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주의
合理主義
〔라〕rationalismus · 〔영〕rational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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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권
비합리적 · 우연적인 것을 배척하고 이성적 · 논리적 · 필연적인 것을 중시하는 태도. 이성을 지식의 중요한 근 원 및 검증 수단으로 보는 철학적인 견해로, 모든 지식은 감각 경험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하는 경험론에 맞서 이성 이 감각 인식의 한계를 초월하여 진리를 파악할 수 있다 는 주장. 이성론(理性論) , 이성주의(理性主義), 합리론 (合理論) 등으로도 불린다. 〔어원과 의미〕 합리주의라는 용어는 '이성' 이라는 의 미를 지닌 라틴어 '라시오' (ratio)에서 비롯되었다. '라 시오' 의 본래 의미는 '계산' 이나 '관계' , '비율' 이었으 나, 치체로(M.T. Cicero, 기원전 106~43)가 그리스어인 '로고스' (Logos)를 '라시오' 라고 번역한 후 '이성' 이란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이 명칭은 근대 초기 그리스도교의 초자연적 합리주의 에 대립되는 관점에서, 자연에 있어서 인간 존재의 이성 을 존중하는 사람들을 '합리주의자' 라고 한 데서 유래하 였다. 즉 종교의 측면에서 합리주의는 초자연적 계시의 도움 없이 인간의 자연적인 능력의 사용을 통해 지식이 얻어진다는 주장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이성은 초자연적 인 은총이나 신앙과 대립되는 인간의 인식 능력이라는 의미이다. 결국 종교적 합리주의는 종교를 이성으로 추 론하려고 할 때에는 전통적인 신앙을 반영하지만, 이성 으로 종교를 대체하려고 할 경우에는 반교회적인 성격을 지닌다. 또한 철학적 용어로서의 합리주의는 경험론 (empiricism) 또는 감각주의(sensualism)에 대립되는 이론 이다. 근대 철학은 크게 대륙계의 합리주의와 영국의 경 험론으로 나눌 수 있다. 합리주의자들은 자신들의 형이 상학적 사고를 범신론과 일원론으로 이끌었으며, 경험주 의자들은 주관주의와 불가지론으로 이끌었다. 합리주의는 일반적으로 특정한 인식 목표를 갖는다. 모든 참다운 인식은 사유 필연성과 보편 타당성을 지녀 야 한다는 것이다. 즉 사실에 있어서뿐만 아니라 영원히 어디에서도 꼭 그래야만 할 때, 그 인식은 비로소 참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경험은 사실성만 보여 줄 뿐이며 사 유 필연성은 보여 주지 않기 때문에 참다운 인식은 오직 이성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식론적인 기본 태도로서의 합리주의와 일종의 과학적 또는 교육적 인 방법으로서의 합리주의는 구분되어야 한다. 인식론적 인 기본 태도로서의 합리주의는 순수한 개념 철학이기를 원하거나, 모든 인식이 이성으로부터 나온다는 등의 주 장을 하지 않는다. 〔역 사〕 고대 철학 : 철학사 특히 형이상학의 관점에서 볼 때, 합리주의는 고대 그리스 철학과 헬레니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엘레아 학파(Elea schola)는 감각의 다 양한 인식을 착각으로 여기면서 그것에 근거한 모든 인 식의 내용, 나아가 사물의 운동조차도 부정하였다. 오직 움직이지 않고 존재하는 존재만이 참 존재이며 이런 존 재는 감각을 통해서는 인식될 수 없으므로, 진리 인식에 다다를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추상적인 사유뿐이라고 하 였다. 엘레아 학파에는 지각 및 감각과 대립되는 순수 사 유에 대한 적극적인 규정이 나타나는데 논리적 합법칙성 이 그 첫째 규정이며, 피타고라스 학파에 의하여 주어진 둘째 규정은 수학에 근거한다. 엘레아 학파의 창시자인 파르메니데스(Parmenides, 기원전 540~470)에게 있어서 사유와 존재는 동일한 것이었으며, 피타고라스(Pyha goras, 기원전 582~497/496)는 일체를 '수' (數)로 환원하 였다. 그리고 데모크리토스(Demokritos, 기원전 460?~ 370?)와 레우키포스(Leucippos, 기원전 5세기)는 유물론적 합리주의를 주장하였다. 데모크리토스의 자연 철학은 자 연 과학을 지향하고 있는데, 실재(實在)는 아르케(άρχή, 근본 원리)인 '원자' (原子, atom)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였다. 반면 플라톤(Platon, 기원전 428/427~348/347)의 합리론 은 관념론적 합리주의이다. 플라톤은 가변적인 감각 세 계인 현상을 무시하고 선(善)의 이데아(Idea)를 참 인식 의 원형으로 제시하였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감각계는 열등한 데 비하여 지성계는 초월적이다. 감각계에는 부 정과 암흑의 세계가 현존하고 현상계가 던지는 비합리성 은 제한적이다. 이데아의 세계는 감각적인 현상계와는 독립된 고유한 세계를 형성한다. 이데아는 감성 지각에 의하여 인식되지 않으며, 단지 이데아에 대한 인식이 혼 기(混起)될 뿐이다. 플라톤은 이런 인식 과정을 신비적 으로 기술하였다. 영혼이 순수한 세계에서 보았던 이데 아를 상기(想起, anammesis)하고 이데아를 인식한다는 것 이다. 따라서 플라톤은 인식에 있어서 경험(현상)으로부 터 완전히 독립적인 기초를 제공하기 위해 합리주의 경향 에서 비롯되는 본유 관념(本有觀念)의 토대를 마련하였 다. 플라톤은 엘레아 학파처럼 감각계를 부정하지는 않았 으나, 감각계와 이데아의 세계를 완전히 분리함으로써 지 각과 사유 사이의 어떤 관련도 이끌어내지 못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기원전 384/383~322/321)는 이데아의 세계가, 각기 물체의 실체가 자기 안에 목적인 (目的因)을 갖는 물질 자체에 내재한다고 하였다. 감각 적인 것은 본질적으로 잠재적이며 수동성을 지닌다. 이 는 형상 없는 질료(質料, materia)이며 사유의 활동을 통 해 비로소 개념적 형상(形相, forma)을 갖추게 된다. 이 것이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한 질료 형상론(Hylernorphism)의 핵심이다. 지각의 질료(수동적 이성)는 플라톤의 상기와 마찬가지로 능동적 이성 즉 순수 사유에 능동인 을 줄 뿐이며 개념 형성의 가능성을 보장한다. 아리스토 텔레스는 플라톤과 달리 감성 지각을 실재적인 것으로 간주하지만, 질료가 형상을 통하여 비로소 완성되듯이 사유가 지각된 내용의 최고 상태의 관계를 표현하는 개 념을 통하여 감성 지각을 규정해야만 비로소 보편적 · 객 관적 · 형이상학적 지각을 갖게 된다고 한다. 이로써 플 라톤이 주장한 이데아의 초월적 세계를 거부하고 이데아 들과 개념들을 현상 안에서 현실화한 것이다. 아리스토 텔레스는, 참된 존재는 개념이며 보편자이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플라톤의 정신을 계승하였다. 플라톤은 물론 파르메니데스와 해라클레이토스(Herakleitos, 기원전 576~480)에게서도 전통적이고 이성적인 방법론을 발견 할 수 있다. 즉 변증법적 방법, 연역적 방법 등이다. 소 위 소크라테스에게서 발전한 소피스트들의 논쟁술에 따 른 참다운 진리 인식에 이르기 위한 방법들이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진리는 사유의 개념들 형태로 파악된다. 그래서 윤리적 기본 방향에 따라 최고의 개념 은 선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귀납법과 연역법에 대한 합리적 방법론을 정초하였는데, 그 중 삼단논법은 20세 기까지 널리 사용되었다. 중세와 근대 : 교부 시대에는 아우구스티노(Augustinus Hipponensis, 354~430)에 의해 플라톤과 신플라톤주의의 전통이 계승 · 발전되며, '지성적 빛' (lux intellectualis)에 의해 '신적 필연성' (神的 必然性, divina necessitas)과 '영 원한 진리들' (veritates aeternae)에 참여한다. 플라톤-아 우구스티노적인 사유 형식은 스콜라 철학의 인식론적 합 리주의를 고양시켰는데, 그 영향은 에리우제나(J.S. Eriugena, 800/815?~877?)로부터 보나벤투라(Bonaventura, 1217?~1274), 스코투스(J.D. Scotus, 1265/1266~1308)와 많 은 프란치스코회 철학자들에게까지 두루 미쳤다. 스콜라 철학의 전성기에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 1224/ 1225~1274)와 알베르토(Albertus, 1200~1280)에 의해 전 형적인 인식론적 합리주의가 완성되었으며, 특히 토마스 아퀴나스는 그리스의 합리주의와 그리스도교의 계시를 하나의 조화로운 체계 속에 결합시키려고 하였다. 르네상스 시대인 16세기 말과 17세기 초에 형이상학 적 합리주의 진술들이 어긋나게 되자, 베이컨(F. Bacon, 1561~1626)에 의해 경험론과 합리주의가 새로운 방법론, 즉 귀납법에 의한 자연 과학적 방법론으로 제시되었다. 자연 과학자들은 자연의 모든 현상을 분석 방법에 따라 가장 단순한 수학적 요소들로 나누었다. 수학이 자연 현 상을 완전히 설명하고 증명할 수 있음을 입증하기 위해, 분해된 것들을 결합의 방법에 따라 다시 구성하였다. 그 로 인해 수학은 합리적 요소를 제공하였으며, 이를 매개 로 지각의 영역에서 합리주의의 완성에 이르렀다. 17~ 18세기의 합리주의는 수학과 자연 과학에 근거한 논리 수학적이며 연역의 세계였다. 이와 같이 합리주의자들은 수학을 모든 학문의 이상으로 보고 수학적 방법을 학문 연구의 모범으로 생각하였다. 따라서 이 시대의 철학은 수학과 분리될 수 없었다. 데카르트와 말브랑슈 : 데카르트(R. Descartes, 1596~ 1650)는 베이컨의 새로운 학문 방법론과 자연 과학 및 신대륙의 발견, 휴머니즘의 대두에 힘입어 근대 합리주 의의 초석을 놓았다. 갈릴레이(G. Galilei, 1564~1642)를 비롯한 철학자와 과학자들은 당시 가장 보편적 학문의 토대인 수학에 정통하였고, 과학과 철학 연구에 필연성 과 타당성을 제공하려고 노력하였다. 데카르트와 그 추 종자들의 철학적 관심사는 합리주의와 경험론의 문제였 다. 가령, 데카르트의 관심은 인간 정신의 존재가 하느님 에 의한 본유 관념(ideae innatae)인지 아니면 조작된 관념 (ideae facticiae)인지에 있었다. 그에게는 수학 이론이 합 리적 인식을 제공했으며, 이를 매개로 감성 지각의 영역 을 합리주의적으로 완성하였다. 17세기 과학자들이 합리적인 보편 학문으로서 수학을 발견했다면, 데카르트는 세계를 구성하는 요소와 인식의 주체에 대한 깊은 통찰을 통하여 '자명한 진리' 에 이르 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하였다. 즉 직관적인 명백한 진 리를 발견하였다. 데카르트에게 있어서 진리 인식의 출 발점은 '방법적 회의' 였는데 이는 모든 사물과 인식에 대한 새로운 성찰이며 확실성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적인 의심으로, 의심하려고 해도 더 이상 의심할 수 없는 확실 성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데카르트는 이 방법을 통해 의식의 자명성에 도달하였다. 모든 것을 의심해도 더 이상 의심할 수 없는 '나' , 즉 '자아' 를 찾은 것이다. 나는 생각하며 의식하며 의심하는 존재이다. 그래서 "나 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Cogito, ergo sum) 라고 하였다. 여기서 나는 '생각하는 나' (cogitans sum)이 다. 데카르트에게 있어서 명증성이 진리 인식의 표지이 며, 따라서 진리는 자기 의식처럼 명석하고 분명하다 (distinctio clara et distincta). 정신의 직관성은 명석하고, 확고한 규정은 분명하다. 데카르트는 이런 표상들을 본 유 관념' 이라고 하였다. 본유 관념은 치체로가 처음 사 용하였는데, 데카르트에 이르러 이 개념은 심리 발생학 적 내용을 전제하는 것이 아니라 지각 영역에서 독립된 인식론적 의미를 갖게 되었다. 이것이 본유 관념인 이유 는, 사유자로서의 나는 '회의하는' 한 불완전하고 유한 하다는 의식 자체가 이미 내 의식 속에 내재하고 있는 완 전하고도 무한한 것의 관념과 대비되기 때문이다. 데카 르트는 사유의 독립성을 강조하기 위해 정신에 물체와 병존하는 실체를 인정하였다. 유한 실체로서 정신은 모 든 수동적인 지각을 거부함으로써 발생한다는 능동적인 본성을 지닌다. 데카르트는 물체의 실재를 인정했으며 진리의 원천인 주어진 내용을 수동적인 감각도 버리지 않고 유지해야 하였다. 데카르트의 철학에 반대하는 인식론적 합리주의 관점에서 말브랑슈(N. Malebranche, 1638~1715)의 이론에 따 르면, 하느님의 동일한 이데아는 영혼에 현존한다. 말브 랑슈는 "우리는 하느님 안에서 모든 것을 본다(파악한 다)" 라고 하였다. "하느님 안에서의 파악" '이라고 알려진 이 이론은 아우구스티노에서 차용한 것인데, 말브랑슈의 철학이 가지는 가장 독창적인 특성 중의 하나이다. 모 든 존재들이 우리 정신 안에 현존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하다.' 그런데 그 존재들이 우리 정신 안에 현존하지 않 는다면, 이러한 모든 존재들이 우리의 마음 안에 현존하 는 것은 불가능한 듯이 보인다. '우리의 정신이 다양한 추상적 · 일반적 진리들을 인식함에 있어서, 만일 무한한 방식으로 이들을 우리의 정신에 드러내 보여 주는 하느 님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러한 진리들을 잘 설명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의 정신에 변화를 일으켜 정신을 변형시킬 수 있는 존재는 오직 하느님뿐 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니고 있는 모든 관념들은 다 른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는 하느님이라는 실체 안에 존 재함이 틀림없는데, 하느님의 존재는 예지적이며 우리에 게 관념을 드러내 보일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다. 왜냐하 면 하느님만이 우리 지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 다.' 하지만 말브랑슈는 이런 주장이 우리가 하느님을 파악하고 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다. '하느님의 본질은 바로 그의 절대적 존재이며, 우리의 정신은 절대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하느님이라는 실체에 관하여 전혀 아무것도 파악할 수 없다. 우리는 단지 피조 물과 관련되는, 또는 피조물에 의해서 드러나는 하느님 의 실체만을 제한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뿐이다. 우리 가 하느님 안에 있는 관념들을 파악한다면, 우리는 영원 한 진리를 파악하게 된다. 하지만 아우구스티노가 말한 것처럼 이 진리들을 파악함으로써 하느님을 파악하고 아 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진리의 관념들을 파악함으로써 하느님을 파악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이런 관념들은 실재적이기 때문이다. 말브랑슈는 데카르트처럼 수학 예 찬론자였지만 데카르트와는 다른 독창적인 합리론자였으며, 나아가 기회 원인론자(機會原因論者, occasionalism)로서의 그의 철학적 독창성을 아우구스티노의 전승 안에서 완성하였다. 데카르트의 철학은 진리에 도달하는 방법, 직관적 진 리에서 다른 진리로 나아가는 방법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 려 하였다. 그 결과 데카르트 추종자들에 이르러서는, 모 든 지식은 수학과 유클리드 기하학에 근거한 기본 원리에 서 모순이 배제된 체계를 전개한다는 방법론적인 의도를 가진 합리주의가 등장하였는데 스피노자(B. de Spinoza, 1632~1677)가 대표적이다. 사실 데카르트는 본래 자연 철학적 관심이 컸지만, 도덕적 내지 종교적 동기는 그에 비해 소극적인 것이었다. 스피노자 : '최고선' (最高善)의 추구라는, 실천적이며 종교적인 동기가 스피노자 철학의 주요 입장이었다. 그 에게 있어서 최고의 선은 정신과 자연을 연결하는 통일 의 인식이었고, 또 학문의 목적은 인간의 최고의 완전성 에 도달하기 위한 것이지 대상에 대한 인식이 아니었다. 스피노자는 이처럼 실천적이며 종교적인 동기에서 출발 한 자신의 철학을 엄밀한 논증적 학문으로 만들려고 하 였다. 그래서 데카르트가 보여 준 수학적 방법을 철저하 게 자신의 철학에 적용시켰다. 따라서 그의 철학 전반에 는 종교적 신비주의의 엄밀한 합리론이 일원론적(-元論 的)으로 전개된다. 그의 저서인 《기하학적 방법으로 증 명된 윤리학》(Ethica ordine geometrico demonstrata, 1677) 이라는 표제는 그의 철학이 지닌 실천적 주제와 합리적 방법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스피노자는 자 기 철학을 전개함에 있어서 우선 정의(定義, definition) 와 공리(公理, axiom)로부터 출발하였고, 이를 기초로 정리(定理, theorem)들을 증명하는 식으로 일체를 논리 적으로 연역하여 체계를 세웠다. 그는 자신의 철학이 합 리적으로 이론의 여지가 없을 만큼 확실하다고 확신하였 으며, 이성에 의하여 모든 진리가 인식될 수 있다며 이성 에 대한 절대적 신뢰를 보였다. 라이프니츠 : 독일 계몽주의 철학의 선구자였고, 스피 노자에 이어 17세기 철학의 당면 과제를 종합 · 통일한 '조화의 철학자' 였다. 또한 라이프니츠(G.W. von Leibniz, 1646~1716)는 데카르트 이래 과학적 세계관과 그리스도 교적 섭리 사상의 대립, 스콜라 철학과 근세 철학의 대 립, 대륙의 합리주의와 영국 경험론의 대립을 조정하려 노력하였으며, 다른 합리주의자들처럼 수학적 방법에 깊 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스피노자의 실체관을 극 복하는 길을 모색하는 과정으로 단자론(單子論, monadenlehre)을 주장하였다. 그는 실체란 '활동할 수 있는 존 재자' 라고 정의하여 스피노자와 데카르트, 영국 경험론 을 조화시키려 하였다. 이와 같이 라이프니츠는 합리적 인식에 큰 신뢰를 보였다. 그렇지만 현실적인 인식이 반 드시 합리적 인식으로만 일관할 수 없다고 하였으며, 우 리가 도달하는 진리를 모순률에 따르는 '이성의 진리' (vérité de raison)와 충족 이유율에 따르는 '사실의 진리'(vérité de fait)로 구분하였다. 모순률이란 모순된 명제는 반드시 허위이며, 허위인 명제와 모순 대당 관계에서 명 제는 반드시 참이 된다는 것을 명시하는 원리이다. 이 원 리에 의하여 논리적으로 연역된 모든 명제는 필연성을 지니게 되며, 그 반대를 생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수학 이나 형이상학적 진리가 필연성을 갖게 되는 것은 이 때 문이다. 라이프니츠는 이를 '영원한 진리' (vérité éternelle)라고 불렀다. 이에 반하여 충족 이유율은 어떠한 사물 도 충분한 이유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는 원리이며, 이러 한 원리에 의하여 경험적 사물의 원인을 구명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밝혀지는 '사실의 진리' 는 경험 적 인식의 소산이다. 따라서 영원의 진리와 같이 그 반대 를 생각할 수 없는 논리적 증명을 얻을 수 없다. 그래서 라이프니츠는 이를 '우연(偶然)의 진리' (vérité contingente)라고 불렀다. 그렇지만 이러한 진리의 구분은 인간 지성에만 존재하며 하느님의 지성에서는 인간에게 사실의 진리인 것까지도 영원한 진리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에, 하느님에게 있어서는 영원의 진리와 사실의 진 리가 하나가 된다. 데카르트와 라이프니츠의 합리주의는 볼프(C. Wolff, 1679~1754)의 철학으로 계승되었다. 볼프는 현실의 모든 영역을 오성으로부터 나오는 선천적 지식과 지각(감각) 에서 비롯되는 후천적 지식을 통해 구성해야 한다고 주 장하였다. 따라서 경험 과학은 합리적인 과학이 형이상 학적 개념들로부터 추론한 것을 사실적으로 제시한다는 것이 분명하다. 합리주의와 경험론 또는 감각론과의 조 화는 라이프니츠 사후에 출판된 《인간 오성 신론》(Noue Abhandlungen iiber den menschlichen Verstand)에서 시작되 었다. 모든 표상은 미지의 선천적인 것이며 알려지지 않 은 것이다. '현실적' 인, '완성된' 선천적 지식이란 없다. 이 진리는 따라서 감각 요소들 간의 협동 작용으로 설명 될 수도 없다. 오히려 선천적 진리는 관계하는 사유의 비 자의적 형식으로서 이미 지각 속에 포함되어 있는데, 이 때 진리는 자기 의식에 의하여 통각된다. 환언하면, 진리 는 분명한 표상으로 바뀌어 그 자체의 기능으로 인식된 다. 이 지각들을 결합할 때, 라이프니츠의 견해에서 영혼 의 고유한 활동은 영혼 자체의 지각 기능에로 환원된다. 계몽주의 철학의 완성이라는 관점에서 칸트(I. Kant, 1724~1804)의 철학은 대륙의 합리주의와 영국 경험론의 종합이다. 합리주의가 독단 때문에, 경험론은 회의 때문 에 진리 인식에 실패하였다면, 그 이유는 인간 인식이 이 성과 경험의 택일적 원리를 갖고서는 설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칸트는 이성과 경험의 비판을 통하여 합리주의와 경험론의 종합적 통일을 실현하는 임무를 성 공적으로 완수하지는 못하였다. (⇦ 이성주의 ; → 경험론 ; 데카르트 ; 라이프니츠 ; 말브랑슈 ; 스피노자 ; 신학사 ; 실증주의 ; 엘레아 학파 ; 이성 ; 자연 철학 ; 철학) ※ 참고문헌 J. Laporte, Le rationalisme de Descartes, PUF., 1945/ G. Rodis-Lewis, Descartes et le rationalisme, PUF., 1985/ F. Alquié, Le rationalisme de Spinoza, PUF., 1981/ F. Copleston, 김성호 역, 《합리론》, 서광사, 1994/ R. Scruton, Modern philosophy, Penguin books, 1995/ M. Gueroult, Malebranche ; La vision en Dieu, Aubier Montaigne, 1955/ E. Gilson, Pourquoi St. Thomas a critiqué St. Augustin, Vérin, 1986/ -, History of Christian Philosophy, 2 vols., London, 1924/ R. Schacht, Classical modern Philosophers, Routeledge & Kegan, 1984/ J.L. 아크릴, 한석환 역,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 서광사, 1992/ M. Nussbaum ed., Essays on Aristotle's De Anima, A. Oksenberg Rorty, Clarendon Press, 1992. 〔成炳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