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백
魂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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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권
인간의 정신과 육체를 가리키는 말. [의 미] 중국과 한국 등 동아시아에서는 인간 존재를 설명하면서 혼백을 중요한 구성 요소로 제시한다. 인간을 단순히 전체적으로 이해하지 않고 보다 분석적인 시각에서 몇 가지 구성 요소들로 나누어 이해할 때, 혼백은 인간을 형성하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다. 특히 혼 백이라는 개념은 살아 있을 때보다 죽은 후의 인간 상태를 설명하는 맥락에서 보다 적절하게 사용되는 개념이 다. 그러나 동아시아 전통에서 확인할 수 있는 혼백에 대한 설명이 모두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대략적인 이해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보다 세밀한 개념 설명에 있어서는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민간 차원에서는 혼백이라는 말이 다른 유사한 말들과 뚜렷한 구분 없이 혼용 되는 경우가 많아서 혼백의 원래 의미와 비교했을 때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혼백' 을 이해하는 데에는 혼 백' 을 하나의 개념으로 보는 경우와 ''혼' (魂)과 '백' (魄) 두 개념으로 나누어 이해하는 경우가 있다. 하나의 개념으로 이해하는 경우 : 주로 민간 차원에서의 인식이다. 이 경우 혼백은 인간의 육체 안에 깃들어 있으면서 생명을 지탱해 주는 핵심 요소를 지칭한다. 흔히 '넋, 혼령(魂靈), 영혼, 얼' 등의 말과 같은 뜻으로 사용된다. 이 경우 혼백은 인간의 육체와 대비되는 개념으로서의 의미가 강조된다. 즉 인간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육체 안에서 인간 생명의 실제적인 의미를 지니고, 죽은 후에는 육체를 빠져 나와 그 자체가 독립적인 존재로서 사후 인간 존재의 양태를 표현한다. 이렇게 혼백은 육체 에 구애받지 않는 초월성을 지닌 것으로 이해되는데, 이 러한 혼백의 초월성은 비단 죽은 후 뿐만이 아니라 살아 있는 동안에도 어느 정도 인정된다. 인간이 잠을 자는 동 안에 영혼이 육체를 빠져 나와 여행을 한다는 생각이라 든지, '넋이 나갔다' , '얼빠진 사람' 등의 말에서 이러한 혼백의 초월성에 대한 인식을 확인할 수 있다. 두 개념으로 이해하는 경우 : 사실 혼백이라는 말은 본 래 '혼' 과 '백' 이라는 두 개념이 결합된 것이다. 혼과 백 은 인간을 구성하고 있는 두 가지 요소, 즉 정신과 육체 의 의미를 지닌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등의 중국 고대 사료에서는 혼을 양(陽), 백을 음(陰)이라고 하였 다. 근원적인 하나의 기(氣)가 음양으로 분화되고, 상호 작용에 의해 인간이 생성된다고 본 것이다. 즉 인간을 경 험적 또는 현상적으로 보면 혼과 백이 합쳐진 존재로서, 백은 가시적 형체를 이루고 혼은 그 바탕 위에서 행동하 고 사려 작용을 하는 요소라고 보았다. 따라서 인간 존재 가 건강하게 유지되려면 혼과 백이 모두 건강해야 하고, 혼과 백이 건강하게 유지되려면 우주의 생명 근원으로부 터 영양분을 섭취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인간의 생사 문제를 기가 합쳐지고 흩어지는 것으로 설명하였는데 사람이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하였을 때 혼은 양의 성질이므로 하늘로 올라가고 백은 음의 성질이므로 땅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였다. 이렇게 모아졌던 혼과 백이 다시 흩어져 본래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죽음이다. 반면 갑작스런 죽음, 비정상적인 죽음인 경우에는 혼과 백이 마땅히 돌아갈 곳으로 가지 못하고 이승과 계속 연결되어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고 생각하였다. [그리스도교적 의미와의 차이] 혼백이라는 말은 본래 정신적인 요소인 '혼' 과 육체적인 요소인 '백' 이 합쳐진 것인데, 민간 신앙의 차원에서는 단순히 혼백이라는 말 을 하나의 개념으로 사용하면서 정신적인 요소인 ''혼' 을 의미하는 경우도 확인된다. 그런데 '백' 이라고 하는 것이 살아 있는 인간의 몸 그 자체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몸의 근원이 되는 영적인 요소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혼' 이나 '백' 모두 기본적으로 정신적 요소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혼' 은 마음의 정신이고, '백' 은 몸의 정신인 것이다. 따라서 혼백을 각각 구분하지 않고 하나의 개념으로 인간의 내면적(정신적 · 영적) 요소를 지칭하게 된 그 배경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아울러 인간의 정신적 요소를 지칭하는 혼백 개념에 육체적 본질로서의 '백' 이 덧붙여져 있다는 점은 동양적인 사유의 특성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 점은 서양적인 '영혼' 개념과 비교하였을 때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리스도교적인 영혼 개념은 철저한 이분법적 구조에서 육체와 구별된다. 특히 영혼과 육체의 이분법적 구조는 질적이고 가치적인 의미를 지니다. 즉 영혼은 질적으로나 가치적으로 우월하고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의미를 지니는 반면, 육체는 열악하고 부수적이며 제한적인 의미를 지닌다. 인간이 살아 있는 동안 육체는 영혼을 속박하고 있으며, 죽음 이후 육체는 한낱 썩어 없어지는 것이고 영혼은 육체로부터 자유로워진 상태에서 영원히 존재하게 된다. 반면 중국을 비롯한 동양적인 사유는 현실의 삶의 문제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이런 맥락에서 인간의 육체에 대해서도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인식을 지니고 있다. 현실적인 인간 존재를 위해서 몸은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에, 유교와 도교 전통에서는 정신이나 마음을 닦는 일과 더불어 몸을 닦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결국 동양적인 사유는 영혼과 육체를 대립적으로 구분하지 않는다. 동양적인 혼백 개념은 육체와 대립적으로 구분되는 의미에서의 영혼 개념과는 다르다. 혼백 개념에는 인간이 살아 있을 때나 죽은 이후에나 정신과 육체라는 두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는 인식, 즉 인간에게는 이 두 요소가 더불 어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동양적인 사유가 담겨져 있다. 본래 이 두 요소가 결합하여 인간 존재를 가능하게 했으므로, 죽은 후 이 두 요소는 그대로 온 곳으로 되돌아간 다. 이처럼 인간은 정신적 요소와 육체적인 요소가 결합 하여 생성되었다가 이 두 요소가 흩어지면 소멸되어 버리는 존재이다. 결합하고 흩어지고, 생성되고 소멸되는 모든 것이 바로 자연의 흐름이고 이치인 것이다. (→ 넋 ; 영혼 ; 죽음, 한국 무교에서의) ※ 참고문헌 Ying-Shih Yu, A Study in the Changing Conception of the Soul and Afterlife in Pre-Buddhist China, Harvard Journal of Asiatic Studies, vol. 47-21 Derk Bodde, The Chinese View of Immortality, Review of Religion 61 Michael Loewe, Chinese Ideas of Life and Death, London, 1982/ 베르나르 포르, 김주경 역, 《동양 종교와 죽음》, 영림카디널, 1997/ 퀴블러로스, 성염 역, 《인간의 죽음》, 분도출판사, 1997. [吳智燮]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