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르트만, 니콜라이 (1882~ 1950)

Hartmann, Nicolai

글자 크기
12
하이데거(M. Heidegger, 1889~1976)와 더불어 20세기 독일 철학의 대표적인 인물.
〔생 애〕 하르트만은 독일계 기술자의 아들로 1882년 2월 20일 러시아의 리가(Riga) 시에서 태어나, 상트페테르부르크(Sankt Peterburg)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에서 고전어와 철학을 공부하였다. 1905년 러시아 혁명 기간 동안 이 대학이 폐쇄되자 독일 마르부르크(Marburg) 대학으로 옮겨 후기 신칸트 학파의 대표자들인 코헨(H. Cohen, 1842~1918)과 나토르프(P. Natorp, 1854~1924)의 제자가 되었으며, 1907년 박사 학위를 받고 1909년에는 교수 자격을 취득하였다. 이때 출판된 그의 저서 《플라톤의 존재 논리학》(Platos Logik des Seins, 1909)은 마르부르크 학파의 관념론적인 기본 개념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나토르프는 제자인 하르트만의 1906~1907년 겨울 학기말 리포트를 자신의 저서인 《철학과 교육학》(Philosophie und Pädagogik, 1909)에 수록하였다. 하지만 이후 하르트만은 현상학의 영향을 받아 신칸트주의의 논리적 관념론에서 차츰 벗어나기 시작하였으며, 1912년에 간행된 그의 《생물학의 철학적인 근본 문제》(Philosophische Grundfragen der Biologie)는 후세의 자연 과학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하르트만은 1920년 마르부르크 대학의 원외 교수가 되었다가 1922년에 정교수가 되었다. 또한 쾰른(1925~1931), 베를린(1931~1945) 및 괴팅겐(1945~1950) 대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쳤고, 이 시기에 수많은 논문과 저술들을 집필하였다. 그는 저술 활동을 통해 유물론과 관념론을 극복할 수 있는 거대한 철학 체계를 이룩하고자 하였는데, 이러한 목표는 객관적 관념론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그는 《인식의 형이상학》(Grundzuege einer Metaphysik der Erkenntnis, 1921)을 비롯하여 존재론의 체계를 이루는 또 다른 4권의 저서들, 즉 《존재론의 기초》(Zur Grundlegung der Ontologie, 1935), . 《가능성과 현실성》(Möglichkeit und Wirklichkeit, 1938), 《현실 세계의 구조》(Der Aufbau der realen Welt. Grundriss der allgemeinen Kategorienlehre, 1940), 《자연 철학》(Philosophie der Natur, 1950) 등을 출간하였다. 그 밖에도 《윤리학》(Ethik, 1927), 《미학》(Ästhetik, 1953), 《독일 관념론의 철학》(Die Philosophie des deutschen Idealismus, Bde. 2, 1923)을 비롯하여 역사 철학, 인식론 및 논리학의 문제 등을 다른 저술들이 많이 있다. 하르트만은 1950년 10월 9일 독일 코팅겐(Göttingen)에서 세상을 떠났다.
〔사 상〕 하르트만은 신칸트주의의 주관적 관념론적인 인식론에 반대하였다. 신칸트주의 인식론은 존재와 의식이 인식 주체(인간)의 내면에서 상반되는 것으로 보는데, 하르트만은 이런 인식론이 존재론에 속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그는 칸트 철학의 유물론적인 요소를 옹호하였으며, 존재를 의식으로부터 독립해 있는 인식 대상의 '자체 존재' (Ansichsein, 인식 대상이 의식에서 독립하여 그 자체로 있는 것)라고 선언하였다. 그가 칸트(I. Kant, 1724~1804)를 이렇게 옹호한 것은 유물론적인 바탕에서 행해진 것은 아니다. 하르트만은 지난날의 철학(존재론)들이 그 무엇을 파악하는 것' 이라는 인식의 개념을 포기하였기 때문에, 존재 개념을 해석하는 데 실패하였다고 보았다. 즉 인식은 존재론의 문제이지, 존재가 인식론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하르트만은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당시의 철학 사조들, 곧 주관주의, 비합리론 및 신비주의 등을 꾸준히 반성하였다. 하르트만에 따르면 철학(존재론)은 유물론과 관념론에 맞서는 중립적인 범주론이어야 하는데, 이 범주론의 대상은 '존재자로서의 존재' 이다. 그에게 있어서 존재 개념은 첫 개념, 즉 더 이상 추구할 수 없는 개념이다.
인식 대상의 자체 존재는 존재의 일차적인 영역과 이차적인 영역을 모두 포괄하고 있다. 두 가지 원초적인 영역이란 현실적인 존재와 관념적인 존재를 뜻한다. 현실적인 존재는 시간(성)과 개별(성)으로 특징지어지지만, 관념적인 존재는 무시간(성)과 보편(성)으로 특징지어진다. 하르트만은 존재를 특징지을 때 물질(성)의 개념은 무시하였다. 현실적인 존재는 무기적 · 유기적 · 영혼적 · 정신적인 '존재의 층' 을 포함하고 있으며, 관념적인 존재는 수학의 구조와 본질 및 윤리적 · 미학적인 구조, 특히 가치들을 포함한다. 하르트만은 자체 존재의 이차적인 영역으로 인식과 논리적인 것을 꼽았다. 현실적인 존재는 관념적인 존재에 의해 '기본적인 구조' 요 '합법칙적인 것' 으로 규정된다. 이렇게 해서 하르트만은 관념론 진영에 끼여들게 되었다. 그는 존재론의 기본 법칙을 존재 누층(累層)의 법칙으로 이해하여, 《현실 세계의 구조》에서 현실적인 존재, 현실적인 존재의 구조와 이 구조 속에 깃들어 있는 합법칙성 등이 한없이 풍부하다는 존재 누층설을 밝히고 있다. 현실적인 존재의 하나하나 의 층들(무기물의 층, 유기물의 층, 영혼의 층 및 정신의 층)은 보편적인 범주론과 특수 범주론에 의해 구별된다. 하르트만은 이런 범주론을 기초적인 규정들이요 무시간적인 존재 구조들이라고 하였으며, 이 보편 범주론과 특수 범주론은 어느 정도까지 서로 의존하고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여기에 하느님이 끼여들 여지는 조금도 없다. 이런 점에서 하르트만의 학설은 신토마스주의(Nesthomismus)및 신학에 바탕을 둔 화이트해드(A.N. Whitehead, 1861~1947)의 네오리얼리(Neorealism)과 구별된다. 범주적인 기본 법칙, 즉 존재의 기본적인 합법칙성은 전체적으로 볼 때 보다 높은 층들은 보다 낮은 층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즉 층들이 겹쳐져(예를 들어 유기물적인 것이 무기물적인 것에) 있거나, 낮은 것 위에 높은 것이(예를 들어 영혼적인 것이 유기물적인 것 위에) 세워져 있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범주적으로 한계를 넘어가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즉 한 층에만 특별히 있는 범주를 다른 존재의 층에 옮겨 놓을 수는 없다. 하나하나의 보다 높은 층들은 하나의 '새로운 것' 을 내포하고 있는데, 이것은 낮은 단계의 층으로 되돌려지지 않는다.
하르트만의 현실주의적인 인식론에서는 그의 관념론 이 드러나는데, 이 관념론은 주관적 관념론적인 특징을 지닌다. 하르트만에게 있어서 인식이란 부차적인 존재영역이다. 즉 인식이 파악하는 사물들은 언제나 '자체 존재' 를 가진다. 그는 인식의 부분적인 진전이 상대적이라고 확신하였기 때문에 결국 인식의 절대적인 한계에 부딪히게 되었고, 따라서 불가지론에 빠졌다. 인식의 궁극적인 원인과 추진력은 인식된 것과 인식되지 않은 것 사이에 불일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며, 인식의 발전은 주관에만 뿌리내리고 있고, 객관(객체)에 대한 이 주관의 관계에 들어맞는 경향만이 중요하다. 이러한 경향, 문제 의식, '무지의 지'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는 하르트만에게 있어서는 선험적인 성격을 띤다.
주관적인 관념론에 대한 하르트만의 비판은 진정한 유물론적인 결론에 이르지 못하고, 그 자체가 관념론에 깊숙이 빠져 있다. 이런 사실은 특히 그의 《윤리학》과 역사 철학적인 견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의 관념론적인 생각들은 변명을 늘어놓는 성격을 띠고 있으나, 하르트만이 그 시대의 사회적인 여러 대립들을 멀리하는 '강단' 철학자가 아니었다는 것을 분명하게 밝혀 주고 있다. 하르트만은 역사적인 과정을 서술할 때 헤겔(G.W.F.Hegel, 1770~1831)의 목적론적인 역사 형이상학도, 또 마르크스주의의 유물론적인 역사 파악도 모두 거절하였다. 역사는 궁극적으로 정신적인 요인들에 의해 정해진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정신적인 요인들이란 개인과 '개인의 정신' 을 넘어서서 이어지는 공동체 정신이다. 그리고 이 공동체 정신이 다시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들에 의해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런 입장에서 하르트만은 자신의 《윤리학》과 《미학》에서 윤리적 · 미학적인 가치들을 비역사적 · 신비주의적으로 해석하였다. 또한 셀러(M. Scheler, 1874~1928)의 영향을 받아 현실 저편에 있는 절대적인 '가치들의 왕국' 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이 가치들의 왕국은 개인이나 공동체의 영향을 받지않으며 그 자체로 존재한다고 하였다. 후세의 사람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았던 하르트만의 새로운 존재론은 객관적인 관념론이 변화한 것으로 20세기 철학의 현실주의적인 사조에 속하며, 여기에는 네오리얼리즘과 비판적인 현실주의도 포함된다.
〔평 가〕 하르트만의 철학은 처음에는 신칸트주의에 머물러 있었으나, 셀러와 후설(E. Husserl, 1859~1938)의 영향을 받아 객관적 관념론적인 존재론, 즉 새로운 존재론으로 발전하였다. 그의 존재론은 주관주의, 비합리주의 및 신비주의에 반대하는 현실적인(실재적인) 철학 조류에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존재 양태와 존재 단계의 경험적 · 현상적 서술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형이상학적 전제를 의식하지 못한 '범주론적 분석' (Kategorialanalyse)인 것이다. 그에게 있어서 특유하고 정당한 형이상학적 문제란, 모든 학문 영역의 배경에 있어서 풀리지 않았으며 또 풀릴 수 없는 남은 물음들(Restfragen)일 뿐이다. 그러므로 학문으로서의 형이상학의 가능성은 매몰된 셈이다.
하르트만은 헤겔 이후 독일 철학을 체계적으로 집대성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철학의 모든 분야를 명석하고 명확한 필치로 저술하여, 간결하고 정확한 문장으로 써 내려간 그의 저술은 독일어 교과서에 비유되기도 한다. 이처럼 문체가 유려하고 간단 명료하며, 그 내용이 심오하면서도 분명한 하르트만의 철학은 세계적으로 많이 연구되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도 하르트만에 대한 연구가 왕성하다. 특기할 수 있는 부분은 하르트만이 독일어를 철학 용어로 활용하려고 애쓴 철학자였다는 점이다. 종래에는 형이상학(Metaphysik)으로 불리던 것을 그는 '존재론' (Ontologie)으로 바꿔 불렀으며, 마침내는 순수한 독일어를 써서 '존재학' (Seinslehre)이라고 하였다. 현재 한국에서도 순수한 우리말로 철학을 하려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는점에서도 하르트만은 모범이 될 수 있는 철학자이다. (→ 비관주의 ; 신칸트주의)
※ 참고문헌  H. Heimsöth · H. Heiss, Nicolai Hartmann. der Denker und sein Werk, Göttingen, 1952/ D. von Hildebrand, Christliche Ethik, Düsseldorf, 1959/ P. Hossfeld, Nicolai Hartmanns Stellung Zur Religion, Scholastik 32, 1957/ M. Huebler, Werthöhe und Wertstaerke in der Ethik von Nicolai Hartmann, Philosophische Studien, 1950/ S.U. Kang, Naechstenliebe und Fernstenliebe. Eine krititische Auseinanndersetung mit Nicolai Hartmann, 1974/ K. W. Lee, Subjektivitat und Intersubjektivität. Untersuchung zur Tehorie des geistigen Seins bei E. Husserl und Nicolai Hartman, 1984/ Dong Hyun Son, Die Seinsweise des objektiven Geistes. Eine Untersuchung im Anschulss an Nicolai Hartmanns Problematik des geistigen Seins, 1987/ Mi-Won Kim(Lee), Grundlegung der Werte in der Lebenswelt des Mennschen, Studium zum Pflichtbewusstsein und zur Wertethik, 2000/ 하기락, 《하르트만 연구》, 형설출판사, 1971/ 정의채, 《형이상학》, 열 린, 1997(10판)/ 김용섭, <하르트만 윤리학에 있어서 가치와 자유>, 《형이상학》 3집, 1995/ 조욱현, <하르트만의 존재학에 있어서 그의 자연 철학>, 《현대 사상 연구》, 1991. 〔姜聲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