원' 은 포스트모더니즘 건축의 전형이다. 거기에는 시대가 불분명한 신구문화가 혼합되어 있고 폭포와 정원이 있으며, 골조 빔이나 통풍 기구가 을씨년스럽게 밖으로 드러나 있고 오락과 소비가 중심이 되어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가장 대표적인 해체(deconstucion)가 바로 이러한 건축에서 나타나고 있다. 1960년대 이후 본격화된 포스트모던 문학도 근대적 사실주의와 합리주의 세계관의 붕괴로 묘사되며 실재와 허구를 구분하지 않는다. 사실(fact)과 허구(fiction)를 합친 팩션(faction) 또는 픽츄얼(fictual)한 세계를 서술한다. 예컨대 비합리적인 탐정 소설 또는 공상 과학 소설이 이에 해당하며, 포스트모던 문학에서는 소설과 수기 또는 자서전이 혼합되기도 하고, 문화 인류학, 역사학, 철학, 심리학이 소설과 결합하기도 하며, 콜라주(collage), 몽타주(montage), 알레고리(allegory)를 기법으로 사용하는 문학적 비평이 유행하고, 시가 산문화되거나 소설이 운문화하는 등 탈장르화를 시도한다.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의 철학 교수인 에코(U. Echo, 1932~ )의 소설 <장미의 이름》(II nome della rosa, 1980)은 포스트모던 문학의 다양한 기법들이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베케트(S. Beckett, 1906~1989)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En attendant Godot, 1952)는 무대 장치나 등장 인물, 이야기 전개가 전통적인 연극과는 판이한 파격적인 부조리극으로 포스트모던적 성향이 잘 드러난다. 요컨대 현실과 허구가 구분되지 않는 혼동 및 이성적 사유와 삶에 대한 비판과 탈피는 포스트모던 연극에도 중요한 과제이다. 신과학 및 신종교 : 자연 과학의 실험이 이론적 가정을 궁극적으로 입증할 수 없다는 소위 '뒤하임-콰인 논제' (Duheim-Quine thesis)가 제기된 후, 과학의 권위가 흔들리는 틈을 타고 오컬티즘(occultism) 신지학(神智學, theosophy), 초월 명상, 심령술, 신비 체험 등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고, 미확인 비행 물체(UFO) 연구와 같은 신과학 운동이 번지기 시작하였다. 또한 서구 기술 문명에 대한 비판과 아울러 동양 종교에 대한 호기심이 커지면서 기공(氣功) 수련 등이 유행하고, 동서양의 종교와 사상의 혼합이 고무되면서 소위 신종교인 뉴 에이지(NewAge) 운동이 생겨났는데, 이 운동도 포스트모더니즘의 산물이다. 〔철학과의 관계〕 포스트모던 문화 운동은 난삽한 철학적 논의를 통해 정당화되고 심화되어 왔다. 이 논의들은합리적인 근대 철학에 대한 비판에서 비롯되었다. 포스트모던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구조주의, 의미론, 기호학, 포스트 구조주의를 이해해야 한다. 구조주의(constuctionisme)는 모든 현상의 표면 뒤에는 심층 구조가 깃들어 있다고 보고, 이를 발견하고 체계화하는 방법을 모색하여 개체 간의 상호 관계를 파악하려고 한다. 구조주의는 개인의 행위와 생각이 결국 사회 제도 같은 심층적 의미 체계에 의해 결정된다고 간주하는데, 인본주의적인 실존주의에 대한 반작용으로 일어났다고 할 수 있다. 소쉬르(F. de Saussure, 1857~1913)는 가능적 체계로서의 언어(langue)와 실제 사용하는 말(parole)을 구분하고, 말의 의미는 언어의 규칙을 따라 정해진다고 주장하였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의미는 단어나 문장 내부에서가 아니라 다른 단어나 문장과의 차이에서 확정된다. 그가 말하는 기호학(sémiologie)의 핵심은 언어가 외부의 사실이나 본질을 지시하는 체계가 아님을 주장하는데 있다. 간단히 말해서 언어는 기표(記表, signifiant)와 기의(記意, signifié)로 구성된 임의적 관습에 불과한 것이다. "언어는 형식일 뿐, 실체가 아니다." 따라서 언어는 고정 불변한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다. 언어의 의미도, 지식과 진리도 단지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관습의 산물이며 임의적이라는 것이다. 언어가 사물의 본질을 드러낸다는 전통적 진리관에 반대하는 소쉬르의 주장은 모든 진리가 사회적 담론의 결과라는 포스트모더니즘에 논거를 제시하였다. 그러므로 포스트모더니즘은 구조주의의 영향으로 언어가 인간에게 주어진 신적(神的) 능력이라는 생각을 부정하며, 말과 단어 자체에 본질과 의미가 담겨 있다고 믿는 전통적 형이상학적 사고를 배격한다. 구조주의는 근대 철학의 기본 가정을 뒤흔드는 새로운 사고 형태를 보여 준다. 구조주의를 레비 스트로스(C. Lévi-Straus, 1908~1991)는 인류학의 유형론 분석에, 알튀세르(L. Althusser, 1918~1990)는 정치 이데올로기 분석에, 촘스키(N. Chomsky, 1928~ )는 언어학 연구에, 피아제(J. Piaget, 1896~1980)는 인간의 논리 구조를 분석하여 발달 심리학의 기초에 적용하였다. 그들은 구조주의를 다양한 기호 체계에 숨겨진 의미를 밝혀내는 분석 도구로 활용하며, 표면적 구조만을 이해해서는 사회 · 문화 현상의 의미를 알 수 없고 표면적 현상 밑에 있는 심층 구조를 찾아내야 하는데 이것은 매우 단순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구조주의는 대체로 유물론적이며 결정론을 전제로 한다. 문화 현상의 심층에 있는 구조가 표층 구조를 결정한다는 구조주의에는 주체가 상실되어 있으며 상대주의적이다. 그래서 구조주의는 많은 비판을 받게 되었다. 이에 따라 초기의 구조주의를 더욱 심화시켜 근대 철학을 근원적으로 파괴하는 운동이 나타났는데, 그것이 이른바 '포스트 구조주의' 운동이다. 이 포스트 구조주의는 1960년대 말 프랑스에서 일어났다. 포스트 구조주의도 구조주의와 비슷하게 언어를 인간의 행위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중시한다. 그러나 포스트 구조주의자들은 추상적 구조나 체계에 대한 회의를 출발점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구조주의와 다르다. 그들은 언어의 지시적 기능을 불신하며 언어를 유희의 대상으로 생각한다. 데리다(J. Derrida, 1930~2004)는 이분법적 세계를 배격하고 구조주의에 대해 어느 하나도 긍정 또는 부정하지 않는 아포리아(apoia)의 세계를 지향하였다. 포스트 구조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의 관계는 쉽게 규정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그 둘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나 같은 것이 아닐 뿐더러, 포스트 구조주의자들도 저마다 개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포스트 구조주의는 주로 철학과 사회 과학에서 일어난 포스트모더니즘의 현상을 가리키며, 좁은 의미의 포스트모더니즘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이 총체적이고 광범위하다면, 포스트 구조주의는 주로 프랑스에서 논의되고 있다. 따라서 포스트 구조주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하부 개념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넓은 의미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은 포스트 구조주의를 포함하여 근대 사상의 중심인 이성주의와 과학적 객관주의에 대해 근본적으로 해체하려는 것이다. 〔비 판〕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비판은 대략 다음과 같이 요약해 볼 수 있다. 첫째, 포스트모더니즘은 후기 산업 사회 및 후기 자본주의 사회를 특징짓는 소비주의적 향락주의에 탐닉하고 있다. 따라서 후진국과 개발 도상국들은 제국주의적 선진 자본주의 국가의 이익에 이바지하도록 이용되고 있다. 둘째, 포스트모더니즘은 반역사적이고 반사회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셋째, 포스트모더니즘은 냉소적이고 허무주의적인 태도를 취함으로써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하고 창출하려는 인간의 노력을 거부한다. 넷째, 포스트모더니즘은 비판과 참여를 거부함으로써 사회 공동체에 역기능을 초래한다. 다섯째, 포스트모더니즘은 비인격적이며 매사를 냉정한 담론으로 판단하려고 한다. 여섯째, 포스트모더니즘은 영상 매체를 통하여 폭력을 미화하고 성적 유혹을 부추기고 배금주의(황금 만능 사상), 물질주의를 확산시킴으로써 인간의 고귀한 정신을 파괴하는 경향이 심하며, 사람들로 하여금 읽기와 쓰기를 멀리하게 만들고 끝내는 무사려증(無思慮症, anomy)에 빠지게 만든다. 일곱째, 포스트모더니즘에서 가장 우려할 점은 그리스도교의 절대적 가치 기준을 무시하고 그때그때의 감성에 충실한 것이면 모두 좋다고 하는 상대주의적 가치 기준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포스트모더니즘은 인간의 충동과 감각이 충족되면 그것이 바로 선이며 아름다움이라는 주장을 하면서 그리스도교의 전통과 권위에 도전한다. 또한 초월적 세계와 절대적 가치를 부인함으로써 그리스도교 신자들의 정체성을 혼란하게 만들며, 선과 악, 진리와 거짓의 경계를 허물어 버리고 도덕적 불감증을 만연시키며, 가톨릭 교회의 전통을 한낱 낡고 빛 바랜 보수주의적 성향으로 치부하고 신지식을 촉구한다. 따라서 이러한 포스트모더니즘은 인간을 만물의 척도로 간주한 방자한 모더니즘의 후유증이며, 현대 기술 문명의 위기와 몰락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는 주장에 대하여 유의하지 않을 수 없다. (→ 구조주의 ; 뉴 에이지 ;신지학 ; 오컬티즘 ; 철학) ※ 참고문헌  J. Derrida, La structure, le singe et le jeu dans le discours des sciences humains, L'écriture et La Différence, Seuil, 1967/ E.D. Ermarth, Sequel to History : Postmodemism and the Crisis of Representational Time, Princeton, Princeton Univ. Press, 1992/ M. Foucault, L'Archéologie du Savoir, 1962/ Ihab Hassan, Postmodermism : A Practical Bibliography, New Literary History 3, Univ. of Illinois Press, 1975, pp. 5~30/ Charles Jencks, What is Postmodernism?, New York, Rizzoli, 1988/ J.F. Lyotard, La condition postmodeme : rapport sur le savior, 1979/ 一, Le Différend, 1983/ Richard Rorty, Contingency, Iromy and Solidarity, Cambridge, Cambridge Univ. Press, 1989/ -, Philosophy and the Mirror ofNature, Princeton, Princeton Univ. Press, 1979/ F. de Saussure, Cours de Linguistique Générale, 1916/ Gianni Vattimo, The End of Modernity : Nihilism and Hermeneutics in Postmodem Culture, Baltimore, The Johns Hopkins Univ. Press, 1985/ G.E. Veith, Postmodem Times : A Christian Guide to Contemporary Thought and Culture, Wheaton, Crossway Books, 1994/ P. Waugh, Postmodernism : A Reader, London, Edward Anold, 1992/김욱동, 《포스트모더니즘의 이론》, 민음사, 1992. 〔秦敎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