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2-4장을 제외하고는 드물게 언급되지만, 하와는 성서 후기 시대 전반에 걸쳐 사회에서의 성 역할에 관한 신학적 논의나 논쟁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였다. 또한 하와라는 이름과 인물의 기원도 학문적 쟁점의 주제가 되었다.
〔이름의 기원과 배경〕 '하와' 는 창세기에서 여자에게 붙여진 세 번째 이름이다. 하느님이 사람에게서 빼내신 갈빗대로 여자를 만들어 그에게 데려왔을 때, 사람은 그녀가 남자(אָדָם)에게서 나왔으니 "여자" (אִשָּׁה)라 불릴것이라고 하였다(창세 2. 22-23). 이것이 그녀의 두 번째 이름이다. 그녀의 첫 번째 이름은 하느님이 주신 것으로 남자의 이름과 같다. 하느님은 남자와 여자 모두를 당신의 모습으로 만들고 "사람" (אָדָם)이라 부르며, 번성하여 땅을 가득 채우고 지배하라고 하셨다(창세 1, 26-28).
이러한 세 가지 이름은 각각 중요성을 지니며 그 쓰임새도 다르다. 창세기에서 "사람"이 여자의 이름으로 나오는 곳은 단 두 곳(1, 26-28 ; 5, 2)뿐이다. 이를 통해 여자는 인간 안에 포함되어 남자와 똑같은 책임과 권한을 부여받았음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이름 "여자"는 남편과 한 몸을 이루는, 남자의 배우자에게 주어진 이름이다. 마지막으로 "하와"는 사람이 그녀를 "살아 있는 모든 것(כׇּל־חַי) 어머니"라고 부를 때(창세 3, 20)와, 그녀가 첫 아이를 낳는 이야기(창세 4, 1)에서 나온다. 대다수의 학자들은 창세기에 등장하는 여자의 세 이름은 아마도 창세기가 글로 기록되기 이전의 여러 구전의 결과일 것이라고 한다.
하와라는 이름의 기원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여자가 "살아 있는 모든 것의 어머니"이기 때문에 하와라고 불리는 점을 들어, "하와"가 '살다' 라는 의미의 '하야' (הָיָה)라는 동사에서 왔으리라고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둘 사이의 직접적인 연계성은 밝혀진 바없다. 칠십인역 성서는 '하와' 를 해석하여 '생명' 이란 의미의 "조애" (Zomi)로 옮겼다. 우가리트와 페니키아 문헌에 나오는 고대어에서 파생한 단어일 가능성도 있다. 만약 이 가정이 맞다면 하와라는 이름은 차용어이거나 고대부터 내려오던 이름이었을 것이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의 어머니"라는 표현은, 하와와 고대 근동의 여러 어머니 신〔母神〕과의 연계성을 암시한다. 아카드(Akkad) 여신 마미(Mami)는 '모든 신들의 여인' 또는 '인류의 창조 여신' 이라 불렸다(
어떤 학자들은 '하와' 가 뱀을 나타내는 아람어 '헤야' (hewya)와 비슷하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그들은 하와는 본래 지하 여신의 이름이거나, 창세기 3장의 마소라 본문 이전 전승에서는 하와와 뱀을 동일시하였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은 비록 추측에 불과하지만, 하와와 뱀이라는 단어 사이의 연계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어머니 여신 아세라 또는 타니트과 뱀 사이에 어떤 관계 가 있음을 증명하려는 시도에는 어머니 여신과 뱀 모두 다산(多産)이라는 주제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점 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와 같은 자료들을 바탕으로 창세기 3장 20절에 나오는 여자의 이름 '하와' 는 여신 아세라를 암시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하와를 "살아 있는 모든 것의 어머니"로 부르며 다산을 추구하고, 뱀과 금지된 나무가 등장하는 것 등이 모두 아세라가 나오는 신화와 일맥상통 하는 점들이다. 그렇게 본다면 창세기 2장 4ㄴ절부터 3장 24절까지의 이야기 배경이 어머니 여신 설화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이야기의 결론(창세 3, 14-19)은 다산과 풍요가 아닌 죽음과 불모와 고통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의 어머니"조차 출산의 고통을 겪는다. 하와와 뱀의 상호 작용도 결국 죽음으로 끝나고 인간은 땀을 흘리고 수고해야만 땅이 내는 생산물을 거둘 수 있게되었다. 결국 창세기 2장 4ㄴ절부터 3장 24절까지의 이야기는 가나안의 다산을 추구하는 의식에 대항하는 논쟁을 반영한 것 같다. 이 논쟁은 성서 저자에 의해 재구성되었으므로, 현재 우리에게 전해지는 이야기는 그 배경 만을 암시해 주고 있을 뿐이다.
〔하와에 대한 해석과 논의들〕 신약성서에서 하와를 언급한 곳은 오직 두 군데뿐이다. 먼저 고린토 2서 11장 3절에서 바오로는 하와가 뱀에게 속았듯이 고린토 신자들이 그리스도께 대한 일편단심과 순결을 잃게 될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하였다. 구약성서에서 하와는 인류의 첫 어머니로 나오지만, 신약성서에서는 그녀가 뱀의 유혹에 빠져 에덴에서 추방당했음을 부각하며 잘못된 가르침에 빠질 위험이 있는 교회에게 경고하기 위한 비유로 쓰인 것이다. 그리고 디모테오 1서 2장 8-15절은 하와가 아담 다음에 빚어졌다고 하면서 교회에서 여자는 가르치는 사람이 되거나 남자를 다스리는 위치에 있을 수 없다고 하였다. 이와는 달리 하와를 좀더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에페소서 5장 22-33절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바오로는 여기에서 하와라는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지만, 창세기 2장 24절을 인용하여 타락이전의 아담과 하와의 관계가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를 상징하는 것으로 이해하였다.
창세기 2장 20절은 하와가 "자기에게 알맞은 협력자"로 창조되었다고 하였다. 이 표현은 종종 하와가 아담에게 종속되어 있는 상태라고 이해되어 사회와 가정 생활에서 여성과 남성의 관계를 나타내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하와가 아담의 갈비뼈로 만들어진 두 번째 사람이라는 것과 뱀의 유혹에 먼저 넘어갔다는 사실 또한,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며 여성보다 앞서 있다는 논의의 틀을 제공하였다. 랍비들의 성서 해석서인 미드라쉬(Midrash)에는, 여자는 믿을 수 없으며 하느님이 의도한 것과는 거리가 먼 존재라고 묘사한 구절이 있다(Gen. Rab. 18, 2). 여기에서 하와의 딸인 여자는 하와와 마찬가지로 하느님이 기뻐하지 않는 품성을 지닌 것으로 그려졌다. 이와 함께 신약성서 시대의 다른 많은 랍비 문헌들에서도 하와 또는 여자는 남자를 유혹하거나 아름답지 못한 능력을 지닌 존재로 묘사하였고, 남자에게 여자를 조심하라는 가르침을 담았다.
이와 같은 전통이 여자에 대한 바오로의 사고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신약성서(2고린 11, 3 ; 1디모 2, 8-15)의 하와에 대한 구절에 대해, 일부 초대 교회의 교부들은 여자는 본래부터 약하고 유혹에 빠지기 쉬우며 인류 타락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해석하였다. 그러므로 여자들은 교육의 대상이 될 가치가 없으며, 교회에서 권위 있는 자리를 차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스도-아담' 에 대응하는 '복되신 동정 마리아-하와' 라는 대립 관계를 처음으로 제안한 것은 유스티노(Justinus, 100/110?~165)였다. 그는 마리아는 순종과 생명을, 하와는 불순종과 죽음을 상징한다고 하였다. 알렉산드리아의 글레멘스(Clemens Alexandrinus, 150?~215?)와 테르툴리아노(Q.S.F. Tertullianus, 155?~230/240?)와 아우구스티노(Augustinus Hipponensis, 354~430)도 마리아의 덕성을 칭송하기 위한 예로서 하와를 들어 평하였다. 아우구스티노는 하와가 아담의 갈비뼈에서 만들어졌다는 창세기의 이야기에서 하나의 상징을 찾아냈다. 하와에게 남자의 힘을 어느 정도 부여해 주기 위해 그녀를 남자의 뼈로 만들었고, 남자의 빼내진 갈비뼈 자리를 살로 메움으로써 그에게 여자의 부드러움을 주었다는 것이다(《미완성 창세기 축자 해석》 9. 18. 34).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 1224/1225~1274)는 여자가 남자의 옆구리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남자와 여자의 사회적 결합 형태를 가리킨다고 하였다. 곧 남자의 머리에서 만들어지지 않았으므로 여자는 남자를 다스리는 위치에 설 수 없으며(1디모 2, 12), 또 남자의 발에서 만들어지지 않았으므로 종처럼 남자에게 종속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또 여자가 남자의 옆구리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에서 성사의 상징을 보았는데,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의 옆구리에서 피와 물이라는 성혈과 성수가 흘러나와 그 위에 교회가 세워졌다"는 것이다(《신학 대전》 1a, 92. 3).
현대의 학자들이 하와에 대해 제기하는 몇 가지 논의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보수 신학자들은 하와가 아담 다음에 만들어졌고 인류 타락의 원인을 제공하였다는 점을 들어 여성 사제직을 허용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편다. 반면 복음주의 신학자들로 이루어진 또 다른 보수 신학자들은 바오로가 부정적으로 묘사한, 하와에게서 물려받은 여자의 본성에 대한 정의는 경험에서 나온 것이 아니며 이를 지지하는 다른 주석 자료들도 없다고 주장한다. 일부 학자들은 바오로의 가르침에는 당시의 문화적 요소들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한다. 또 다른 학자들은 디모테오(Timothaeus, ?~97?)가 주교로 있던 에페소 교회는 거짓 교사들이 전하는 잘못된 가르침에 빠질 특수한 위험에 처해 있었는데 이들 거짓 교사들 가운데는 여자들도 있어서, 이런 위험 상황 속에서 여자들에게 가르치는 일을 금지시키라는 경고가 나왔을 것이라고 해석한다(A.D.B. Spencer). 라그랑즈(M.J. Lagrange, 1855~1938)를 주축으로 한 가톨릭 학자들은 창세기의 창조 이야기에서 여자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였다고 말한다. 여자의 탄생은 하느님의 창조 행위에 마침표를 찍는 마지막 손길이었으며, 창세기가 기록될 당시 이스라엘에 영향을 미친 이방 종교의 신앙과 실천 사이의 대립이 인간의 죄로인한 타락으로 묘사되었다는 것이다. 곧 신앙은 여자를 신성시하고 다산의 상징으로 숭배하였으나, 실제로 여자는 사회적으로 열등한 존재로서 남자의 쾌락의 대상으로 취급당하고 있었다고 한다.
〔하와와 창조 이야기〕 최근에 고린토 교회에서 여자들에게 예언의 은사가 허용되었음이 더욱 주목되고 있다. 바오로의 협력자로 드보라, 미리암, 안나 같은 여자들이 등장하는 것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구약성서에 묘사된, 여자를 긍정적으로 또는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모두 창세기의 본문(2, 4ㄴ—3, 24) 자체보다는 해석자들의 가정에 의존하고 있다. 여자가 남자에게 종속된다고 주장하는 근거로 제시되어 왔던 창세기 2장 20절의 "협력자" 라는 단어에 종속의 의미가 들어있지 않음도 널리 인식되고 있다. 이 단어는 자기보다 윗사람, 심지어 하느님을 묘사("행복하여라, 야곱의 하느님을 도움으로 삼는 이" : 시편 146, 5)할 때도 사용되었다. 그러므로 "자기에게 알맞은 협력자"는 '그에게 알맞는 동반자' 라는 의미로 이해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인간 창조 이야기는 여자의 존엄성과 남자와의 동등성, 그리고 성(性)이 다른 두 존재의 기원에 대해서 말해주고 있으며, 인간 타락의 기원에 관한 이야기는 이방신의 다산 의식에 참여하여 신의 창조 능력을 공유하고자하는 여자의 우상 숭배에 대한 경고이다. 여자의 존엄성과 하느님 자녀로서의 소명, 본성과 은총에서 남성과 동등함과 결혼의 성스러움 등, 가톨릭 교리는 남자와 똑같이 책임과 권한을 부여받은 인간으로서의 사람, 남자의 동반자로서의 여자, 그리고 모든 살아 있는 것의 어머니인 하와가 등장하는 이 창세기 이야기에 기초하고 있다. (⇦ 에와 ; 이브 ; → 선악과 ; 아담 ; 아세라 ; 유스티노 ; 창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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