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하 (?~?)
洪正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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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권
홍정하의 생애에 관해서는 별로 알려진 것이 없다. 다만 허칙(許拭)이 찬집한 《대동정로》(大東正路) 권5 〈증의요지>(證疑要旨)에 "홍정하 호 염재, 건능(정조) 때 처사" (洪正河 號髥齋, 健陵時處士)라고 간단하게 기록된 것이 전부이다. 비록 재야의 선비에 지나지 않았으나, 그는 마테오 리치(Matteo Ricci, 利瑪竇, 1552~1610)의 《천 주실의》(天主實義), 알레니(G. Aleni, 艾儒略, 1582~1649) 의 《만물진원》(萬物眞源), 샤바냑(E. de Chavagnac, 沙守 信)의 《진도자증》(眞道自證) , 마이야(Mailla, 馮秉正)의 《성세추요》(盛世芻蕘) 등에 언급된 천지 창조, 천당 지옥, 상선벌악, 사랑, 절색(絶色), 십계(十誡), 칠극(七 克), 사원행(四元行) 같은 개념을 유학적 논리에 따라 정연하고 폭넓게 비판하였다. 비판의 요지라 할 수 있는 <증의요지>에서 밝힌 천주교에 대한 그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① <증의요지> : 천하의 모든 학설은 서로 논하여 옳고 그름을 비교할 수 있으나 서양의 학설(천주교)은 가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논하여 비교할 수 없다. 가령 호생오사(好生惡死)를 근거로 하여 양설(洋說)을 그르다고 하면 그들은 곧 치명이 제일 즐거운 일이라 하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비교하여 논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학에 관한 여러 가지 책을 읽어 보면 그 책들은 모두 논리가 상반되고 모순되기 때문에 그들의 설로 그들의 설을 공격할 수밖에 없다. 홍정하는 이런 전제하에 비판의 논리를 전개하며, 십계와 칠극을 예로 들어 비판하였다. ② <실의증의>(實義證疑) : 천주와 상제의 다른 점, 신부의 절색(絶色)을 비판하였다. 마테오 리치는 천주가 유학의 경서에서 말한 상제와 같다고 하였으나 상제와 천주는 다르다. 곧 천주는 심성원욕(心性願慾)이 있다 하였는데 심성원욕은 인간이 가지는 것이기 때문에, 심 성원욕이 있는 천주와 이(理)를 비유하여 말한 상제는 같을 수가 없다. 즉 인격신인 천주를 성리학의 이(理)의 입장에 서서 비판한 것이다. 그리고 절색(絶色)에 관해 서는, 색(色)이란 육신의 욕망이라기보다는 천리(天理)의 자연이요 사람을 낳는 근본으로, 후손을 끊는다는 것은 만 권의 책을 지어 주장한다 해도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하였다. ③ <진도자증 증의> : 천주교는 참된 도가 아니라고 비판하였다. 서양 선교사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9만 리나 되는 먼 바다를 건너와 거짓된 도를 전할 사람이 있겠느냐고 말하지만, 그 도가 참되지 못한 점이 바로 거기 있다는 것이다. 곧 서양 선교사들은 나라를 떠났으니 임금을 버린 것이요, 부모와 이별하였으니 어버이를 버린 것이요, 형제와 이별하였으니 동기(同氣)를 버린 것이요, 장가를 들지 않았으니 부부를 버린 것이요, 후손이 없으니 자녀와 가문의 성(姓)을 버린 것이다. 버리지 않은 것은 오직 붕우 한 가지 윤리뿐이라 하며 오륜을 기준으로 하는 윤리적 입장에 서서 천주교를 비판하였다. ④ <성세추요 증의> : 천주교에서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고 주님을 사랑할 수 없고 주님을 사랑하면서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라고 한다. "그러나 인(仁) 과 사랑[愛]은 다르다. 인은 지극히 커서 사랑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인의 한 끝에 지나지 않지만 인은 사랑의 근본이다. 그런데 그들이 인을 행한다는 것은 뜻이 인에 있지 않고 오로지 공리적인 데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을 행하되 공이 없으면 불인(不仁)을 행하였단 말인가? 인의(仁義)의 인과 공리(功利)의 공은 서로 배치됨이 물과 불과 같은 것이다" 라고 하며 인과 천주교의 사랑의 개념이 다른 것을 비판하였다. 취첩(娶妾)에 관해서는 절손(絶孫)을 막기 위한 한 방법으로 옹호하며 비판하였다. ⑤ <만물진원 증의> : 천지창조와 사원행을 비판하였다. 그는 "천주가 무물(無物)로써 천지를 화성(化成)하였다면 이미 아무것도 없으니 화성을 당하는 것도 없을 것이 아닌가?" 하고 반문하며 조목조목 비판하였다. ※ 참고문헌 허칙 편, 《大東正路》 朴鍾鴻, <天主學 導入 批判과 攝取〉, <박종홍전집> V, 한국사상사2, 민음사, 1995. [河聲來]
