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데이 도눔>

[라]Fidei donum

글자 크기
12
<피데이 도눔>은 교황 비오 12세가 반포한 선교에 관한 회칙이다.

<피데이 도눔>은 교황 비오 12세가 반포한 선교에 관한 회칙이다.

교황 비오 12세(1939~1958)가 1957년 4월 21일에 반포한 선교에 관한 회칙.
이전까지는 전통적으로 선교회나 수도회들이 선교 지역에 선교사들을 파견하였으나 교황 비오 12세는 '믿음 의 선물' 이라는 의미의 이 회칙을 통해, 사제수가 비교적 많은 교구의 주교들이 교구 사제를 사제가 부족한 지 역의 선교사로 보내 줄 것을 요청하였다. 이는 기존의 선교 협력 방법인 선교 활동을 위한 기도, 물질적 도움, 선 교 성소 개발의 의무 등을 강화하는 것이며, 나아가 파견하는 지역 교회와 파견받는 지역 교회가 친교를 나누며 서로 풍요로워질 수 있는 새로운 선교 방법이다. 이 회칙이 반포된 후 기존의 선교 개념은 물론 선교 활동의 주체 로서의 지역 교회와 주교들의 역할과 임무, 사제직의 형태 등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이러한 교황 비오 12세 의 호소에 응하여 파견된 선교사를 '피데이 도눔 선교사' 라 부른다.
[시대적 배경] 교황이 교구 사제들의 선교 지역 파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당시 아프리카 교회들이 당면한 긴급 상황 때문이었다. 1950년대에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탈식민지화와 정치적 독립이 급속히 진행되면서, 국 수주의적인 분위기 속에서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적인 변혁과 함께 이념적 혁명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에 편승 하여 무신론적 물질주의와 정치적 세력을 결집한 이슬람 등이 반(反)가톨릭적 이념을 표방하며 아프리카인들에 게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였다. 아프리카 교회들에는 새로운 선교 방법과 조직적인 선교 활동의 필요성이 대두 되었으나, 선교 사제 및 평신도 지도자들이 절대적으로부족한 상황이었다. 또한 선교의 개념과 목적이 점차 확 대됨으로써, 오랫동안 선교지에서 활동하였던 선교회와 수도회들 역시 그동안의 통상적인 선교 활동이었던 교회 설립과 개종 권유 중심의 활동에서 벗어나 지역 상황에 맞는 긴급하고 새로운 과제들을 찾을 필요가 있었다.
이러한 배경하에서 교회의 보편적 선교 사명에 관한 각 지역 교회 주교들의 연대성에 근거하여 교구 사제들 에게로 눈을 돌린 교황은 교구 사제들도 선교 활동에 대한 책임과 의무가 있음을 주지시키며, 그들이 새로운 지 역에서 특수한 형태의 사제 직무를 할 수 있도록 회칙을 반포한 것이다. 따라서 회칙 <피데이 도눔>에 의해 교구 사제를 다른 지역 교회로 파견하는 것은 단순히 어려운 지역 교회를 돕는다는 의미만이 아니라 오히려 선교 활 동을 촉진하고 지역 교회 간의 친교를 풍부하게 하려는 시대적 요청이라 할 수 있다.
[선교 지침의 변천] 초대 교회 때부터 강조되었던 예루살렘 모교회와 지역 교회 간의 협력과 결속을 통한 공 동체적 성격은,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약화되어 갔다. 현대에 들어와서도 각 지역 교회의 주교들은 관할 구역 내 의 사목 활동만이 자신에게 맡겨진 사명이라고 인식하여, 보편 교회와 다른 지역 교회들의 문제에 대해 교황의 단순한 협력자 또는 대리 집행인 정도의 위치에 머물러 있었다.
이러한 점은 선교적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당시에는 선교의 일차적 목표가 세계 각 지역에 그리스도교 공
동체를 설립하고 교계 제도를 설정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직접적인 선교 활동을 교황의 주요 임무로 간주 하였다. 따라서 교황에게 유보된 선교 활동의 권한과 사명은 포교성성(현 인류 복음화성)의 지도하에 선교회와 수 도회에 독점적으로 위임되었다. 그리고 역대 교황들은 각 지역 교회 주교들에게 선교 활동에 대한 협력과 대리 역할을 호소하면서도, 그들에게 선교 활동의 주체로서의 책임 의식과 권리를 부여해 주지는 않았다. 그 결과 선교 활동에 대해 각 지역 주교들은 소극적으로 대처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분위기에 반해 일부 주교들과 신 학자들을 중심으로 교회가 펼치는 선교 활동에 모든 주교들이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식이 점진적으로 형 성되었다. 그 결과 사제직에 대해서도 보다 보편적인 시야가 열릴 수 있었다.
그들이 이처럼 시야를 넓힐 수 있게 된 것은 교황 비오 11세(1922~1939)의 회칙 <레룸 에클레시에>(Rerum Ecclesiae, 1926. 2. 28)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이다. '선교 교황' 이라고 불릴 정도로 선교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 교황 비오 11세는 이 회칙을 통해 현지인 성직자 양성과 현지인 교계 제도의 설립을 강조하였다. 아울러 선교 활동에 있어서 교황이 여전히 최고 책임을 지니고 있음을 분명히 언급하면서도 예수 그리스도가 맡긴 선교 사명이 사
도 베드로뿐만 아니라 모든 사도들에게 해당된다는 것을 상기시키며 각 지역 주교들의 역할을 강조하였다. 따라 서 이 회칙을 통해, 특정 지역에 그리스도교 공동체 설립으로 완성되는 교황의 신앙 선포 사업에 각 지역 주교들 또한 사도들의 후계자인 사도단의 일원으로서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그리고 이렇게 교황과 일치하 고 협력함으로써 주교 사목직이 완성된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 회칙에서는 지역 교회 주교들의 선교 의무를 강 조한 반면, 선교 활동의 주체로서의 구체적인 역할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았기에 단순히 참여를 호소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
이어 1956년 6월 29일, 교황 비오 12세는 브라질의 수도 리우데자네이루(Rio de Janeiro)에서 개최된 제1차 라틴 아메리카 주교단 총회에 사도적 서간 〈앗 에클레시암 크리스티>(Ad Ecclesiam Christi)를 보냈다. 이 서간에서 교황은 라틴 아메리카의 극심한 사제 부족 현상과 그에 따른 사목 활동 및 사제 양성 등의 어려움 그리고 문
제점들을 지적한 후, 새로운 형태의 사도직 활동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이어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 간의 이 상적인 비율을 위해 그곳에 교구 사제들을 파견하는 문제를 다루었다. 그리고 1957년 마침내 회칙 <피데이 도 눔〉이 반포되었다.
[내 용] <피데이 도눔>에서는 먼저 아프리카 대륙의 선교 상황과 대책을 다루었는데, 그중에는 아프리카 교 회에 교구 사제들을 파견하는 문제도 포함되었다. 이어 이 회칙은 교회의 선교 활동에 있어서 교구 사제들이 수 행해야 할 역할을 직접적으로 표명함으로써, 교구 사제들에게 선교 열정을 촉진시키고 지속시킨다는 실천적 효 과를 가져왔다. 교회가 펼쳐야 할 선교 활동에 새로운 지평을 연 것이다. 이 회칙의 내용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 눌 수 있다.
친교를 나누는 교회 : 이 회칙은 선교 활동의 목표가 비그리스도인들에게 세례를 베풀고 그 지역에 교회를 설 립하는 것이라는 전통적인 개념을 제시하면서도, 교계 제도의 설정 자체가 선교 활동의 최종 종착점은 아니라 고 주장하였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의 경우 많은 지역에 교계 제도가 설정되었지만, 그 지역 교회가 지역 주민들 의 종교 심성과 지역 사회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고 강조하였다(4~5항) 이런 이유로 전세계 교회를 향해 아프리 카의 교회들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도움 요청이 일차적으로는 외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아프리카 교회들의 특수한 상황에 연유 한 것이지만, 결국 그리스도의 신비체인 교회의 모든 구성원이 나누어야 할 친교가 더 본질적인 동기가 된다고 역설하였다. 즉 그리스도의 몸의 한 지체인 아프리카 교회를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13항). 따라서 아프리카 교 회를 돕는 것은 결국 가진 것을 함께 나누는 데 기초를 둔 그리스도교적 균등성의 원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강조하였다(25항). 이어 지역 교회들 간의 나눔과 친교가 아프리카 교회 내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교회들 에도 확대되기를 희망하였다(16항)
주교단의 연대성 : 회칙은 각 지역 교회의 주교들이 세계 교회 특히 아프리카 교회의 제반 문제에 대해 연대 성과 책임감을 지녀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즉 각 지역 교회의 주교들은 자신에게 맡겨진 지역에 대해 고유한 관 할권을 지닌 목자로서의 책임과 함께, 선교 활동에 있어서도 교황과의 긴밀한 연관하에 주교단과 일치하여 직접 적으로 동참해야 할 책임을 지니고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14~15항).
이 회칙이 지닌 새롭고 중요한 의미는 각 지역 주교들이 주교단의 일원으로서 교회의 사도적 사명과 보편적 선교 사명에 직접적인 공동 책임을 지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하였다는 점이다. 이 사실은 회칙 반포 이후, 선교 활동 영역에 있어서 상호 협력을 증진시키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결국 선교 활동에 도움을 주는 일은 비그리스 도인들의 개종과 교회 설립뿐만 아니라 상호 협력 및 교환의 정신에 입각하여 모든 지역 교회들의 친교를 지향
하게 되었으며, 이 계기로 보편 교회와 지역 교회 사이의 유대가 더욱 강화되었다.
교구 사제의 선교 지역 파견 : 교황은 선교 지역의 교회에 교구 사제를 파견하는 것을 지역 교회들 간의 선교 적 상호 협력 및 사제 직무의 새로운 형태로 규정하며, 이러한 시도들이 더욱 확산되도록 촉구하였다. 이를 위 해 교황은 인적 자원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 교회를 복음화하고 굳건히 하기 위해 이미 몇몇 주교들이 산발적으로 소속 교구 사제들을 한정된 기간동안 파견하여 해당 지역 교구장의 뜻에 따라 활동하도 록 배려하였음을 상기시켰다(28항). 나아가 이러한 시도들이 전세계 교회 안에 보다 폭넓게 확산되기를 바라며 주교들을 대상으로 교구 사제의 파견을 직접 호소하고, 동시에 주교들의 협력자인 교구 소속 사제들을 선교 지 역으로 초대하고 있다(28항).
[영 향] 회칙 <피데이 도눔>에 의해 사제를 파견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결국 두 지역 교회를 모두 풍요롭게 하 는 일이다. 이 행위는 선교 활동에 있어 상호 협력의 방법을 새롭고 구체적으로 제시하며친교를 더욱 증진시켜 주는 도구가 된다. 이러한 상호 협력의 형태는 전통적인 선교적 상호 협력 개념을 보완하고 새롭게 해 주었다. 즉 도움을 주는 교회와 받는 교회가 있다는 이분법적인 개념이 아니라 친교 안에서 이루어지는 상호 간의 풍요로 운 교환을 강조하여, 받는 교회나 주는 교회 모두를 부유하게 만들어 주는 상호 교환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와 같은 '피데이 도눔 사제' 의 존재와 활동은 선교소명의 개념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당시만 해도 선 교 소명은 선교회나 수도회에만 속한 것이어서 특수한 선교 소명에 응답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혹은 자신의 소속 교구를 떠나 선교회나 수도회에 입회해야만 하였다. 따라서 교구 사제가 소속 교구를 변경하지 않고도 선 교 활동에 투신할 수 있게 된 것이 이 회칙이 가져온 큰 결실이다.
이와 같이 교황이 제안한 국경 없는 사제직으로의 초대는 각 지역 교회 주교들에게 직접적이고도 연대적인 선교 소명의 지평을 넓혀 주었다. 따라서 주교들은 자신들의 교구에서 일상적인 사목 활동을 추진하면서도, 교 구 사제들을 본격적이고 조직적으로 선교 지역에 파견하는 등 선교 운동을 일으켜 선교 쇄신에 공헌하게 되었다. 동시에 교구 사제들에게는 '피데이 도눔 사제' 라는 새롭고 특수한 형태의 선교 소명에 대한 의식을 불러일으켰 다. 자신들의 사제 직무가 본질적으로 지역적 차원에만 한정되지 않고 보편적 선교 사명에도 있음을 깨닫게 된 교구 사제들은 본격적이고 조직적으로 소속 교구를 일시적으로 떠나 선교 지역에 파견되어 활동하였다. 실제로 회칙의 반포 직후, 벨기에의 여러 교구에서 아프리카의 르완다와 콩고(현 자이레) 등에 교구 사제들을 파견하였 고, 20년 후인 1977년에는 전세계 지역 교회로부터 1,055명이 아프리카에, 2,742명이 라틴 아메리카에, 680명이 아시아에, 그리고 124명이 오세아니아에 파견되어 '피데이 도눔 사제' 로 활동하였다.
이렇게 각 지역 교회의 주교들이 선교 사제를 직접 파견함에 따라 일선 선교 지역에서 독점적으로 선교 활동 을 하였던 선교회의 영향력은 점차 상실되었다. 또한 평신도들 역시 '피데이 도눔 사제' 와 마찬가지로 '피데이 도눔 선교사' 로서 자신들의 전공 분야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에 투신하여 직접적인 선교 활동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였다. → <교회의 선교 사명> ; 복음화 ; 비오 12세 ; 선교 ; 인류 복음화성)
※ 참고문헌  장세현, <교구 사제와 보편적 선교 사명>, 《신학 전망》 101호(1993, 여름), pp. 40~64/ C. Sepe, From the Encyclical Fidei donum to the Postquam Apostoli : An Assessment of diocesan priests' 30 years of missionary commitment, Omnis Terra 237(1993. 4)/ R. Rweyemamu, Ⅱ XXV anniversario dell'Enciclica Fidei donum. Ⅱ contesto storico della Chiesa in Africa, Euntes Docete XXXV, 1982/ R. Zecchin, I sacerdoti Fidei donum. Una maturazione storia ed ecclesiale della Missionarieta della Chiesa, Roma-Padova, Pontificie Opere Missionarie-Uficio Missionario Diocesano, 1990. 〔金俊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