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 엠마누엘 Pierre Emmanuel(1916~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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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시인. 본명은 노엘 마티외(Noël Matthieu) .
〔생 애〕 1916년 5월 3일 프랑스 남서쪽에 있는 도시포(Pau) 근처에서 태어난 피에르 엠마누엘은 부모가 미국으로 이민을 가는 바람에 외할머니 밑에서 성장하였다. 수학에 소질이 뛰어나 교원대학교 과학 분야 입학 준비반에 다니다가 문리 대학으로 편입하였는데, 이 시기에 피에르 엠마누엘은 그의 정신 세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두 명의 신부를 만났다. 그는 라뤼(Francois Larue) 신부의 가르침 덕분에 처음으로 시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고 이성의 중요성과 그 한계를 배웠으며, 약 20년간 인도에서 관상 생활을 한 몽샤넹(Jules Monchanin) 신부로부터 내적인 침묵 속의 신비적인 체험을 알게 되었다. 1938년에 피에르 엠마누엘은 시인 주브(Pierre-Jean Jouve, 1887~1976)를 알게 되었고 시작(詩作)에 대한 조언과 지도를 받았다. 그 이후 지방의 여러 도시에서 교사 생활을 하면서 시인으로 등단하여, 제2차 세계대전(1939~1945)의 발발 초기부터 항독 운동에 참여하면서 《비가》(Elégies, 1940), 《오르페우스의 무덤》(Tombeau d'Orphée, 1941), 《화난 날》(Jour de colère, 1942), 《시인과 그의 그리스도》(Le poète et son Christ), 《그대의 수호자들과 함께 싸워 주어라》(Combats avec tes défenseurs), 《오르
페우스의 시》(Orhiques), , 《미쳐 버린 시인》(Le Poète fou, 1944), 《산 자들의 기억》(Memento des Vivants), 《자유는 우리들의 발걸음을 인도한다》(La liberté guide nos pas, 1945), 《슬픔》(Tistesse) 《오 나의 조국》(ô ma patrie) 등을 발표하여 항독 시인으로 유명해졌다.
프랑스가 해방된 후에는 파리로 가서 영국과 미국 방송국에서 일하였으며, 미국을 비롯하여 캐나다 · 네덜란드 · 영국 등지에서 순회 강연을 하였고, 초빙 교수로도 활동하였다. 그동안 피에르 엠마누엘은 《나는 여러분을 사랑하니까》(Car enfin je VOUS aime, 1949)라는 소설을 발표했다가 실패한 후, 지속적으로 시작에 종사하였다. 1968년에는 프랑스 학술원(Académie francaise)의 회원으로 선임되었지만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즘에 호의적인 방송을 한 마르소(Felicien Marceau)가 함께 선임되었다는 이유로 한동안 회의에 참석하기를 거부하였다. 1970년에는 옥스퍼드 대학으로부터 명예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프랑스 국내에서는 교육 개혁의 고문으로 활약하였다. 그는 1984년 9월 22일 세상을 떠났다.
〔사 상〕 피에르 엠마누엘은 도덕적으로 엄격한 종교 교육을 받았으나, 모든 것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절대성을 갈망하던 청년기에는 감시하는 자로서만 인식되는 하느님에 대하여 반발하였다. 하지만 후에 예수의 나약함을 통하여 나타나는 하느님의 자비와 생명의 힘을 깨닫게 되면서 그의 시는 시집의 제목 자체에서 드러나듯이 성서와 깊게 관련된다. 피에르 엠마누엘의 작품은 시집 그리고 시작과 시인의 사명을 서술하는 산문으로 구분된다. 그의 시집 중 《소돔》(Sodome, 1944), 《바벨》(Babel, 1952), 《야곱》(Jacob, 1970)은 성서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는 인류의 서사시처럼 보이는 긴 작품들이다. 이와는 달리 《골무를 위한 노래》(Chansons du dé a coudre, 1947), 《얼굴 구름》(Visage nuage, 1956), 《생애의 사면(斜面)》(Versant de 1'age, 1958), 《복음서의 초록(抄錄)》(Evangeliaire, 1961) 등의 시집은 의미가 밀도 있게 전달되는 형식을 보여 준다. 한편 《불 같은 이성, 시》(Poésie, raison ardente, 1947)는 이성과 감수성을 일치시키려는 피에르 엠마누엘의 근본적인 방향성을 잘 드러내 보인다. 《하나 혹은 죽음 · 삶》(Una Ou la mort la vie, 1978), 《결투》(Duel, 1979), 《다른 이》 (L'Autre, 1980)라는 세 권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두 사람이 같이 잃어버린 낙원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부부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시인이 사망하기 한 달 전에 발행된 《위대한 작업》(Le Grand oeuvre, 1984)은 작품 전체를 뛰어나게 종합한 것으로 평가된다.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오르페우스와 그리스도라는 두 이미지가 자신의 시적인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데, 이 이미지는 그의 내적인 갈등을 드러내 보인다. 오르페우스는 신 · 죽음 · 운명을 고발하는 시인이지만 마지막에 가서 죽음의 고뇌를 체험하고 저승으로 내려가 부활한 그리스도에게 희망을 건다. 그는 자신의 초기 작품이 자기도취와 무(無)에 대한 '향수' 에 젖어 있었음을 시인하면서 이때의 그리스도는 감상적인 환상에 불과하다고 하였다. 《소돔》과 <바벨> 시집부터 그는 개인적인 고민을 넘어서 타인과의 만남에서 발생되는 충돌과 시대의 징표를 해독하고 표현하려고 시도하였다. 피에르 엠마누엘은 20세기의 비극을 인류의 교만과 언어의 악용이라고 지적하는데, 이것은 인간이 이른바 집단적인 행복이나 신성을 얻으려고 하다가, 결국에는 인간 스스로 사물 또는 대체할 수 있는 경제적인 수단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또한 시인의 사명은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인간의 말을 하느님 말씀의 성전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하였다.
피에르 엠마누엘은 시작에 종사하면서도 《일치의 갈망》(Le gout de I'Un, 1963), 《인간의 얼굴》(La Face humaine, 1965), 《능선》(Ligne de Faite, 1966), 《세상은 내부적이다》(Le monde est intérieur, 1967), 《프랑스 학술원 입회 연설》(Discours de réception àl'Académie frangaise, 1969) 등의 산문을 썼다. 이들 작품 속에서 그는 자신의 시적인 체험
을 분석하고 있는데, 하느님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유혹을 받고 있다고 고백하면서 이 유혹을 물리치는 길은 마음을 비우며 내적인 침묵 속에서 하느님과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전하는 과정에 있다고 하였다. 이처럼 그는 기도하는 마음 가짐과 시작을 명백히 구분하였다. 기도가 하느님의 신비로 마음을 여는 것이라면, 시작은 이성이 작용하는 정신적인 활동이다. 또한 문학 비평가로 활동하면서 《폴 엘뤼아르에 따른 보편적인 나》 (Le Je universel chez Paul Eluard, 1946), 《보들레르, 여자 그리고 하느님》(Baudelaire, la femme et Dieu, 1967)이라는 작품을 냈다. 그리고 인간에 대한 관찰과 개인적인 체험을 내포하고 있는 산문 작품들과, 자서전적인 성격이 강한 《그 사람은 누구인가?》(Qui est cet homme?, 1948)와 《늦은 저녁의 일꾼》(L'ouvier de la onzième heure, 1954)이라는 작품들도 냈다.
〔평 가〕 피에르 엠마누엘이 시작 활동을 시작할 때는 신화를 통하여 자신의 상상 세계를 전달하는 작품을 주로 썼지만, 갈수록 진정한 가톨릭 작가로서의 사명 의식을 드러내는 시작을 하였다. 그의 시집은 풍부한 상징들로 구성되어 있어 난해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산문으로된 작품은 묵상이나 기도 소재가 될 만큼 그 내용이 심오하고, 현대인들이 깊이 반성하여야 할 여러 문화적 문제
점을 지적하고 있다. (→ 가톨릭 문학, 프랑스의)
※ 참고문헌  Alain Bosquet, Pierre Emmanuel, Seghers, Poètes d'aujourd'hui, 1971/ Lucien Guissard, Littérature et pensée chrétienne, Casterman, 1967/ Encyclopedia Universalis, France, 1996/ Lire Pierre Emmanuel, Actes du colloque international, Paris-Sorbonne, 17~18 novembre 1989, L'Age d'homme, Paris-Lausanne, 1994/ 피에르 엠마뉴엘, 유정애 역,《보들레르, 여자 그리고 신》, 소화, 1997. [H. Lebr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