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바오로의 제자로 필레몬에게 보낸 편지의 수신인으로 여겨지는 인물. 순교자. 축일은 11월 22일.
필레몬이란 이름은 '사랑하다' 라는 뜻의 그리스어 동사 '필레오' (φιλέω)와 관련이 있으며, 프리기아(Φρυγία)에서는 비교적 흔하게 사용된 이름이다. 필레몬서의 수신인(1절)으로 언급되는 그에 관해 밝혀진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필레몬은 성공한 중산층 시민으로서 집에 교회가 있을 정도(2절)이며, 바오로가 자신을 위한 숙소를 마련해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보아(22절) 손님에게 방 한 칸 정도는 여유 있게 내줄 정도로 가세가 넉넉하였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들어갈 만큼 넓은 집을 가진 교우집에 모여 예배를 드렸기 때문이다(로마 16, 5 ; 1고린 16, 19 ; 골로 4, 15). 또한 그는 자신의 사업이나 혹은 집안과 관련하여 한 명 이상의 노예를 거느렸는데, 오네시모(Onesius)가 그의 노예이다.
둘째, 필레몬은 아마도 소아시아의 골로사이 지방에 살았던 듯하다. 10절에 언급되는 오네시모가 골로사이서에서 "여러분의 동향인입니다" (4, 9)라고 소개되었으므로, 오네시모의 주인인 필레몬 역시 골로사이에 살고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오네시모는 골로사이에있는 필레몬의 집에서 바오로가 갇혀 있는 곳으로 도망친 것으로 보인다. 필레몬은 프리기아인이었기에 로마 시민은 아니었지만, 서기 1세기에 로마인들이 소아시아 지방 대부분을 통치한 것으로 보아 간접적으로나마 로마법의 지배를 받은 것 같다.
셋째, 필레몬은 성공한 사업가로(17-18절) 많은 여행을 하였고, 그 여행 중에 바오로를 만나 그리스도인이 되었다. 하지만 필레몬이 언제, 어디서, 얼마나 자주 바오로를 만났으며 또 얼마나 오랫동안 서로 알고 지냈는지에 관해서는 알 수 없다. 바오로가 골로사이에서 그리 멀지 않은 에페소에서 활발한 전도를 하고 있을 때(54~57)만나서 그리스도인이 되었을 법하다. 이처럼 자신이 필레몬의 영적인 아버지이며 스승이라는 맥락에서 바오로는, 오네시모가 필레몬 집에서 도망친 것 혹은 노자로 쓸 돈을 훔쳐 간 것을 물질적인 빚으로(18절) 인정하면서, 필레몬은 자신으로 인해 그리스도인이 되었으니 영적인 빚을 진 셈이라(19절) 말하고 있다.
넷째, 필레몬은 바오로에게 "협력자"(συνεργός, 1절)이고, "동지"(κοινωνός, 17절)였다. 17절에서 '동지' 로 번역된 그리스어 '코이노노스' (κοινωνός)는 지금은 같은 신앙에 동참한다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본래 고대 상업 용어로서 함께 사업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그리스-로마법과 사회에서, 동지나 동료를 나타내는 그리스어 '코이노노스' 나 라틴어 '소치우스' (socius)는 상대편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 종종 돈을 대주기도 하는데, 성공할 경우에는 이득을 보지만 빚을 졌을 때는 대신 갚아주어야 하는 책임을 지기도 한다. 이처럼 이 낱말은 둘 혹은 셋 이상의 사람들 사이의 동업 관계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더 나아가 동료애나 동지애라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따라서 바오로가 필레몬을 가리켜 '협력자'로 부르기도 하고 '동지' 라 부르기도 하지만, 두 낱말은 같은 의미로 사용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즉 필레몬 또한 복음 선포를 위해 바오로에게 협력하였으며, 또는 그와 대등한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다섯째, 필레몬은 '자신의 집에 있는 교회' 의 지도자였다. 필레몬에게 보낸 편지 2절에서 언급된 압피아(Apphias)는 필레몬의 아내, 마찬가지로 이어서 언급된 아르킵보(Archippus)는 이들 두 사람의 아들이거나 친척으로 여겨진다. 이들과 더불어 필레몬의 집에 모이는 교회로서 가정 교회가 언급되는데, 그의 집에서 골로사이 교우들이 모여 예배를 본 사실로 미루어 필레몬과 압피아가 가정 교회를 주관한 지도자였으리라 생각된다. 즉 바오로는 필레몬과 압피아, 아르킵보 그리고 가정 교회 앞으로 필레몬서를 보냈고, 가정 교회 회중 앞에서 이 편지가 읽혀지기를 바랐을 것이다.
필레몬은 소아시아 리쿠르스 계곡에 있는 프리기아의 작은 지방에 있는 골로사이 교우들로부터 존경받는 인물이었다. 4-7절에서 바오로는 필레몬의 사랑과 믿음은 사도뿐 아니라 "성도들"의 마음, 특히 골로사이 교우들의 마음을 평안하게 해 주었기 때문에, 필레몬의 사랑에 "큰 기쁨과 위로" (7절)를 받는다고 전한다. 《로마 순교록》(Matyrologium Romanum)에 따르면 필레몬은 부인인 압피아와 함께 네로 황제 시대(54~68)에 디아나(Diana)여신의 축제 때 순교했다고 한다. (→ 프리기아 ; 필레몬에게 보낸 편지)
※ 참고문헌 M. Barth · H. Blanke, The Letter to Philemon. A New Translation with Notes and Commentary, Grand Rapids, Michigan Cambridge, U.K. : William B. Eerdmans Publishing Company, 2000/ V.P. Branick, The House Church in the Writings of Paul, Wilmington, Dalaware, Michael Glazier, 1989/ J.D.G. Dunn, The Epistles to the Colossians and to Philemon. A Commentary on the Greek Text, Grand Rapids, Michigan, William B. Eerdmans Publishing Company Carlisle, The Paternoster Press, 1996/ J.A. Fitzmyer, The Letter to Philemon. A New Translation with Introduction and Commentary, The Anchor Bible, vol. 34c, New York, Doubleday, 2000/ N.R. Petersen, Rediscovering Paul : Philemon and the Sociology of Paul's Narrative World, Philadelphia, Fortress Press, 1985/ G. Schneider, 《EDNT》 3, p. 4261 P.Stuhlmacher, Der Brief an Philemon, EKK XVIII, Ziirich, Benziger, 1981/ 진 토마스 역주, 《필립비서 · 필레몬서》,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 신약성서 8b, 분도출판사, 1991. 〔李姸受〕
필레몬
〔그〕Φιλήμων · 〔라 · 영〕Philemon
글자 크기
12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