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렬
行列
〔라〕processio · 〔영〕proc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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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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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리고의 점령은 '주님의 행렬' 이다.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장엄하게 이동하는 종교적인 예식. 많은 사람이 줄을 지어 함께 걷는 행렬은 공동으로 의 지, 소명을 표시하거나 증거하는 동작이다. 그래서 기쁨 과 슬픔, 소망, 증거, 축제, 환영, 존경, 하느님께 나아감 등의 의미로 교회 전례 안에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성서에서의 유형〕 성서에서의 행렬은 구원 역사에 대 한 예식 거행으로서, 순례하는 백성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구약성서 : 구약에서 하느님 백성의 행렬은 이집트에 서 약속된 땅으로, 유배지에서 예루살렘으로 가는 모습, 찬미가와 악기들과 깃발로 고무된 하나의 거대한 축제 행렬처럼 묘사되고 있다. 사막을 통한 순례 여정에서 "구름이 천막에서 올라갈 때마다 그에 따라 이스라엘의 자손들은 길을 떠나고, 구름이 내려앉은 곳에 진을 쳤다. 이렇게 이스라엘의 자손들은 주님의 분부에 따라 길을 떠나고, 주님의 분부에 따라 진을 쳤다. 구름이 성막 위 에 내려앉은 동안 내내 그들은 진을 치고 살았다" (민수 9, 17-18). 유배에서의 귀환 또한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 는 주님에 의해 인도된 행렬처럼 소개되고 있다. "너희 는 황급히 나오지 않아도, 도망쳐 달아나지 않아도 되리 니 주님께서 너희를 앞장서 가시고 이스라엘의 하느님께 서 너희 뒤를 지켜주시기 때문이다" (이사 52, 12). 그리 고 예루살렘에 도달해서, "그들은 주님을 찬양하고 그분 께 감사하면서, 이렇게 서로 화답하였다. '주님께서는 어지시다. 그분의 자애는 이스라엘에 영원하시다.' 온 백성은 주님의 집 기초가 놓인 것을 보고, 주님을 찬양하 며 환호 소리를 크게 내었다" (에즈 3, 11). 특히 구약에서는 '예리고의 점령' (여호 6, 11-16), 계 약의 궤를 예루살렘에 모셔옴' (2사무 6, 12-19 ; 시편 68), '느헤미야의 행렬' (느헤 12, 27-43), '유딧의 행렬' (유딧 15, 12-16, 18)의 예외적인 네 가지 행렬에 대해 자세하게 서술한다. 먼저 '예리고 점령' 은 '주님의 행렬' 이다. 사제들이 계약의 궤를 앞세우고 뿔나팔을 불며 7일 동안 지속한 이 행렬은 무엇보다도 간청의 성격을 지니며, 종국에는 하느님의 승리를 거행하는 예식이 되었다. '계약의 궤를 예루살렘에 모셔옴' 은 출애급 여정과 관계가 있다. 다윗 은 계약의 궤를 운반할 때 주님께 대한 존경의 표시로 행 렬하였다. 즉 춤과 나팔 소리가 울리는 가운데 자기 노력 을 다해 춤추면서, 행렬의 축제적이고 대중적인 색조를 표현한 것이다. 이 행렬은 구약의 행렬 중에서 가장 중요 한 것으로서 시편(24 ; 68 ; 132)에서도 언급하고 있다. '느헤미야의 행렬' 은 유배 이후 재건축된 예루살렘 성벽 의 봉헌식을 거행하는 내용으로, 하느님의 행렬이 아니 라 백성의 행렬이다. 보루를 도는 이 행렬은 계약의 회복 으로서 지성소와 도시, 하느님과 백성을 하나되게 하는 속죄와 축성의 행렬이다. 악기를 연주하면서 주님을 찬 미하고 감사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희생 제물 봉헌과 대중적 축제의 표현으로 끝난다. '유딧의 행렬' 은 다른 행렬처럼 예루살렘을 목적지로 하여 행렬하며, 성전에 희생 제사를 드림으로써 끝난다. 신약성서 : 신약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행렬은 예수 의 파스카 순례 여정의 예식적인 완성인 예루살렘 입성 이다(루가 19, 35-40). 이 행렬에서 메시아는 화려한 승 리자로 표현되고 있지만 솔로몬 왕을 축성하는 행렬에서 처럼 나귀를 타고 있다(열왕 1. 33). 왜냐하면 그는 온순 하고 겸손한 왕이며 주님의 종이기 때문이다. 〔교회 예식에서의 행렬〕 박해가 진행 중이던 초기 교 회에서는 장례 행렬 등 일반화된 예식 이외의 행렬을 한 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였다. 그러나 4세기 이후 신 앙의 자유가 주어지자, 황제나 개선 장군의 행렬 등이 교 황 및 주교의 입당 및 퇴장 행렬에도 서서히 적용되었다. 이는 차츰 확대되어 교우들도 순교자 묘지나 기념 성당 을 참배할 때 행렬을 이루곤 하였다. 같은 시기에 예루살 렘에서는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를 지고 걸어간 수난의 길을 기도하며 행렬하는 관습이 성행하였다(《에테리아 여 행기》 24장 이하). 이는 후에 십자가의 길 기도로 발전하 였으며, 순례자들에 의해 파스카 삼일의 여러 다른 행렬 의 기원이 되어 전 그리스도교에 퍼졌다. 이러한 대중적 인 전례 행렬은 4~6세기에 정착되면서 미사, 성인 유해 운반, 주교 영접, 특별 기도(감사, 간청 등), 성체 축일(12 세기 이후)에 시행되었다. 5세기에 로마에서는 사순 시기에 미사를 거행하기 위 해, 성인 호칭기도를 하면서 한 성당에서 교황이 전례를 주례하는 성당까지 가는 행렬이 있었다. 그리고 예수 승 천 대축일을 준비하는 사흘 동안에는 사회의 농경 유형 과 연관되어 농사에 대한 하느님의 축복을 기원하기 위 한 행렬이 거행되었다. 특히 부활 성야의 행렬 가운데, 세례받을 자들은 먼저 세례대로 행렬하여 세례를 받은 후, 다시 성찬 전례를 거행하기 위하여 제대로 행렬하였 다. 카롤링거 왕조의 전례 개혁으로 새 불 축복 후 신자 들이 부활을 상징하는 부활 초(candela paschalis)를 따라 성당 안으로 들어가는 행렬도 생겨났다. 주일 3시경 성수 예식을 위하여 수도원에서 하던 행렬 이 중세부터 본당에 적용되면서 주일 미사 전의 성수 예 식 행렬이 되었다. 재앙이 일어났을 때 간청과 참회의 성 격을 지닌 특별한 행렬을 하는 관습은 옛부터 있었지만, 중세에는 특히 단식과 기도가 동반되는 이러한 행렬맨발에 참회복을 입고 머리에 재를 얹고 얼굴을 가리는 -이 성행하였다. 특히 12세기부터 미사의 연장으로 성 체를 바라보려는 마음에서 생겨난 성체 축일의 행렬인 성체 거동(聖體擧動, processio Eucharistiae)은 모든 행렬 중에 가장 중요한 행렬이 되었다. 이처럼 행렬이 신심적 인 형태로 발전되면서, 수호 성인 축일에는 성인의 유해, 성상과 함께 행렬을 하였다. 〔현행 전례에서의 행렬] 현행 예식에서는 다음의 경우 에 행렬을 한다. 즉 성체 거동, 주님 봉헌 축일(2월 2일) 의 미사 전 빛의 행렬,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의 예루살렘 입성 행렬, 미사 때의 입당, 복음서 봉독, 예물 봉헌, 영 성체 및 퇴장 행렬 등이다. 미사 중에 있는 행렬 중에서 가장 화려하고 장엄한 행렬은 '입당 행렬' (入堂行列, entrance procession)이다. 단순한 입당은 복사와 사제의 순으로 하나, 행렬을 할 경우에는 맨 앞에 향로를 든 복 사, 그 다음에 촛불을 든 복사와 그들 가운데 행렬용 십 자가(processional Cross, 긴 막대기 끝에 십자고상을 설치한 형 태)를 든 복사, 시종과 다른 봉사자들(평신도 성체 분배자 포함), 복음서를 든 부제, 주례 사제 등의 순서이다. 여러 명의 사제가 입당할 경우에는 교회의 오랜 관습에 따라 서품 연도를 기준으로 젊은 사제들이 앞에 서고, 마지막 에 주례자가 들어간다. 서방 풍습에 의하여 행렬의 마지 막 위치는 영예의 자리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가능하 다면 행렬에는 독서자, 보편 지향 기도 담당자, 독창자 등의 전례 봉사자들이 참여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입 당 행렬의 목적지는 주님을 상징하는 제대이며, 사제와 봉사자들은 공동체 전체를 대표하여 주님께 나아가는 것 이기 때문이다. 혼인 미사 때에는 봉사자, 증인, 양가의 부모, 주례 사제의 순서로 행렬하고 마지막으로 신랑 · 신부가 함께 들어간다. 이는 주례 사제가 신랑 · 신부를 주님께 인도한다는 의미가 있다. 어린이 미사 때에는 어 린이들 자신이 주님께 나아가는 의미와 공동체 의식을 일깨우기 위하여 어린이 전부나 일부를 행렬에 참여시킬 수 있다. '복음 행렬' (福音行列, gospel procession) 역시 화려하 다. 이 행렬을 하면서 알렐루야를 노래하거나 다른 성가 를 부르는 동안 사제 또는 부제는 제대 앞에서 '전능하 신 하느님, 제 마음과 입을 깨끗하게 하시어 합당하게 주 님의 복음을 선포하게 하소서' 라고 기도한다. 그리고 제 대에서 복음집(福音集)을 들고 장엄하게 독서대로 행렬 을 하는데, 사제 앞에는 시종이 초를 들고 선다. 독서대 에서 사제는 복음서를 펴고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라 고 인사한 후, 복음서에 분향을 하고 복음을 선포한다. 행렬의 고유한 성가들인 '행렬 노래' (procesional chants)에는 입당송 또는 입당 성가, 봉헌송 또는 봉헌 성가, 그리고 영성체송 또는 영성체 성가가 있다. 《로마 미사 경본》(Missale Romanum, 1970)에는 두 개의 행렬 노래만 있다. 봉헌송은 더 이상 수록되지 않고 성가집에 편입되 었다. 봉헌송은 노래로만 사용되기 때문이다. 《로마 미사 경본》, 《시간 전례서》, 성사와 준성자 예식 서들, 주교 예식서들 등 거의 모든 전례서에서는 행렬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전례력에 대한 규정서나 교회법 (944조) 등에서도 행렬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주교 예절 서》(Caeremoniale Episcoporum) 21장(De Processionibus) 에서는 행렬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확한 정의를 내리고 있다. "행렬은 그리스도교 백성이 사제의 인도하에 거룩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면서, 질서정연하게 걷 거나 기도와 성가를 부르면서 하는 공적이고 거룩한 행 동으로, 행렬할 때 장엄한 청원(간청)이 이루어진다. 이 러한 행렬은 옛부터 교회에 의해 보존된 하나의 전례 전 통이다. 그 목적은 신자들의 신심을 증진시키고, 하느님 의 구원을 기념하고 감사하는 것이며, 하느님께 천상 구 원을 간청하는 것이다"(1093항). (→ 말씀 전례 ; 미사 ; 봉헌 ; 부활 초 ; 성찬 전례 ; 영성체 ; 주님 수난 성지 주 일 ; 파스카 삼일 ; 향) ※ 참고문헌 AA.VV., Liturgia, ed. San Paulo, Roma, 2001/ A. Mistrorigo, Guida alfabetica alla Liturgia, ed. Piemme, Casale Morferrato(AL), 1997. 〔鄭義哲〕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