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양
表樣
[라]exemplum · [영]exam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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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권
겉으로 드러나는 표정이나 모양. 〔어원 및 개념〕 표양을 의미하는 라틴어 '엑셈플룸'(exemplum)은 보기 · 예(例) · 실례(實例) · 예증(例) · 모범(模範) · 본보기 · 귀감(龜鑑) · 전형(典型) · 유례(類例) · 전례(前例) · 원물(原物) · 원형(原型) · 견본(見本) · 표본(標本) · 모형(模型) · 초상(肖像) · 사본(寫本) · 원본(原本) · 본문(本文) · 원문(原文) · 양식(樣式) · 모양(模樣) 등의 뜻도 갖고 있다. 그렇기에 표양은 겉으로 드러나는 표정이나 모양을 본받는 것이다. 여기서는 한 인간의 드러난 인격적인 모습을 일컫는 것인데, 표양은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모습과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모습으로 대별할 수 있다. 한 인간의 표양은 그와 관계를 맺고 있는 주위 사람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부모와 자녀, 스승과 제자, 지도자와 국민 등의 수직적인 인간 관계뿐만 아니라, 수평적인 인간 관계에 속하는 직장 동료, 친우들과 이웃들은 부지불식간에 표양이라는 측면에서 많은 영향을 주고받는다. 부모가 자녀에게,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악표양을 보였다면 이는 자기 본분을 거스른 것이며 수호해야 할 의무를 저버리고 다른 이에게 해악을 끼친 것이다. 전문적인 집단, 계층별 · 연령별 · 직업별 인간 관계, 가정, 지역 사회, 국가 사회 안에서 인간은 선한 표양과 악한 표양 사이에서 고민하고 갈등한다. 건전하고 정직한 가정, 사회, 국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그 구성원들끼리 서로 선한 표양을 주고받는 풍토와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전 형〕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되었기에 하느님을 닮아야 한다. 그로 인해 인간은 삼위 일체인 하느님의 신비를 자신 안에 갖고 있다. 또한 세상에 존재하는 정의 · 규범 · 윤리 질서 등은 하느님을 반영하고 있다. 그렇기에 인간은 자신의 주인이 될 수 없으며, 그 삶과 죽음은 온전히 하느님의 뜻에 달려 있다. 인간의 전 존재는 하느님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에 하느님의 속성을 실현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 교회는 인간이 지닌 하느님의 모상을 인간의 영혼 · 지성적 능력 · 하느님의 은총 등으로 이해한다. 그런데 이런 인간의 위대함은 정신 작용에서 비롯되고 정신은 육체를 통해서만 그 기능을 발휘하므로, 결국 인간에게 영혼과 육신은 하나이며 분리된 것이 아니다. 인간은 사회의 일원으로서 공동체 안에서 태어나 성장하며 완성되는 존재이다. 그리고 고유한 인격으로 각자 하느님 대전에서 응답할 책임을 지는 존재이다. 즉 이웃과 더불어, 이웃을 통하여, 이웃을 위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나름대로 주어진 소명을 실현하며 살게 마련인데, 이것은 일차적으로 한 개인에게 관련되지만 궁극적으로는 공동체 전체에 관련되고 적용된다. 이런 소명을 완성하기 위해 그리스도인은 성령의 힘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성령으로 다시 태어나지 않는 사람은 하느님의 생명에 들어갈 수 없다. 성령은 삶의 원리이고 힘이며 기초이기 때문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악표양에 대해 강하게 경고하였다. "나를 믿는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걸려 넘어지게 하는 자는 그 목에 나귀가 돌리는 연자매를 달아맨 채 바다 깊숙이 빠지는 편이 오히려 그에게 이롭습니다. 불행하여라, 걸려 넘어지게 하는 일들에 시달리는 세상! 사실 걸려 넘어지게 하는 일들은 반드시 생기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불행하여라, 걸려 넘어지게 하는 일이 생기게 하는 사람은!"(마태 18, 6-7)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가 살았던 것처럼 자신을 비우고, 하느님과 이웃을 위해 사는 표양을 보여 주어야 한다. 이는 자신을 꾸미고 위선적으로 무엇을 보여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신앙과 생활이 일치와 조화를 이루어 바른 그리스도교적 윤리를 확립하기 위함이다. 이로써 정통 교리(orthodxie)와 정통 실천(orthopraxie)의 일치 및 믿음의 양식(lex credendi)과 기도의 양식(lex orandi)이 조화를 이룰 수 있다. 인간으로서 하느님께 완전한 응답을 드린 분은 사람이 되신 말씀, 즉 예수 그리스도이다. 그리스도는 인류 구원을 위해 수난과 십자가상 죽음을 통하여 하느님께 완전한 자기 봉헌 · 희생 · 제사를 드렸다. 인간은 이런 그리스도가 보여 준 표양을 본받아야 한다. 〔악표양〕 인간은 언제 어디서나 하느님의 뜻 · 정신 · 의지를 따라 살고, 하느님을 증명하고 보여 주어야 한다. 그런데 그리스도인으로서 악한 말과 행동을 한다면 나쁜 표양을 주위 사람들에게 끼치게 된다. 이렇게 사람들의 악한 표양(scandalum)은 선의의 사람들에게 걸림돌이 되고, 그들을 악으로 유인하게 된다. 좋지 않은 말과 행위를 하는 자는 그 자체로 이웃에게 악표양을 주게 된다. 이웃이 당장 해악을 입지 않았다고 해도, 범죄의 기회나 동기가 된다면 악한 표양이 될 수 있다. 악한 말과 행동이지만, 이웃을 죄로 인도하는 정도가 아니면 악한 표양은 아니다. 따라서 악한 표양이 되는지의 여부는 주변 여건과 분위기 · 정상(情狀)에 달려 있다. 인격과 덕행을 충만히 갖춘 성직자 앞에서 음란한 이야기를 하거나, 음란한 죄의 상태에 있는 사람 앞에서 음란한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이는 악한 표양은 아니다. 이 경우 그런 이야기가 상대방을 죄로 인도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웃이 범죄하도록 제공된 악표양은 '능동적 악표양이다. 반면 능동적 악표양 때문에 이웃이 입는 해악은 '수동적 악표양 이다. 능동적 악표양이 있어도 수동적 악표양은 없을 수 있다. 즉 죄의 유혹을 당하고도 그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능동적 악표양 없이도 수동적 악표양이 있을 수 있는데, 바리사이파적 악표양이 그러하다. 그 가운데 능동적 악표양으로는 이웃의 범죄를 미리 내다보면서 제공하는 '간접적 악표양 , 이웃의 범죄를 지향하고 제공하는 악표양으로서 음란한 죄를 짓기 위하여 여자와 음란한 대화를 시작하는 '직접적 악표양 , 이웃의 영적 손해를 지향하여 제공하는 악표양으로서 올바른 신앙심을 파괴하기 위해 궤변이나 위험한 사상 또는 이념을 늘어놓는 '악마적 악표양 등이 있다. 덕을 거스르는 직접적 · 악마적 악표양은 정결을 파괴하는 음란한 죄와 정의(正義)를 거스르는 도둑질로 유인한다. 악표양으로 인해 정결을 서약한 자와 간음을 범하였다면, 이 죄는 일반인이 간음을 저지른 죄보다 더 무겁다. 악표양으로 인해 해악을 입은 숫자가 많다면 그만큼 죄도 무거운 것이다. 사랑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능동적 악표양은 그 정황에 따라 경죄(輕罪, 小罪)나 중죄(重罪)가 된다. 한편 수동적 악표양으로는 어떤 행동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이 약하게 흔들려 받는 악표양으로서 예쁘게 화장한 여자를 보고 범죄의 동기를 삼는 '나약자의 악표양과, 특정한 행동을 받아들이는 자의 마음이 나쁘기에 당하는 악표양으로서 그리스도의 정당한 언행을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곡해하는 '바리사이파적 악표양 (위선적이고 가식적인 행동과 말) 등이 있다. 그렇다고 나약자의 악표양이나 바리사이적 악표양을 두려워하여 계명 준수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이런 이유로 계명을 궐하게 되면 악인들이 선의로 선행을 하는 것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약자의 악표양을 피하기 위해 인정법(人定法)을 지키지 않을 수는 있다. 빚을 많이 진 채무자가 악표양을 주지 않기 위해, 한 여성이 어떤 남성의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공동체 전례를 궐할 수 있다. 이 경우 공동체 전례를 일시적으로 유보할 수 있다는 것이지, 이것이 의무일 수는 없으며 더구나 장기간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중죄에 해당하는 악표양이지만 작게 작용할 수 있는데, 큰 물건을 도둑질하는 것을 보고 작은 물건을 도둑질하는 경우가 그러하다. 반면 경죄에 해당하는 악표양이라도 크게 작용하기도 하는데, 작은 물건을 도둑질하는 것을 보고 큰 물건을 도둑질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현대 사회에서 불건전한 성적(性的) 지식과 탈선에 대한 정보를 무방비 상태로 유포시키는 사람, 인권 유린을 자행하는 사람, 맡은 바 책임과 의무를 유기하는 사람 등은 악표양을 보이는 자들이다. 음란 서적을 저술하고 선전하며 판매하거나 이웃에게 빌려주는 사람, 자녀들이나 수하 사람들 앞에서 욕설 · 비방 · 중상모략 · 범죄 음모 · 거짓말 · 위선적 행동 등을 하는 부모나 윗사람, 이웃의 비밀을 함부로 공개하여 이웃을 곤경과 위험에 빠뜨리는 사람, 자녀의 약혼자를 혼전에 동거(同居)시키는 부모, 배우자가 있음에도 축첩(蓄妾)을 하거나 문란한 이성 관계에 빠져 있는 사람, 폭력을 휘두르고 공공 재산을 유용(流用)하며 이웃의 인권을 유린하는 사람, 신의와 성실을 저버리는 공직자 등은 악표양을 끼치고, 불건전하고 부패한 사회를 만들고 있다. 모든 인류가 하느님의 뜻을 받들고 사람이 되신 성자 예수 그리스도께서 보여 주신 살아 있는 표양을 따를 때, 세상은 평화와 정의가 충만한 복지 사회로 변모할 것이다. (→ 걸림돌 ; 악) ※ 참고문헌 《가톨릭 교리서》 3 · 4편,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1996, 1877~1942항/ 윤형중, 《상해 천주교요리》 중, 가톨릭출판사,1990, pp. 291~294/ 최창무, 《윤리 신학 I》, 가톨릭대학교 출판부, 1989, pp. 29~431 K.H. Peschke, Christian Ethics(Moral Theology in the Light of Vatican Ⅱ), C. Goodliffe Neale, Alcester and Dublin, 1986(김창훈 역, 《그리스도교 윤리학 2권》, 분도출판사, 1992, pp. 123~126)/ L. Babbini, Dizionario enciclopedico di Teologia Morale, Edizioni Paoline, 1981, pp. 942~946. 〔李容勳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