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신학

解放神學

〔영〕Liberation Theology

글자 크기
12
가난한 사람들의 구원을 위한 실천을 역설한 해방 신학자 구티에레즈.
1 / 4

가난한 사람들의 구원을 위한 실천을 역설한 해방 신학자 구티에레즈.


1960년대 라틴 아메리카에서 태동한 신학. 하층민이 겪는 정치적 억압과 경제적 수탈 구조가 하느님의 정의 에 위배되는 죄의 상태라고 해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 한 해방 운동을 신학적으로 성찰하는 신학 방법론. 라틴 아메리카의 구체적인 역사적 현실을 계시와 전통 안에서 해석하며, 정치 · 경제적 해방 실천을 구원 사업의 일환 으로 이해하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회 구조 개혁을 주 장하며, 그리스도인과 교회로 하여금 이 운동에 참여할 것을 촉구한다. 〔형성 배경〕 해방 신학은 라틴 아메리카의 특수한 사 회적 상황과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 이후 변화 된 교회의 내적 상황을 배경으로 형성되었다. 라틴 아메 리카의 사회적 상황은 절대적 가난과 극심한 부의 불평 등, 군부 독재에 의한 정치적 억압으로 요약된다. 제2차 라틴 아메리카 주교단 메데인(Medellin) 총회(1968. 8. 24~9. 6)는 이러한 상황을 '만연된 소외 상태, 지나친 불 평등, 좌절감의 점증, 피지배 계층에 대한 지배 계층의 억 압, 권력의 남용' 등으로 요약하며 이를 '제도화된 불의'로 규정하였다. 특히 미국의 지원 아래 추진된 1960년대 의 개발 정책으로 라틴 아메리카의 국가 대부분이 경제적 종속 상태에 빠지게 되었으며, 국내적으로는 극심한 경제 적 불평등이 초래되어 이를 극복하려는 다양한 의식과 운 동이 일어났다. 이러한 상황을 하느님의 정의를 거스르는 객관적인 악으로 이해한 그리스도인들도 신앙의 이름으 로 다양한 해방 운동에 참여하기 시작하였다. 한편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한 교회의 내적 변화도 해방 신학의 형성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즉 가톨릭 교 회가 개방적인 대사회적 태도로 전환함으로써 사회 문제 에 대한 교회의 적극적 개입이 가능해진 것이다. 더구나 1960년대 후반부터 유럽에서 발전하기 시작한 정치 신 학은 사회 문제가 신학의 비판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주어, 해방 신학이 태동할 수 있는 신학적 배경을 제공하 였다. 또한 1960년대에 발표되기 시작한 일련의 가톨릭 사회 교리 문헌들인 <어머니와 교사>(Mater et Magistra, 1961. 5. 15) , <지상의 평화>(Pacem in Terris, 1963. 4. 11) <사목 헌장>(Gaudium et Spes, 1965. 12. 7) <민족들의 발 전>(Populorum Progressio, 1967. 3. 26) 등은 각 지역 교회 로 하여금 사회 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도록 하는 계 기를 마련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는 라틴 아메리카 교회에 큰 영향을 미쳤다. 1968년 메데인과 1979년 푸 에블라(Puebla)에서 개최된 라틴 아메리카 주교단 총회 (CELAM)는 라틴 아메리카의 억압적 상황을 공식적인 의제로 채택하였다. 이 회의에서 채택된 최종 문헌은 라 틴 아메리카의 심각한 억압적 상황은 하느님의 정의에 위배되는 죄의 상태이며 따라서 이러한 상황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에서 교회가 자유로울 수 없음을 천명하였다. 이 시기 광범위하게 일어났던 기초 교회 공동체(Basic Ecclesial Community) 운동도 해방 신학에 매우 중요한 영 향을 미쳤다. 사목적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시작한 이 운 동은 가난한 사람들 스스로가 문제 해결의 주체로 서게 하는 의식화 교육의 장이 되었고, 나아가 공동체 단위로 억압적 상황을 극복하도록 촉구하는 해방 운동의 공간이 되었다. 이 운동이 발전함에 따라 기초 교회 공동체는 교 회의 해방 운동을 대표하게 되었고, 많은 신학자들이 이 운동에 참여하거나 긴밀한 관련을 가지면서 이들의 실천 과 체험을 신학화하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흐름들에 따라 라틴 아메리카의 특수한 상황에 적절히 응답하기 위한 신학이 요구되었고, 그 결과 해방 을 주제로 한 성서와 전통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탄생하 였다. 특히 메데인에서 개최된 라틴 아메리카 주교단 총 회가 총체적인 해방을 주요 의제로 다룬 이후 그러한 신 학적 흐름이 강화되어, 결국 해방 신학이라는 범주로 나 타나기 시작하였다. 〔방법론〕 해방 신학은 진리 인식을 위해 성서와 전통 에 대한 연역적 해석을 주요 임무로 하는 서구 신학의 방 법론을 거부하고, 실천을 통한 진리 인식이라는 독특한 신학 방법론을 추구한다. 진리란 구체적인 역사적 사건 들을 통해서 드러나는 것으로, 세계의 변혁 과정 속에서 인식될 뿐 다른 곳에서는 인식될 수 없다는 것이 해방 신 학의 인식론적 전제이다. 따라서 해방 신학은 역사적 작 용 이전에 이미 독립적으로 존재해 있다는 형이상학적인 진리를 인식하는 태도를 거부한다. 그리스도교 진리는 신학적 사유만으로는 획득할 수 없으며 반드시 실천이 전제되어야 하고 따라서 신학은 먼저 시행된 신앙 실천 을 비판적으로 숙고하기 위한 2차 행위라는 것이다. 즉 말씀의 빛을 받아 신앙 실천에 대해 비판적으로 성찰하 는 행위인 것이므로, 신학은 그 자체에 고유하고 확실한 진리성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진리를 행하는 신 앙적 행위를 도와 주는 수단이 될 뿐이다. 이 같은 인식론을 전제로, 해방 신학은 올바른 실천을 위한 신학적 숙고의 세 가지 단계를 제시하였다. 레오나 르도 보프(Leonardo Boff, 1938~ )와 클로도비스 보프 (Clodovis Boff)는 이를 사회 분석적 매개, 해석학적 매 개, 실천적 매개로 구분하였다. 우선 사회 분석적 매개는 신학 이외의 다른 도구의 도움을 받아 구체적인 사회의 현실을 분석하는 단계이다. 그리스도인다운 사랑에 효과 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현실을 보다 잘 파악해야 하며 이 때 사회학의 분석 도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올바른 실천을 하기 위해서는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정교 한 분석이 전제되어야 한다. 성서는 하느님에 대한 신앙 의 증언을 기록한 책이므로 성서를 통해 사회의 모순을 분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신학이 사회학적 분 석의 도움을 받으면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할 때 좀 더 효 과적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사회학적 분석 도구 는 대체로 마르크스주의 사회학을 의미한다. 마르크스주 의 관점에서 제시된 사회학이 라틴 아메리카의 사회적 모순을 잘 보여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해석학적 매개로, 이 단계는 현실 분석을 통 해 드러난 모순을 하느님의 말씀에 비추어 보는 과정이 다. 따라서 이 단계에서는 억압당하는 사람들의 고통과 슬픔과 희망을 가지고 성서에 들어가 하느님의 말씀으로 부터 빛과 영감을 구한다. 이 매개를 통해서 사회 분석적 텍스트에 대한 신학적 비판 기준을 개발한다. 그렇게 함 으로써 사회적 현실과 그에 따른 모순들이 신학에 의해 소화되고 종교의 역사 속으로 들어오며, 학문적 이성으 로 적절히 파악된 사회 문제들 안에서 하느님이 우리에 게 말씀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 수 있게 된다. 세 번째 단계는 실천적 매개로, 현실 분석 결과를 복음 의 빛으로 조명한 후 구체적인 실천에 옮기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보다 효과적인 실천을 위해 전략들을 세우 고 구체적인 지침을 수립하며, 실천의 결과를 사회 분석 적 단계와 해석학적 단계를 통해 성찰하고 수정한다. 이 와 같이 해방 신학은 사회 분석과 그것에 대한 복음적 해 석, 실천의 세 단계를 '신학하기' 의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이러한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해석학적 순환 을 통해 좀 더 확실한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다. 〔주요 개념〕 해방과 구원 : 올바른 실천으로부터 진리 를 획득할 수 있다는 해방 신학의 독특한 관점에 따르면, 구원의 개념도 전통 신학과 많은 차이를 보인다. 전통 신 학의 구원 개념이 하느님의 은총을 통한 인간 영혼의 구 원, 초자연적 차원의 구원 등을 말한다면, 해방 신학은 이에 국한하지 않고 사회와 인간의 모든 실재를 포괄하 는 전인적 해방을 구원 개념에 포함시킨다. 따라서 구원 은 경제적이고 정치적인 억압을 포함한 모든 차원의 사 회적 억압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구원 개념은 죄에 대한 전통 신학의 이해를 넘어 서는데, 해방 신학이 말하는 죄의 개념은 역사 안에서 이 루어지는 모든 차원의 사회적 왜곡 상태를 포괄한다. 즉 죄란 인간들 간의 사랑과 형제애의 부재, 하느님과 타인 들의 친교가 단절된 상태를 의미한다. 죄는 개인적 차원 의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적 · 역사적 차원의 문제도 포함 하며, 따라서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사회의 모든 구조 는 집단적 죄악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견해에는 인간의 역사를 구세사 안에서 통일적 으로 이해하려는 태도가 전제되어 있다. 구세사는 인간 의 역사와 병행하여 별도로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이원론 을 거부하고, 인간의 역사를 통해 하느님의 구원 의지가 실현된다는 일원론적 구원관을 제시한다. 성서의 출애급 사건은 이러한 구원의 현실이 가장 잘 나타난 역사적 증 거이다. 이집트의 노예 상태에서 이스라엘 백성을 해방 시킨 분은 하느님이고, 그것은 이스라엘의 구체적인 역 사를 통해서 당신의 구원 의지를 실현시킨 사건이다. 해 방을 가져오는 구체적인 역사적 사건을 통해 하느님의 구원 약속이 부분적으로 실현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세적이고 지상적인 사물들은 구원의 장애물이 아니라, 오히려 역사적 실재를 흡수하여 포괄 하고 변모시키는 하나의 계기가 되며 종말에 있을 완전 한 구원의 전망이 된다. 인간의 역사와 구원의 역사를 통일적인 구조로 이해한 다고 해서 역사적 · 정치적 해방과 구원을 동일시하는 것 은 아니다. 역사적 · 정치적 해방이 하느님 나라의 성장 이며 구원 사건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 자체가 하느님 나라의 도래는 아니며, 구원의 전부 또한 아님을 분명히 한다. 비록 역사적인 해방이 구세사의 맥락 안에서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인간의 완전한 구원은 오직 그리 스도에 의해 역사의 종말에 가서야 주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역사적 해방은 종말에 있을 완전한 구원을 선포 하는 역할에 국한될 뿐이다. 가난한 사람들 : 역사적 현실을 '신학하기' 의 장으로 이해하고 있는 해방 신학은 '가난한 사람들' 을 신학적 숙고의 중요한 대상으로 삼고 있다. 억압적 현실이 이들 의 삶 안에서 드러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난한 사람들 이란 우선 사회학적 개념에 따라 경제적 빈곤과 정치적 억압에 시달리고 있는 하층민을 의미하나, 특정 사회 계 급 즉 프롤레타리아와 동일시되지는 않는다. 이들은 단 순한 신학적 숙고의 대상만이 아니라 동시에 주체이기도 하다. 자신들의 고난을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해방 실천 에 참여하는 이들을 통해서 역사적 해방이 구원론적 성 격을 획득하기 때문이다. 한편 가난한 사람들은 신학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하느님은 가난한 사람들과 당신 자신을 동일시하고, 가 난한 사람들의 문제를 당신의 문제로 삼는다. 따라서 가 난한 사람들에게서 하느님이 어떤 분인가를 보게 되며, 가난한 사람들은 하느님의 현존이 어떻게 실현되는지를 볼 수 있다. 하느님이 나타나는 자리가 바로 가난한 사람 들 곁인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그리스도의 현존을 표지 해 주는 성사로 이해되며, 그리스도교의 신앙 실천과 반 성을 위한 특권적 존재로 이해된다. 이처럼 신학이 신앙 실천의 비판적 숙고라면 가난한 사람들은 바로 이러한 숙고를 위한 적절한 자리가 된다는 의미에서, 가난한 사 람들은 신학적 숙고의 대상이자 주체이다. 신학자들은 이들이 삶과 신앙 실천을 통해 체험하는 구원의 현실을 신학적 언어로 표현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이 같은 개념은 단순한 기능적 차원을 넘어 해방 신학의 해석학적 원리로서 작용하고 있으며, 이러한 원리는 교회론의 차원에서도 적용된다. 소브리노(J. Sobrino)에 따르면 가난한 사람들은 교회 안 에서 제도적이고 구조적인 모든 것이 복음적으로 조직되 는 핵심이다. 즉 가난한 사람들은 교회 안에 존재하는 모 든 것에 영감을 불어넣어 주고 체계화시키는 원리이며 교회 사명의 원리가 된다. 가난한 이를 위한 우선적 선택 : 해방 신학은 신앙 실 천의 전략으로, 가난한 이를 우선적으로 선택한다. 즉 그 리스도인은 모든 사람의 구원을 선포해야 하지만 라틴 아메리카의 상황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의 해방을 먼저 선 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구원의 보편성은 가난 한 사람들이라는 특수성을 통해 실현될 수 있다고 생각 하기 때문이다. 현재 고난받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의 해 방이 선포되지 않는 한, 보편적인 구원의 선포는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따라서 어느 누구도 그러한 선택을 하지 않고서는 그리스도인이라고 자부할 수 없다. 이러 한 선택은 '연대성' 이라는 개념을 함축하고 있다. '우선 적 선택' 이란 가난한 사람들의 객관적인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삼아 그들의 권리들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불의 한 가난에 대적하여 투신해야 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 선적 선택은 필연적으로 역사적이며 정치적인 측면을 내 포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하느님의 현실에 따라 역사 를 살아간다는 것을 함축한다. 바로 이러한 선택 안에서 하느님의 역사가 드러나게 되고, 그리스도가 진정한 하 느님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입증된다. 이는 새로운 신앙 의 체험이며 교회의 새로운 존재 방식이고 신앙의 새로 운 해석이다. 가난한 이를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것은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특권적인 자리인 것이다. 한편 이러한 선택은 교회론과 관련하여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교회가 가난한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한다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이 우선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또 그 것은 그리스도가 원하던 바이다. 따라서 그러한 교회는 그들의 문제를 자신의 것으로 삼고 함께 해결하려고 노 력하는 교회, 가난한 교회이다. 구성원들의 인격적 생활 자체 안에서 그리고 그 제도적 구조들 안에서 물질적 가 난을 취하는 교회이다. 이로써 교회는 가난한 사람들과 더불어 투쟁에 투신할 수 있으며, 동시에 영성적 가난을 설파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춘 교회가 된다. 가난한 사람 들의 교회에 대한 이러한 관념은, 구체적인 해방 투쟁의 과정에서 탄생한 기초 교회 공동체의 경험에서 출발한 것이다. 기초 교회 공동체의 경험은 가난한 사람들이 가 지는 교회론적 가치를 재발견하게 만들었으며, 더 나아 가서는 교회론 자체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게 하였다. 해방의 영성 : 해방 신학에서 주목해야 할 또 한 가지 특징은 영성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그것을 자기 신학의 가장 근본적인 자리에 위치시키려는 노력이다. 해방 실 천에 투신하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의 태도와 열정을 설명 하기 위해서는 신학적 범주들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의식해야 하는 것이다. 즉 이들은 모든 것을 포괄 · 종합 하고 우리 생애의 총체적인 면과 세부적인 면을 활기차 게 할 영성 범주의 필요성을 의식하고 있다. 투쟁의 한가 운데에서 하느님을 체험하고 있는 사람들의 근본적 갈 망, 즉 영성적 태도를 설명할 필요가 있음을 말하는 것이 다. 그리고 그러한 설명은 기존의 교리 중심의 신학적 범 주들이나 이원론적 영성, 심신주의적 영성의 범주들로는 불가능함을 주장한다. 해방 신학에 따르면 해방의 영성은 이웃, 역사, 우주 만물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함으로써 형성된다. 이는 이웃을 향한 회심을 동반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즉 주님을 향한 회심은 개인주의적 차원을 넘어 역사적 · 정 치적 성격을 띠고 있으며, 따라서 억압받고 있는 이웃을 위해 해방 운동에 투신하도록 만든다. 그리고 그러한 영 성은 일상의 투쟁을 견디어내는 힘의 원천이 되고 과도 한 폭력을 제어하게 하며 자신이 행하는 해방 실천에 궁 극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해방의 관점에서 이해된 이 같은 영성에 주목하면, 신 앙의 이름으로 해방 과정에 투신하는 사람들의 근본적인 태도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진정한 역사적 해방을 위해 투신하는 태도의 근저에는 바로 성령의 역사하심이 있다 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영성 이해는 근본적 인 차원에서 해방 투쟁의 신앙적 근거들을 제공하고 있다. 〔해방 신학과 기초 교회 공동체〕 해방 신학 안에서 기 초 교회 공동체가 차지하는 지위는 매우 특별하다. 많은 해방 신학자들이 언급하듯이 기초 교회 공동체는 해방 신 학이 형성될 수 있었던 실천적 장일뿐 아니라 스스로 가 난한 교회가 되어 가는 실험의 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초 교회 공동체는 해방 신학의 신학적 숙고가 이루어지 는 장이며 가난한 사람들을 편드는 교회의 우선적 선택이 이루어지는 장이고, 가난한 사람들이 스스로 능동적인 주 체로 변화되는 과정이 실현되는 장이기도 하다. 기초 교회 공동체는 초대 교회가 실현하고자 하였던 공동체적인 가치를 스스로 추구한다. 구성원 간의 평등, 자발적 카리스마, 그러한 카리스마의 봉사적 성격 실현, 서로에 대한 투신, 인격적 상호 관계, 나눔의 실천 등 초 대 교회가 하느님 나라의 자녀로 살기 위해 추구하였던 내적 생활 양식을 복원해 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삶의 양식은 미리 규정된 규칙이나 질서에 의해 이끌려지는 것이 아니라 내적 충실성에 의한 자발적 헌신에서 비롯 된다. 그것은 코이노니아(koinonia, 친교)의 원리에 의한 하느님과의 친교로부터 흘러나오는 삶의 표현이다. 이것 이 곧 그들의 삶을 규정하는 원리이다. 따라서 이들은 초 대 교회가 그러하였던 것처럼 대조 사회로서의 성격을 가진다. 정치적 억압과 경제적 수탈, 문화적 소외 그리고 불평등한 구조가 만연한 라틴 아메리카 사회에 대한 대 안적 성격을 가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초 교회 공동체 는 존재 자체로 주변 사회의 변혁적 원의를 자극하는 촉 매의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기초 교회 공동체는 교계 중심의 기존 교회에 대한 강력한 비판의 기능도 함축하 고 있다. 스스로 공동체적 질서를 건설함으로써 구성원 간의 평등성을 획득하고, 자발적 카리스마에 의해 공동 체를 운영함으로써 권위의 독점을 방지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초 교회 공동체의 모습은 실제로 라틴 아메리 카 교회를 쇄신하는 힘으로 나타나고 있다. 〔의미와 전망〕 라틴 아메리카의 특수한 사회적 상황을 배경으로 태동한 해방 신학은 서구 신학계는 물론이고 유사한 역사적 상황에 놓여 있는 제3 세계 신학자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주었으며, 동시에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 으켰다. 특히 정치 · 경제적 해방을 구세사의 일환으로 이해한 구원관과 신학에 대한 자기 이해, 가난한 사람들 을 우선적으로 편드는 당파성 등, 신학자들 사이에서는 무수한 논쟁이 벌어졌다. 더구나 대항적 폭력에 관한 문 제는 해방 신학자들조차 의견의 일치를 이루지 못할 정 도로 논란이 많은 사항이다. 해방 신학에 대한 가장 많은 비판은 신학을 정치화 혹은 이데올로기화하였다는 지적 인데, 이는 해방 신학이 견지하고 있는 당파성과 사회적 투쟁의 정당화를 비판하는 것이다. 정치 · 경제적 해방을 구원과 등치시킬 수 없다는 점, 그리스도교 신앙은 보편 적 구원을 가르치고 있는데 가난한 사람들의 우선적 해 방을 주장하였다는 점, 현실 분석을 위해 마르크스주의 사회학을 도입하였다는 점 등이 비판의 구체적인 내용들 이다. 교황청에서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1978~2005)의 인준을 받아 신앙 교리성이 1984년 8월 6일자로 해방 신학의 일부 측면에 관한 훈령인 <자유의 전갈>(Libertatis Nuntius)을 발표하였다. 이 훈령은 해방 신학의 긍정 적인 측면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마르크스주의에서 사용 되고 있는 방법론과 개념들이 충분한 비판 없이 사용되 고 있음을 지적하고 경고하였다. 그래서 해방 신학이 지 닌 사목적 염려가 반대자들에 의해 악용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고 하면서, 특히 두 가지 점을 염려하고 있다. 즉 해방 신학이 계급 투쟁을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 다는 점과 해방에 대한 염원으로 폭력을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될지 모른다는 염려이다. 그렇지만 이 훈령 은 해방 신학 전체를 단죄한 것이 아니며, 몇 가지 위험 요소들만 제거하면 정당할 뿐만 아니라 교회에 꼭 필요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1986년 3월 22일자로 발표된 그리스도인의 자 유와 해방에 관한 신앙 교리성의 훈령인 <자유의 자각> (Libertatis Conscientia)은, 해방 신학의 적극적인 측면을 주로 하여 긍정적인 어조로 표현되어 있다. 이전 훈령인 <자유의 전갈>에서는 모호함이 있었지만 이 훈령에서는 해방 신학에 대하여, 그리고 사회에 대한 교회의 책임을 명쾌하게 설파하고 있다. 또한 온갖 형태의 조직적 폭력 을 거부하면서 <자유의 전갈>에서 간과한 국가의 폭력, 전체주의 체제, 안보를 빙자한 기본권의 제약 등 공권력 의 남용을 단죄하고 있다. 이 훈령에서는 불가피하게 사 용해야만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디서도 해방 신학이 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자유와 해방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을 개방적인 면에서 설명하였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인 선택' 이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정당성을 부여할 뿐만 아니라 의무까지도 부여한다는 점을 강조함 으로써, 그리고 '사회적 죄악' 과 '불의로부터 야기된 구 조' 에 대해서 반드시 언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인간의 해방을 위한 품위 있는 투쟁' 을 위하여 필요한 가치 기준들을 제공하였다. 훈령 <자유의 전갈>과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지닌 <자유의 자각>은 예속과 착취 구 조는 죄의 결과로, 하느님에 대한 거부의 결과로 보고 부 자와 권력자의 회개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또한 억 압받고 예속된 계층의 대항적(對抗的) 노력을 중요시하 였다. 그리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최후 수단으로서 무력 투쟁이 용인될 수 있다는 것을 재확인하면서도 소극적 저항을 권장하였다. 해방 신학의 일부 측면에 대한 교회의 비판과 교황청 이 해방 신학 전체를 단죄한 것처럼 여기는 한국의 상황 에도 불구하고, 해방 신학이 교회와 신학계에 가지는 의 의는 크다. 첫째, 구조화된 억압의 문제를 신학적 성찰의 대상으로 다름으로써 기존 서구 신학이 파악하지 못하였 던 죄의 집단적 차원을 밝혔다. 이는 현대 신학이 역사 적 · 사회적 문제를 새롭게 발견하는 계기를 제공하였다. 더불어 그리스도교 신앙이 인간의 현실을 이루고 있는 모든 범주와 깊은 관련이 있음을 보여 줌으로써 구원관 의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둘째, 성서의 해 방 전통을 새롭게 부각시켰다는 의미를 갖는다. 사실 해 방의 주제는 성서의 강력한 전통 가운데 하나임에도 불 구하고 기존의 신학은 이것이 갖는 의미를 충분히 밝혀 내지 못하였다. 따라서 성서가 갖는 해방적 의미도 적극 적으로 이해되지 못하였다. 그러나 해방 신학은 이를 라 틴 아메리카의 특수한 상황 안에서 재해석함으로써 성서 의 해방적 의미를 현재화시키고 있다. 셋째, 교회의 존재 양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짐으로써 교회를 인간 역사 안에 위치시키는 전망을 열어 놓았다. 교회는 인간 의 역사로부터, 사회적 문제로부터 일정하게 비켜 서 있 었다. 교회는 오직 인간 영혼의 문제만을 다룰 뿐 구체적 인 역사적 현실과는 무관한 것으로 이해된 측면이 강하 였던 것이다. 그러나 해방 신학은 교회를 가난한 사람들 을 위한 구원의 성사로 이해함으로써 교회의 존재 양식 에 일대 변화를 초래하였다. 따라서 이제 역사와 사회로 부터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 사회적 고통과 모순에 동참 하는, 하느님 나라의 표징이 될 수 있는 교회의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다. 이러한 몇 가지 의미에도 불구하고 해방 신학은 아직 신학 체계로서 완성된 것은 아니다. 특정 주제에 관해서 는 해방 신학자들 간에도 상이한 견해가 존재하며, 여전 히 토론 · 수정되고 있는 신학적 흐름인 것이다. 초기 해 방 신학이 해방 실천의 절박성을 다소 거칠게 주장하였 다면, 그 이후의 해방 신학은 신학적으로 또 논리적으로 정교하게 발전되고 있다. 더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새 로운 사회적 문제에 직면하게 되고 또 보다 정교하고 전 문적인 신학적 숙고가 필요한 주제들이 발견됨에 따라 새로운 영역들이 개척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최근 에는 힌켈라메트(Frang J. Hinkelammert)에 의해 자본주의 의 물신성 분석을 주로 다루는 경제 신학이 주도되고 있 으며, 생태 문제와 영성 문제를 통일적으로 이해하려는 생태 영성 신학이 보프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 기초 교회 공동체 ; 라틴 아메리카 ; 로메로 ; <메데인 문헌> ; 사회주의 ; 실천 신학 ; <푸에블라 문헌>) ※ 참고문헌  C. Boff, Theology and Praxis, Maryknoll, N.Y., Orbis Book, 1987/ H.M. Bonino, Doing Theology in a Revolutionary Situation, Philadelpia, Fortress Press, 1975/ G. Gutiérrez, 성염 역, 《해 방 신학》, 분도출판사, 1990/ H. Loyis, 김수복 역, 《해방 신학의 구 조와 논리》, 한국신학연구소, 1988/ J. Sobrino, Christology at the Crossroads, Maryknoll, N.Y., Orbis Book, 1978/ L. Boff, 김쾌상 역, 《교회 : 카리스마와 권력》, 일월서각, 1986/ -, Jesus Christ liberator, Maryknoll, N.Y., Orbis Book, 1987/ 김춘호, <해방 신학의 역사>, 《사목》 106(1986. 7), pp. 4~13/ 함세웅, <구원을 지향하는 해 방 신학>, 《사목》 106(1986. 7), pp. 14~20/ 오경환, <해방 신학 훈령 의 요약과 논평>, 《사목》 106( 1986. 7), pp. 34~47. 〔朴眩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