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라클레이토스 (기원전 541/535?~475)
Heraclei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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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권

헤라클레이토스.
이오니아 학파(Schola Ioniae)에 속하는 그리스 철학자로, 조화로운 우주의 기본적이며 물질적인 원리가 불 〔火〕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철학 학파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고, 아낙시만드로스(Anaximandros, 기원전 610~546), 아낙시메네스(Anaximenes, 기원전 588?~528), 피타고라스(Pythagoras, 기원전 580?~500?) 등의 영향을 단편적으로 받았을 뿐이며(W.K.C. Guthrie) 그리스도교 사상과 연관성이 있다고 평가되기도 하였다(Hippolytus) . 그의 생애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으며, 그가 집 필했다고 하는 책도 유실된 상태이기 때문에 그의 견해 는 후대 작가들이 인용한 짤막한 단편들 속에 남아 있을 뿐이다. 〔로고스와의 조화 · 투쟁 · 반대〕 그리스어에서 '로고 스 (λόγος)는 다양한 의미를 가진다. 특히 헤라클레이토 스에게 있어서 '로고스' 는 "사유의 구술적인 표현" (B 87, 108 : 로고스라는 말이 복수에 대한 대답인 경우에 한하 여), "명예"(B 39), "학설"(B 1, 50, 108), "이론이나 진 리"(B 1, 50), "우주론적인 법칙"(B 1, 2, 72), "척도 혹은 비율-유비" (B 31, 45, 115) 등의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로고스는 기본적으로는 만물과 만인을 연결 하는 접점(接點, ἁρμός)이며 만유를 관통하고 지배하는 공통적인 생산자이다. 영원한 진리로서의 로고스를 규정 하는 《단편》 1과 2에서 로고스는 전 우주의 영원하고 공 통적인 법칙의 테오리아(θεωρία, 觀想)이며, 이와 병행 하여 헤라클레이토스는 로고스 자체에 반대하는 인간들 의 행동을 비판하였다. 즉 로고스의 진리가 전해지기 전 에 혹은 그 진리가 전해진 후에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로 고스에 접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유는 이 로고스 자체에 의해 일어나며 인간들은 사고와 행위에 관한 경험을 하지만, 이해하지는 못한다. 깨어 있는 자들 조차도 현재와 과거사(過去事)에 대하여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로고스는 공통적인 것인데, 사람들은 각자에게 하나의 독립된 로고스가 있는 것처럼 살아간다. 그래서 인간들은 로고스를 배우고도 알지 못하고 있으며, 로고 스의 진리는 비전(秘傳)되고 있으면서도 불비전(不秘 傳)된 채 남아 있다. 진리를 들은 자들도 바보들과 닮게 되고, 격언이 말하는 바와 같이 살아 있는 자가 죽은 자 같이 된다(B 34). 진리가 그들의 개인적인 지식이라고 생각함으로써 그들이 배웠던 진리를 이해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진리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즉 진리는 그들 자신의 것이어야 하고 그들이 모든 사물과 접촉해서 검 증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행동은 진리와 불일치 한다(B 17, 72). 인간들의 행동이 로고스의 진리에 근거 하여 판정되고 인간들이 로고스를 이해하고자 하는 요구 가 제기되며, 궁극적으로 이 로고스에 비전되어서 공통 적이며 우주론적인 법칙에 따라 사는 현상은, 헤라클레 이토스가 진리를 비전이라는 용어로 도입하고 신비의 거 룩한 로고스의 의미에 가까이 가려는 견해로 사용함을 의미한다. 헤라클레이토스가 자신의 학설을 비전의 실천으로 생각하였다는 점은 로고스의 의미를 현자의 의미로 사용한 《단편》 50에서 확실히 드러난다. "나에게가 아니라 로고 스에 귀를 기울이게 되면, 만유는 일자(一者)라고 동의 하는 것은 현명하다." 여기서 헤라클레이토스는, 자신을 로고스에 있어서 인간들 비전의 중재자로 생각하였다. 이러한 뜻은 비슷한 의미로 《단편》 1에서도 묘사되고 있 다. 그렇기에 그의 기본 의지는 인간들을 '동의' (同意, ὁμολογία)로, 즉 모든 만물의 통일성인 원자적이고도 보 편적인 로고스와의 일치로 인도하려는 것임을 알 수 있 다. 그래서 만물의 통일성에 따른 사유화 작용은, 동시에 그 자체가 인간 자신들의 사유와 행위의 법칙이기도 한 공통적인 우주 법칙에 대한 인간의 동의(ὁμολογία)로부 터 오게 된다. 헤라클레이토스는 만유 가운데서도 유일 한 생산체인 인간을 예지로운 것의 의식에까지 도달하도 록 밀어 준다. 그 예지는 만유를 관통하면서도(B 41) 만 유를 지배하는 규칙이나 척도로서, 또 모든 구체적인 사 물들과 분리되어 있는 신(神)으로서의 것이다(B 108). 그러나 이러한 결론은 그 전제와 일치될 수 없다. 왜냐 하면 《단편》 32에서 도출된 것과 같이, 지혜로운 것으로 서의 '일자' (一者)는 지혜로운 것이 가장 높은 신적인 것이지 인간적인 능력이 아니라는 것을 드러내기 위하 여, 일자로서의 지혜로운 것이 전통적으로 가장 높은 정 의(正義)의 신(神)의 성격으로서 규정되었기 때문이다. 헤라클레이토스는 지혜로운 것은 일자이면서 만유라는 것을 표현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 사실은 유일 하고도 신적인 생산체가 퍼져 들어가서 지배하는 (지배 대상으로서의) 만유와 혼융되어 없어진다는 의미는 아니 다. 지혜로운 것은 만유 속에 존재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정신적(의식적)인 접점을 이루면서 동시에 단일성을 유지 하고 모든 것들로부터 분리되어 있다. 그래서 헤라클레이토스는 그 진리를, 그 진리의 의미 속에 깊숙이 들어 있는 얻기 힘든 승리와 비의(秘儀)의 대상으로 간파하였다. 만약 원자적인 로고스가, 보편적 이고 공통적인 로고스의 동의(同意, ὁμολογία)가 아니라 면 그 로고스는 소용없게 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이 원 자적 로고스가 공통적인 로고스와 교제하여 일치한다면, 그것은 계속해서 자라는 하나의 살아 있는 유기체와 같 은 것이다(B 115). 따라서 사람은 여기 저기 흩어져서 버 려져 있는 짚더미처럼 사물들 사이의 불일치하는 것들을 볼 수 없게 되는 것이 아니라, 모여 있는 전체로서의 사 물을 보게 된다. 그 전체 속에서 모든 생성과 모든 논쟁 은 하나의 질서와 법, 나아가서 하나의 유일한 신적인 법 칙에 따라 조화된다. 모든 사물들의 공통적인 것의 이름은 로고스 혹은 지 혜로운 것인데, 이런 신적인 생산자는 우주의 확실한 실 재성에 대응되고 그 실재성을 설명해 주는 헤라클레이토 스의 '감추어진 조화' 이다. 헤라클레이토스는 우주의 참 된 실재성에, 현상으로부터 그 실재성을 추구한다면 발 견될 수 있다고 하는 사실을 말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는 모든 구체적인 사물들이 '하나' 라는 것을 말하는 많은 방법들과 싸웠다. 사물들은 계속적으로 변화하며 '투쟁' 하고 있다. 만약 우주가 끊임없이 흘러가는 강이라고, 또 모든 것들이 모 든 것들에 반대하는 만유의 투쟁이라고 한다면, 이것은 무질서가 아니라 조화된 것이다. 그 조화는 반대 대립의 조화이며, 명백하고 현상적인 것이고, 표면적인 조화보 다 상위의 조화이다. 조화는 언제나 반대의 산물이기에, 자연에서의 기본적인 사실은 투쟁이다. 모든 것은 연속 적인 운동과 변화 속에 있으며, 세계는 영원히 살아 있는 불이다. 생성 속에서 생성의 법칙으로 로고스에게로 되 돌아간다. 이는 우주 안에 있는 무제한적인 끊임없는 투 쟁과 변화 속에 부여되는 제한성이다. 모든 것은 반대들 로 구성되어 있으며, 따라서 내적으로 긴장하고 있다. 반 대되는 것들의 동일성은 윗길과 아랫길이 하나의 길인 원리와 같다. 투쟁은 로고스와 함께 보편적 · 창조적이며 지배하는 힘이다. 〔신과 인간〕 헤라클레이토스에게 있어서 신과 인간의 관계는 두 개의 상이한 대립적인 견해들로 나타난다. 한 편으로는 신과 인간은 반대 · 대립적인 것들로 생각되고, 다른 한편에서는 하나로 통일되는 것들로 여겨진다. 신과 인간의 대립 : "인간적인 방법은 척도의 지식을 갖지 않으나 신적인 방법은 척도의 지식을 갖는다" (B 78). 신과 인간의 대립은 엄격한 것이다. 하나는 지식과 척도를 가졌지만, 다른 하나에게는 없다. "인간은 신에 의하여 어리석다고 칭해진다. 마치 어린아이가 어른에 의하여 어리석다고 불리듯이"(B 79). 이처럼 신과 인간 은 성숙한 인간과 아직 철모르는 어린아이와의 비교에서 드러나고 있다. 인간과 신 사이에 있는 반대 · 대립적인 관계는 <단편> 102에서도 묘사되고 있다. 신의 입장에 서는 모든 것이 아름답지만, 인간들에게는 추하다. 신에 게는 모든 것들이 선하지만, 인간들에게는 아직도 악하 다. 신에게는 모든 것이 정의롭지만 인간들에게는 아직 도 부정(不正)하다. 인간만이 그러한 구분을 하는 것이 다. 이것은 아름다운 것들이요 저것은 추한 것들이며, 이 런 것들은 선한 것들이요 저런 것들은 악한 것들이라고, 이런 것들은 정의로운 것들이고 저런 것들은 불의한 것 들이라고 말이다. 이런 구별들은 완전히 인간적인 것이 고 전혀 신을 포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신과 인간의 통일성 : 《단편》 119 "신은 인간의 윤리 이다"에 따르면, 신은 인간에게 신의 처소, 신이 머무는 방식이 된다. 왜냐하면 인간은 신의 이웃에 거주하거나, 신은 인간과 같은 이웃에 살기 때문이다. 인간의 신적인 본성이 발전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공통적인 로고스 와 의 교제에 있다. 실제로 인간이 자기 안에 신적인 불꽃, 즉 신적인 로고스를 갖고 있다면, 공통적인 것을 따르려 는 요구는 충분한 의미가 있다. 《단편》 114도 신과 인간 의 내적인 일치의 동일한 표현이다. "누스(이성)로써 말 하면서 우리들은 모든 사물들의 공통적인 로고스를 지지 해야만 한다. 마치 법이 도시를 매우 강력하게 지지하듯 이. 왜냐하면 모든 인간적인 법들은 신적인 일자에 의하 여 양육되기 때문이다. 신은 그가 원하는 대로 만유를 지 배하고 모든 것들에게 충족되고 또 모든 것들보다 우월 하기 때문이다." 즉 인간적인 법칙들은 만유를 지배하고 보호하는 일자, 신적인 법칙과 공통적인 로고스를 삶의 방식으로 갖고 있다. 그래서 신과 인간의 통일성이 헤라클레이토스 사상의 일반적인 틀 속에서 정당화되고 있는 반면, 그 반대는 그 렇지 않다. 헤라클레이토스는 신의 주시 속에 둘러 싸여 서 인간에게는 반대들을 부여하는 인상을 준다. 신에 반 대하는 본성이 원래 인간에게 있다는 것이 아니라, 지혜 로운 것이나 공통적인 로고스에 일치하지 않는 인간이 있다는 것일 뿐이다. 인간의 신적인 로고스와의 일치의 전제로서 신과 인간은 서로 상응하며 친족적이다. 〔로고스와 불〕 헤라클레이토스는 로고스를 들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였다. "이런 로고스가 영원히 존재 한다 하더라도 먼저 듣는 자가 되기 전에는 지각 있는 사 람들이 될 수 없다" (B 1). 만유에 내재하는 로고스는 일 반적이며 공통적인 것이요, 이것을 따름으로써 시민 사 회(Cosmopolitan)가 이루어진다. "따라서 일반적인 것, 공통적인 것을 따라가야 한다. 로고스는 공통적이므로, 시민들은 그 로고스가 자기 자신의 것이 된 지혜를 가진 것처럼 살아가야 한다"(B 2). 유전(遺傳) 가운데 유전하 지 않는 법칙이 있는 까닭에 모든 존재는 법으로서 존재 할 수 있으며, 법의 존재성은 전체를 지배하는 '불' 에서 주어지는 까닭에 유전과 법칙 사이에는 일정한 조화가 들어 있다. "사람들은 그 자신에게 불이익이 되는 것이 이익이 된다는 것(반대적 조화)을 모른다. 활과 기타처럼 반대로 뒤로 늘어나는 조화" (B 51). 로고스의 조화는 부 분과 부분을 통일하여 전체성을 부여하는 힘이며, 물론 불의 힘이다. 만물을 태우고 생산하는, 영원히 살아 있는 불이 투쟁과 법과 조화의 주체이다. 그리고 헤라클레이 토스는 "보이지 않는 조화는 보이는 조화보다 더 우위이 다" (B 54)라고 하였으며, 또 자연은 감추는 것을 사랑한 다고 하였다(B 123). 〔평 가〕 헤라클레이토스의 대립의 통합과 상호 작용에 관한 이론은 변증법적 발전 이론의 모델로 제공되어, 그 가 사망한 지 2,000년 이상이 지난 후에야 헤겔(G.W.F.Hegel, 1770~1831)과 마르크스주의자의 변증법적 유물론 을 통해서 소생되었다. 하지만 그의 이론은 사유의 힘에 의해 생성의 불가사의를 추적하고자 했던 인간 정신의 시도로서는 무엇에도 뒤지지 않는 가장 성공적인 결과였 다. 또한 그가 도입한 로고스의 개념은 그리스도교 신학 에 있어서는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 로고스 ; 이오니아 학파) ※ 참고문헌 W.D. Ross ed., Aristelis Opera, Oxford, 1949~1963/ T. Beikou, Prosocratike Philosophia, Athens, 1980/ H. Diels . W. Kranz, Die Fragmente der Vorsokratiker, Griechisch und Deutsch, Weidmann, Dublin . Zürich, 1903, 1972/ G.S. Kirk . J.E. Raven · M. Schofield, The Presocratic Philosophers, Cambridge Univ. Press, Cambridge, 1957, Rep. 1964, 2nd ed., 1983/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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