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오로가 필립비(Phiippi)에 있는 교우들에게 보낸 편지. 신약성서에 속하는 바오로의 옥중 서한 중 하나.
〔집필 배경〕 바오로는 제2차 전도 여행 중(50~52?) 에게 해를 건너 그리스 북부 지역 필립비에서 복음을 전하고 착실한 교회 공동체를 세웠다. 그리고 제3차 전도 여행 중(53~58?) 아시아의 항도 에페소(Ephesus)에서 27개월 동안 복음을 전하다가 붙잡혀 에페소 주둔 로마군 부대에서 모진 옥고를 치렀다. 감옥에서 그는 무죄 방면되어 필립비 교우들을 찾아가고 싶다는 기대도 품었지만(필립 2, 24), 옥사하거나 사형을 당할 것으로 생각하였다(필립 1, 12-26 ; 2고린 1, 8-9). 이런 극한 상황 중에 에게 해 건너 필립비 교우들에게, 그리고 에페소에서 동쪽으로 500리 떨어진 골로사이 교회의 책임자 필레몬에게각각 편지를 써 보냈는데, 이것이 바로 필립비서와 필레몬서이다.
필립비 교우들은 바오로가 에페소 주둔 로마군 부대에서 모진 옥고를 치른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에바프로디도(Epaphroditus)라는 신자를 파견하여 바오로의 옥바라지를 하게 하였다. 그런데 그가 향수병에 중병까지 앓아죽을 뻔하다가 겨우 살아나자 바오로는 서둘러 에바프로디도를 필립비로 돌려보내면서 이 서한을 써 보냈다.
〔친저성과 단일성〕 오늘날 필립비서가 바오로의 친서임을 의심하는 학자들은 없으나 한 통의 편지였다는 가설, 두 편지를 묶었다는 가설, 세 편지를 묶었다는 가설이 맞서고 있다. 그중 필립비 교회에 보낸 두 통의 편지를 묶었다는 주장이 유력하다. 즉 필립비 신자들이 도와준 것에 바오로가 감사하는 편지(1, 1-3, 1ㄱ ; 4, 10-23)와, 할례를 받고 율법을 지켜야만 구원받을 수 있다는 이단을 단죄하는 편지(3, 1ㄴ-4, 9)로 나누어 보는 것이다. 그 근거로는 3장 1절과 2절이 서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과, 앞부분과 뒷부분의 내용과 문체가 너무 다르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현상들을 달리 설명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바오로가 구술을 중단하였다가 상당한 시일이 지난 후 다시 받아쓰게 하였다고 본다면, 그동안 생각과 기분이 상당히 변하였다고 추론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어떤 가설도 확신을 줄 만큼 확실하지않다. 그러나 '기쁨' 이라는 주제가 서간 전체에 걸쳐 되풀이된다는 점과 근본적인 단일성을 드러내는 다른 단서들을 볼 때, 네 개의 장으로 된 이 서간이 단편들의 모음 이상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사 상〕 필립비서의 내용은 짧지만 매우 의미심장하다. 첫째, 바오로는 그 어느 때보다도 혹독한 옥고를 치르면서 쓴 편지임에도 불구하고 필립비 교우들에게 기쁘게 살라고 권한다. "기뻐하다"라는 동사는 아홉 번(1, 18〔두 번〕 ; 2, 17. 18. 28 ; 3, 1 ; 4, 4〔두 번〕. 10), "기쁨"이란 명사는 다섯 번이나 나온다(1, 4. 25 ; 2, 2. 29 ; 4, 1). "주님 안에 항상 기뻐하십시오. 또다시 말하지만 기뻐하십시오"(4, 4)라는 훈계가 특히 돋보인다. 인간적으로 봐서 몹시 슬퍼할 처지에서 기쁘게 살라는 이 말은, 구원 체험에서 우러나는 거룩한 기쁨을 만깍하라는 뜻이다.
둘째, 바오로가 자기 교회에 유행하던 <그리스도 겸허가>(2, 6-11)를 인용한 사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필립비 교우들은 열심이었지만 서로 다투는 일도 있었다. 그래서 바오로는 일치를 촉구하면서, 일치를 이루기 위해 겸손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겸손을 본받으라고 하면서 <그리스도 겸허가>를 인용하였다.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고 선재하였지만 그 특권을 포기하고 인간이 되어 십자가에서 죽었다는 것이며, 하느님은 그리스도의 겸허한 처신을 보고 그분을 우주삼라만상의 주님으로 격상시켰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바오로의 육화 신학이 분명하게 드러나며, 이 찬가는 신학과 전례에 큰 영향을 끼쳤다.
셋째, 바오로는 예수 재림이 임박하다고 보고 이를 학수고대하였기에 예수 재림 전에 자신이 사망하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나, 에페소 주둔 로마군 감옥에서 앞날을 기약할 수 없는 처지가 되자 비로소 죽음을 심사숙고하게 되었다(1, 21-24 ; 2고린 5, 1-10). 그는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모시고 사는 이승의 신앙 생활을 저승으로 투사하여 사후 자신이 "그리스도와 함께 있기를 원한다" 라고 하였다. 바오로는 구원의 방법이 율법을 행하는 것이 아니고, 오직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이라고 단정하였다. (→ 바오로 ; 신약성서 ; 필립비)
※ 참고문헌 정양모, 《바울로 친서 이야기》, 성서와 함께, 1997, pp. 161~167/ 김경희 외, 《신약성서 개론》, 대한기독교서회, 2002, PP. 326~337/ H. Balz, 《TRE》 26, pp. 506~513. 〔鄭良謨〕
필립비인들에게 보낸 편지
— 人 — 便紙
〔그〕Πρὸς Φιλιππησίους · 〔라〕Epistola ad Philippenses · 〔영〕Epistle to the Philippians
글자 크기
12권

1 / 2
로마 시대의 에냐시아 국도에 위치한 필립비의 아고라 유적. 필립비의 첫 신자인 리디아의 세례를 기념하는 그리스 정교회 경당(1972년, 오른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